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북의 1 - 닥터 이방인 원작 소설
최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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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  외과 의사가 목숨 걸린 수술 안 하면 뭘 하게?

 

 

그 끌림이 시작이 첫단추부터가 아니어도 충분한 사이가 있다. 사람을 만날 때 처음에는 그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좋아지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북한에서 내려온 의사에 관한 드라마가 시작한다고 했지만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재미있게 보았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이종석이 탑으로 출연한다고 했지만 솔직히 본방사수해야겠다는 생각이 일지 않았다. 그랬는데,

 

어느날 채널을 돌리다가 한 케이블 방송에서 재방송으로 방영하고 있던 <닥터 이방인>의 맛깔나는 대사를 들으며 계속 본방 사수 중이다. 이 드라마. 게다가 드라마의 원작이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수상작이라고 하니 그 원작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1권을 단숨에 읽어냈다.

 

결과적으로 드라마와 소설은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인물의 배경, 관계도, 성장과정 등이 달랐으며 없는 캐릭터도 있고 생겨난 캐릭터도 있었으며 그 성격이나 역할이 매우 다르게 쓰여지기도 했다. 1권만으로 보자면 북의인 박훈에게는 애인이 아닌 임신한 부인이 있었고 과거의 복수를 위해 수현을 이용 중인 한재준이 원작소설에서는 경쟁병원의 의사이자 부유한 환경의 남자로 묘사되어져 있다. 수현은 드라마와 달리 병원장의 딸도 아니다.

 

세이버라는 수술법을 두고 10번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야하는 시험에 든 박훈. 드라마에서는 한재준과 세번의 수술 성공을 두고 첨예하게 겨루는 것과 다르긴 하지만 무모한 도전을 한다는 점은 같았다. '박훈'이라는 인물. 이 인물은 배우 이종석에게 스펙트럼을 넓혀준 자극제가 된 것과 마찬가지로 독자에게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경력을 가진 캐릭터다. 매력적인 이 인물이 소설 속에서는 천재 의사로만 묘사되어 있는 것이 안타깝긴 하다. 톡톡 튀면서도 유머러스한 드라마 속 캐릭터를 먼저 보고 원작을 읽어서인지 책 속 그는 왠지 그림 속 남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 여자를 구해내기 위한 열 번의 수술. 그 열번의 수술로 열 명의 생명을 살려 놓아야 소중한 여인의 생명을 건네 받을 수 있다니...이처럼 순정적인 남자의 사랑에 감동하지 않을 여성 독자들이 또 어디 있을까. 나쁜 남자, 착한 남자, 잘생긴 남자들이 각광 받는 시대지만 이처럼 '집요한 남자' 역시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함을 소설 <북의>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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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 - 하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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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저질렀을까.

이름도 기억나지 않고 낯선 맨션에서 모르는 사람과 함께 눈을 떴는데 그 앞엔 거액의 현금과 권총, 피 묻은 천이 놓여져 있다면......! 나 같아도 내가 혹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닐까? 사람을 해친 것은 아닐까?' 불안감이 들었을 듯 하다.

 

팔에 새겨진 '레벨7'이라는 단어를 추적해나가며 자신이 누구인지 찾기 위해 애쓰는 남녀와 상담 중이던 여고생이 실종되어서 그녀를 찾기 위해 "레벨7"의 의미를 뒤 쫓는 카운셀러 에츠코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 미야베 미유키의 [레벨7]이다. 서스펜스 스릴러로 장르구분 되어 있는 이 소설은 [모방범],[화차] 등의 소설에 비해서는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듯 했다.

 

역사소설을 쓰고 있어도 여전히 사회범죄소설 작가처럼 느껴지는 미야베 미유키는 이 소설 역시 실화사건을 바탕으로 썼다고 밝히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언급되고 있는 만큼 헷갈릴 수는 있겠지만 메모해가며 차근차근 읽다보니 얽혀 있는 실타래에 비해 풀려지는 실타래가 가벼워(?) 생각보다는 쉽게 읽히는 편이었다. 다만 두 가지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다보니 복잡하게 보일 수는 있을 듯 하다.

 

줄기는 간단했다. 기억을 되찾아야 하는 두 사람과 사람을 찾아야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지점에서 만나게 된 과거의 사건. 누가 범인이고 누가 조력자이며 누가 거짓말을 한 것인지만 이해하면 사건은 의외로 간단하게 설명될 수 있는 것이어서 결말부분이 오히려 반전이 없는 것처럼 보여지는 편이 아쉬웠다면 아쉬웠달까.

 

나흘 간의 이야기로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그 사건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인물간의 갈등 구조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미야베 미유키였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소재가 아니었나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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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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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작가에 대한 이야기들. 하지만 작품 하나만 두고 보자면 그의 작품은 '인간 노홍철'마냥 독특한 색깔로 메워져 있다. 그래서 읽게 되는가보다. [완전변태] 는 그 제목에서부터 눈길을 끌지만

 

p 72   현역죄인은 감옥 안에 존재하고 예비죄인이나 예비역죄인은 감옥 밖에 존재

p75    꿈꾸는 자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등 명언 같은 문장들이 가득한 꽤나 진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그 중 재미나면서도 아이러니한 제목을 단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 읽고나면 웃음보다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내용으로 쓰여졌다. 좀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망은 아버지를 비정상적인 행동을 일삼도록 몰아갔는데, 아들을 반드시 판검사를 만들기 위한 아버지는 뼛속까지 '남아선호사상'이 박힌 남자였다. 만약 딸이 태어났다면 이불을 뒤집어 씌우고 콱 엎어버리려고 했다던 그는 다행히 아들을 낳았으나 아들이 고시촌으로 떠나던 날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잘라 당부의 말을 전하던 것으로 이미 아들의 숨통을 조이는 아비가 되어 버렸다. 잠까지 줄여가며 좀비처럼 공부했지만 아들은 쉽게 판검사가 되지 못했다. 급기야 손가락을 하나 더 자르겠다는 아비의 노한 음성을 듣고서야 집중할 수가 있었다고 고백하는 아들 앞에 어느날 나타난 노인의 질문은 그가 받은 것이 아니라 마치 읽는 독자에게 던져지는 것처럼 무겁고 진솔된 것이었다.

 

작가인생 40년의 세월이 묵혀져 9년만에 완성된 <완전변태>속 단편소설들은 마치 번데기가 변태하여 벌레가 되듯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각의 번데기 과정을 거치게 한다. 스릴러나 로맨스 소설보다 때론 이렇게 화두를 던지는 책들이 일상에 더 필요할 때가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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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죽지못한 파랑
오츠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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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옆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어머니의 아들인 미치오와 친한 마사오는 겁이 많은 아이다. 벽장 틈새에서 무언가 툭 튀어나올까봐 무서웠고 열린 문 틈으로 무언가 들어올까봐 겁나기도 했다. 소심하고 겁많은 마사오가 5학년이 되던 해, 새로 부임한 담임 선생님으로 인해 마사오는 지옥같은 한학기를 겪게 된다. 햇병아리 하네다 선생님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은 남자였다. 학급신문 형식의 <5학년 타임즈>를 발간하면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하던 그 선생님은 유독 마사오에게 잔인하게 굴기 시작했는데 그날은 뭔가 감도는 공기부터 불편했다고 한다.

 

평판이 좋았던 담인 선생님은 학급 내에 공공의 적을 하나 두었는데 그 아이가 바로 마사오였던 것이다. 사소한 오해로 빚어진 이야기는 하네다 선생으로 인해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다 너희들을 위해서야~여러분이 제대로 수업을 안들으니까" 식의 모두를 향한 비판이 그의 평판을 떨어뜨리게 되자 다른 작전을 쓰기 시작했는데

 

"마사오가 하품을 해서, 마사오가 숙제를 안 해 와서, 마사오 때문에..."

 

학급내 모든 안 좋은 일은 마사오의 탓으로 돌려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이들의 불만은 이제 선생님이 아닌 마사오에게로 향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학급내에서는 아무도 마사오에게 말을 걸거나 함께 하는 친구가 되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반년이 흘러 학급내 공공연한 왕따로 존재하던 마사오에게 누군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입을 열 수 없게 입술이 꿰매어진 피부가 파란 끔찍한 몰골의 아이. 피부가 파래서 '아오'라고 이름 붙인 그 아이만 마사오 곁을 맴돌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아오는 마사오의 눈에만 보이는 모양이었다. 아오로 인해 용기를 낸 마사오가 담임의 뒤를 밟고 그에게 복수 하기 위해 그 집에 들어갔다가 들켰을 때도 아오는 함께였다.

 

햇병아리 선생님의 인간성이 범죄인의 그것과 같다는 사실은 이때 증폭되고도 남는데, 선생은 아이를 감금하고 폭행하고 급기야 생매장 하기 위해 산속으로 끌고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선생이고자 시작한 일의 끝이 한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일이라면 그는 분명 정상인이 아니다.

 

p191  반항하지 않는 양은 조용히 잡아먹히는 먹이가 된다

 

겁쟁이에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였던 마사오는 최후의 순간에 변덕을 부려버린다. 자신을 그간 괴롭혀왔던, 죽음으로 몰고가려했던 어른인 선생님을 고발하기 보다는 동정심을 발휘했다. 아이도 이렇듯 자신을 극한의 상황까지 괴롭힌 어른을 배려할 수 있는데 어른이었던 선생은 왜 그러지 못했을까. 사회적으로 너무 많은 시선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무리 그랬다고 쳐도 그는 사람으로서는 해서는 안되는 선택과 행동을 일삼아 온 것이다.

 

새로운 선생이 왔다. 이번에는 여자다. 어딘지 엉성하고 인기도 없다. 하지만 마사오는 이 선생님의 답변을 듣고 안심했다. "노력한 결과가 이거니까 어쩔 수 없쟎니" 이 어른은 정상이다. 하고. 주로 이 작가의 공포소설만 읽어왔던 내게 이 장르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지만 의미있는 이야기로 읽혔다. 학급내 문제를 드러내면서도 인간의 저 깊은 밑바닥의 것을 건드리고 있었으니까. 이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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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 - 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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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2일 일요일부터 8월 13일 월요일까지 이틀간의 이야기가 <레벨7(상)>에 수록되어져 있다.

 

p11 레벨 7까지 가면 이제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아

 

밑도 끝도 없이 레벨 7이라니...시작부터 이상하지만 한 남자가 잠에서 깨어나서부터 느끼는 혼돈은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지금 깨어난 이 곳은 어디인지, 옆에서 잠을 자고 있는 여성은 누구인지 전혀 생각나지 않은 채 8월 12일 일요일, 잠에서 깨어났다. 기억이 없다는 것. 이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소설을 통해서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주인이 없는 맨션. 낯선 여자와 함께 깨어난 아침. 이웃조차 아무 답변도 해 줄 수 없는 가운데 가장 큰 일은 다른 사람은 고사하고 내가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일이 아닐까. 그리고 팔에 왜 '레벨7'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는 것일까.

 

카운슬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담을 받던 학생이 사라졌다. 그것도 갑자기. 일기장에는 "레벨7까지 가 본다, 돌아오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만 적혀 있는데, 레벨 7이 장소를 의미하는 것인지 어느 범위를 얘기하는 것인지는 알 수 조차 없다. 기억을 찾는 것과 사라진 사람을 찾는 일. 어느 쪽이 더 쉬운 일일까. 단 나흘 동안 찾아내야 하는 것들 치고는 이야기는 약간 무거운 편인다.

 

첫번째 권을 읽고 있다보니 아무것도 밝혀진 바 없이 의문만 증폭되어 더 답답할 따름이다. 자면서 쉬면 기억을 되찾을 수 있게 될까. 사회소설을 주로 집필해온 미야베 미유키의 <레벨7>은 좀 묘한 구석이 있는 소설이다. 의문투성이면서 단서들이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기억'에 의존할 수도 없다. 이 소설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는데 1984년 한 정신병원에서 일어난 사건을 계기로 그 실태가 폭로된 '우쓰노미야 병원 사건'을 모티프로 해 구성되어졌다고 한다. 또한 1982년 '호텔 뉴재팬 화재'도 함께 구성되어졌다는 것을 보면 평소 글을 써 오던 그 범위내의 소설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미여사의 다른 소설보다는 착착 사건이 진행되는 맛이 적어 약간은 재미 부분에서 가감되는 면도 없지 않았다.

 

그래도 미미 여사의 소설이라 중간에서 끊지 못하고 2권을 꺼내들며 그 마지막 결론에 좀 더 재미나게 도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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