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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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가타는 식구들과 함께 벌레 우는 소리를 듣는 모임에 참가한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토요일 밤 "시라카와 정원"으로 향했지만 결국 눈에 맺힌 것은 그녀의 시체였다. 그녀 구도씨. 왜 죽어야만 했는지 궁금증이 생기자마자 살아있는 구도씨가 발견되고 시체는 그녀의 사촌언니로 밝혀진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과 의외의 장소에서 살해당한 사촌언니 아키코의 사연을 쫓아 명콤비가 다시 나섰다. 

친구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자마자 범인을 쫓게 된 콤비는 아키코의 과거를 쫓는데, 그녀는 구도씨의 가족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열 여섯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매춘 조직에 속해 매춘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면서 또래 아이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는데, 마치 다단계 조직의 구조로 주변인들에게 손을 뻗기 시작했다. 

삐뚤어진 인간은 타인에게 그 화살을 돌리게 되는 것일까. 아키코는 사촌 구도 씨를 끈질기게 설득하기 시작했고 너무 무서워진 구도 씨는 그만 해서는 안되는 짓을 저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가사이의 사진을 주고 대신 그녀를 섭외하도록 요청해버린 것. 결국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 소녀를 팔아버린 결과를 초래했고 그것은 살인의 시작이 되어버렸다. 이 소개를 매개체로 구도 씨 마저 회사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했던 아키코는 반대로 죽임을 당하게 되어 버렸지만 이 일로 인해 오가타는 구도 씨에 대한 마음이 식어 버린다. 한순간의 곤란을 모면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곤란한 일로 밀어버린 그녀의 행동과 그동안 숨기고 있었던 일들 모두가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사건은 해결되었고 범인도 찾았지만 연정이 깨어지고 뭔가 찝찝함이 남아버린 미미 여사의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는 조용한 가운데 시끄러웠다 사라지는 소문처럼 읽혀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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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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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추리 소설의 규칙을 낱낱이 까발린다


라고 거대 출사표를 던진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는 [명탐정의 규칙]이라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드라마의 트릭을 꼬집어 낸다. 동일제목의 2009년 일본 드라마의 원작이면서 문예춘추 선전 걸작 미스터리 베스트10은 물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3위에 선정된 뛰어난 작품이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지적은 놀라운 것이다. 드라마의 트릭이라고 할 수 있는 공식들과 김전일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 전반에 걸친 공식들을 재미있게 보고 있던 독자들에게 

왜 늘 이런 식인가   

여러분 정말로 밀실 살인 사건이 재미있습니까

밀실은 반성도 없이 나오고 또 나온다

모두 모여있고, 범인은 이들 중 한명이다. 

라고 혀를 차며 질문해댄다. 추리의 공식을 가지고 그대로 답습하려던 초보작가나 기존 작법서를 살펴보던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 질문들이다. 하지만 그의 지적을 오해하긴 이르다. 그는 잘못되었다고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법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냐고 질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쓰는 작가나 풀어가는 주인공, 그리고 읽는 독자에게까지 같은 물음을 던져대고 있다. 그래서 함께 뜨끔하게 되는 것이다. 원래 이런 것이니까...라고 타성에 젖은 자신을 되돌아 보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밀실살인, 의외의 범인, 무대를 고립시키는 이유, 살인의 도구, 불공정 미스터리, 다잉 메시지, 두 시간 드라마의 미학, 절단의 이유, 사라진 범인, 트릭의 정체, 동요 살인 등등 공식화 되어 있는 면들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파헤쳐대고 있었다. 그가 가진 문제 의식은 이미 그만의 것이 아니었다. 

좀 더 연구하고 고민해서 쓰면 안될까?

결국 그가 하고 싶은 말은 그 단 한마디였다. 트릭을 푸는 힌트를 편의주의적으로 제공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물음과 함께 그는 스스로 늘 고뇌하며 쓰는 작가였다. 그래서 장르불문하고 그의 작품은 언제나 독자의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이다.  관점이 변형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부터 최근작까지 그는 끊임없이 변형시키고 바꾸어가며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었다. 

신랄한 비판과 블랙 유머를 함께 섞어 우리의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좀 더 연구한 모습들로 우리를 찾아오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래서 국적을 떠나 언제나 독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작가였다.  이 책을 출판한 후 그는 더욱더 치열하게 고뇌하면서 작품을 세상에 내어놓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작가가 내어놓는 세상을 향한 재미. 우리는 그의 다음 작품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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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아이 - 하 영원의 아이
덴도 아라타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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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의 마음의 상처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못내 외면하지 못한채 슬픔과 아픔을 공유하면서 폭발해버린다. 아동학대는 이렇듯 동서고금 나이불문,성별불문하고 분노하게 만든다. 왜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른들은 이기적인 놀이를 하곤하는지. 

아이를 대상으로 분풀이하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은 장난감처럼 보이는 것일까. 하지만 정상적인 어른들의 눈엔 그 어른들은 도리어 아이처럼 보인다. 힘없는 상대를 괴롭히는 나이먹은 아이들.  이기적인 그들의 감정상태에 따라 상처입고 평생을 저당잡혀야 하는 소년소녀들이 있다. 바로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다. 

각자의 자리로 훌륭하게 자라 자리매김하였지만 그들은 겉만 멀쩡할뿐 속으로는 정상인이 아니었다. 그들의 상처는 이토록 강력하게 어른이 된 그들의 내부에 자리잡고 언제나 폭발할 수 있는 폭탄처럼 타이머가 맞춰져 돌아가고 있다. 

12세부터 29세까지 따라온 잊어버릴 수도 없는 상처들. 사회에 나서기 전, 가장 기본적으로 보호받아야할 가정에서 버려진 아이들의 미래. 어둡고 컴컴한 소설 속에서 나는 그들의 미래이자 현재를 보았다. 그리고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세상 모든 아이들을 보호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가정내에서 상처받는 아이들이 생기지는 않기를 바라면서. 이 소설이 발표당시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켰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정말 누군가의 후기처럼 다 읽고나서 한 동안 할 말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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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아이 - 상 영원의 아이
덴도 아라타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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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도 아라타가 1999년 최대 화제작으로 발표한 [영원의 아이]는 가족내 폭력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이들은 잊지 않는다. 어리다고 해서 어린시절 받아온 학대를 잊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꽁꽁 숨겨둘 뿐.
잊는다는 것은 어른의 전유물이 아닐까 싶어진다. 

17년 전 소아종합병원 정신병동에 세 아이가 서 있다. 각각 열두 살 동갑내기인 그들은 가정내 폭력으로 마음을 좀먹은 아이들이었다. 성폭행당한 구사카 유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각각 학대를 받은 아리사와 료헤이, 이혼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나가세 쇼이치로. 이 아이들은 그날 병원에서 무슨 일을 꿈꿨던 것일까. 서로 몰랐던 아이들이 서로의 이름을 그렇게 가슴에 새기고 각자의 길을 걸어간다. 

세월이 흐르고 아이들이 다시 만나졌을때 유키는 간호사로 쇼이치로는 변호사로 료헤이는 형사가 되어 마주친다. 그리고 그들은 그 과거가 불러온 그림자가 끊어지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누구일까.

비극의 시작은 만남에서 시작되어 만남으로 이어졌다. 
텐도 아라타가 말하고자하는 바가 너무나 극명해서 소설은 어느샌가 정직해져버린다. 너무나 정직하게 말하고자하는 바를 알리는 소설. 그러나 그 어두움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모른채 독자로서는 끌려갈 수 밖에 없는 점이 맘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다 읽고나면 어떤 느낌일까. 그것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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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미도리의 책장 5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시작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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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듯 한 권의 책이 범죄를 불러들이고 있었다. 
책의 제목은 [죽어도 안 고쳐져]. 저자는 전직 경찰이었던 다이도지 케이로 아버지의 순직으로 우연찮게 경찰관이 되었던 남자다. 결혼한지 1년도 안되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그는 17년간의 경찰생활을 접는 마지막 사건에서 만난 출판업계종사자인 친구의 제의로 책을 출간했다. 이후 강연을 다니던 다이도지 앞에 책으로 인한 사건들이 들이닥치게 되고 그의 일상은 다시 범죄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범죄학적 스릴러물이었다거나 프로파일러적 범인들이 속출했더라면 식상했을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은 "범죄자라는 동물은 90퍼센트가 얼빠진 행동을 합니다."라고 외치고 다닌 다이도지의 말처럼 얼빠진 범인들이 등장한다. 협박장에 지문을 덕지덕지 남긴 유괴범, 경찰서 주차장에서 차를 털려던 강도, 감시용카메라 정면에서 두건을 벗은 강도 등등 얼빠진 범죄자를 소재로 한 실화사건들이 담긴 그의 책은 [죽어도 안 고쳐져] 이후 2권인 [죽여도 안 죽여가]출판되는데, 친구의 제의를 뿌리치지 못해 쓰게 된 책 한 권은 블랙홀처럼 범죄와 범인들을 케이 앞으로 끌어들인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읽을 때만 해도 계속 읽게 될줄 몰랐던 와카타케 나나미의 글은 이제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을 기다리면서 끊을 수 없는 작가 중 한 명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나 역자가 좋아하는 작가인 온다 리쿠의 책들을 번역한 역자라서 더욱 신뢰가 갔고 사건이라는 단어가 주는 추리식 범인 찾기는 퍼즐마냥 재미들리게 만든다. 

연재작이었다는 작품은 그래서 더 재미를 붙이게 만든다. 긍정적인 세상을 찬탄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음울한 사건에 포커스를 맞춘 것도 아니면서 묘한 비틀림으로 범죄를 바라보게 만드는 작가의 시각이 독자와 일치되는 순간 그 재미점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유머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소설은 그래서 검은색이지만 웃게 만드는 묘한 코드가 숨겨져 있다. 기다리고 있는 다음 책인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이 꽤 많은 독자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요즘, 나는 다음 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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