살림 작업실 - 살림, 육아, 일, 꿈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요즘 엄마들을 위한
김하나 지음 / 나무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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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만 하다가 늙어버렸다...는 넋두림은 이제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을 듯 하다. 엄마들이 달라졌다. 살림, 육아, 집안일 그 과정들을 일상이 아닌 커리어로 연결시켜 '전문가'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멋진 스무명의 줌마들이 걸어온 길은 '돈','명예','성공'을 위한 길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부럽고, 그래서 더 빛나보인다.

 

목이 긴 양말로 만든다는 속몽키 인형은 도저히 양말 속에서 태어났다고 믿을 수 없을만큼 완벽했고, 그 하나의 작품만으로도 패브릭 작가 함지정의 솜씨가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뷰티 블로거 이은영 페이지에서도 손길은 잠시 멈추어졌다. 네이버의 등장 이후, 대한민국에는 각종 '파워블로거'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뷰티 분야에서는 워낙 많은 수의 파워블로거들이 쟁쟁하게 활동하는 가운데 40대라는 그녀의 나이는 단연 돋보였다. 20대,30대가 포진하고 있는 그 속에서 30대의 주부는 아이를 키우고 남편을 케어하느라 그동안 잊어버렸던 '아름답게 보여지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키며 주부들과 소통하는 뷰티 블로거로 거듭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결혼 전,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던 커리어가 지금의 활동에도 도움이 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노하우를 전하기 위해 포스팅을 자주하고, 단 한 사람의 방문자에게도 소홀하지 않으면서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 결과가 바로 오늘인 셈이다.

 

가정식 요리강사 민선빈. 주부라면 누구나 해 온 일로 인식되어졌던 분야 '요리'. 이 요리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대한민국에 이렇게 많았던 것일까. 트렌드화 되어버린 가정식 요리교실을 연 그녀는 영어 홈 스쿨을 시작했는데, 이를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요리 과정을 넣었던 것이 시작이 되어 지금은 홈 쿠킹 클래스 강사가 되었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가죽 공예가 김태진의 경우는 결혼 전 부터 배우고 싶었던 가죽공예를 짧은 기간 배우고 그 갈증을 다 해소하지 못해 홀로 자신을 담금질하면서 기술을 익혀나가다가 공방을 낸 케이스였다. 오래 쓸수록 점점 더 매력이 커진다는 손때 묻은 핸드메이드 가죽에 대한 사랑을 여실히 드러내면서 그녀는 지금 또 다른 꿈에 도전 중이다. 한 옥 주택을 개조해 가죽 공방을 겸한 카페를 열고자 하는 꿈. 그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했다.

 

잡지 에디터였던 저자 김하나가 만나 스무명의 전문가들은 모두 아줌마였다. 단기간에 배우고 적은 시간을 투자해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가고 있는 멋진 그들에게도 역시 시작의 날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용기가 되고, 희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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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잠언 - 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 109가지 지혜, 개정판 리처드 템플러의 잠언 시리즈 -전 5권
리처드 템플러 지음, 이문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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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지도 출산을 경험하지도 않았지만 세상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내게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히 특별하게 읽혀진 책이었다.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서 여성이 소외되거나 아이가 학대받는 장면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만다. 거기에 보태져 요즘엔 동물들이 학대받거나 생존을 위협받는 현장을 보게 되면 부들부들 떨게 된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적어도 춥고 배고파서 죽는 생명은 없어야겠고, 나아가 좀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다양성이 주어져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평등은 사전 속에서나 존재하는 단어 같았다.

 

어찌할 수 없는 일 중에 가장 안타까운 일 하나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우리는 그 누구도 부모를 선택할 권리가 없다. 운명과 인연을 믿지 않는 사람조차 이 사실에는 공감할 것이다. "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 109가지 지혜"가 담긴 부모잠언을 읽으면서 훌륭하고 현명한 부모 슬하에 자란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정서적으로 훨씬 더 풍요롭게 자라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자녀를 현명한 아이로 키우고 있습니까?

 

저자 리처드 템플러는 "중간"과 "정상"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주 높거나 아주 낮은 위치. 그에게 주어진 삶은 극과 극의 형태로 그를 단련시켜왔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가족을 버렸고 성격장애가 있는 어머니 밑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역경이 그를 좌절시키기보다는 약이 되어 좋은 습관을 남기게 되었는데 그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워나갈 수 있었다. 이후 여러 직업들을 두루 거치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게 되었고 그들의 인생을 각각 들여다보며 지혜와 융합, 강연과 저술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혜를 나누기 시작했다.

 

p5  완벽하게 준비된 부모는 없다

 

그의 말처럼 부모로 지내는 18년이라는 세월은 긴 세월이다. 이는 한 명의 자녀를 양육하는 시간이니 자녀의 수가 늘어날수록 세월의 길이도 길어진다. 그 스스로가 6명의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이기에 그의 충고는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누구나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사람도,완벽한 부모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양육에 임한다면 분명 자식과 친밀감을 나눌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존경받는 부모, 친구같은 부모, 무엇이든 다 해줄 것 같은 든든한 부모, 사랑을 듬뿍 안겨주는 부모 등등 어떤 부모가 될 것인지는 행동에 달려 있겠지만 이들 모두 좋은 부모의 전형이 될 수 있다. 부모도 사람이다. 그래서 때로는 실수도 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평소보다 여유를 갖고 주어진 오늘 동안 자녀를 위해 어떤 부모가 될 것인지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갖을 수 있기를 바란다.

 

먼 미래의 일 같지만 내게도 양육의 시간이 다가오게 된다면 나 역시 그 누군가의 충고를 고려하기 이전에 리처드 템플러의 조언을 가장 가까이 하며 지내게 될 것이다. 현명한 말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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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할 수 있는 지식재산보호 - 농식품 분야
윤여강 외 지음 / 책창고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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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정말 탐나는 기술을 가진 사람도, 빛나는 재능을 가진 사람도,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다. 하지만 마케팅과 접목하지 못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때가 태반이다. 그래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보유하고 있는 노하우와 우수한 기술을 지식재산으로 보호되지 않는 일이 일반화(?)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비탄하고 있던 이때 얇지만 알찬 노란책 한 권이 나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지식재산보호-농식품분야]는 9가지의 현장사례를 중심으로 그 성공을 일구어낸 사람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을 우리 앞에 읽을거리로 내어놓았다.

 

생산자는 돈을 벌지 못한다는 편견을 깨고 뚝심있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온 영광 포도원의 강혜원대표. 이름과 달리 그는 해병대 아저씨처럼 생긴 사나이였다. 프랑스 포도, 와인류만 고급스럽게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나? 싶었는데, 그는 보유기술을 사업화하는데 성공했다. 사실 포도는 열매가 맺히지 않으면 수확인 제로 상태가 되어버린다고 했다. 포도꽃이 떨어져 열매가 달리지 않은 증상인 꽃떨이는 농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증상이 아닌가!!!이래서 귀농인들은 초보 농사꾼이 되면 당황하게 되나보다 싶다.

 

돼지문화원이라는 테마파크를 연 장성훈 대표의 발상도 남다른 것이지만 돼지를 보고 거기서 구워 먹는다는 것은 내겐 좀 꺼려지는 일이라 이보다는 토종꿀 사업을 곱셈농법으로 승화시킨 김대립대표의 축제에 귀가 솔깃해졌다. 매년 8천명 이상이 다녀온다니, 올해엔 그들 무리에 슬쩍 끼어 구경다녀와볼까? 싶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놀라워하며 읽게 된 페이지는 정작 따로 있다. 홈쇼핑을 통해서나 마트에서 늘상 보고 있는 "제스프리 키위"는 뉴질랜드 효자 수출 과일이며 제스프리 그룹 상품이다. 협동조합의 모델이 되고 있는 제스프리는 뉴질랜드 키위산업을 되살려낸 수출창구이자 성공적인 마케팅 시스템의 표본이다. 우리에게도 제스프리의 성공이 시사하는 바가 클 수 밖에 없다. 산업사회에 살고 있어도 농사는 국가 근본의 기본이 되어져야하기 때문이다. 생산터를 잃고 수입만으로 의존하기엔 우리에게 먹거리는 건강과 직결되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 제스프리 같은 상품이 개발되어지고 있었다. 물론 먹거리는 아니었지만 장미에 코팅처리를 하여 프리저브드화하고 있는 매직장미는 임주완 대표에 의해 일본으로 수출되어지고 있었다. 본인은 물론 인근 농민들까지 함께 살리는 긍정의 성과를 거둬내며 농업인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만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카레팩토리,임금님표쌀, 하늘빛(주),순창장류밸리 등등 똑똑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이 늘어가고 있는 증거품이 이 노란 책의 발견이 이토록 고마울 수가 또 없다. 또한 지원이나 관련정보들이 수록된 후면의 내용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품고 있는 이들에게 동아줄 같은 팁으로 작용할 듯 싶다.

 

귀촌,귀농하고 있는 젊은 인력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도시를 떠나 무엇을 해야하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좋은 아이디어북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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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케이스 속의 소년 니나보르 케이스 (NINA BORG Case) 1
레네 코베르뵐.아그네테 프리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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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스릴러에 맛을 들인지 2년째. 그동안 몰랐던 작가들의 작품에 열광하고, 서늘하면서도 기운이 시퍼런 북유럽 스릴러의 진수를 책을 통해 경험하면서 날씨와 환경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쳐 장르문학이 이토록 발전할 수 있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또 다른 작가군을 발견하면서 그의 소설을 읽으며 내 생각은 여전히 더 단단해지고 있다. 범죄소설의 최고봉은 미국과 일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음을. 이토록 뛰어난 작가들의 번역본이 왜 이렇게 늦게 국내에 유입되었는지......의문스러울 뿐이다.

 

간호사 니나 보르는 두 아이를 지닌 엄마다. 어딘지 모르게 약간은 안정적이지 못한 그녀는 그리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 뵈지 않는다. 하지만 사명감도 투철하고 여리지만 당차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오랜 친구인 카린에게 슈트케이스를 하나 부탁받는다. 절대 열어보면 안된다는 그 속에 벌거벗은 어린 아이가 뉘어져 있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채.

 

카린을 찾으러 갔으나 그녀는 이미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고 자신과 슈트케이스 속 소년도 생명이 위험한 가운데 그녀는 악착같이 나쁜 남자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와 교차되어 아이를 잃어버린 싱글맘 시가타 역시 아이를 돌려받기 위해 애쓰기는 마찬가지. 정체모를 여인이 준 초컬릿을 먹던 미카스가 유괴되고 멘붕상태에 빠진 시가타는 곧 누구의 소행인지 짐작하게 되고 나쁜 남자의 손에서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모성애를 발휘한다.

 

이미 전세계 30국에 번역되고 100만부 이상이나 판매되었다는 초대박 스릴러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은 한 이웃의 리뷰 제목을 보고 문득 읽고 싶어진 소설이었다. 신문의 헤드라인처럼 제목만 보고 혹시나 리뷰를 읽게 되면 그 결말까지 다 알게 될까봐 읽기를 잠시 보류한 채 책을 읽고나서야 리뷰를 볼 엄두를 낼만큼 나는 이 책의 내용이 궁금했더랬다. 마치 밀라 요보비치가 sf영화 에서 운반하던 케이스 속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슈퍼울트라 맘이 되는 것처럼, 니나와 시가타도 그 노력만큼은 밀라 요보비치 못지 않게 느껴졌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선하게만 살 수 없다. 또한 태어나는 모든 인간이 선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유쾌, 살인, 강간 같은 사람의 신체와 정신을 말살시키는 행위를 일삼는 이들은 소설 속에서만 보게 되기를 희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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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날들 - 대서양 외딴섬 감옥에서 보낸 756일간의 기록
장미정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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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기능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나는 그녀의 기록을 읽으며 다시금 되새김질 한다.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찾지 못해 허둥댈때는 이 기억이라는 장치가 얼마나 깜빡깜빡 잘하는지, 고장이라도 난 것인가 싶다가, 정말 잊고 싶고 지우고 싶은 기억들은 바로 오늘 겪은 것처럼 생생하게 떠올려주니 청개구리 심보를 삶아먹었나 싶을 정도다.

 

사람의 시간으로 팔 년.

그 긴세월동안 잊혀지지 않는 과거의 기억으로 여전히 아픈 그녀를 책으로 만났다. 좋아하는 배우 전도연이 주연했으나 영화는 볼 엄두가 아직 나질 않아 망설이고 있는 중인데, 책은 생각보다 담담하고 편안하게 읽혀졌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해요~","끔찍하고 잔인한 경험을 나는 하고 왔어요"라는 사실적 기록이 아니라 아프고, 후회하고, 감사한 마음들이 담겨 나온 참 착한 아줌마의 고백이이어져서 슬픔이 아닌 담담함으로 읽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인디언 같다. 절대 잊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복수를 위해 영화 속 여전사들처럼 누군가를 찾아내어 죽인 궁리를 하지는 않는다. 그저 다시 찾은 삶을 행복하게 꾸려나가는 일. 그 일만을 하며 마음을 삭히는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프다. 그 마음이 느껴졌다. 대한민국의 틀 안에서 살면서도 가끔 이 나라가, 이 정부가 소시민을 위한 나라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는데, 말 한마디 안통하는 외국에서 내 나라에 내팽겨진 배신을 당했던 그녀의 마음 속에 아직 애국심이 한 자락이라도 남아 있을지 궁금해졌다. 국민의 권리를 박탈당했던 이런 사람에게 국민의 의무를 강요한다면 대한민국은 '부끄러움'을 잃은 나라일 것이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려운 가운데, 성실하고 착한 남편을 만나 알콩달콩 내집마련의 꿈을 꾸던 주부 장미정의 첫번째 고비는 '보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남편이 아끼던 후배 재훈에게 서 준 보증이 잘못되었고 부부의 보금자리는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고도 모자라 재훈의 빚을 떠안으면서 빚갚기에 급급하던 중 재훈은 부부에게 모든 짐을 맞긴 채 그만 세상을 등졌다. 첫번째 배신이었다.

 

옥탑방에서 첫 아이까지 낳아 쫓겨날 날을 오늘,내일 하고 있던 부부에게 두번째 고비가 찾아든 것 역시 '사람의 이름'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남편 주위엔 무슨 이런 나쁜 사람들만 포진하고 있는 것인지, 남편 아는 사람이라는 주진철이 어려운 살림의 그들에게 '악마의 유혹'을 펼쳤던 것이다. 자신의 여자친구와 함께 외국에서 원석 운반책이 되어주면 400만원을 주겠다는 거였다. 손 안에 품은 아이를 보살필 방 한칸 없었던 부부에게 그 유혹은 차마 뿌리치기 어려운 것이었을 터였다. 그리고 그 사건이 벌어졌다. 자신의 여친에 앞서 "형수님"을 시험대에 올린 주진철은 운석 대신 마약으로 바꿔치기한 가방을 그녀에게 들려줬고 아무것도 모르던 그녀는 오를리 공항에서 체포되었다. 그리고 버려졌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국민은 보호해야할 대사관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며 시간을 끄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2004년 체결된 법에 의해 한국으로 환송될 수 있다는데도 자국민을 말도 안통하는 마르티니크 섬에 유배시켜놓은 것도 모자라 프랑스 법정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서류를 보내주지 않았고, 주진철 일당이 검거된 후에도 그녀를 프랑스 땅에 철저히 고립시켜두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당장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게 된 그녀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송금을 돕지 않아 두 달 후에나 돈을 받도록 방치해 두었던 것이다. 대사관을 통하면 당장 하루나 이틀이면 되는데.......! 통역관으로 나온 사람 역시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자국민의 호소를 듣지 않으면서 어떻게 그녀를 위한 길을 모색한다는 말인가. 그들의 모든 월급은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망각한 아주 막되먹은 처사였다.

 

TV를 보면서 외교문제를 잘못 풀어낼때마다 우리나라의 '외교관'시험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성적으로만 뽑힌 그들은 '국민은 위해' 일할 자세는 커녕 외교관이라는 신분을 높은 벼슬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타국인 프랑스조차 자국민을 석방을 꺼려하는 대한민국의 처사가 이해가 안된다고 했을 정도이니......!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녀는 정부의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여러 차례 죽음을 시도했던 그녀에게 한 줄기 빛은 "KBS추적60분"을 통해서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카페가 생기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안타까워하면서 티끌이 태산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부가 내다버린 한 사람의 국민은 삼삼오오 국민들이 힘을 합쳐 돕기 시작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민족은 서민들이 뭉치면 큰 힘을 이룬다. '붉은 악마'의 함성처럼.

 

타국에서 그녀를 보살펴주는 이가 나타나고 법정에서 바르게 통역을 해주고 힘을 실어줄 이가 나타났으며 함께 슬퍼하고 울분을 토해낼 동지들이 나타났다. 그들 모두 자신의 일처럼 발벗고 나섰고 가족의 일처럼 마음써주었다. 대한민국은 언제나 그랬듯이 정부보다 시민들의 가슴이 더 따뜻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그녀의 악몽이 끝났다. 돌아왔고 삶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P 239  언젠가 용서할 수 있을까

 

영화로 개봉되어 이제 더 많은 이들이 그녀의 사연을 알게 되었다. 소설을 읽으며 눈시울을 붉힐 지도 모른다. 이미 이전과는 똑같은 삶을 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신 "감사"의 마음이 "소중함"이라는 마음이 곁에 와 있으니 그녀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이야기는 비단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정부의 자세가 변하지 않고 외교부나 각국의 대사관의 행정패턴이 변하지 않는 한 제 2의 정미정, 제 3의 정미정은 또 나올 것이 뻔했다.

 

그 어느 곳보다 이 영화를 외교관련 업무를 보고 있는 이들이 많이 보았으면 한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 속에 '국민을 이해하는 일꾼"이라는 마음가짐이 한층 더 두껍게 얹혀졌으면 좋겠다 싶다. 아울러 이제 그녀가 '용서'라는 단어조차 잊고 살기를 희망해본다. 아픔은 잊혀지지 않겠지만 아픔의 시간에서 점점 더 먼 내일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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