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장사의 神 장사의 신
김유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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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사의 신을 읽으며 그의 남다른 배포와 여유 그리고 인재경영 마인드가 보통의 사람들은 절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것임을 깨닫고 통탄해마지 않았었는데 한국형 장사의 신은 "내가 이렇게 경영해 왔다" 가 아닌 "이렇게 경영하면 실패하지 않는다"의 전혀 다른 이야기라서 오히려 솔깃해지는 부분이 있었다. 마케팅은 잘 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이지만 크리에틱한 부분만 제외한다면 나는 그닥 그것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이라 항상 권유받으면 고사하고 만다. 하물며 장사라니.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은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국립 중앙 박물관의 식음료 총괄 컨설턴트이기도 했던 김유진이라는 남자는 "코치님"이라 불리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 1등 맛컬럼니스트인 그가 장사를 즐기는 '장사의 비법'을 들고 나왔으니 대한민국에서 창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한 번 쯤은 펼쳐보지 않을까 싶어진다.

 

대한민국 안에서 그 누가 13년 동안 200군데가 넘는 곳을 대박집으로 만들어온 그의 커리어와 맞설 것인가. 게다가 이미 그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 프로그램들 [찾아라! 맛있는 TV], [이영돈의 먹거리 X파일], [생생정보통], [굿모닝 대한민국] 안에서 검증단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했다. 이미 6개의 레스토랑과 11곳의 전통시장, 5곳의 지역특산품을 컨설팅하고 있어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듯 싶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통해 그는 '손님이 찾아야할 이유"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100곳이 생기면 100곳이 문을 닫는다는 것이 '불경기를 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앓는소리처럼 터져나오고 있는데 그는 반대로 '세상에 장사만큼 쉬운 것은 없다'라고 돌맞을 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만한 자신감의 배경 뒤에는 확실한 근거가 존재하고 있었으니 그가 전하는 고객을 사로잡는 비법은 하나같이 읽으면 읽을수록 신기한 소리들 뿐이었다. 그 소리들이 모두 귀가 솔깃해지는 부분들이라 그냥 장사나 해볼까? 싶은 마음이 없던 내게도 누군가가 장사를 시작한다면 이 책! 꼭 선물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들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칼국수집이 영세음식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칼국수집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를 읽고나서는 그 생각이 바로 뚝 고쳐져버렸다. 그리고 이전과 달리 칼국수집을 바라보는 마음도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었다. 프랜차이즈가 넘쳐나는 세상, 그 안전하다는 안전망 속에서도 문닫는 점주들이 수두룩한 가운데 어딜가나 똑같은 맛 보다는 개성과 서비스로 무장하라는 그 충고는 정말 이 시대에 가장 적절한 충고가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장사의 신'들이 꼽은 맛집 조련사 김유진이 언급한 한국형 초대박 장사의 비법은 사실 아주 쉬운 곳에 있어었다. 앉아서 징징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행인을 손님으로 만들고 손님을 단골로 만드는 비법은 핸디캡도 콘셉트로 만들고 계절특선 메뉴로 무장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홍보는 블로거들이 입소문 내 줄 것이므로 그들의 마음만 사로잡는다면 요즘같이 sns 홍수를 맞고 있는 세상 속에서는 전국 생활권 맛집으로 등극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다만 블랙컨슈며, b급 파워블로거들은 어딜가나 있으니 이들에 대한 올바른 대처법도 읽어두면 좋을듯 하다.

 

장사가 재미있다고 말한다. 스트레스로 다가옴직한데, 가장 재미난 일처럼 즐긴다. 그 즐거움은 읽는 독자에게도 전염되지 않는 것일까. 신나게 힘을 내어 오늘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그리고 꿈꿔 볼 수 있도록 이 책이 20~30대 창업꿈나무들에게 꿈과 용기의 바이블로 읽혀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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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카와 전설 살인사건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김현희 옮김 / 검은숲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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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야스오는 창작만을 위해 살아온 인물은 아니었다. 오히려 광고제작사 대표였을만큼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였다. 그런 그가 1980년 <죽은 자의 목령>이라는 소설을 자비로 출판하면서 작가로 데뷔하게 되었고 아사히 신문에 작품이 실리면서 대중소설 작가로 전업하게 되었다고 했다. 신은 그에게 많은 달란트를 주셨나보다. 부럽게도.

 

이번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는 허약한 도련님 타입이었다. 더벅머리 아저씨(긴다이치 / 요코미조 세이시), 전신마비 장애인(링컨 라임 / 제프리 디버), 부유한 소시오패스(펜더개스트 / 더글러스 프레스턴), 고독한 190cm의 장신 형사(해리 홀레 / 요 네스뵈) 의 모습을 봐 왔던 내게 미소년틱한 명가의 차남 이라는 이미지는 요즘 유행하고 있는 꽃미남 드라마의 원조격이라 눈길이 확 갔던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의 방대함이 가독력을 해치지도 않았으며 술술 읽히면서도 무언가를 자꾸만 기대하게 만들어서 후반부 결말에 대한 기대치를 한 껏 높여 놓았다.

 

하지만 아사미는 긴다이치나 펜더개스트처럼 이야기의 전반을 지배하지도 않았고 해리나 링컨처럼 집요하게 사건을 파고들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너무나 재미있다. 탐정이 사건을 휘젓지 않는데도 재미의 끈을 놓치지 않게 만드는 요소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는 총 113편이나 되고 장기 드라마로 기획되어 총 120회나 드라마화 되었다고 했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판단은 각자의 몫이 되겠지만 내게 [덴카와 전설 살인사건]은 [옥문도]나 [팔묘촌]과 비교한다면 재미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이야기 하나만 놓고 보자면 근자에 읽은 그 어떤 추리소설보다 재미난 것도 사실이다. 결국 아사미의 수사방식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방법이 나의 취향이든 아니든 방해받지 않았던 것이다.

 

'창/국악','경극' 같은 것이 '노가쿠'일까. 일본의 전통 극에 대해서는 전혀 지식이 없어 노가쿠에 대한 묘사부분에서는 상상하던 장면들이 뚝 끊어지긴 했지만 그 외 역사와 전설, 사건과 사람이 얽히는 부분에 있어서는 영상을 그려내듯 재미나게 그려지는 필체를 따라 이야기가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끌려 가는 일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었다. 덴카와에서 만나는 인연이 슬픔의 시작이라는 말이 복선이 된 것처럼 인연이 우연한 죽음을 만들어 내기도 했고 오랜시간의 원망을 복수로 터뜨리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모습은 우리의 삶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 문학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으므로 내게 이 이야기는 뉴스 속 한 장면처럼 깊게 각인 되어 버렸다. 다만 사건의 중간 중간에 작가의 다른 소설에 대한 이야기들이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어 다음에는 [고토바전설 살인사건]이나 [헤이케 전설 살인사건]을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 줄거리

노가쿠의 대가인 가즈노리가 은퇴를 준비하면서 그의 후계자를 세우는 무대 위에 손녀와 손자 둘 다 서는 날이 다가왔다. 추선 공연 당일, 할아버지와 함께 무대에 오른 히데미는 찬사를 받지만 가즈타카는 독살되었다. 이어 밝혀지는 가즈타카 출생의 비밀과 덴카와 신사의 묘한 인연. 가즈노리마저 덴카와 신사에서 타살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커지고 우연히 취재를 위해 근처에 머물던 아사미 미쓰히코는 추리를 시작하는데....신주쿠 고층 빌딩 앞에서 쓰러져 죽은 남자는 대체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으며 그는 왜 가즈노리의 부적을 몸에 지니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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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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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속도가 LTE급이라 노인이 되는 것이 두려워진다. 빠르게만 가는 속에서 혼자 슬로우슬로우로 살면 좋은 점보다는 분명 나쁘고 불편한 점이 더 많아질테니까. 하지만 이 속도에 반비례해야 더 좋은 것들도 분명 있다. 모든 것이 빨라야 좋다고 평가받는 세상 속에서도 '다이어트'를 위한 음식의 곱씹음은 '천천히' 가 좋다고 충고들을 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밥은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그 단 맛처럼 인생도 느슨하고 단순하게 살아보면 그 고요함이 좋아 자꾸만 천천히 사는 삶에 매료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월간 [해인]의 편집위원이었던 현 진 스님의 글처럼. 스님의 글들은 처음 중학교에 들어가 교과서에서 읽었던 여러 수필들 속 글처럼 마음에 발자국을 남기는 말씀들로 가득차 있다. 한 문장을 입으로 읽을 때마다 한 발자국이 콕. 한 문장을 눈에 담을 때마다 한 발자국이 콕. 찍힌다. 맘 속에.

 

p.6 생애의 길목마다 삶의 중심이 되는 일과 사람이 있다

 

p.9 그대 지금 간절한가

 

p.67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십시오

 

가슴을 '열정'으로 끓어오르게 만드는 글들이 아니다. 조용하고 서늘한 곳에 앉아 앞에 읽을 책 한 권 펼쳐들 때 저 멀리서 바람이 불어와 처마끝의 풍경을 울리는 듯한 그런 느낌. 그 청량감이 있는 말들이 나와 내 인생을 조용히 울리고 지나갔다. 스님이라는 신분으로 종교적인 설파만을 하려는 글이 아니어서 좋았고 내가 이만큼 더 살았으니 현명한 나의 말을 들어라는 식의 필체가 아니어서 좋았다. 마음이 답답하고 서글플때 마음을 털어놓을 누군가가 필요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결정하고 판단하기 위해 누군가의 좋은 말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20대의 어린 나는 누군가의 좋은 말이 필요한 사람이었고 30대, 어느 시점에서는 내 말을 들어줄 이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30대를 살아가고 있긴 하지만 나는 좀 달라지고 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조용히 혼자 읽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본문에 수류거라는 말이 등장한다. 흐름을 따라가라는 말인데, 휩쓸리라는 의미가 아니라 순리대로 풀어가되 너의 의지를 담으라는 충고로 해석했다. 어제 내게 주어진 인생은 분명 옛 것이다. 하지만 내일 주어질 새 것에 비해 그 삶이란 결코 하찮게 치부될 성질의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어제도 중요하고 오늘도 소중하고 내일도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이 순간을 조용히 그리고 가장 현명하게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굳힌다. 이 책을 읽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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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1 - 사건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9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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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살 소년의 죽음. 한 아이의 죽음으로 이만큼 방대한 양의 이야기를 써내려나갈 수 있는 작가가 전세계적으로 몇이나 될까. 문학적인 소설과 상업적인 대중성 사이에서 그 균형을 잘 잡은 채 지속적으로 소설을 집필하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는 노련하면서도 영리한 스토리텔러라고 생각되어진다.

 

조토 제 3중학교에서 발견된 2학년 가시와기 다쿠야는 평소 친구가 없는 외톨이였다. 하지만 홀로 지내는 시간을 즐기듯 그는 연연해 하지 않는듯 했고 타학급의 학생 셋과 시비가 붙은 끝에 등교 거부를 하며 학교에 나오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학급의 누군가와 연락을 하고 지내지 않은 채 혼자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학교에 나가는 일이 바보같다고 생각했다는 말만 남긴 채.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은 그의 죽음을 두고 세상은 시끄러워졌다. 그리고 한 아이를 둔 여럿의 시선이 얽힌 가운데 누군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 아이는 사이코패스처럼도 느껴졌고, 은둔형 외톨이처럼 생각되어지기도 했으며, 또는 한없이 연약하고 허약한 남자아이로 비추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진실은 무엇일까.

 

처음에는 이 소년의 죽음이 자살일까? 타살이까? 하는 것이 궁금했더랬다. 하지만 읽어나가면서는 대체 이 아이는 어떤 아이이며 어떤 생각을 하며 십 사년을 살아왔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일기 시작했다. 확실히 다쿠야는 일반적인 아이의 모습은 아니었던 것이다. 1972년 5월에 태어난 히로유키는 다쿠야의 형이다. 네살터울의 형제지만 워낙 병약했던 다쿠야의 병간호에 부부가 매달리는 탓에 케어를 받지 못하고 자라난 히로유키의 눈에 다쿠야는 가여운 동생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느끼게 된 동생의 실체. 아픈 것을 무기로 부모를 좌지우지하는 얄미운 존재인 동시에 두려워하게 만들만큼 냉정하고 계산적인 녀석. 그 녀석이 죽어버렸다. 그리고 그 죽음 속에 어떤 계산을 두고 있었는지 두렵게 만들고 있다. 형에게 비친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의 모습은 그런 모습이었다.

 

그에 비해 학급의 동급생들은 다쿠야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다. 왕따라기 보다는 관심 자체가 거의 없었다고 보아야 할 듯 싶다. 이질적인 존재여서 그저 얼굴과 이름만 알뿐 같은 공간에 있어도 표시나지 않는 아이. 동급생들에게 다쿠야는 그런 아이였다. 그런데 그 아이가 죽었다. 죽고 나서 오히려 아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1권은 그런 혼란스러움 속에서 막을 내린다.

 

1권의 두꺼운 두께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거리를 안고 2권, 3권이 기다리고 있다. 그 이야기의 끝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사건의 결말? 죽음에 대한 속시원한 답변? 여러 명의 시선이 아닌 다쿠야 스스로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소년의 실체? 어떤 것이든 솔로몬의 위증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결말이었으면 좋겠다.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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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배심원
아시베 다쿠 지음, 김수현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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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이야기 한 편에 대한 소감을 서평을 통해 밝혀 보려 한다. 아시베 다쿠의 [열세 번째 배심원]은 미스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는 법정 이야기이지만 실존 소설은 아니다. 일본은 현재 '배심원제도'가 도입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며 우리 나라는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이름으로 그 발동을 걸어보곤 있지만 법적인 구속력은 제로인 상태다. 쓰여진 나라에서도 읽혀지는 나라에서도 생소한 배심원 제도에 그 기초를 두고 이 소설은 기술되어지도 있다.

 

미국  법정 드라마를 통해서나 봐왔던 이야기는 진실을 서두에 두고 시작한다. 범인을 알고 추리소설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칫 그 흥미나 속도감이 떨어져 가속력을 읽을 수도 있었지만 작가의 영리한 계산 아래 쓰여진 미스터리 소설은 결코 가독성이 떨어지지 않은 채 즐겁게 읽혔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에서 단 한 사람이 범인의 진실을 믿어주듯 다카마 요이치의 진실을 믿어주는 변호사 모리에 슌사쿠가 있고 분명 그 진실을 알고 있는 선배 후나이 신이 있지만 이야기는 묘하게만 흘러간다. 한순간에 '강간 가해자'가 되어 버린 아버지로 인해 법에 대한 불신을 안고 살던 요이치는 선배 후나이 신으로부터 이상한 제안을 받는다. "의도된 범죄"를 저질러서 일본 법정을 발칵 뒤집어 보자는 귀가 솔깃해지는 제안. 악마의 유혹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는 범인이 되고 그의 유전자와 혈액은 조작되어진다. 이 모든 일이 순리되고 풀려가면 좋겠지만 발목 잡히듯 사냥감이 되어 요이치는 어느새 자기 아버지와 같이 범인으로 몰려 버리게 된다.

 

누명사건은 진실이 가려진 채 실제 사건이 되어 요이치를 "나쁜놈"으로 만들어가고 의도된 범죄는 이제 법의 구멍을 세상에 알리기 위함인지 한 남자를 범인으로 만들기 위함인지 모호해지는 가운데 독자가 알고 있던 진실은 연극의 독백처럼 우리만 아는 진실이 되어 주인공을 옥죄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밝혀지는 사건의 전말은 이 책을 끝까지 읽은 독자를 향한 달콤한 선물이 되어 우리의 마음을 청량감있게 씻어주었다. 진실을 알고 있지만 어느 쪽에 서든 우리는 중립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만 남겨놓은 채 처음 읽는 작가의 책은 신선함을 남기며 내 손을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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