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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 교토의 역사 “오늘의 교토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나 그 양이 방대하면 <상권>과 <하권>으로 나뉘어질까 싶지만은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사실 이 양은 모자란
것인지도 모르겠다 싶어진다. 무덤 안에 누운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서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역사는
진실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이야기처럼 머릿 속을 파고들곤 했다.
교토를 구경하기 앞서, 우리의 '경주'와 함께 거론되는 도시라 언제나 그 땅이 궁금하기만 했지 여전히 발밟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칫 맹인의
코끼리 다리 만지기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면이 없지 않았었다. 그러나 배의 선장은 1박2일에서 경복궁의 매력포인트를 멋지게 알려주시던
유홍준 교수님이셨고 그래서 그 믿음 하나로 교토의 역사 알아가기에 용기가 생겼더랬다.
책 하나를 두고 무슨 고민이 그렇듯 많을까 싶겠지만 내게 역사란 결코 가벼운 부분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역사 책 속 주인공들은 마치
이웃주민들처럼 상상 속에서 나타나 주었고 그들이 자유롭게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 속에서 무한 상상력을 키우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로 알고
싶고 재미나게 즐기고 싶기도 한 문화가 내겐 '역사'다.
앞서 역사스페셜 시리즈와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 시리즈를 소장본으로 가지고 있는 내게 또 한 권의 답사기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기 충분했고
한장 한장 읽어나가면 제대로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일본의 역사와 일본의 마음을 읽어내는 키워드]라는 출사표 아래, 그간 일본 땅의 역사를 너무 대한민국의 관점으로 이해시키려 하지 않았나는
생각과 더불어 일본인의 마음을 이해하되 우리와 교집합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교수님의 올바른 지침을 되새기며 나 스스로 판단의 잣대를 세워보리라
마음 먹고 첫 장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사진을 찍어도 안되고 설명을 해도 안되는 곳이라는 광륭사'는 그래서 더 가보고 싶은 곳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관광지가 아니라서 길안내가 안된다는 뱀무덤 '헤비즈카'의 경우는 비가 오기 전 하늘이 우둑우둑해진 날 가거 보면 뭔가 새로운 영감이 떠올려지지
않을까 싶어 기대하게 만드는 장소로 찜해두었다. 학창시절 그토록 지식의 응용력을 넓혀 수능적 사고를 하라고 교육받았으면서도 중국,한국,일본의
문화적으로 성수기였던 시절을 콕 찝어낼 수 없어 쩔쩔 매기도 했다. 1대 100에 출연한 것도 아니면서 이 책 한 권이 나의 학창시절 지식의
창고를 탈탈 털어내어 그 먼지조차 보태어도 얕음이 바로 표시나버리게 만들어서 잠시 우울해지기도 했으며 눈으로 읽는 책이 아니라 스터디하듯
메모하고 연대표를 그려보고 지역의 지도를 그려보면서 읽게 만드는 입체적 학문의 영역을 담은 책이라 꽤 많은 시간을 책읽기에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디아나 존스가 보물지도를 손에 넣었을 때의 기분처럼 신나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일본은 결코 만만하게 볼만한 나라가 아니었다. 현재의 일본도 그러하지만 과거의 일본 역시 그러했다. 그저 우리에게 문화를 배워가고 조공을
바치기만 했던 나라가 아님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유적만 17곳이나 되는 역사와 문화가 이어져온 땅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교토]편에 기대를 하고 있었던 이유는 좋아하는 '헤이안'시대가 담긴 서적이었기 때문이다. 음양사를 보고 흠뻑 빠져든 헤이안
시대는 귀신과 사람이 함께 살았던 음울하면서도 사랑과 낭만에 목매는 사람들이 거리 가득 누볐던 시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행을 위한 예행서가
아닌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시켜줄 서적으로 꼽은 이유도 그때문이다. 또 다른 한가지는 '도래인'의 역사를 담고 있기 때문인데, 신라계인 하타씨,
백제계인 아야씨, 고구려계인 구레씨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어서였다. 일본을 배경으로한 소설 속에서 (백제화원 이나 패왕 후히토 등) 언듯언듯
보여졌던 도래인의 삶을 두고 우리 것이라고 해야할지 그들의 고유한 문화적 토착역사를 인정해야할지 망설였던 부분에 대한 선명한 선이 그어져 있어
혼선을 줄일 수 있어서 좋았다.
일본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이의 책이었지만 일본 답사의 길라잡이로 충분한 이 책은 시대순으로 서술되어져 있다. 역사적 큰 흐름을 알게 하고
그에 따른 문화 유산을 작은 가지들처럼 탐닉하게 만드는 답사기여서 마음만큼은 부담을 덜고 읽기 시작할 수 있었다
"교토는 천년의 도읍지답게 많은 문화 유산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관리하는 데에도 성공하여 도시 전체에 역사적 향기가
넘쳐흐른다" 라고 했던가. 책을 옆구리에 끼고 훌쩍 답사를 다녀와도 좋겠지만 유홍준 교수님과 함께 그 사이사이 이야기를 감질맛나게 전해 들으며
여행갈 수 있는 이들이 완전 부럽다. 책을 읽고나니 부러움이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