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사용법 - 변호사 앞에만 서면 주눅드는 당신을 위한 전문가 사용법 시리즈 1
김향훈 지음 / 라온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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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보고 눈시울을 붉힌 적이 있다. 내 맘 같은 변호사. 그런 변호사가 흔하지 않기에 천만관객과 함께 감동을 호흡했던 것이 아닐까. 그 모델이 된 전직 대통령에 대한 논란은 잠시 접어두고서라도. 이야기 자체는 정말 서민을 위한 서민에 의한 서민이었던 한 변호사의 용기있는 외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변호사를 만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법 없이도 살 것 같던 내게도 법과 가까이 해야할 순간이 오긴 했으니 재판이 교통사고와 같다는 저자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살아보니까. 나만 운전을 잘한다고 해서 교통사고를 피해갈 수 없는 것처럼 소송도 마찬가지다. 나만 법을 잘 지키고 살아간다고 해서 소송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악의적인 상대방을 만나고 상대의 거짓과 뻔뻔함이 지속되는데 큰 금액이 아니라고 해서 넘어가 버리면 또 다른 피해자들이 속출할 것만 같았고 정말 그렇게 되어버렸다.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도 양심을 저버리고 '나만 행복하면 돼'라며 도덕적인 삶을 던진 한 아줌마와 나는 소송이 붙었고 법원이 나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여전히 그 아줌마는 여기저기 사기를치고 거짓말을 해 대며 '나는 멋지고 좋은 사람. 세상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일삼고 살고 있다. 법원의 판결은 무시한 채로. 나는 나쁘지 않으나 상황이 그땐 그랬다며 자기합리화로 자신을 포장하고 정치인이 되기 위한 초석을 닦고 다니는 그 아줌마가 절대 지역에서건, 나라에서건 공적인물이 되어 '공공의 적'이 되지 않기를. 힘을 휘둘러 더 많은 억울한 사람들을 양상해내지 않기를 바라면서 나는 법을 뒤져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관공서를 뛰어다녔다.

 

그 와중에 섞어 문드러진 관행도 보았고 그저 관공서의 한 귀퉁이에 책상을 가지고 있을 뿐이면서 그것도 권력이라고 큰소리 쳐대는 웃긴 인사도 보았으며 '악질적인 여자'라며 분노하고 함께 애석해했지만 그조차도 어쩔 수 없어 화만 내던 사람도 겪어보았다. 2년.참으로 길고 긴 시간동안 '할 수 없어서 못한 것'보다는 차례차례 순서를 밟아가며 차근히 나아가자는 생각으로 진행해온 시간이었기에 처음부터 마지막의 한 방은 준비해두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래서 쓰러지지 않고 끝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런 내게 2년 전부터 이 변호사의 책이 주어졌더라면 어땠을까. 바로 사회에서 그녀를 매장시켜버리고 가족에게 얼굴을 들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쉬운 방법을 택해버렸을까. 그렇지 않다면 그냥 손놓고 포기해버렸을까. 어쩌면 2년전 그날 같은 오늘을 맞고 있는 나같은 누군가에게 이 책은 '선택'을 위한 좋은 교본이 될 수 있겠다 싶어져 책의 내용을 공유하고 싶어졌다.

 

12년 차 현직 변호사가 폭로하는 그들의 속마음! 은행의 사용법처럼 이 책을 읽고나면 '변호사'라는 직함은 이전과 달리 아주 쉬운 이웃의 이름이 될지도 모른다. 거대한 벽같았고 '갑질'하는 인간들의 하수인 같기만 했던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면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변호사 2만 명의 시대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그들로부터 정당한 법률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그들이 사는 세계를 알아야만 한다. 계산을 읽고 생각을 읽고 그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들어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만한다. 내 변호사는 내 편일까? 그렇게 생각해왔던 순진한 마음을 버리고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 되어 재판부도 동료 변호사도 의뢰인의 편도 아닌 그들이 내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만드는 것도 오롯이 나의 몫이다. 수임료를 지불했다고 재판을 변호사에게만 맡겨둔다면 그것 역시 방임이 되는 것이다. 나의 일인데. 그 누구보다 내가 앞장서야 하는 일인데 말이다.

 

p164  어느 업종이든 나쁜 사람은 꼭 있다

 

나의 경우엔 이미 나쁜 사람을 만나버렸다. 그리고 변호사와 법에게도 뒤통수를 맞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승소판결을 받았고 법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상황적으로나 악질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피의자에 대한 공정한 처벌을 준비중에 있다.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고 무서워할 방법으로. 그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안전할 것이다'라는 착각을 버렸다. 세상이 조화롭지 않지만 우리는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톡톡히 배운 시간이었고 나의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적극적으로 나설때 세상도 나를 돕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기도 했다.

 

이 책은 '제대로 선택해서 제대로 활용하여 최대한의 억울한 상황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사람'을 위한 스타트북처럼 읽혔으면 좋겠다. 변호사 선정의 기준부터 전문 변호사를 식별하는 방법과 재판 비용에 이르기까지 그간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답들이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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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패밀리
고은규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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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삐걱거림이 보인다.  제 오라비에게 "새끼야"라고 거침없이 내뱉는 여동생이 있질 않나~ 스물둘이나 되는 아들은 어린애처럼 대하면서 정작 반 년 가까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남편에겐 관심없는 엄마,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미주알 고주알 아빠에게 찾아가 그대로 불어서 가정 내에서 별명이 '확성기'인 오빠. 어쩌면 평범할지 모르고 또 어쩌면 너무나 슬퍼서 눈물조차 안 날 이 가족들은 불량가족보다야 훨씬 건전하게 살아가고 고 있는 소시민들이지만 화목하지도 희망차지도 않아 나는 이들이 과연 <<알바패밀리>> 속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도입부 내내 궁금했더랬다.

 

자칭 타칭 "세일즈 프로모션" 리뷰왕인 여동생 로라는 주목할 만한 상품 사용 후기를 남겨 스스로 용돈을 풍족히 벌어쓰고 있는 자립형 20대다. 엄마가 친적들마다 붙잡고 자랑할만큼. 그런 그녀는 재가 발랄한 문장과, 유머 재치 등을 기본 무기로 탑재한 채 제품에 대한 타이트한 분석을 통해 많은 팔로워들을 양상해냈고 그녀가 올리는 물품들은 재빠르게 판매되면서 로라는 인터넷 후기 완판녀로 등극했다. 다만 활용한 값비싼 물품들은 리뷰작성 후 '소비자보호원'까지 들먹이며 곧바로 반품되기 일쑤였고 값싼 옷들은 가차 없이 내버려졌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로라가 세상의 한 쪽에서 반품을 치는 사이, 특색 없는 '호두가구'를 운영중인 아버지는 반대의 입장이 되어 반품에 반품을 맞고 있었다. 방송 상품으로 판매 되었다가 경쟁사에서 1+1을 하는 바람에 죄다 반품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로라는 누구를 닮았단 말인가. 아버지보다는 역시 엄마쪽 피가 강했던 것일까. 가격에 민감햇던 엄마는 옆 마트보다 가격이 비싸면 거침 없이 항의하고 불친절한 계산원을 고객만족센터에 알려야만 직성이 풀렸다. 마치 로라처럼. 하지만 엄마는 자신의 미래를 한치 앞도 알지 못했으니...바로 그랬던 엄마가 마트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오호, 통재라~

 

세상사 새옹지마라고 한때 리뷰왕이었던 로라는 강퇴당한 후 스포츠센터의 수질요원으로 고생하다 R컬렉션의 시간제 알바로 정착하나 싶더니 편의점 알바의 삶으로 내던져졌다. 오빠 로민 역시 R컬렉션에서 일하다 동정심이 혹해 거지에게 옷 한벌 건넸다가 잘렸고 엄마는 생활고에 찌들리다가 마트 계산원으로 전단지 배포원으로 겨우겨우 삶을 꾸려나간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무능한 가장이었던 아빠 역시 가구회사를 말아먹은 후 가족들 몰래 인간간판(?) 알바를 하다가 가족들이 행사보조요원으로 일하는 곳에 나타나 국회의원을 향해 빵을 내던지는 만행을 저질러버렸다.

 

P 163  그러나 의욕은 의욕으로 끝났다

 

우습게도 이들의 모습이 대한민국 서민들의 생활과 다르지 않다는 거다. 물론 희화되었고 풍자되었으며 다소 블랙코미디처럼 연출되어 있지만 뉴스에 연일보도되는 가계대출, 빚잔치인 대한민국 가정경제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무섭도록 소름끼친다. 이들의 미래가 불투명 한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한 줄기 빛이 들어차지 않을까봐 약간의 우려와 걱정 섞인 시선으로 책을 읽다가 그만 끝까지 다 읽어 버렸다. 우습지만 슬펐고 기발했지만 눈물겨웠다. 그토록 배꼽잡고 뒹굴렀던 <트렁커> 와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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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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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회 세계문학상 대상작의 작품은 고양이 집사들에겐 깜짝 놀라고도 남을만한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고양이를 잡아 먹은 오리>라니. 오리가 진짜 고양이를???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1억원 고료 소설의 내용은 그 상금과 상관없이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뒤흔들만큼 충격적이었는데 의외로 그 첫문당은 담담하게 그리고 평이하게 시작된다.

 

p7 불광천에는 오리가 산다

 

로 시작해서 바로 다음 문장이 '돈이 없다'이다. 삼단논법에 따라 그리하여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오리를? 이 아니라 아무 상관 없는 이 두 문장이 합쳐져서 그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이야기다. 2012년 8월 통장엔 1764원 밖에 없던 시절, 월세조차 내지 못해 마지막 통첩을 받아야 했던 33세의 남자는 일당 5만원짜리 일거리를 잡기 위해 해치아파트 1305호 노인을 만나러 집을 나섰다.

 

p14 오로지 오리만. 되도록 선명하게. 얼굴을 똑똑히 알아볼 수 있도록

 

찍어 오는 것이 그의 임무. 노인이 기르던 고양이 호순이를 불광천 수많은 오리 중 한마리가 홀랑 잡아 먹어버렸단다. 그것도 노인이 보는 눈 앞에서. 그 원수의 얼굴을 잊지 못해 오리를 잡고야 말겠다는 노인은 그가 하루 종일 찍어오는 오리들의 사진을 보며 범인 색출에 나섰다. 아불싸. 혼자가 아니었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던 여자도 노인에게 고용되어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형편에 쪼들려가며 소설을 쓰던 남자와 증권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다 주식으로 전재산을 다 날려 버린 여자는 매일매일 불광천에 나와 오리들의 얼굴을 요리조리 살펴가며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댔다. 하지만 그놈이 그놈 같고 저놈도 이놈같은 얼굴 속에서 그때 그 오리를 찾는 일이란 바늘 구멍을 통과할 수 있는 낙타를 찾는 일과 같았다. 그래서 그들은 노인을 위해 호순이와 똑같은 고양이를 찾기 시작했다. 죽었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 바에야 살아있는 것으로 둔갑시킨다면 노인이 이 소모적인 일들을 다 그만 둘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노인의 꼬맹이 손자가 동참했고 다른 마음이긴 했지만 노인의 아들도 동참했다. 손자와 달리 아들은 아비의 돈이 목적이었지만.

 

떵떵거릴만큼 잘 살던 노인은 아들로 인해 재산을 다 잃었다. 병으로 아내도 잃고 오리 때문에 애지중지하던 고양이도 잃었다. 말년운이 이토록 박복한 노인에게도 볕뜰날이 오려는지 핏방울 하나 섞이지 않은 두 남녀와 가족인 손자가 그를 걱정하며 그를 위한 연극에 나섰던 것이다. 그들은 동물병원, 보호소, 인터넷 카페 등을 뒤져서 호순이와 똑같은 고양이를 찾아내고 돈에 눈이 먼 아들을 시켜 오리 한마리를 찾아냈다. 그리고 노인 앞에 그들을 들이밀었다. 제발 그가 그만두어주기를 기대하면서.

 

하지만 노인은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아무 말이 없다. 그저 오리와 고양이만 쳐댜볼 뿐. 그리고 그는 우문현답을 솔로몬 왕처럼 내렸다. "고양이가 오리를 잡아먹는지, 오리가 고양이를 잡아먹는지, 둘 중 하나로 결판이 나야 나도 다음에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겠다"라며. 둘을 그냥 지켜보기로 했단다. 이보다 현명한 답이 또 어디 있을까. 오리와 고양이는 현명하게도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공존의 길을 찾았고 노인의 집에도 드디어 평화가 찾아왔다.

 

그런데 마지막에 남은 의문 하나. 정말 호순이는 오리에게 잡아 먹혔던 것일까? 세상에는 고양이를 잡아 먹는 오리도 있단 말인가? 이 의문은 대체 어디서 풀어야 한단 말인가. 동물농장에라도 제보해서 그 답을 얻어야 하는 것일까. 난감하네. 정말 난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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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Is Not Easy - 죽어도 영어가 늘지 않는 당신을 위한 책
루시 구티에레즈 지음, Claire Park 감수 / NEWRUN(뉴런)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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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기본 영어"라고 불리던 영어 문법서가 있었다. 요즘 학생들이야 더 좋은 책들이 차고 넘치다보니 고르고 골라서 공부하겠지만 그 시절 우리들에겐 "빨간 기본 영어","맨투맨","성문영어"가 전부였다. 이렇게 고백하고 보니 나이가 참 많은 것 같지만 그 시절 독서실에 가면 교과서와 참고서 외엔 이 책들이 기본으로 꽂혀 있었고 서로 빌려보고 빌려주기도 했더랬다. 그때 그 친구들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지 참 그립기만하다.

 

잠시 추억에 잠길 수 있도록 만든 루시 구티에레즈의 "ENGLISH IS NOT EASY"는 표지가 빨간색이다. 미국이나 영국도 아닌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가 한국으로 보낸 '죽어도 영어가 늘지 않는 당신을 위한 책'이라니 참 낯설다. 보통 영어는 미쿡(?)사람이나 영국사람 내지는 호주사람에게 배우는 것이라 여겼는데 그동안의 편견을 깨고 기분좋게 다시 영어를 가까이 접하게 만든 것은 그녀가 첫 장에 고백한 그 솔직한 마음이 내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세상엔 언어를 쉽게 배우는 사람과 언어 때문에 고군분투하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고 후자에 속한다는 그녀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들인 시간과 돈이 꽤 된다는 그 고백! 대다수 주입식 영어교육을 받아온 대한민국 사람들의 현실과 동일한 그 고백! 그녀의 과거가 나의 지난 날과 닮아 있어 쓴웃음이 났고 쉽게 똑똑해지도록 만들어주겠다는 그 용기에 탐복해 다시 영어와 친해지려 노력해보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을 활용하는 팁 한가지! 어디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어른들을 위한 생활영어를 그림과 함께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알려주겠단다. 그렇다면 그림->영어->한글 순으로 눈옮김을 한다면 쭉 훑어보면서도 잔상들이 머릿 속에 남아 영어실력이 쑥쑥 자라나게 될 것만 같았다.

 

일주일. 딱 일주일동안 이 책을 틈틈이 활용하면서 가장 큰 수확은 "꾸준히" 탐독했다는 거다. 졸업후 공부다운 공부를 하려고 결심하면 작심삼일이 되었던 것과 달리 구티에레즈의 영어책은 일주일이나 스스로 찾아보게 만들었고 쓰면서 달달 외워 익히는 표현들이 아니라 즐거이 구경하며 자주자주 펼쳐보게 만드는....머릿 속에 사진을 찰칵 찍어 영상을 기억하게 만드는 효과를 내고 있었다. 딱 일주일만에 뭐 그리 똑똑해졌으랴 만은 적어도 2015년 다시 영어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게 되었고 이 책이 너덜너덜해질때까지 보고 또 보게 되겠구나 라는 희망이 생겼다.

 

목차만 보자면 기존의 문법책에 나오는 것들과 유사해 보인다. 주격대명사/현재시제/의문사/명령문/가산불가산 명사/장소 전치사/비교급 최상급/과거진행시제 등등. 하지만 알파벳만 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여백이 많고 그림이 많고 재미가 가득해 다시 영어문법을 시작하고 싶은 성인에게 강추하게 되는 책이 바로 이 빨간 표지의 책이다.

 

영어 공부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 책은 가뭄 끝에 만나는 단비처럼 시원하고 또 달콤하게 느껴질 것이다. 내게도 그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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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11 - 제7부 화서의 꿈
오노 후유미 지음, 김윤주 옮김 / 조은세상(북두)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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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권을 읽기 시작할 땐 미처 알지 못했다. 동양풍의 판타지가 이토록 재미있으리라고는. 그 옛날 <아르미안의 네딸들>이 한 권, 한 권 더디게 출간되는 것을 목빠지게 기다렸던 것처럼 나는 "십이국기 시리즈"에 푹 빠져 한 주를 흘려보냈다.

 

11권 째에 이르렀으나 아직 12국을 다 둘러보지 못했고 겨우 "대","안',"경","교,"공"등을 둘러 본 듯 한데, 앞으로의 이야기가 남아 꽤 오랫동안 이야기에 빠져 지낼 수 있겠구나 싶어 도리어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화서의 꿈이라...예쁜 타이틀을 달고 쓰여진 11번째 권 속에서 등장하는 재주국은 신왕이 등극한 나라다. 신왕 시쇼우는 황폐한 국토를 보며 "화서"의 원대한 꿈을 꾸었다. 재주국 보물인 화서화타는 보옥으로 만들어진 복숭아 가지로 베개맡에 꽂아두고 자면 화서지몽을 보여준다는 보물인데 이 화서지몽을 보여주겠다며 큰소리쳤던 시쇼우는 최선을 다했으나 재주국의 기린은 실도했다. 즉 왕이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다는 의미다.

 

긴 병상을 떨치고 일어나지 못한 기린 슈카로 인해 왕조의 종말은 예언되었고 곧이어 시쇼우는 그토록 믿었던 에이슈크의 농간에 빠져 동생 쥰코우와 아버지를 죽이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그 잘못을 죽음으로 바로 잡았다. 이상은 높았으나 실현할 능력이 부족했던 왕의 슬픈 죽음. 바람직한 모습의 이상향만을 원하면서 현실을 간과했던 왕의 최후였다. 슬프게도.

 

p268  백성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라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다.

 

반면 류는 죠 로호우라는 류왕이 통치하고 있는 나라인데 봉산에 오른 이도 아닌 그가 어떻게 왕이 되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나라가 기울어가고 있음을 백성들은 조용히 눈치채고 있었고 여행자들도 어렴풋이 그 분위기를 간파하고 있었다. 다만 한 번 왕이 되면 스스로 그만둔다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어려운 일인듯 했다. 죽음 끝에서야 내려올 수 있는 자리이기에 그 책임은 더더욱 막중해지는 것이다. 300년을 지난 왕조는 12국 중 '주'와 '안'이 유일하다고 하니 통치자의 고뇌의 늪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류를 지나온 리코우는 주의 수도인 융흡으로 들어섰다. 어머니 이자 황후인 메이키의 걱정도, 형 리타츠의 한숨도, 동생인 문공주의 웃음도 그를 붙잡을 수 없었다. 바람처럼 떠돌다 돌아왔지만 그는 언제나 되돌아온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도 결국엔 꼭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오고 만다. 연어처럼.

 

11권에 이르러서도 12국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어느 한 나라의 이야기도 끝맺음 없이 진행형이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그래서 더 궁금해지고 결국 그 결말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꼭 끝까지 기다렸다 보고야 말리라는 즐거운 기다림을 목표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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