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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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밀실 수수께끼...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의 저서를 통해 더이상 닫혀진 공간에서의 트릭은 재미를 주지 못한다고 밝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독자의 입장에선 여전히 미스터리인 밀실 트릭. 

1961년생 작가 우타노 쇼고의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세 가지 밀실 트릭을 밝혀내는 이야기다. 각각의 배경은 눈 오는 산장, 외딴섬, 서양식 저택인데,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생존자, 1명",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 세 편의 단편을 통해 트릭의 수수께끼를 풀어낸다. 


그 중 가장 재미나게 읽은 작품은 [생존자, 1명]이다. 이 생뚱맞은 제목은 생각보다 재미있어 처음에는 평범해 보이던 사건이 점점 뒤로 갈수록 가속도가 붙은 페달처럼 재미를 향해 치닫아버려 결코 읽기를 멈출 수가 없게 만들었다.

첫장 생존자 1명, 사망자 5명으로 조사 종료라는 신문기사같기도 한 짧은 멘트가 결말일지도 모르고 가볍게 읽고 넘겼던 나는 이야기의 처음을 죽기전 다잉메시지를 남기는 한 여인의 글로 오해했다. 글은 어느 해 7월에 그들에게 일어난 이야기로 시작된다. 고대 중죄인을 유배했던 유배지인 가바네지마 섬은 "나갈 수 있는 건 시체뿐"이라는 이름의 무시무시한 섬이었다. 무인도인 이 섬에 5명이 상륙하게 된 까닭은 그들이 그 달 7월에 일어난 사건의 주범이기 때문이었다. 

가바네지마 섬에 버려지다...

역을 폭파시켜 13명을 죽이고 부상자도 59명이나 낸 참사를 종교적인 이름하에 자행했던 이들은 교주의 엄명에 따라 섬에 잠시 숨어 지내게 되었는데, 사실 그들은 종교로부터 버려진 것이었다. 가바네지마라는 섬명처럼. 

그것도 모른채 버려진 주범 4명과 동료의 배신으로 함께 남게된 남자 1명. 그들이 평화로이 보낸 며칠이 지나자 이나무라는 배신의 전말을 털어놓는다. 경악에 빠진 것도 잠시 탈출직전까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했던 그들 앞에 한 명씩 사라지는 기이한 일이 일어나고, 그들은 곧 시체로 발견된다. 누가 범인일까. 

이 안에 범인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숨어있는 제 6의 인물이 있는 것일까. 서로가 서로를 못믿는 상황이 반복되던 가운데 모리 도시히코, 마나카타 다쓰야, 이나무라 까지 남자들이 싹다 죽고 없는 현재 살아 남은 것은 오타케 미하루와 나가토모 히토미. 이들은 각각 임신한 채 살아남았는데 4명 중 누가 살아남는지는 끝까지 읽어봐야 알 수 있게 쓰여져 있다. 한 명을 살아남게 남기는 모든 과정이 트릭인 셈인데 마지막을 읽는 순간 나는 뒷골이 오싹해져버렸다. 

생존 서바이벌. 그것도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철저히 계산해서 타인을 죽여야 하는 이 서바이벌적 요소가 읽기에 따라서는 [헝거게임]이나 [배틀로얄]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 읽고서야 꺠달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들은 목적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끝까지 이용당하다가 원인도 모르고 버려진 인간이나 중간부터 정신을 차리고 냉정해진 인간이나 결국 모든 것을 이해하고 살아남기로 결심하게 된 인간이나 상황에 닥치면 보여질 우리 모두의 모습이겠지만 그래서 더 무서워진 것도 사실이다. 

트릭이나 장소, 배경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진정 무서워지는 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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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서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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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이 깨지고 영웅이 해방되었다...

책을 통해 건너갈 수 있는 세상 "이름 없는 땅"은 혼돈에 빠졌다. 봉인이 깨지고 영웅이 해방되었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히로키가 [엘름의 서]를 손에 넣음으로써 시작되었는데 피가 이어지지 않은 작은 작은 할아버지의 별장에서 두 권의 책을 뽑아온 그는 이후 학교에서 동급생 두 명을 칼로 찌르고 사라진다. 애타게 히로키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때 유리코가 오빠의 방에서 말을 걸어오는 책을 통해 영웅의 해방사실을 알게 되었고 오빠를 구해야겠다는 일념하에 초등학교 5학년인 유리코의 모험이 시작된다. 

"이름 없는 땅"에서 "인을 받은 자"가 되어 돌아온  유리 앞에 나타난 오빠의 동급생 이누이 미치루를 통해 오빠의 왕따 학교생활의 전말을 전해듣는다. 오빠의 행동의 원인을 이해하게 된 유리는 생쥐로 변한 사전"아쥬"와 늑대 "애시", 무명승 "소라"의 도움을 받아 헤이틀랜드로 향했지만 결국 오빠를 구해오진 못했다.

책을 무언가로부터 지키기 위해
책으로부터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정말 모든 이야기는 죄악일까. 수천년에 걸쳐 전해져온 책들 속 이야기는 모두 죄악으로 치부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책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수긍할 수 없는 문장이었지만 어린 소녀가 영웅이 되고자 했던 오빠를 끝내 구하지 못하고 돌아온 자책감에서 어서 빨리 벗어나길 바라면서 혹시 시리즈로 다음 권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의 여지를 남겨두게 만든 마지막이 인상적이었다고 밖에 남길 수 없었다. 꼭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 폴이 니나를 구출하지 못한 채 완결되어버린 느낌이 들어버렸달까. 

읽는 내내 미야베 미유키의 이야기인지 온다 리쿠의 이야기인지 헷갈리던 가운데, 책의 세상이 지켜졌는지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는 모호함 속에서 나는 책장을 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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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서 1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4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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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힘이란 때로는 사악한 것.

미야베 미유키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화차]였다. 그리고 그녀를 좋아하게 만든 책은 [모방범]이었으며 그녀의 이야기 매니아가 되게 만든 책은 [낙원]이었다. 이후 그녀의 책은 단 한 권도 빼놓지 않고 읽으면서 사회문제에 대해 이토록 심도있게 다루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게 만드는 작가가 또 있을까 감탄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여성작가라는 타이틀만으로 그녀를 평한다는 것은 좁은 우물 속에서 바라보는 일밖에 되지 않았다. 

이후 사회를 비판하거나 사회문제에 대한 비평작을 읽게 되어도 그녀를 능가할만한 작품을 찾지는 못했다. 다만 이케이도 준의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예외로 둘 뿐.

가끔은 온다 리쿠적인 소재를 끌어다 와서 깜짝 놀라게도 만들었던 미야베 미유키가 판타지적 미스터리식의 소설을 들고나와 의아스러웠는데 초등학교 5학년 유리코가 화자가 되어 사라진 오빠를 찾아헤매게 되는 이야기인 [영웅의 서]가 바로 그 책이다. 

상상할 수 없었던 비밀스러운 책의 세계가 펼쳐진다.

유리코. 초등학생인 자신과 달리 중학생인 오빠 모리사키 히로키는 모범생이었다. 꼬마 유리코를 꼬꼬마라고 부르며 아껴주었던 오빠가 반 친구 둘을 칼로 찌르고 살인범인채 행방불명된 사건은 단란했던 가정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친구들과 학부모들의 거센반발 앞에 학교에도 가지 못하게 되었던 유리코가 오빠방 안에서 말을 걸어오는 사전과 만난 것은 그러니까 그 이후의 일이었다. "네 오빠는 영웅에 홀려 버렸어"라고 말하는 책들을 통해 소환자였던 오빠를 그릇으로 삼고있는 책이 엘름의 서 라는 제목이라는 것을 알아냈지만 여전히 행방을 찾아내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학교 도서관에서 자살하려던 소녀를 구해내고. 그녀로 인해 오빠가 왕따가 되었다는 사실을 고백받게 된다. 실마리를 찾아가려는 순간 도서관으로 다가오는 위협의 그림자와 마딱뜨리게 된 유리. 

1권이 극적으로 끝나버리고 다음 이야기가 실린 2권을 읽기까지 잠시 숨을 고르면서 정말 이야기의 힘이 사악함으로 뻗치고 있구나 싶어졌다. 그간 써왔던 성인물이기보다는 해리포터나 나니아 연대기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내용 속에서 그 접속 키워드가 책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온라인 게임이나 게임기같은 키워드였다면 요즘 아이들에게 더 적당하겠지만 책이라...사실 그래서 더 신비스럽게 느껴지고 상상할 수 없었던 비밀스러운 책의 세계 속이 궁금해지기도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영웅에 홀려버린 오빠.

유리는 오빠를 구해낼 수 있을까. "이름없는 땅"은 그저 단발적인 등장장소일뿐일까. 
과거 동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책을 매개로 다른 땅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는 많았었다. 하지만 이처럼 미스터리를 끌어안고 진행되는 이야기는 신선하게 다가오는 소재인지라 영화나 게임으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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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소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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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15년을 놔두고 경찰과 숨바꼭질에 들어간 여인은 도모타케 지에코.
그녀는 친구의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쫓기고 있다. 왜 그랬을까. 
자신의 남편도 아닌 친구의 남편을 살해하다니....

궁금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애초에 교환살인이라는 소재는 그리 독특한 소재거리가 아니었다. 이전에도 추리소설의 영역에서 타작가들이 사용해 왔던 소재였기 때문이다. 전혀 이해관계나 교접점이 없는 타인에 대한 살인을 교환살인이라는 트릭으로 마무리 지어왔기에 이 책도 그러려니 했었다. 하지만 [도망자]의 작가는 오리하라 이치였다. 그는 반전 트릭의 명수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좀 더 지켜보기로 맘 먹고 책을 읽어나갔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보다 꽤 방대한 양이었는데, 읽어나가면서 새삼 놀라게 된 사실은 작가의 관점에서 소설을 바라볼 때 일어났다. 깨알같이 박힌 양을 작가는 얼마나 공들여 오랫동안 다듬어 왔을까 에 생각이 미쳤을 때였다. 비슷한 두께의 책들보다 훨씬 많은 양을 소화해내며 읽은 느낌을 주는 오리하라 이치의 추리소설. 마치 압축본을 풀어가며 보는 느낌을 가지게 만들고 있었다. 

처음부터 포커스를 지에코에게 맞추어진 채.

살인과 범인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82년 동료 호스티스를 살해한 후 도주해서 공소시효 21일전에 극적으로 체포된 후쿠다 가즈코를 실제 모델로 한 소설이다보니 범인을 은닉하기 보다는 공소시효의 카운트다운을 세는 편이 더 긴박감을 주는 요소로 각인 시킨 것이다. 

사생아로 자라 엄마에게 버려진 채 성장했다가 엄마와 함께 사는 놈팽이같은 남자의 아이를 낳게 된 지에코. 똑똑했지만 엇나가는 바람에 인생이 꼬이게된 그녀는 폭력가정의 안주인이 되어 남편의 구타를 참아내고 있었다. 비슷하게 살아사던 료코와 의기투합해서 서로의 남편을 죽여주기로(?)했으나 지에코만 성공한 채 도망다니게 되었다. 료코는 지에코의 성공으로 얻게된 보험금이라는 부수익을 발판삼아 성공하게 되었지만 여기에는 오리하라 이치만의 트릭이 존재했다. 

사야마 그랜드 메종 605호에서 살해된 43세의 사야시다 히로유키는 정말 지에코가 죽인 것일까. 또 료코는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일까. 

이 두 의문점이 트릭으로 작용하면서 소설은 마지막에 화살을 다시 지에코에게로 넘긴다.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지에코 15년간, 아깝지 않니?하고.

재미있는 소설은 원래 술술 읽힌다. 복잡해 보이는 트릭은 추리해보고 싶게끔 만든다. 
범인이 밝혀져 있는 사건에서는 또 다른 밝힐 거리를 찾아보게 한다. 이 모든 것의 총집합체로 나는 [도망자]를 추천하고 싶다. 도망자. 읽기 전부터 읽고난 후까지 한 점의 후회없이 만족스럽게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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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눈
미야베 미유키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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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라는 숫자는 49다음이고 51이전이다. 학교 다닐때처럼 굳이 번호표를 매기자면 그렇다. 하지만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상상을 할 수 있는 인간의 두뇌는 50을 그냥 그 자리에 두질 않는다. 더군다나 그 상상의 군단이 작가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 아리스가와 아리스, 다나카 요시키,모리무라 세이이치, 요코야마 히데오, 미치오 슈스케, 시마다 소지, 오사와 아리마사, 아야쓰지 유키토 이렇게 9인의 일본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작가군단은 50이라는 숫자를 두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처음에는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집인 줄 알고 골라내었던 흰 표지의 두꺼운 책은 어느새 여러 작가의 필력을 동시에 구경할 수 있는 장터가 되고 원양어선이 되어주었다. 재미는 잡아 올리는 즉시 척척 걸려지고 단편이라는 짧은 공간에도 불구하고 장편 못지 않은 신선함을 독자에게 선보이고 있었다. 

처음 책을 읽을 때엔 미야베 미유키와 아리스가와 아리스 이 두 작가에 주목했으나 책을 다 읽고 나니 9인의 작가 모두의 글에 골고루 별점을 나누어 주게 되었다. 

50번의 칼질로 시체를 50조각낸 [절단]이나 검은 이불 위 50개의 눈알이 등장하는 [도박 눈], 50엔 우표로 시작되는 [하늘이 보낸 고양이],  50이라는 나이를 맞이한 등장인물이 나오는 [미래의 꽃], 호텔 50층, IQ가 50, 결혼 50주년 50대 동안 이어져온 가문 등등 50이라는 숫자는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소설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레퍼토리의 작품을 그것도 미스터리의 거장들의 작품을 한 번에 읽을 수 있게 되다니....단편이라는 길이에 대한 아쉬움은 저멀리 보고내고 남음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특정 작가에 이끌리지 않고도 골라 읽을 이야기가 수두룩한 [도박 눈]은 다음에도 이런 식의 출판이 계속되기를 희망하게 될만큼 매력적인 구성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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