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사는 너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나중길 옮김 / 살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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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자의 아내]를 재미나게 읽었기에 작가 오드리 니페네거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물론 그 다음 작을 읽어보아야 이 작가의 진정한 필력을 알 수 있겠다 싶기는 했지만........

드디어 작가의 다음 권을 읽게 되었는데 [더 미러]와 비슷한 느낌인 [내 안에 사는 너]는 2대에 걸친 쌍둥이의 사랑과 사연이 묻어있는 스토리였다. 엘스페스와 에디 자매는 일란성 쌍둥이인데, 에디가 엘스페스의 연인과 함께 도망가는 바람에 자매는 20년 동안이나 소원했다. 

도망간 연인인 에디와 그녀의 남편사이에서는 줄리아와 발렌티나라는 쌍둥이 자매가 태어났지만 남겨진 엘스페스와 로버트 사이에는 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엘스페스는 두 쌍둥이 조카에게 자신의 유산을 남기게 되고....20살이 된 쌍둥이들이 엘스페스가 남긴 집으로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흥미로워진다. 왜냐하면 그 집엔 죽었으나 아직 떠나지 못한 엘스페스의 유령이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쌍둥이 자매의 사소한 장난으로 시작된 2대에 걸친 비극은 강박증이 있는 남자 마틴을 사랑하게 된 줄리아와 이모의 애인을 사랑하게 된 발렌티나에게로 이어지고....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결론으로 소설은 매듭지어지는 듯 보인다. 

사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보다 [내 안에 사는 너]가 더 재미있지는 않았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전작을 너무 재미있게 보아서일까. 전작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어서였을까....아쉽게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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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망치 - 2005년 일본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블랙 캣(Black Cat) 10
기시 유스케 지음, 육은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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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유스케의 작품을 세번째로 읽으면서 이만큼의 방대한 양을 한순간의 흐트러짐 없는 호흡으로 써내려 가는 작가에 대해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읽었던 [13번째 인격]에서부터 [크림슨 미궁]과 [유리망치]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독특한 재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환경에 의해 사악해 지는 것일까. 아니면 환경을 탓하면서 사악한 본성이 드러나게 되는 것일까. 앞의 경우엔 장발장이 생각났고, 후자의 경우엔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떠올려졌다.

 

[유리망치]를 읽으며 닭과 달걀같은 이 문제가 머릿속을 파고든 까닭은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고 나서였다. 그 전까지는 코난이나 김전일처럼 밀실 사건의 트릭을 파헤치기 위해 골머리를 앓으며 읽어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반에서 범인이 트릭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보게되면서 인간의 사악함과 낮은 밀도의 죄의식에 대해 고민스러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아주 미미했다. 롯폰기 로쿠센 빌딩의 꼭대기 층에서 사람이 죽는 일이 발생했다. 꼭대기 층은 베일리프라 불리는 회사에서 사용중이었는데 간병보조 기구를 만드는 회사였다. 그 회사의 사장이 완벽한 자신의 방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다. 아무도 드나든 흔적이 없던 완벽한 밀실 살인 사건인 셈이었다.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다른 방과는 다른 열쇠를 사용 중이며, 경비실에 기록을 남겨야 드나들 수 있는 건물, 게다가 엘리베이터는 12층 꼭대기 층에 가기 위해 그들만의 암호를 눌러야 올라갈 수 있는 층이었다.

 

 

이 까다로운 절차를 다 피해가며 사장실에서 사장의 뒤통수를 갈긴 범인은 누구일까. 용의자로 지목된 전문쪽에서 아오토 준코를 변호인으로 세우고 준코는 사건의 해결을 위해 방범 컨설턴트인 에노모토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간병 원숭이, 경비, 간병로봇이 차례로 거론된 가운데 명석한 에노모토의 추리에 반해갈 무렵 매력적인 범인이 나타나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범인인 아키라다. 부모의 빚으로 인해 대부업체 야쿠자의 빚독촉을 받게 된 남학생 아키라. 살아남기 위해 신분을 세탁한 채 도쿄에 숨어 살고 있었다. 여러 직업을 거쳐 유리청소를 맡게 된 그 앞에 거액의 다이아몬드를 숨기는 베일리프 사장의 모습이 눈에 띄고 더이상 숨어사는 일에 이력이 난 아키라는 사장을 죽이고 보석을 손에 넣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탐욕이었을까. 물욕이었을까.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살고 있어서였을까. 무엇이 한 어린 남학생을 철저하고 냉혹한 살인마로 만든 것일까. 에노모토의 말처럼 유리망치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유리로 만든 망치가 진짜로 위험한 흉기가 되는 것은 부서진 후인 것도 사실이다. 출소후 아키라가 갱생되어 나올지 훨씬 더 위험한 흉악범이 되어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이 모든 사실과 가정을 뒤로하고 제목 [유리망치]는 처음과는 달리 섬뜩한 느낌으로 와 닿는 것은 인간의 추악한 면을 소설을 통해 깨달아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악의적인 주인공은 글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도 영향력을 갖기 때문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고발적 소설을 읽을때처럼 기시 유스케의 글들 역시 인간성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단 세 편의 장편을 읽고 나는 기시 유스케의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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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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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의 걸림커플이 동성애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원작을 읽어 그들의 의견을 웃으며 날리며 드라마를 재미나게 보고 있는 요즘, 읽고 있던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작품은 정말 동성애가 언급된 작품이었다. 

화율. 원래의 이름이 아닌 저승차사가 되어 붙은 이름이지만 그는 금지된 사랑으로 목숨을 잃은 과거이력이 있다. 바로 동성애. 그런 그가 수습 저승차사가 되어 인간계에 관계하게 된 시기는 영정조때. 좀 더 정확히 언급하자면 사도세자 사후의 영조 치하다. 

소론과 노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던 그 즈음. 성균관 스캔들에서 윤희를 사이에 두고 노론 선준과 소론 재신이 탕평을 이룬 것처럼 연홍과 수강은 노론과 소론을 떠나 부부의 연을 약속한 집안이다. 부모들의 당파를 떠난 친교로 인해 그리 되었지만 역적으로 몰리면서 가족을 잃게된 그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헤어지게 되는데 열 여섯의 수강은 혀를 잃고 연홍은 눈이 멀게 된다. 

연홍이 눈이 멀게 된 이유는 화율 때문이었는데 그의 실수로 말미암아 연홍의 눈이 멀게 된 것도 어쩌면 인과율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각각의 이야기는 이해가 쉽지만 이야기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전생과 현생이 섞여 이야기를 풀면서 헷갈려지기 시작하는데 아쉽지만 그 점이 이야기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아닌가 싶어진다. 

그들의 운명이 얽힌 가운데 화율은 미리 받아낸 소원 하나를 "마지막 선택"으로 사용하게 되고 끊어지지 않은 인연이 현생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처럼 끝맺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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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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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유스케의 전작 [13번째 인격]을 충격적으로 읽으며 작가의 이름을 머릿속에 새겨두었다. 하나의 작품이 좋은 작품이었다면 다음 작품도 반드시 읽어 얻어 걸린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필력이 우수했음을 확인하고 싶은 못된 버릇 때문이었다.

 

기시 유스케. 그는 역시 연이어 읽게 된 작품에서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크림슨의 미궁]은 시작부터 좀 묘한 구석이 있는 작품이었다. 목숨을 건 서바이벌이라는 소재는 흔한 소재가 되어 버렸다. 그 유명했던 일본의 잔인했던 서바이벌 영화도 있었고 미국 영화 쏘우도 그 류라고 볼 수 있으며 최근에는 [헝거게임]에서도 그 맥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야 그 참신성과 잔혹함 때문에 입에 많이 오르내리게 되지만 잦아지면 익숙해져버리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라 [크림슨의 미궁]을 펼쳐들면서 "또"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하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재미는 달라진다는 사실이 이 소설로 입증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크림슨의 미궁. 꼭 그리스 어느 섬의 괴물이 나올 듯한 미궁을 뜻하는 제목 속에서 우리는 올드보이의 시작처럼 이동되는 시작을 맛보게 된다. 후지키 요시히코. 40세. 서바이벌 소설의 주인공으로는 다소 노쇠한 듯 한 주인공인 후지키는 큰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다 회사의 도산으로 실업자가 되었고 자식이 없는 가운데 아내와의 이혼도 예고된 상황이었다. 자연스레 실업자이자 동시에 노숙자가 되어 버린 후지키.

 

그를 기다리고 있는 앞날이라는 것은 과거와는 달리 우중충하고 어두운 것으로만 생각되던 어느 날, 전향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것처럼 낯선 곳에 버려진 자신을 발견한다. 앞 뒤의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 이상한 날에.

 

그에게 주어진 휴대용 게임기 화면 속에서 "화성의 미궁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시작되면서 그는 생명 서바이벌의 아바타 중 하나가 된다. 도중에 몇몇 플레이어들과 만나게 되지만 그 중 게임기를 망가뜨려버린 오토모 아이라는 여자와 함께 이동하게 되고 플레이어들은 게임기의 지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 한 명만 살려준다는 게임의 세상 속으로....

 

인간은 한계 상황에 오면 인면을 상실하게 되는 것일까. 다른 팀인 나라모토,쓰루미 조가 함께 하던 세노오의 인육을 먹으면서 그들은 식시귀로 변해버렸고 다음 허기를 채우기 위해 시시각각 후지키와 아이팀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은 꼭 바이오 하자드의 한 장면처럼 눈 앞에 펼쳐졌다.

 

현실인지, 가상공간인지 헷갈리기 시작하고 인간인지, 아바타인지 구분이 모호해질 무렵 인육을 먹어 신체까지 변화되고 있는 나라모토와 쓰루미의 본능적인 추격을 받던 후지키는 가까스로 살아 [화성의 미궁]에서 탈출한다.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물음과 함께 그가 다시 기억을 되돌려보면 정작 아이는 너무나 이상한 점이 많은 여자였는데, 그녀는 이름에서부터 장애가 있던 청각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거짓같았다는 것이 결론내려졌다.

 

아이가 의심되는 가운데 후지키에게 친구 후카야가 들려준 이야기 하나는 아주 충격적인 것이었는데 스너프 비디오계에서 세미다큐멘터리 식으로 리얼 서바이벌을 찍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구매자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게임처럼 리얼하게 찍는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그들이 인간을 마치 아바타처럼 게임의 도구처럼 살생하게 몰아간다는 사실도 가히 충격적이었다.

 

재미를 위해 인간의 잔혹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서로를 죽고 죽이게 만드는 살생 게임. 그 현장성을 위해 카메라 장치를 단 인물도 그 사이에 밀어넣어 생생하게 리얼 생중계를 한다니......

 

[크림슨 미궁]은 그 붉은 책 표지 만큼이나 무섭고 잔혹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는 소설이었다. 어쩌면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오랜세월 군만두만 먹고 살아남았던 것보다 더 잔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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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의 여자
샨 사 지음, 성귀수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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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에 우리에게 광주항쟁이 있었다면 중국에는 천안문 사태가 있었다.

별로 부딪히고 싶지 않은 현대사에서 이 두 사건은 큰 물줄기가 되어 언제나 작품전체를 뒤흔들고 만다. 젊은 피가 거리에 뿌려지면서 그들의 피로 현재의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얻었던 것일까.

 

정말 샤오의 말처럼 인간이란 자고로 파괴를 선호하고 끝내는 자기파멸을 추구하는 존재일까. 전쟁을 방불케한 역사적 고통 속에서 인간은 얼마나 타인에 대한 책임을 밀어낼 수 있는 것일까. 주인공 아야메이는 어느 순간 폭동의 주동자가 되어 쫓기게 된다. 맘씨좋은 운전수 왕을 만나 구사일생으로 탈출했으나 집이 멀어 가까운 삼촌댁으로 향한 아야메이. 하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핏줄로 이어진 그들의 냉대뿐이었다. 쫓기고 있는 조카딸로 인해 가족이 해를 입을까봐 문전박대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인간은 정말 이기적인 존재가 아닐까 라고 잠시 자문해 보게 되었다.

 

어려울 때엔 가족보다 남이 나을때가 있다고 했던가. 가족조차 외면한 그녀를 타인인 왕씨가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고 우여곡절 끝에 아야메이는 왕씨의 부모님의 거주지로 옮겨가게 된다.

 

한편 아야메이라는 범법자에 대한 심문을 맡게 된 자오는 68년 생으로 가난한 농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조국과 인민에 대한 사랑으로 의무와 희생, 복종을 당연하게 생각해온 그가 아야메이를 쫓으면서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그녀의 일기를 읽으며.....

 

어린 시절 민이 아야메이에게 다른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었지만 자오는 아야메이를 통해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알게 되었다. 

 

불어를 전혀 몰랐다던 샨사는 프랑스로 건너간지 7년만에 불어로 책을 출간했다. 그녀의 간결하면서도 섬세하게 다가오는 문체에 프랑스인들이 열광하면서 아멜리 노통과 더불어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랐다는 샨사.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중국어가 아닌 불어로 작품을 쓰게 만들었던 것일까. 이전에 읽었던 [측천무후]와 더불어 가장 중국적인 것을 중국어가 아닌 불어를 이용해 세상에 내어놓고 있는 한 여류작가의 삶에도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역사라는 것이 인간에 대한 궁극의 이해를 돕는 것인지 방해하는 것인지는 아직까지 결론짓지 못했지만 확실한 한가지는 가장 힘든 시기에 우리는 가장 본연의 모습답게 살아갈 방법을 찾게 된다는 사실을 소설을 통해 깨닫고 있다.

 

샨사의 다음 작품을 찾으면서 내 머릿속에 빼곡히 들어찬 생각들을 오늘밤엔 일기장에 가득 옮겨보려 한다. 아야메이의 어린시절 일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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