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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사원 마이
사에키 베니오 지음, 한나 옮김 / 지향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도키토 마이는 평범하다.
대기업의 계약 사원이며, 까탈스러운 상사의 비서로 일한다.
조직내의 모두와 친하진 않으나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 역시 계약 사원인 메구미와 빗치라 불리는 미사오. 회사내 업무도 다르고 업무의 자세도 다르긴 하지만 그들은 파견사원이라는 공통점으로 뭉쳐져 있다.
그리고 또 한 명. 남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도도한 겉모습의 에비하라 마유. 스기하라 본부장의 비서이면서 파견 사원 중 누구보다 많은 페이를 받고 있는 사람.
별로 친하진 않지만 우연한 기회에 말을 나눌 기회가 되면서 마이는 마유의 겉모습 밑에 깔려 있는 친절하고 내성적이며 외로움 많이 타는 인간다움을 발견해낸다.
마유의 그런 모습이 편해질 무렵, 9.11테러가 일어나고 한 달이 지난 어느날 돌연히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한 마유는 마이에게 다잉 메시지를 남긴다.
마유가 그대로 죽어버렸다면 다잉 메시지가 되었을 열쇠 하나. 마유는 생명을 건져 회복상태에 이르르지만 마이는 자신에게 맡겨진 열쇠로 사물함을 열어 서류를 확인한 순간,, 폭로의 주인공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회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증거품인 숫자가 조작된 장부. 어느 선까지 연류되어 있는지 모른 채, 회사내 누가누가 적군이며 아군일지도 모른채 마이는 사건을 파헤치기로 작정하고 메구미와 미사오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항상 동료와 적이 공존하는 일터에서 힘없는 파견사원의 입장으로 대기업에 맞서는 마이의 모습은 흡사 에린브로코 비치 같다. 하지만 에린에 비해 마이는 좀 더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며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하지만 맡은바 일들을 잘 처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우리와 참 닮은 점이 많아보이는 마이에게 이상한 모습들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회사 동료외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과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남자 레이지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녀는 뭔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곧 그녀의 비밀은 "키다리 아저씨"라는 키워드로 발견되며, 현재의 그녀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과거의 비밀을 알려줄 또 다른 열쇠이기도 했다.
[파견사원 마이]는 본격 기업애정소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애정소설이라는 표현은 어딘지 아귀가 맞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마이는 평범해보이지만 그래서 더욱 우리와 닮아 애정이 가는 캐릭터로 비록 언제 해고될지 모를 파견사원의 입장에서도 용기를 낼 줄 아는 여성이기에 박수를 받을 만한 캐릭터다. 그런 그녀에게 애정소설이라는 한 면만을 강조해 꼬리표가 붙는다는 것은 협소해 보인다.
영영사전만큼 두꺼운 내용의 소설이지만 단 한번의 스피드로 읽어버리게 되는 까닭은 그 재미에 있다. "어머 나 같아"라고 외치며 보게 되는 마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동료 누군가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비리발견자라는 소재. 언제나 직장내에서 동료와 적의 구분이 필요한 우리의 일터. 이 모든 삼박자가 고루 잘 맞추어 맞돌아가는 가운데 이야기의 재미는 흐름속에서 늦춰지지 않는다.
[파견사원 마이]는 딱딱한 제목 아래 숨겨진 보물찾기 쪽지 같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