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미스터리 야! 2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주영 옮김 / 들녘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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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괴기스러움이 묻혀져 있을 것만 같던 오리하라 이치의 [타임캡슐]은 상상의 범위를 또 벗어났다. 언제나 독자의 상상을 빗겨가는 그의 소설 속엔 중독성이 있어 절대 읽기를 그만두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는데 나는 아직 "오묘함"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다른 좋은 단어를 찾지 못했다. 대체할 좋은 단어가 생각난다면 언제든 바꾸어 표현하고 싶기도 하지만 여러 편을 읽어도 아직은 오묘하다....였다....

 

[타임캡슐]은 다른 외국 영화에서도 흔히 나오는 소재지만 그 풀어가는 방식은 역시 오리하라 이치 스럽다. 영화 [노잉]에서도 타임캡슐은 잠시 등장하지만 [타임캡슐]에서만큼 궁금하게 만들진 않는다. 오리하라 이치의 타임캡슐은 그 물건에 궁금증을 둔 것이 아니라 엮여 있는 사람들에 그 미스터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재미가 점점 증가된다.

 

스물 다섯의 아야카. 원하는 대로 카메라 를 다루는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지만 열다섯의 그 나이에 비해 딱히 성공했다고 보기엔 어렵다. 그런 그녀가 10년 전 친구들과 묻었던 타임캡슐의 개봉을 위해 친구들을 하나, 둘 다시 찾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친구찾기는 아야카가 시작했지만 그들 앞에 배달되는 이상한 편지는 그녀의 작품이 아니다.

 

열 다섯. 타임캡슐을 묻을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고가 나서 직접 묻는 현장엔 가 보지 못했던 아야카. 두 명의 등교 거부생까지 배제하면 총 다섯명의 아이들과 다케다 선생만이 그 장소에 있었다. 하지만 "중학교 졸업 전 추억만들기"는 다섯 명의 아이들만이 참여한 놀이였고 그들은 "홀"에 대한 죄의식을 나누어 가지면서 졸업했다.

 

아야카는 이제 "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면서 한편으로는 우편배달부를 찾는 일을 병행해야 하는데 그 가운데 어린시절부터 좋아했던 고스케가 실종되고 이제 아야카는 세 가지 일을 풀어가야하는 중심인물이 되어 있다.

 

미와 미와, 유아시 고스케, 도미나가 유미, 사사쿠라 후미오, 쓰루마키 겐타로...이 다섯명은 십년 전 그날 대체 어떤 사건을 저질렀던 것일까.....

 

타임캡슐은 추억을 묻은 것이 아니라 범죄를 묻은 것이 되어 버린 [타임캡슐]을 읽어 나가며 살아 있다는 것보다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함께 깨달아 가고 있다. 우리는 모두 살아감으로 인해 책임져야 할 것들이 커지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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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황후
N. 빠르따사라띠 지음, 김양식 옮김 / 여백(여백미디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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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김수로왕이 보여지고 있지만 허황후에 대한 물음은 사실 몇 년 전부터 시작되어 있었다.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는 한 핏줄이라 서로 혼인할 수 없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터였다. 성씨가 다른데 왜 혼인할 수 없는 것일까에 궁금증을 여겼던 나는 도서관에서 그 자료들을 찾기 시작했는데, 바로 핏줄이 이어지는 곳은 신라였다. 

시조 김수로왕과 그의 황후 허황후. 수로왕의 김씨를 물려 받은 자손과 황후의 허씨를 물려받은 자손이니 그 뿌리가 하나라 서로 혼인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궁금증은 풀렸지만 어찌하여 그 멀리 인도에서 혼인을 위하여 타향까지 건너온 것인지....허황후에 대한 궁금증은 가시질 않았다. 그래서 책을 찾다가 빠르따사라띠라는 주한 인도대사가 쓴 소설에까지 인연이 닿게 된 것이다. 

주한 인도 대사가 소설을 쓴다는 자체도 놀랍지만 인도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그들의 여인의 과거가 나를 흥미롭게 만들고 있었다. [비단황후]는 그렇게 읽게 된 책이었다. 

16세에 이땅에 신랑을 찾아와 157세까지 장수하다 간 허황옥, 슈리라뜨나 공주. 소설의 형식이기보다는 신화를 풀어내는 형식인 듯 이야기는 사람이 새로도 변하고 알에서도 나오는 등 이상한 형태로 풀어지지만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재미있다. 이솝우화를 보는 듯 하기도 하고 그림동화나 러시아 동화를 보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재미 가운데 주인공인 허황후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스와얌와라! 즉 공주들이 남편을 선택하는 시합에도 직접 참여하지 않고 스스로 모시러 오는 것도 하지 않았던 어찌보면 오만하기 짝이 없는 저 멀리 타국의 왕에게 시집갈 결정을 하기에 열 여섯은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니었을까. 나의 열 여섯을 기억해보면 현명함보다는 호기어린 마음과 급한 성격으로 해놓고 후회하는 일들이 다반사였는데.....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데 있어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건 역시 그녀가 붓다의 아내인 야쇼다라의 환생이어서 가능한 일이었을까. 다소 황당한 이야기 속에서 나는 재미 외에 다른 것들을 찾아보고 있었는데...그들은 모험과 흥미로움, 그리고 믿음의 중요성에 대한 것들이었다. 

결국 믿음이 그들을 올바른 운명으로 이끌었던 것은 아닐까. 싶어졌다. 
반평생을 함께 할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 선택에 현명함과 함께 운명이라는 요소가 섞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허황후와 김수로는 국적과 나이, 자라온 환경을 무시해도 좋을만큼 좋은 베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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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인의 나라 1
신봉승 지음 / 선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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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자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을때 그 뜻이 궁금하여 엄마에게 물어본 일이 있다. 어린 맘에도 선구자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남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인데, 그 뜻을 알고부터는 선구자나 선각자라는 단어가 나오면 남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걷는 사람들의 고탄함이 상상되어 마음이 무거워지기 일쑤였다. 

작법서를 구경하고 드라마를 공부하면서 신봉승이라는 이름을 듣지 않을 수 없는데, 시나리오 작법서뿐만 아니라 선생이 쓴 조선 왕조 5백년은 바로 역사의 무게와 두께가 실린 작품들이라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있어 시나리오에 있어 선구자라고 칭해도 좋을만큼 대단한 명성의 그가 새로운 인물을 우리 앞에 던져 놓았는데, 꽤 역사책을 끼고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듣는 인물이라 그간 공부한 세월을 무상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동인. 그가 누구인가 대체 누구이길래 까까머리 열 다섯의 나이로 양인들 앞에 나섰으며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승방에서 자라야했을까.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그가 살았던 시절은 고기굽듯 시절이 뒤집히던 시기였는데, 바로 권력이 이리 저리 이동하여 민심을 들썽이게 만들던 고종치하였다. 

고종 3년, 대원군 섭정하에 이동인은 살아 숨쉬는 인간으로 나라에 세워졌다. 강화도에 프랑스군이 침략한 병인양요로부터 시작되는 소설은 쇄국과 개화라는 나라의 고민 속에 이리흔들리고 저리흔들리는 젊은이들과 정치권력의 이동들이 담겨 매우 속도감 있게 읽혀졌다. 

아버지가 읽고 아들에게 물려줬으면 하는 바램으로 썼다는 [이동인의 나라]는 지금 우리가 물려 받은 바로 그 땅, 그 역사의 나라다. 30세에 사라진 이동인이라는 선구자에 대해 역사책에는 한 줄도 나오지 않는 것을 작가는 개탄하고 있지만 바로 그런 점으로 인해 소설을 읽는 우리들은 그의 이름을 더 깊이 새길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과연 이동인에 어울릴만한 배우가 누가 있을까 떠올려보면서 나는 구한말 그저 조용히 살기보다는 가슴 뛰는 곳을 향해 뛰었던 한 젊은이의 삶을 지금의 젊은이들의 삶과 비교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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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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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기 전 원작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사실 원작을 먼저 읽든 후에 읽든 상관없는 일이겠으나 어떤 것은 원작을 먼저 읽어 머릿속에 상상의 건축을 세워두고 싶어지는 것이 있고 또 어떤 것은 영화나 드라마를 먼저 보아 고정적인 인물의 영상을 머릿속에 새겨놓고 원작에서 그 재미를 쫓고 싶어지는 것도 있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영상의 흔적으로 상상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어 드라마를 본 후 원작을 집어든 케이스라고 하겠다. 


잘금 4인방. 그들이 머무는 성균관은 조선의 유학자를 생산(?)했던 유학의 산실이 아니라 로맨틱한 학당으로 변해 있었는데, 바로 잘금 4인방의 활약 때문이었다. 그간 딱딱하고 아저씨 스러운 모습이라 상상했던 성균관이 이토록 스릴감 넘치면서도 흥미로운 곳이 된 데는 주인공 윤희 덕분이니 그녀에게 고마워해야할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처럼 금녀의 집에 남장 여자가 들어가 사는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는 소재지만 캐릭터들이 전달하는 아기자기한 맛은 [성균환 유생들의 나날]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금녀의 반궁에 입성한 윤희와 그녀로 인해 탕평화 되어가는 노론의 이선준과 소론의 문재신을 바라보는 것이 이토록 설레는 구경거리가 될 줄은 몰랐는데, 나 역시 어느 새 여림 구용화의 시선이 되어 그들을 바라보게 된 것일까. 등장 인물 중 가장 독자와 시청자의 입장에 선 인물이 여림이기에 여림에게도 특별한 애정을 나누며....


다음에 도착할 2권을 즐겁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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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드 다이어리 - 엄마와 아이의
조인숙.김민소 지음 / 버튼티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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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 일본인 저자의 핸드메이드 북을 구경한 적이 있다. 그녀의 핸드메이드 장르는 문구였는데, 문구의 여왕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로 문구를 좋아하는 내게 그 책은 선물이었다. 그런데 오늘 또 한 권의 핸드메이드 책을 손에 넣었다. 그것도 다이어리라는 이름과 함께.

일기와 함께 꾸준히 정리하고 있던 다이어리를 지난 달엔 좀 소원하게 기재했다. 무엇이 바빴는지 예쁘게 꾸며졌을 법한 한 달이 공달로 지나가 버린 것이다. 그런 내게 핸드메이드 다이어리라는 제목의 책은 마치 질책처럼 다가와서 구경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역시 선물은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법! 핸드메이드 다이어리는 다이어리를 수작업으로 만드는 내용의 책이 아니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만드는 수공예품들이 가득했는데 고양이 조끼, 고양이 물고기 인형, 바스켓 핀쿠션까지...빨간 도트 땡땡이의 앙증스러움이 묻어나고...엄마와 아이가 함께 해서인지 다정함까지 묻혀져 있었다. 완성품들엔.

티셔츠, 운동화 등등 아이와 함께 그리고 만들면서 딸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니는 엄마의 모습은 내게 가장 이상적인 모녀관계로 보여졌는데, 딸 민소가 살고 있는 동화속 같은 집은 일러스트레이터인 엄마의 감각으로 꾸며진 세상에 하나뿐인 공간이었다. 그래서 민소가 부러워졌다. 

특히 인형이 가득담긴 주머니 놀이옷은 어른인 나도 만들어서 컬렉션 인형들을 캥거루처럼 담아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특이한 옷이었고 인어공주처럼 만들어진 고양이 인형은 본을 떠서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돈이 있으면 좋은 것을 사 줄 수 있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과 추억은 억만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기에 이 책이 더 따뜻하고 다정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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