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깨려는 용기가 필요해 - 카이스트 교수가 가르쳐주는 학교와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것
노준용 지음 / 이지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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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면서는

어느 한순간도 행복할 리 없다

 

좋아하는 것만 선택하며 살 수는 없다. 인생은....이라는 말을 듣고 자라서인지 '잘하는 것'과 '잘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고민하다 적절한 타협점을 찾곤 했던 내게 <틀을 깨려는 용기가 필요해>는 새로운 바이블이었다. 나는 전형적인 한국인 부모 밑에서 성장했다. 자녀에게 "yes" 마크를 찍어주는 유대인 부모와 달리 "안된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고 "그래서 되겠냐?"는 걱정은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개인에게 사회적인 지원이 저조한 경쟁국가 속에서 자식이 우수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나의 부모라고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자랐지만 내가 부모 세대로 올라선 지금은 좀 다른 시각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바라보아야하지 않을까. 세대가 매번 똑같이 대물림 된다면 우물안 개구리도 죽고 말겠다는 답답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른이 되면서부터는....

 

 

p134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오는 것이지만

          그 기회를 잡는 것은 공평하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카이스트에서 이고초려 끝에 모시고(?)온 노준용 교수, 헐리우드에서 활동한 CG분야 최고 전문가였던 그는 실패없는 삶을 살았을 것 같았는데 책을 읽고보니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첫번째 실패로 인한 좌절 그리고 선택이 그의 인생을 180도 바꾸어 놓았던 것. 그야말로 '전화위복'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삶을 그는 살아왔다. 공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리 결심하며 12년을 내달려왔지만 주어진 현실은 삼수생이었던 그는 미국행을 택했다. 대한민국에서는 그토록 원했건만 열리지 않았던 1지망 대학의 문이 미국에서는 간단하게도 여러군데에서 열리는 것을 보고 그동안의 시간이 도리어 아깝게 여겨졌다고 말한 노교수. 좀 더 넓은 세상의 문이 기다리고 있는데 굳이 우물안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이후 헐리우드가 원하는 융합형 인재로 성장한 그는 <수퍼맨 리턴즈>,<나니아 연대기>,<가필드>,<80일간의 세계일주>,<반지의 제왕>,<아바타>등의 작업에 참여하며 그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런 그가 말한다. 프로그래밍 능력은 공대의 영역이 아니라 인문학의 영역이며 다른 언어의 일종이라고. 스탠포드 대학의 입학원서의 구사가능한 언어 체크 영역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하지만 40대에 접어든 그는 더이상 인생에 바라는 바가 없는 것일까? 미국에 거주용 집고 별장용 집을 구매해놓고 주식으로 풍족한 계좌를 채워 두었던 든든한 30대엔 몰랐다고 했다. 40대가 되어 빈털털이가 되어 버릴 줄은....2008년 터진 리만 브라더스 사태로 인해 미국 경제의 도산 피해자 중 한 명이 되었던 그는 하지만 다시 일어섰다. 그가 가장 즐거워하고 잘하는 일로. 가장 힘든 순간 단단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가족의 힘이었다고 고백하는 그에게 아내는 든든한 동반자이자 소리없이 믿어주는 숨은 공로자였다. 전단을 붙이고 과외를 하면서도 부끄럽기는 커녕 싫은 내색 한 번 없었다는 아내 그리고 가족 그림에 아빠만 쏘옥 빼놓아서 "혹시 아빠가 없는 가정인가요?"라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만들어낸 아이들.....!!그는 분명 틀을 깨어온 삶을 살아왔지만 그 밑바탕은 역시 개인의 삶이 아닌 가족을 지키는 선택의 길을 걸어온 가장이었던 것이다.

 

CJ기획팀과 함께 이루어낸 스크린 엑스 프로젝트는 글로 읽는 것보다 극장 3면에 영상이 이어진 사진 한 장이 더 충격적이었을만큼 진보적인 기술이었다. 우리의 기술이 미국 LA극장까지 진출하면서 그가 도전해온 프로젝트들은 이제 국가의 틀을 너머 영화라는 분야의 시각적 특수효과나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들의 주춧돌이 되어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경쟁은 과거 또흔 현재의 나와 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그의 활동무대가 전세계인만큼 그와 함께 하는 학생들의 그 시각 또한 세계적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갖지 못한 것에 끝없이 목말라 하라는 긍정의 도전 메시지를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무엇보다 내게 도움이 되었던 충고는 고압적으로 나를 대하거나 나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사람과는 가능한 거리를 두라는 말이었다. 그의 말처럼 나라는 존재는 누구에게나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데 인격적으로 존중해주지 않는 사람을 존중할 이유가 없다고 딱 잘라 말하는 그는 스스로도 그런 사람과는 지속적인 관계를 맺지 않는다고 했다. 2015년 이에 대한 고민을 해 왔던 내겐 적절한 충고가 아닐 수 없겠다.

 

마지막으로 ....전공자이거나 아니거나를 떠나서 책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삶에 오려붙이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걸어온 인생은 내게 필요한 부분을 CTRL+C / CTRL+V하기 참 좋은 책이었다. 재미있으면 일하는 것도 놀이라는 그 말, 참 공감이 가는 한 마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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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생각하는 힘 - 문화의 힘으로 성공한 유대인의 독서, 글쓰기, 토론, 대화법!
이상민 지음 / 라의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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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유니언, 뉴욕타임스, 로이터통신, GE, JP모건체이스, 아메리카은행, 모건스탠리, 시티은행, 골드먼삭스, US스틸, 미국 초기 영화사 8곳, 현재 미국의 4대 메이저 방송국(ABC, CBS, NBC, 폭스 TV), IBM, CNN...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힌트를 준다면 미국의 정치, 군사계를 장악하고 있다. 또 9명 중 1명은 작가다. 세계적인 도시 뉴욕의 실질적인 소유주다.

이쯤되면 맞춘 사람들이 꽤 있지 않을까. 정답은 유대인. <탈무드>로만 알고 있던 그들의 문화. 그리고 그들에 대해 가졌던 편견의 고리를 철저하게 부숴준 <유대인의 생각하는 힘>은 첫장부터 흥미로움 투성이였다. 읽은 페이지가 남겨진 페이지보다 많아진 순간부터 아쉬움으로 치를 떨게 만든 책. 문화의 힘으로 성공한 유대인의 독서, 글쓰기, 토론, 대화법!은 그들의 문화에 대한 부러움을 물씬 남기게 만든 책. 나는 이 책의 내용이 준 문화적 충격에서 벗어나는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음을 고백한다. 마치 막혀 있던 속을 시원한 사이다 한 병이 뻥!! 뚫어준 것처럼.

 

 

유대인의 성공비밀 : 유대인 부모는 자식이 무조건 순종하도록 가르치지 않는다

                            부모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권위를 내세우지도 않는다

 

 

한국은 정말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을 선호하는 나라일까. 그래서 우리는 미래를 포기한 것일까. 무슨 배짱으로 옳은 것보다는 보신을 우선으로 하는 인간을 키워내고 있는 것일까. 이전의 내게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긍정의 분위기보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던 나라였다. 그 땅을 두고 서로의 피를 흘리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며, 테러 / 전쟁 과 함께 언급되는 나라 중 하나이며, 강한 이미지와 독한 이미지가 결합된 그런 나라, 이스라엘. 다르기 때문에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너무 달라서 이해하기가 참 힘든 나라라고 생각했던 그 나라의 문화는 정답이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는 나라 라고 했다. 다름을 인정하며 100명이 있을 때 100개의 답이 있다고 인정하는 나라라고 했다.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고 있으면서도 효율적으로 일하기를 원하여 오후 3~4시가 되면 퇴근시킨다는 나라. 일본에서는 1000년의 영웅 사카모토 료마 단 한 사람이 가졌던 이 생각을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국민 모두가 당연하게 실천하며 살아왔다고 했다. 그들의 힘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나보다. 우리와는 그 출발선이 너무나 달랐던 거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때 나오는 것이 창의성이다.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봄으로써..

틀 안에 갇힌 삶 속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다른 삶을 살아봐야 나온다

틀에서 벗어나봐야 진짜가 보인다

 

 

물론 이 나라의 모든 면이 옳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 점만은 참으로 부럽다 .

자유로움이 틀을 깨고 나온 것이여서 부럽고, 개인이 다수에 묻히는 교육을 타파하고 있어 부럽다. 우리는 언제 이렇게 개인의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인지...

 

마침 저녁 뉴스에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대학진학을 미루고 공무원 학원으로 몰리고 있다는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다. 안정적인 삶을 원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는 곧 대학이 더이상 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국민이 탈무드 공부에 매진하는 동안 국가는 그 가정의 재정에 도움을 주고 학문연구에 힘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나라. 틀을 깨는 자유로운 사고를 존중하는 나라. 부럽고 헛헛해진다.

 

세계를 지배하는 유대인의 생각하는 습관은 다행스럽게도 후천적으로 학습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그들보다 IQ지수가 12포인트가 높으니 배우려는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좋은 문화를 벤치마킹할 수 있지 않을까. 가능성은 충분하지만.....언제 어떻게 누가...시작할 것인지...그것이 문제가 아닐까. 모두가 변해야하는데....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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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선비를 탐하다 1
서은수 지음 / 라비린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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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불같은 성질머리를 고쳐야 할 터인데...."

 

머리에 불붙은 것처럼 화르륵...성질머리를 불태우던 허름한 차림의 꼬맹이의 호통소리가 애처로와서였을까. 도둑으로 몰리면서도 당당한 은명을 도와주었던 서율은 마침 보령의 현감으로 행차하던 참이었다. 열 넷이라는 어린 나이에 대과에 장원급제하여 관직을 받게 된 것도 이례적이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절대 엮여서는 안되는 그들의 운명도 이례적이 아닐 수 없었다.

 

아버지의 배신(?)으로 그 마음에 멍울을 간직한 채 사랑하는 딸을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했던 효경왕후의 딸 은명공주와 왕비의 일가를 사지로 내몰았던 당파의 수장가 핏줄인 서율은 맺어질 수 없는 사이. 특히 승승장구하는 가문에서 다음 재상감으로 밀고 있는 서율은 절대 은명이 원하는대로 은빈으로 살 수 없는 사내였기에 이들의 사랑은 불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끌리고 있는 그들 사이로...엮이는 남녀들이 나타나고....

 

서율을 사랑해 그의 짝으로 암암리에 소문나 있던 소녀는 은명의 아버지인 왕의 눈에 들어 계비로 들어오게 되고 그 곧은 절개를 칭송받던 한성부 관리는 은명의 발랄함에 눈을 떼지 못하게 되어 버렸으니...이들의 사랑은 산넘고 산이라!!!

 

둘 만의 사랑도 벅찬 이들에게 엮인 사람들의 질투와 음모와 이따를 배신은 얼마나 험난한 파도가 되어 그들을 덮칠지 보지 않아도 너무나 뻔해서 2권 읽기가 참으로 두려워진다. 하지만 해피엔딩일 것이 뻔하여 잠시잠깐의 불편함은 접어두고 2권 읽기를 시작해 볼까...싶다. 달달한 로맨스를 원했던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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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용왕의 청혼 1 용왕의 청혼 1
손영미(제이린) 지음 / 그래출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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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이야기보다 만화가 이은헤의 <인어왕자>를 더 신선하게 봤던 내게 <용왕의 청혼>은 또 다른 새로움이었다. 용왕의 청혼이라니.....

 

p5  바다와 뭍을 이어주는 여인을 맞지 않으면, 용왕은 여의주를 잃게 될 것이라

 

수신을 섬기는 해국에 신부를 구하러 올라온 용왕의 일행은 수신의 낙인이 찍힌 여인들을 하나,하나 찾다가 왕궁까지 찾아들어오게 되었다. 역대 용왕은  한 여인만 사랑하며 살지만 용왕비는 그의 집착에 질려 하면서 불행하게 살다가 그 생을 마감한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불행한 결혼을 위해 용왕들을 뭍으로 신부를 찾아 올라왔고....

 

용왕비의 조건은 단 하나, "용왕을 사랑하지 않는 자" 여야만 하는 불운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해국의 옹주 기명에게 그 낙인이 발현되었지만 그녀의 생모인 서계비는 이 기회에 눈엣 가시 갔던 공주 수연을 없애기로 맘 먹고 제례청을 움직여 공주를 용왕 앞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그들이 만났다. 운명처럼.

 

낙인이 없는 여인에게 스스로 낙인을 찍은 용왕으로 인해 바다로 뛰어든 공주 수연과 그가 밀고 당기는 로맨스는 곧 그들 사이에 사랑이 싹트겠구나....를 직감하게 만들지만 수연은 해국의 제 1 왕위 계승자이자 그녀 스스로가 제왕이 되기 위해 준비해온 야심녀인지라 사랑과 권력을 두고 무엇을 선택하게 될지는 1권만 읽고서는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

 

용왕과 공주의 사랑이라....

드라마가 되어도 재미있겠다 싶은 이 이야기는 최근 그 연재를 마치고 예스24에서 전권을 유료 읽기로(1권은 무료) 만나 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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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옳다
길리언 플린 지음, 김희숙 옮김 / 푸른숲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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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언 플린은 마이다스의 손이다. 그녀가 쓴 작품들은 하나 같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고 수상작이 되어 주목을 받아왔다.

<나를 찾아줘>의 원작소설과 영화를 각각 보았던 나는 영상도 글도 너무나 강렬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음권을 읽고 실망하면 어쩌지? 고민이 될만큼 처음 읽은 그녀의 작품은 대박!이었다. 이후 '최고의 책'이라고 극찬 받은 <다크 플레이스>를 읽고 이번에 읽게 된 <나는 언제나 옳다>가 세번째로 읽는 그녀의 작품이다. 곧 <몸을 긋는 소녀>를 읽기 위해 구매 리스트에 올려놓은 상태이고.

 

하지만 집필 순서대로라면 <몸을 긋는 소녀>,<다크 플레이스>,<나를 찾아줘>,<나는 언제나 옳다> 순이라고 한다. 순서가 뒤바뀌어도 올드한 느낌이나 처녀작이구나 ! 싶은 유치한 구석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그녀는 타고난 스토리텔러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왜 이제야 작품을 세상에 내어놓은 것일까.

 

사실 그녀는 1988년부터 10년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 TV평과 영화평을 담당하던 기자였다고 한다. 2015년에 만화 구성 작가로 데뷔하면서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저널리스트, 만화 구성 작가 라는 글밥 커리어가 생긴 그녀는 200자 원고지 200매가 안되는 분량의 단편 소설 하나를 툭 던져내어놓았다. 3만 7519자, 193매, 96페이지....이토록 간결하고 짧으면서 독자의 정신을 휘몰아칠 작품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 시작은 마치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쓴 11분의 시작처럼 담담했다. 11분 속 마리아가 창녀인 자신의 직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펼쳐보이듯 <나는 언제나 옳다>속 그녀 역시 남자들의 성적 욕구를 손으로 충족 시켜주는 일을 하면서도 그 일에 대한 고백이 참으로 담담했다. 그 시작은 발칙했지만.

 

 

P5  내가 손으로 해 주는 그 일을 그만둔 건 실력이 달려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잘해서 그만둔 거지

 

 

사회적으로 가장 터부시하는 것 중 하나인 성에 관한 묘사를 어쩌면 이렇게 그 인물의 성격에 딱 맞게 터뜨리며 이야기의 첫 신호탄으로 쏘아올릴 수 있는지......! 상당히 영리한 시작이었고 흥미로운 첫단추가 아닐 수 없겠다. 이로 인해 앞으로 이 여인이 발목잡히게 될 일들에 대한 기대심리를 한 껏 높여놓는 것은 물론 약간 공포스러우면서도 스릴러 분위기가 조성되는 중반부를 지날 때에도 여인에 대한 안쓰러움이나 당연하다는 식의 감정이입은 제외하고 오롯이 사건에 푹 빠져 어느 쪽이 진실을 털어놓는 쪽인지 두 사람을 두고 저울질 할 수 있도록 장치해 두었다는 점에서 나는 작가의 치밀한 계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가 많았던 엄마의 딸로 태어난 주인공은 십대가 되어 스스로의 길을 개척했다고 하는데 그 일이 바로 '성스러운 손'에서 근무하게 된 일이었다. 남성들을 상대로 불법 유사 성매매(?)를 하면서 동시에 여성들을 상대로는 점을 봐주던 그녀 앞에 어느날 수전 버크가 나타났다. 똑똑해 보이는 이 여성은 아들이 딸린 홀아비와 결혼하여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 하나를 낳아 가족으로 살아가던 중 최근 100년쯤 된 저택을 리모델링하여 이사하면서 가정내 문제가 붉어져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열 다섯 살이 된 남편의 아들. 사춘기 소년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흡사 귀신에 빙의된 듯 못되게 구는 아들 덕에 '카터후크 메이너'(저택의 이름)에서의 삶은 공포물로 변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외국 장기 출장 중이라는 남편은 주인공의 단골 손님이기도 했는데 어찌된 우연인지 그 아내 역시 그녀의 단골이 되어 자택 방문을 통해 그녀는 이제 퇴마사의 역할까지 도맡게 되었던 것이다. 한 몫 크게 잡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저택을 들락거리기 시작하던 그녀에게 15세의 소년 마일즈는 "누구를 믿을래요?"라고 물어왔다.

 

 

누구를 믿어야 하나.....

 

인터넷에 떠돌던 풍문으로 보자면 저택은 100년 전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였다. 백화점계의 거물이었던 카터 후크가의 가족 전원이 공들여 지은 저택에서 살해당했다. 그 범인은 첫째 아들 로버트. 올려진 카터 후크가의 사진 속 문제의 아들이 마일즈와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가짜 영매사였던 여주인공은 수전 버크에게 위험을 알려주기 위해 저택으로 향했고 그녀가 잠시 911에 전화를 걸러 간 사이 나타난 마일즈는 새엄마와 자신 중 누구를 믿을거에요? 라고 묻게 된다.

 

 

"의붓 아들이 나와 내 아이를 죽일지도 몰라요" 

 

VS 

 

 "완벽한 결혼을 원했던 새엄마가 나와 아줌마를 죽일 거에요.

수전이 당신을 찾아간 일이 우연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수전의 하이힐 소리가 계단을 오르고 있다. 시간이 별로 없다. 자, 누구를 믿어야 좋을까.

그 어떤 끔찍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독자는 시간에 쫓기고 상황에 떠밀리고 결정을 종용당한다. 이 짧은 소설을 읽는동안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옮긴이가 언급한 것처럼 이 소설은 4개의 플룻이 교차되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또한 가족이라는 집단 속 심리를 이용하여 '한 지붕 아래 함께 사는 가족이야말로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멀리 있는 사람들"임을 각인 시킨다. 우리는 괴롭히는 건 멀리 있는 타인이나 공개적인 적이 아니라며.

 

다시 읽어도 빈틈이 없다. 꽉 짜여진 문살을 보듯 그 어느 한 페이지도 군더더기처럼 붙어 있는 장면들이 없다. 반대로 영화화 되었을 때 너무 짧지 않나? 싶을 정도로 그 각색이 걱정되는 길이감으로 쓰여졌다, 이 소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읽는 내내 섬뜩했다. 자극된 부분이 상상력인지...공포심인지....모르고 몰두하며 읽을 정도로 흡인력이 강한 소설이라 마지막 책장을 덮기 전에에 바로 지인들에게 카톡을 돌렸던 책이 바로 길리언 플린의 <나는 언제나 옳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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