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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바람을 따라 떠나다 - 스튜어디스의 세계 도시 여행, 그 빛나는 청춘의 기록
신혜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매일 하늘로 출근하는 특별한 직장인들이 있다. 바로 스튜어디스.
이웃 중 유명한 외항사 승무원이 있어 그녀의 일상을 글로 읽으며 이런저런 다른 나라 문화 여행을 신나게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스튜어디스의 여행을 책으로 동행하게 되었다. 이런 일은 아주 신나는 일-.
59개의 국가, 121개의 도시, 8,257시간의 비행...에미레이트 항공 스튜어디스로 낯선 땅에서 보낸 6년 6개월의 나날들이 책 한
권으로 엮어졌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주어진 공식대로 살기엔 청춘이 너무 아까웠다는 저자는 제대로 세상 구경을 하지 못한 것이 억울해
스튜어디스가 되었다고 말했다. 여행가는 혹은 비즈니스를 하러 가는 사람들의 온갖 비위를 맞추며 귀가 먹먹해지는 하늘 위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텐데 어렵고 낯설었을 이 일을 두고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할 만큼 여유도 생겼다고 말한다. 비행이 그녀를 비단
떠나는 공간에만 올려 놓은 것이 아니라 인생이 여무는 순간에도 이르게 했나보다.
마지막 비행을 앞두고 교보문고 북뉴스에서 'Fly in the heaven'이라는 타이틀로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책을 냈다는 저자의
책제목은 그래서 [낯선 바람을 따라 떠나다]다. 승무원이 되는 방법을 기술한 책도, 스튜어디스가 되면 누릴 수 있는 혜택들을 나열한 책도
아니어서 반가웠으며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지역들을 눈여겨 볼 수 있어 좋았다. 사실 중동 지역은 우리에게 익숙한 곳은 아니니까.
에미레이트 항공사의 본사가 있다는 두바이는 '칠성급 호텔'의 한 요리사가 부각된 cf속에서나 들어본 도시였고 내게 중동 지역은 석유가
풍부하긴 하지만 영토분쟁이 있고 전쟁발발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그녀가 소개하는 중동으로부터 시작되는 여행은 평화로움이 가득했다.
탈출의 의미가 아닌 여가의 의미가 강했던 그녀의 여행지 소개들을 보며 편견이 사람의 지식을 얼마나 협소하게 죄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칸으로 가는 도중에 만날 수 있다는 앙티브는 천해의 자연 풀 같았으며 로맨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라벨로는 벽면에 부착된 작은 등에
이르기까지 아기자기한 곳이라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 리스트에 올려두기도 했다. 승무원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몰타는 그런 국가가 있는 줄도 몰랐다가
홀딱 반하게 되었는데 지중해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몰타에서 딱 1주일만이라도 푹 쉬다 오면 좋겠다 싶어지기도 했다.
p287 당신이 떠나고 싶은 세상은 어느 곳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례적이긴 하지만 이슬람 국가의 승무원이라 라마단 때엔 승무원들도 바빠진다니....이 사실은 너무 이색적이게 느껴졌는데, 무슬림들도
라마단이라고해서 출장이나 여행을 피할 재간은 없다고 하니 전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먹고 사는 일이 가장 급한 일인 것은 맞는 모양이었다. 승무원이
특정 종교의 금식까지 챙겨야 한다니....타국의 승무원이 되는 일은 문화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일이었음을 그녀의 경험을 통해 함께
깨닫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라마단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했지 정확한 뜻을 꿰고 있진 못했는데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로 '매우 더운 달'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높은 고도에서 전문가로 거듭나는 일은 분명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춰서도 안되며, 미소를 잊어서도 안된다. 하지만
잘해내고 있다. 우리네 대한민국 여성들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제 몫을 다하며. 그래서 에세이라곤 하지만 낯선 바람을 따라 떠났던 그녀의 경험들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자랑스러움을 가득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