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그리는 여자 - 벤츠 최초 여성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조진영 지음 / 열림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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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라는 이름이 붙는 것은 언제나 의미가 강하다. 어렵기도 하거니와 이전에 없었던 것에 대한 찬사와 놀라움도 함께 덧붙는다. 사람 앞에 붙는다면 더더욱. 깐깐하기 짝이 없는 원리원칙주의가 팽배한 국가인 독일에서 그것도 남성들로만 이루어진 분야에서 벤츠사의 익스테리어 디자이너가 된 조진영. 줄리아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녀는 국적, 인종, 성별을 뛰어넘은 쾌거를 이루어냈다. 팀내 최초의 여성 정규직 디자이너인 그녀가 빛나는 이유는

 

p34 외로움과 싸우는 것

      그것이 내가 이 회사에서, 이 나라, 이 도시에서 배우고 있는 가장 중요한 레슨이다

 

라는 그 정신을 바탕으로 이루어낸 성과였기 때문이다. TV만 틀면 나오는 정형화된 얼굴들보다 그녀가 훨씬 예쁘고 멋져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양인은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는 브리티시 센터너리 어워드를 받았고 앤공주가 창립한 유서깊은 길드인 '코치 메이커'에서 차세계 자동차 디자이너에게 주는 상까지 휩쓴 그녀는 과연 어떻게 자라왔을까.

 

미국에서 태어나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한국에서 스트레이트로 마치고 대학원은 영국에서 그리고 첫 직장의 둥지는 독일에서 튼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면 모두가 기회였고 모든 것이 혜택처럼 보여진다. '그럼 그렇지~'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환경이 자꾸 바뀌는 낯섦 속에서 적응해야하고 외로움을 극복해야 했을 것이며 다른 문화와 차별도 분명 존재했으리라 본다. 모든 기회도 제 스스로 움켜잡아야 기회가 결과로 이어진다는 거다. 그래왔기에 이 젋은 여성의 커리어에 주목하고 기회를 주고 결국 벤츠가 선택한 것이 아닐까. 그녀를-.

 

삶이 언제나 즐거움만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세계 각국을 투어링하고 여러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고 해도 인생은 언제나 출항된 배와 같아서 그 파도가 늘 잔잔할 수만은 없다. 그럴때 그녀는 극복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인단다.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그녀의 경험들을 읽어나가며 나는 어떻게 했었나? 되짚어 보게 된다. 당시에는 현명하게 지나온 듯 해온 시절도 되짚어보면 참 서툴기 짝이 없어 부끄럽지만.

 

이제 갓 30대에 접어든 저자에게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20대에 열심히 부착한 터보엔진을 가동시켜 30대라는 아우토반을 질주해야만 할 것이다. 그녀가 여자라서,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멋지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이웃이라서 나는 그녀의 다음 소식에 주목하고 있다. 어쩌면 벤츠에서, 아니면 엉뚱하게 다른 여행을 한다든가 하게 되더라도 그녀라면 분명 멋진 다음 소식을 책이나 매체를 통해 전해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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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5
오노 후유미 지음, 김소형 옮김 / 조은세상(북두)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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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위대한 판타지를 쓰면서 저자 오노 후유미는 아주 인간적인 고뇌에 빠져 있었다. 저돌적으로 자신만만하게 일필휘지했을 것만 같았는데 아니었나보다. '상'을 '탁자'로 바꾸기도 했다가 '건물'을 그래도 '건물'로 써도 좋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의문에 빠지기도 했다고 한다. 전지적 작가의 시점인 판타지에서 자기가 좋을 대로 써도 좋으련만 세세한 단어 하나까지 고심했다는 것에 감동 받아 버렸다. 쉽게 쓰여진 글이 아니구나! 하고.

 

이 시대, 이 세계관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세계만의 언어를 만들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그 어느 독자도 제대로 읽지 못할 듯 하여 그만 두었다는 걱정 아닌 걱정. 치열하게 속으로 갈등해온 결과물이기 때문에 이토록 멋지게 쓰여졌구나 싶어진다.

 

흔히 '십이국기' 라 불린 이 작품에 실은 따로 붙인 시리즈명이 없다는 고백도 의외였다. 가장 부르기 쉽고 모두가 그렇게 부르고 있어 그냥 십이국기가 되었다는데 아직 세 국가 밖에 쓰지 않았으니 완전 참말은 아닌가 하는 진심어린 걱정까지도....나이가 많은 작가의 소소한 고백이 이토록 즐겁게 읽힐 수가 없다. 그간 진지하게 앞 권들을 읽어온 내게 이 번 5권은 여러 모로 좋은 관점에서 읽혀지고 이해되어져 갔다.

 

버려진 두 아이가 있었다. 영웅은 고난에서 태어나고 역경을 뚫어야 한다지만 '십이국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버려짐을 통해 자신을 바로 세운다. 모두 그러했다. 이번 이야기라고 다르지 않았다. 부모가 곤란해 할까봐 죽도록 버리고 간 상황을 이해하고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아이도, 잡은 손을 놓고 간 엄마를 찾아 걷다가 절벽에서 밀려 떨어진 아이도 어쨌든 가족에게서 버림 받았다.

 

그리고 각각 다르게 자라 효왕이 쓰러진 안주국에서 운명처럼 마주쳤다. 안국은 쇼류를 새 왕으로 맞아 처음처럼 부국한 국가인 줄 알았더니 제후의 난과 배신의 시간을 지나 안으로부터 강해진 케이스였다. 자기합리화에 강한 아츠유의 난을 평정하고 삼기육축을 구축하면서 백성이 스스로를 지키는 내실 강한 국가로 거듭났던 것이다.

 

이제껏 판타지는 서양의 그것이라고만 생각해왔던 내게 동양풍 판타지의 정수를 보여준 '십이국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더 감칠맛 나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래서 얼른 다음 권을 서둘러 집어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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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7
오노 후유미 지음, 김소형 옮김 / 조은세상(북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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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경의 여왕으로 등극한 요코. 아직 많이 미숙하고 여전히 완벽하진 않아 경은 여전히 가난한 국가지만 전왕의 실업들을 하나하나 덮어나가며 성장하고 있었다. 분명. 그리고 그 누구와도 다른 여왕의 길을 걷고 있다. 겨우 10대의 소녀인 그녀가.

 

'여왕 치세'엔 언제나 불안정했다면 다들 수근거리고 있지만 요코는 요코 나름대로 동분서주하며 국가를 위해 사람들을 위해 그 선택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었고 경의 부흥과 안정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 와중에 만나게 된 동갑내기 소녀 쇼우케이와 스즈까지 자신의 사람으로 감싸 안으면서 좀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적의를 가진 타인을 팬으로 만드는 힘이야 말로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그 점으로 보자면 경은 가장 좋은 왕제를 왕으로 승격시켰고 기린의 선택은 독이 아닌 약이 된 셈이다. 십이국기는 완벽한 세계관을 가진 판타지인만큼 읽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가득한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모두의 이야기와 이어져 있어 더욱 그러한 듯 싶다.

 

아직 애니메이션을 보진 못했지만 분명 글이 주는 재미와 달리 영상이 전하는 재미 역시 쏠쏠하리라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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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2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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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방송국 간부로 일하다가 전업작가가 된  EL제임스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의 라인을 살짝 벗어나 있다. 백만장자가 내미는 계약서에 싸인하는 순간 그녀는 그의 소유물이 되었고 갓 대학을 졸업한 그녀에게 그 일은 아주 달콤한 시간이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까지 '처녀성'을 간직하고 있었던 그녀가 선택한 남자, 크리스천.

 

순진한 아나스타샤가 크리스천과 하는 밀당은 연애의 고수처럼 보여서 살짝 어리둥절했고 사랑하지 않고 섹스만 하는 관계를 원한다는 크리스천은 반대로 너무나 로맨틱한 남자여서 혼란스러웠지만 모두의 연애는 비슷하면서도 세상 모든 연애는 그 당사자 둘만 아는 비밀이기에 두 사람의 사랑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 어떤 편견의 잣대를 대지 않고서.

 

맥북, 블랙베리, 소설 '테스'의 초판본, 랄프 로렌 속옷, 비싼 차까지 어마어마한 선물을 덜컥덜컥 안기기 일쑤인 남자가 원하는 잠자리는 BDSM적이지만 그와의 섹스가 만족스럽다면 그들은 천생연분인 것일까. 세상의 눈이야 어쨌든 간에 둘 만 좋다면 그들의 사랑은 핑크빛일텐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나스타샤는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사랑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면서.

 

영화에서는 이부분이 쏘옥 빠져 있어서 아나스타샤의 마음이 갑자기 왜 돌아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책에서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좌절하면서 그의 어린 시절 상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아나, 관계 속에서 사랑의 가치를 따져보는 아나, 대답을 듣고 해답을 찾길 원하는 아나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져 한결 이해도를 높이며 읽을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이에 왜 '복종'이 필요하며 '주인님'이라는 호칭이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의문스러웠으나 이 모든 의문은 크리스천의 잠꼬대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P340  날 떠나지 마. 날 떠나지 않겠다고 했잖아

 

자면서까지 불안해하는 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진심. 낮의 왕국에서는 그토록 부유하고 완벽해 보였던 남자가 한 여자의 옆자리에서는 너무나 연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남자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진심을 알았다고 해도 지금 그대로의 관계지속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그래서 아나는 그를 떠나기로 결심했고 그에게 이별을 던진 채 집을 나왔던 것이었다.

 

이 시리즈가 3부작이라니 아마 영화도 다음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겠지. 원작만큼이나 좀 더 디테일하게 심리를 따라갈 수 있다면 좋겠다 싶다. 다음 번 영화에서는. 원작을 읽어보니 더더욱 그 마음이 굳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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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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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은 어쨌든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있다는 거다. 명작이라 하더라도 무관심 속에 잊혀진다면 그 작품의 의미는 퇴색되고 말테니까. 이 말많은 작품을 원작을 읽기 이전에 영화로 먼저 접한 나로서는 상당한 혼란에 휩싸이고 말았는데 b급 영화의 형태에 할리퀸 로맨스 + 사조히즘적인 요소가 가미된 듯한 조합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고 근접해야할까 난감해졌기 때문이다. <색,계> 같은 감동을 기대했던 내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충격을 던져주었고 그 갑작스럽고 개연성 없는 결말은 불켜진 이후에도 자리에서 쉽게 일어서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그 원작이.

 

보여주기식 영상이 아닌 감정이입이 훨씬 진한 '글'이라는 매체 속에서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면서 책을 친구에게 빌렸는데, 일단 결과적으로 보면 책이 영상보다는 훨씬 나았다. 나의 경우엔. 여주인공 아나스타샤의 심리를 그때그때 엿보며 상황 속에서의 행동들을 쫓을 수 있었기 때문에. 영화에서 "대체 왜 저러지?","저 장면에서 감정은 대체 어떤거야?" 라는 의문이 들었던 부분들이 책 속에서는 솔솔 다 풀려 버려서 오히려 책을 읽고 영화를 봤다면 생각보다 더 좋은 느낌을 간직할 수 있지 않았을까 했을 정도였다.

 

석달만에 3천만 부가 팔렸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젊고 매력적인 백만장자 그레이가 친구가 아파 대신 인터뷰 갔던 아나스타샤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시작된다. 조용히 그러나 위험하게 그녀의 주변을 맴돌던 그 남자.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신 날에 술집 위치를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나타나 번개처럼 데려가고, 진하게 키스하면서도 자신에게서 멀어지라고 말하면서, 사랑하지만 함께 잘 수 없다고 말하는 묘한 연애의 시작. 이정도의 설레임에서 끝났다면 좋았으련만 이야기는 '푸른 수염' + " 프리티우먼"을 덧입혀 아나스타샤를 더욱더 비밀스런 관계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어린 시절을 불행하게 보내다가 화목한 가정의 둘째로 입양된 크리스천. 그레이 가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되었지만 엄마의 친구가 사춘기 시절에 끼친 성적인 영향력은 그의 성적 취향을 남다르게 바꾸어 버렸고 이후 15명의 여자들과 오락실에 머물면서 남들은 모를 은밀한 사생활을 즐겨왔다. 애인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 변태? 사슬과 수갑이 가득한 벽면, 채찍도 종류별로 구비되어 있으며 자신을 '도미넌트'라고 명명하는 이 남자와의 로맨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미 계약서에 싸인해 버린 아나스타샤는 2권에서 만족하게 될까? 후회하게 될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얼른 2권을 읽어보아야겠다 싶다. 영화를 보았으나 결말이 찝찝했기에 책에서는 그 설명이 좀 더 자세하기를 바라면서 2권 첫 장을 펼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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