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색의 다름으로 어머니와 아들은 차별과 편견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다양성 가운데 그 다양성의 인정보다 차별로 역사의 획을 긋기도 했던 나라다.  

그러고 보면 영화 속에서도 색의 선긋기가 존재해 왔었는데 [연인]이라는 영화는 매력적인 여러 요소 가운데 동양남자와 서양 소녀라는 색이 존재했고, [미스 사이공]에서도 백인 군인과 베트남 처녀라는 색이 존재했다. 아주 오래된 드라마인 [남과 북]에서도 색이 존재했는데, 디자인의 색들과 달리 인간의 색은 차별과 편견으로 얼룩진 역사를 가지고 있다. 

[컬러 오브 워터]는 랍비의 딸인 백인 어머니의 강인하고 꿋꿋한 삶의 저항을 그려내고 있다. 마치 우리네 드라마 속 억척스런 어머니상과 닮아 있었다. 흑인과 두 번 결혼해 열두 명의 흑인 아이를 낳은 여인. 그 여인은 인종차별이 평범하게 자행되던 세상 속에서 아이들을 지키고 성장시키기 위해 무한대의 용기를 샘솟게 해야만 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우리의 시선을 끌 수 없었을 것이다. 감동을 전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낸 누군가에게 우리는 언제나 박수를 보내고 눈물을 보탠다. 

여기 루스 맥브라이드가 있다. "엄마는 왜 나랑 안닮았어요?"라는 아들의 물음에 "넌 그냥 인간이란다."라고 현명한 답을 던질 줄 아는 어머니. 하나님은 흑인도 백인도 아니라고 말하는 어머니가 있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을 읽으며 참을 수 없었던 울분을 나는 이 책의 감동으로 삭힐 수 있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작가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자전적 에세이며, 그의 열두 형제를 길러낸 어머니에 관한 추억이다. 그래서 감동의 빛이 짙다.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이라는 제목 탓에 나는 읽기도 전에 내용이 어두운 것일까봐 더럭 겁이 났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에서처럼 울분을 참아낼 수 없을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은 훨씬 가벼운 터치로 내 마음을 유쾌하게 만들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들을 통해 보여지는 "흑인으로 세상 살아가기"는 녹록한 것은 아니었지만 유쾌한 부분마저 엿보여 읽는 내내 긴장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몇달 전 읽었던 [엄마의 은행통장]에서처럼 따뜻함이 묻어나와 책 페이지 마다 묻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의 삶을 되새김질 해 본다는 것은 존경과 부러움의 여정이다. 하지만 [컬러 오브 워터]의 되새김질은 감사와 용기의 달림길 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또 다른 감동을 전하고 있었다. 읽는 내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견사원 마이
사에키 베니오 지음, 한나 옮김 / 지향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도키토 마이는 평범하다.

대기업의 계약 사원이며, 까탈스러운 상사의 비서로 일한다.

조직내의 모두와 친하진 않으나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 역시 계약 사원인 메구미와 빗치라 불리는 미사오. 회사내 업무도 다르고 업무의 자세도 다르긴 하지만 그들은 파견사원이라는 공통점으로 뭉쳐져 있다.

 

그리고 또 한 명. 남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도도한 겉모습의 에비하라 마유. 스기하라 본부장의 비서이면서 파견 사원 중 누구보다 많은 페이를 받고 있는 사람.

 

별로 친하진 않지만 우연한 기회에 말을 나눌 기회가 되면서 마이는 마유의 겉모습 밑에 깔려 있는 친절하고 내성적이며 외로움 많이 타는 인간다움을 발견해낸다.

마유의 그런 모습이 편해질 무렵, 9.11테러가 일어나고 한 달이 지난 어느날 돌연히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한 마유는 마이에게 다잉 메시지를 남긴다.

 

마유가 그대로 죽어버렸다면 다잉 메시지가 되었을 열쇠 하나. 마유는 생명을 건져 회복상태에 이르르지만 마이는 자신에게 맡겨진 열쇠로 사물함을 열어 서류를 확인한 순간,, 폭로의 주인공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회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증거품인 숫자가 조작된 장부. 어느 선까지 연류되어 있는지 모른 채, 회사내 누가누가 적군이며 아군일지도 모른채 마이는 사건을 파헤치기로 작정하고 메구미와 미사오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항상 동료와 적이 공존하는 일터에서 힘없는 파견사원의 입장으로 대기업에 맞서는 마이의 모습은 흡사 에린브로코 비치 같다. 하지만 에린에 비해 마이는 좀 더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며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하지만 맡은바 일들을 잘 처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우리와 참 닮은 점이 많아보이는 마이에게 이상한 모습들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회사 동료외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과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남자 레이지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녀는 뭔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곧 그녀의 비밀은 "키다리 아저씨"라는 키워드로 발견되며, 현재의 그녀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과거의 비밀을 알려줄 또 다른 열쇠이기도 했다.

 

 

[파견사원 마이]는 본격 기업애정소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애정소설이라는 표현은 어딘지 아귀가 맞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마이는 평범해보이지만 그래서 더욱 우리와 닮아 애정이 가는 캐릭터로 비록 언제 해고될지 모를 파견사원의 입장에서도 용기를 낼 줄 아는 여성이기에 박수를 받을 만한 캐릭터다. 그런 그녀에게 애정소설이라는 한 면만을 강조해 꼬리표가 붙는다는 것은 협소해 보인다.

 

영영사전만큼 두꺼운 내용의 소설이지만 단 한번의 스피드로 읽어버리게 되는 까닭은 그 재미에 있다. "어머 나 같아"라고 외치며 보게 되는 마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동료 누군가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비리발견자라는 소재. 언제나 직장내에서 동료와 적의 구분이 필요한 우리의 일터. 이 모든 삼박자가 고루 잘 맞추어 맞돌아가는 가운데 이야기의 재미는 흐름속에서 늦춰지지 않는다.

 

[파견사원 마이]는 딱딱한 제목 아래 숨겨진 보물찾기 쪽지 같은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리전쟁 이타카 新괴담문학 시리즈 1
진산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애초에 밤늦게 새 책을 꺼내든 것이 잘못이었다. 재미로 인해 숨쉬는 것조차 잊어버릴만큼 숨막힐 내용이기도 했지만 읽는 중간 접고 머리맡에 둔 채 잠들어 버리면 한밤중에 깰 것만 같았다. 그리고 머리맡엔 그것이(?) 내려다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등 뒤로 식은 땀이 한 줄기 흘러 내린다. 

[바리전쟁]은 제목만으로는 50%의 재미를 상상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필체에 빠져들며 속도감이 붙기 시작했고 진영의 공포에 나의 공포가 얹어져 두 배의 공포의 무게를 담아내 버렸다. 

이 세상에 귀신은 없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남자 스컬리로 통하던 진영은 고향집에 가는 것이 두려워 10여년이 넘게 외면하고 살았으나 이젠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아버지가 아무 이유없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채 계속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기면증. 아버지가 앓고 있는 병명이라고 했다. 그리고 민속학자였던 아버지가 어느날 데리고 들어왔던 섬뜩했던 그것은 서늘한 모습으로 자라있었다. 

동생이라 차마 부르지 못하고 살아온 수영의 존재. 이제 진영의 곁에서 수영은 100년에 한번 오는 기회인 발찌를 준비하고 잠든 아버지와 후배인 문희를 깨우기 위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장신선이 되어야 하는 진영과 칼과 부채 외의 방울을 훔쳐간 친구 석호와의 대결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재미 있다는 말의 뜻은 멈출 수 없다라는 말을 포함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책은 중간에 도저히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바리전쟁]이 그랬다. 숨막히는 재미로 인해 속도감까지 붙어버려 밤새 읽는 내내 나는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강신무,세습무,학습무 등등 무속에 대해 잘알지 못해도, 판타지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이 소설은 충분히 재미있게 읽힐 요소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 물한방울 생각나지 않게 만드는 재미. 소설의 작가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코토피아
아스카 후지모리 지음, 이주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이웃의 블로그에서 술 취해 고양이를 학대하고 내던져 죽인 한 여자의 cctv화면을 보게 되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화가나기도 했지만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 상태였더라도 학대가 잔인하여 화가 났을 것이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술김에 한 생명을 학대한 후 내던져버린 채 후련한 마음으로 죄의식 없이 살다니....살인이 아니어서 벌금형 정도라지만 세상엔 동물보다 더 못한 인간이 많구나 라고 통탄하게 만들만큼 잔인한 영상이었다. 그래서인지 달린 리플들도 하나같이 소리높여 여자의 만행에 대해 반성을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 

"나는 열 살도 안 돼서 고양이를 죽였다"라고 고백하는 꼬마 아스카의 고양이 죽이는 99가지 방법에 관한 책이다. 눈이 쪽 찢어진 아이가 삽화로 나와 있는 소설을 문학의 영역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일지 며칠 전 봤던 영상의 여자와 매치시켜 이해해야 할지 처음에는 읽기가 무척이나 망설여졌다. 

엄마를 대신해서 귀찮은 일을 처리한다는 변명하에 고양이들을 잔인하게 죽이기 시작하는 여자아이는 아직 열 살이 채 되지 않았다. 삐뚤어질대로 삐뚤어진 이 아이는 마이라라는 고양이를 처음으로 시작해서 많은 고양이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죽이기 시작했다. 아주 잔인하게. 죄책감 없이. 마치 사이코 패스처럼.

부모조차 딸아이가 자신들을 헤칠까봐 꾸중하지도 못한 채 계속 고양이를 사주었고 학교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은 무서움에 떨면서 모른 채 했다. 그리고 두 명이 번갈이 가며 맡고 있는 정신과 의사들조차 처음에는 호기심과 사명감으로 나중에는 분노와 두려움으로 아이를 대하기 시작했다. 

사탄의 인형보다 더 잔인하고 악랄한 이 꼬마 악마는 애초부터 범죄는 피아노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경지에 이르기까지 일찍 시작해야했는데 그래서 열 살도 되기전에 고양이 살해를 시작했다고 변명한다. 

소녀가 죽인 고양이들은 잠시 잠깐 살아있게 되어도 다 소녀에 의해 이름붙여졌는데 모두 독재자나 살인자 혹은 소설가 등등 유명하나 불행한 죽음을 맞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소녀는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모두가 죽기를 염원하고 있던 독재자를 암살했다. 그리고 그녀가 다음 정권의 주축이 되었다. 소녀의 이름은 아스카였다. 

고양이에 대한 잔인함과 뒤섞인 이야기의 엉뚱함에 휩쓸려 이야기는 오리무중 상태로 빠져들어버렸다. 꼬마 아스카의 고양이 죽이는 여러가지 방법 외의 이야기들은 사실 별로 신경쓰이는 일들이 아니었다. 소설에 대한 느낌을단 한 문장으로 축약하자면 나는 이 소설을 통해 꼬마 악마를 보았다. 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재 후 8년 만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다잉아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료될만 한 작품이었다. 

-지금 봐도, 다시는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다

는 작가의 극찬 아래 이야기는 모두가 조금씩 거짓말을 하는 신스케 주변으로 모여진다. 신스케 정말 사람을 죽였던 것일까. 그리고 그 기억만 몽땅 사라져 버린 것일까. 

죽으면서 마지막으로 목격되는 것은 그 어떤 것이라도 공포스럽다. 구전으로 전달되던 이야기 중 비슷한 공포를 맛보게 한 이야기가 있는데 베란다에 밤에 서 있다가 마침 자살하던 아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거꾸로 순식간에 떨어지던 그 아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은 슬로우 모션처럼 기억되어 아주 무서웠다는 어느 공포 이야기처럼 다잉 아이는 다잉메시지가 눈을 통해 전달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다소 방탕하게 생활하던 바텐더 신스케는 술집 아가씨 나루미와 동거중이다. 딱히 사랑한다거나 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어느날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진.

집으로 돌아가던 신스케는 뒤통수를 맞고 쓰러지는데 이후 부분 기억상실을 겪게 된다. 자신이 냈다는 인사사고 자체를 몽땅 기억속에서 도둑맞아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을 공격한 남자가 그때 인사사고를 당했던 여자의 남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죽어버렸다. 이후 신스케는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과 자신을 공격했던 남자의 자취를 찾아 나서던 중 나루미가 실종되고 매혹적인 여인 루리코와의 만남이 이어진다. 더 이상한 점은 모두가 조금씩 어딘가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추리소설처럼 조금씩 보여주고 더 많이 궁금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마네킹을 만드는 레이지의 부인인 미나에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사고를 당하면서 죽기 직전까지 그 모든 고통을 슬로우 모션처럼 느끼는 과정은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저 한줄로 죽었다 정도로 나타내던 다른 소설과는 달리  생생한 묘사로 그녀의 고통을 드러내는 부분을 첫 장면으로 잡은 까닭에 소설은 더 강인하게 각인되어 버렸다. 

미도리가 다잉아이의 최면에 걸리듯 우리도 함께 각인되어 버리면서 소설은 점점 더 매력적인 이야기 속으로 스며들어 가는 듯 했다. 마지막, 사카마키의 입을 통해 정리되는 순간까지 그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드는 짜릿함은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특허가 아닌가 싶어졌다. 

그는 역시 이야기꾼이었다. 그 어떤 소재도 그의 손을 타면 재미난 이야기로 포장되어 나왔다. 원한과 슬픔, 그리고 욕망이 어우러져 또 멋진 이야기 한 편이 탄생되었다. 박수를 보내고 싶을 만큼 멋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