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돌 2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성귀수 옮김 / 북앳북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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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권에서 침묵하는 자 네페르와 완성하는 자 파넵을 만났는데 엉뚱하게도 2권의 제목은 지혜의 시녀였다. 뭐지? 주인공이 바뀐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그렇지는 않았다. 여전히 진리의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고 특별한 장인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결국 이 마을 모두를 주목해야만 했다. 대대로 왕들의 무덤과 건축물, 그리고 부장품 만들기를 맡아왔던 이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외부와는 철저히 차단된 마을이기에 결국 범인은 내부에 있다는 것인데, 무엇때문에 대대로 지켜진 마을의 평화가 깨어지게 되는 것인지 흥미진진해졌다. 1권에서 인물들의 소개와 마을에 관한 소개가 진행 되었다면 2권은 사건이 도래하는 부분이다. 제목 그대로 "빛의 돌" 그 신비한 돌이 이 마을에 전해내려지고 있다. 하지만 마을 사람이라고해서 모두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택된 장인만이 볼 수 있는 돌인 것이다. 

람세스가 왕들의 무덤으로 돌아가고 그의 아들 메렌프타가 정권을 잡을 무렵 진리의 마을에 위기가 닥친다. 하지만 원래 그렇듯이 그 암울한 사건들은 그림자처럼 서서히 다가온다. 사람들이 눈치 챌 수 없을만큼의 속도로 진행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마을에 26의 파넵과 36의 네페르가 있다. 그들은 출신과 나이도 잊은 채 서로에게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즈음해서 네페르의 아내 클레르는 지혜의 시녀가 된다.

좁은 공간인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지만 다분히 정치적인 연결고리가 존재하고 사람들의 사리사욕이 사건을 불러 일으킨다. 천천히 진행되지만 극적으로 보여지는 이유는 장소의 특수성과 직업의 특수성 외에도 캐릭터들이 중심을 아주 잘 잡고 있다는 이유일 것이다. 캐릭터가 매력적일 것. 보통 소설에서는 작가가 "아주 매력적이다"라는 단 한 줄만 적어 놓았다고해서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가가 그 해당 캐릭터를 잘 살려 놓으면 독자들이 알아서 그의 멋진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이 책이 그렇다. 이집트 사람을 본 적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파넵, 네페르, 소베크, 클레르, 메히, 등등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을 보면.

멋진 책들은 멋진 스토리와 함께 멋진 주인공들도 데려온다...머릿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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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돌 1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성귀수 옮김 / 북앳북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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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집트의 것들은 과거속에서 더욱더 빛을 발한다. 
그 멋진 룩소르,카르낙, 왕들의 계곡, 파라오의 부장품들, 여왕님들의 발자취 그리고 피라미드와 여러 신들,,,멋진 것들이 가득했을 이집트의 과거는 이제 만화나 책, 영화, 그리고 유물들 속에서만 발견되는 것만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카리스마 있는 제왕들만 있었을 것 같은 이집트에 서민들의 이야기가 울려 퍼진다.
타작가들의 이집트 스토리가 실망스럽기만 할 즈음해서 크리스티앙 자크의 책을 손에 쥐었다.
[람세스]를 시발점으로해서 계속 후속 책들을 읽게 되었는데 보통 왕이나 여왕들의 이야기에 주력하던 그가 평민 그것도 왕의 사후세계를 빛나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며냈다.

'진리의 장소'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장인들의 마을.
함부로 들어갈수도 마음대로 나가기도 쉽지 않은 특별구역.
이 마을 사람들을 평생을 파라오의 무덤을 만들고 장식하는 일을 하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특수한 엘리트 장인 집단인 것이다. 귀족은 아니되 특별한 사람들.

마을에서 자랐으나 밖으로의 여행을 떠났던 사일런스는 클레르라는 아름다운 여인과 마을로 돌아온다. 그는 네페르- 호텝의 입회명으로 인해 침묵하는 자 네페르라고 불리기 시작한다. 

그와는 반대로 외부에서 자랐으나 마을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아르당은 그 뛰어난 재주에도 불구하고 외부출신이라는 이유와 급한 성격으로 인해 처음부터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결국 '완성된 자'(명인)이라는 뜻의 파넵이라는 이름을 받게 된다.

1권은 사일런스와 아르당이 각각 '침묵하는 자 네페르'와 '완성된 자 파넵'으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을 안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의 실타래들이 서서히 헝클어져 가는 과정에 있다. 꽤 많은 인물들의 이름이 나오고 이름 또한 길긴 하지만 애정을 갖고 읽다보면 그들이 머릿속에 그려지게 될 것이다. 그 어떤 명화보다 아름다운 그들의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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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 교육 강좌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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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금각사]를 읽었던 일은 우연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다 싶어진다. [금각사]를 읽었기에 [부도덕 교육강좌]가 미시마 유키오의 다른 작품과 다르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재여서일까. 이토록 다른 느낌의 작품을 쓸 수 있는 까닭은...

 

1925년생 미시마 유키오는 좀 특별한 사람이었다. 유복하게 태어나 자랐고 열 세살때부터 천재작가의 길을 걸어왔으나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한 인간. 겉으론 드러나지 않는 그 어떤 외로움이 그를 이토록 평범하지 못하게 살다가게 만들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금각사]를 읽었을때엔 작가의 프로필과 맞아떨어지는 공통분모가 읽혀졌으나 [부도덕교육강좌]는 의외였다. 너무나 밝고 유쾌해서 마치 오쿠다 히데오가 쓴 짧은 단편들을 읽는 느낌이 든달까.

 

자라면서 "하지마라.하지마라"했던 어른들의 충고들을 뒤집으며 작가는 우리에게 "하라,하라"를 독려하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남에게 폐를 끼치고 죽어라, 모르는 남자와도 술집에 갈 수 있다. 거짓말을 많이 하라, 친구를 배신하라, 약속을 지키지마라, 치한을 환영하라, 남의 불행을 기뻐하라, 마음껏 참견하라 등등 "우리는 모두 타인의 불행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수 있을 만큼 강하다"는 전제하에 도덕이라는 가면을 벗으라고 충고한다. 그의 역설이 재미난 부분은 여기서부터다.

 

소설같이 살다간 천재작가는 1960년대 출판된 책으로 2010을 살아가는 우리를 움직인다. 전혀 촌스럽지 않은 문체로.

 

그의 45년 짧은 생이 아깝게 느껴지게 만드는 작품을 만났다. [부도덕 교육강좌]는 그가 얼마나 넓은 폭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작가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아쉽다. 그가 버린 나머지 세월들이...

그리고 그가 썼을지 모를 많은 작품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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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티의 행복
제인 베자지바 지음, 이승숙 옮김 / 예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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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티는 열한 살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고 있고 인생은 언제나 따뜻한 봄빛 같기만 하다. 
하지만 카티에겐 비어있는 사람들이 있다. 
엄마와 아빠.

엄마 찾아 삼만리처럼 카티의 얘기 속엔 처음부터 엄마가 등장하진 않는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엄마가 왜 곁에 없는지에 대한 실마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우리는 따뜻한 이야기 속에 숨겨진 카티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열한 살.
미주알고주알 어른들에게 끊임없이 물어도 좋으련만 카티는 질문을 삼킨다. 하도 웃지 않으니 마치 일등품 농산물 통조림 같다던 할아버지의 유머 속 할머니는 빨강머리앤의 마릴린 아줌마 같은 느낌이 든다.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할머니의 속내는 "휴대용 밥상"이라 불리는 도시락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카티가 무얼 좋아하는지 아는 할머니의 도시락은 언제나 카티취향이다. 

또 한 사람의 보호자 할아버지. 변호사였다가 은퇴한 할아버지는 익살스러운 분이다. 할머니가 요리한 음식은 니스칠 한 음식 같다면 불평해대지만 어딘지 모르게 그 불평조차 익살스럽다. 언제나 카티의 편에 서서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주는 할아버지. 

카티는 이 두 사람과 함께 태국에서 살고 있다. 루게릭 병에 걸린 엄마가 서서히 죽어가는 동안에도, 죽고 나서도 카티에게 아버지에 대해서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단 며칠 동안 엄마가 준 퍼즐 같은 혹은 수수께끼 같던 아빠에 대한 추억이 다였다. 그리고 선택은 카티에게 맡겨졌다. 

[맘마미아]의 소피도 아버지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결혼식 전날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버지가 너무 많이 생겨버렸다. 열한 살 카티 역시 편지를 붙여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엄마는 모든 것을 어린 카티의 선택에 맡겨두고 떠났다. 

묘한 성장소설인 [카티의 행복]은 짧고 얇지만 [내 생애 따뜻했던 날들]처럼 포근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있다. 어른들만 전면에 내세웠다면 심각했을 이야기를 어린 카티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니 예쁜 동화처럼 완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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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팥쥐전
조선희 지음, 아이완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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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제법 서늘하다. 
오츠이치처럼 극한의 공포를 던져주는 것도 아니면서 그림형제의 그림동화 원전처럼 끔찍함만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면서 서늘한 기운을 전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는데 기묘한 전래동화로 비틀어져 버렸다.  제 2회 한국판타지 문학상의 대상을 수상한 작가 조선희의 소설집의 첫 느낌은 그랬다. 이 소설이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참 많이 기다렸다. 기대했고 고대했다. 

모던 팥쥐전이라는 이름처럼 무언가 패러디가 있을 것 같았고, 모던 보이처럼 풍자적인 재미까지 더해져 있었으면 했다. 그런데 의외의 복병이 숨어 있었다. 익숙한 이야기들이 갑자기 낯설어지면서 새벽이 되어서야 책읽기를 끝내고 나니 옆에 있는 고양이마저 무서워지고 있었다. 

어디서 이런 무서움이 숨어 있었을까. 

[모던 팥쥐전]은 "팥쥐네 젓갈"집 딸인 박쥐는 부모의 재혼으로 얻은 언니 최서리에 비해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 성적, 성격, 외모까지 부족하지만 언니의 남자를 빼앗고 싶어진다. 급기야 국과 함께 죽음으로써 목적을 달성했다. 이에 서리는 친구 화니의 도움을 받아 한밤에 모종의 의식을 치르고 박쥐와 뒤바뀌어 버린다. 그리고 옛동화 콩쥐팥쥐의 원전이 살며시 끼여든다. 인육젓갈을 담았다는 콩쥐팥쥐전이.

[자개함]은 묘한 반전이 있는데, 죽은 친구에게서 온 편지를 어느날 받은 가경은 운의 편지대로 운의 집에서 자개함을 가지고 나온다. 이상한 일은 운의 어머니가 그 세월동안 늙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젠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친구의 어머니. 그리고 만나게 된 친구 운으로부터 뜻밖의 고백을 듣게 되는데, 새 어머니인 운의 어머니가 이들을 밤새 쫓아오며 울부짖는다. 반전은 그녀가 아니라 운에게 있었다. 무서웠다가 슬퍼지는 이야기.

[시시]는 낡은 물건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옛날에 공포 소설에 꼭 등장하던 단골 스토리가 누군가의 낡은 물건이 가져온 귀신이었는데, 시시에서는 우렁 각시로 표현되어 좀 덜 무서웠달까. 하지만 공포의 수위가 낮다고는 해도 일반 소설보다는 서늘한 감이 있는 단편이었다. 

[죽이거나 살리거나]는 고소함이 동반된 소설이었는데, 어느날 같은 아파트에서 죽은 아이의 할머니가 아이의 옷을 아내에게 맡기고 간다. 그 날 밤부터 경두에게 꼬마 귀신이 찾아오기 시작했는데 자꾸만 같이 가자고 조른다. 여자에게서 옷을 받게 되면 죽는다 라는 공식이 마치 일본의 공포소설 "링"처럼 좋은 소재로 보여 조금만 더 무섭게 각색되면 좋은 공포영화가 될 수 있을 것만 같기도 했다. 의심하던 아내가 죽고 그전부터 관심있게 보이던 젊은 조교와 재혼한 경두에게 어느날 후배 진권이 찾아오고 그를 통해 사전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진권 역시 죽은 사람임을 깨닫게 된 경두. 모든 것을 가진 상태에서 죽고 싶지 않아 몸무림 치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보이면서 끝을 맺는다. 

그 외 2편의 단편이 더 실려 있다. 단편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서늘하면서도 오싹해진다. 상상 이상의 상상과 반전이 함께 가미되어 예측할 수 없는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탄생 되었다. 알고 있는 이야기가 비틀려지면 이처럼 더 무서워지는 법일까. 

전래동화 속 진실은 서늘하기만 했다. 잠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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