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에게 나를 바친다 레드 문 클럽 Red Moon Club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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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 준비된 살인현장, 준비된 범인...

 

손바닥이 마주치면 소리가 나는 것처럼 "죽으려고 하는 남자"와 "죽이려는 남자"가 한 공간에 있으면 살인이 일어나게 될까. 소설은 그 점에 주목하게 만들면서 처음부터 모든 패를 내어 보인다. 다 까발려진 비밀에 무슨 궁금증을 느끼게 될까 싶지만 이 살인은 사연이나 기술보다는 일어날 "언제"에 관심을 모으게 만든다.

 

솔라 전기의 사장 히나타. 그는 회사를 물려줄 자식하나 없이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는다. 그리고 회사 연수를 가장해 우수 사원들의 결혼을 독려하기 위해 주최해왔던 사원 연수에 공동 창업자인 사카이 요이치의 아들 가지마를 포함 시켰다. 그를 통해 자신의 자살같은 타살을 지휘하는 동시에 가지마를 붙잡히지 않게한 계략까지 꼼꼼히 체크해 둔다.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믿음으로 불러들인 가지마가 자신을 죽일 수 있도록....

 

 

이런 사장의 계획을 모른 채 사장을 죽이기 위해 사워 연수에 참여한 가지마는 콘도를 둘러보는 사이 꽤 많은 살인도구가 널려 있음에 눈여겨 보고 살인 시간을 정해놓는다. 얼마전 임종한 어머니가 들려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인 사장 히나타. 부모의 원수를 위해 살인을 준비하는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이틀뿐. 곧 유럽으로 발령이나 떠나야하는 그에게 이 이틀은 신이 준 절호의 기회이자 시간이다. 사실은 히나타가 준비한 시간이긴 하지만...

 

 

히나타 씨는 범인이 체포되길 원하시나요 아니면 달아나길 원하시나요?

 

 

준비된 살인계획에 준비되지 않았던 복병이 나타났다. 회사의 번영과 안녕을 위해 아무도 모르게 사원간의 결혼을 추진해오던 히나타의 연수엔 분위기를 유도하는 게스트들이 필요했다. 남녀를 부추겨 좋은 인연으로 이어주는 게스트의 역할을 위해 지난번처럼 조카인 쇼고와 연인 마리코, 유카가 나타났는데, 키는 마리코보다 조금 작으면서 길고 검은 머리카락의 아름다운 여인 우스이 유카는 통찰이 뛰어난 여성이었다.

 

도움받기 위해 데려온 유카가 의외의 복병이었던 것이다. 괘종시계 밑 의자를 치우고, 얼음송곳과 꽃병을 흉기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두는 등 그녀는 히나타가 준비해 둔 도구들을 하나둘씩 무용지물로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추리하게 시작했다. 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목표는 누구일까?

 

 

진실에 접근한 유카는 마지막으로 히나타를 찾아와 그간의 일을 털어놓으며 질문한다. 범인이 체포되기를 원하는지 달아나기를 원하는지....그건 그녀에겐 아주 중요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히나타에게 의미심장한 깨달음을 남기며 사라졌다.

 

 

아직까지 콘도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콘도에는 시체가 생길 것이다. 자, 어느 쪽이 쓰러질까.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의 이시모치 아사미는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종칠 노인이 꾸민 살인이 일어날 48시간 속으로 독자를 밀어넣는다.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만 끝까지 조마조마함을 놓치지 못하게 만들면서.

 

언제일어날지 모를 살인극이 주는 짜릿함은 탐정 김전일이나 코난이 되어 범인을 밝혀나가는 일보다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마치 연극을 보면서 일어날 사건을 눈으로 기다리는 느낌이랄까.

 

작가 이시모치 아사미의 가장 지적인 살인극은 칼을 갈아야할 때 나타난 결정적인 순간마냥 그 재미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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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게임
아다치 모토이치 지음, 성지선 옮김 / 바다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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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엔 상금이 걸린 러브게임!!!

 

케이블 방송에서 방송할 법한 서바이벌 게임이 드라마화 되었다. 요미우리 TV심야 드라마방영 화제작인 [러브게임]. 시청률 합계 200%의 사나이 아다치 모토이치 데뷔작인 그 원작 소설은 어떨까 싶어졌다.

 

 

  "사랑이라는 것"의 정체를 알고 싶어 상금을 걸고 사람들을 시험대에 올리는 남자, 구로미야 쇼지는 600평 대지 위 밀폐된 방 안에 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부를 축적해온 가문을 물려받은 그는 어릴적부터 자신보다는 부와 가문에 목숨거는 여자들에게 진저리처진 상태. 그런 그에게 사랑하던 여인 아즈사가 자살하며 남긴 메시지는 충격 그 자체였고, 그 때문에 1억엔의 상금을 내 건 러브 게임을 만들어냈다.

 

 

 

이유없는 사랑이란 없는 것일까? 사랑하는데 이유가 필요한 여자.

 

남자를 고를때마다 이유를 갖다붙이던 이토 사치에는 스물 여덟의 직장여성. 전문학교 졸업후 얼마간의 모델생활을 거쳐 입사한 회사에서도 그녀는 모든 여성의 적이다.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그녀를 시기 질투하는 무리들은 여기저기 모든 장소에서 툭툭 튀어나온다. 현재는 60점 짜리 여자와 70점짜리 여자의 질투속에서 미팅중이다.

 

 

그런 그녀에게 일주일 안에 결혼하면 1억엔을 주겠다는 권유는 돈에 구애받지 않고 남자를 구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었고 두말하면 잔소리!세말하면 헛소리!이기에 당연히 조건을 받아들인다. 연봉이 작아 미루어두었던 동갑내기 방송국 직원 다카시에게 차이고, 50대의 크리에이터 겐이치로에게도 NO선언을 들은 그녀가 향한 곳은 과거.

 

사랑하나면 족했던 시절, 결혼을 생각했던 남자가 사치에를 두고 친구와의 내기를 하는 바람에 이별당하고 상처받았던 과거로 돌아가 상처하고 혼자사는 그 남자에게 결혼하자고 대시하는데....고작 10만엔에 짓밟혔던 행복을 1억엔의 획득으로 되찾을 수 있을까.

 

 

사람이라는 생물은 왜 이렇게까지 사랑때문에 고뇌하는 것일까?

 

이토 사치에의 러브게임 종료 후 다음 타자는 다키자와 유우코의 남편 고이치. 아들 고타로와 아내와 행복한 삶을 사는 그에게 내일 7시까지 이혼도장을 받으라는 지령은 로또보다 달콤했다. 항공사를 그만둔 세탁소집 딸이지만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미인 아내가 학벌도 직업도 허접한 자신과 결혼해 주었을때 얼마나 고마웠는지. 하지만 그 고마움도 오늘은 물러야 할 판이다.

 

쉬워보이던 고이치의 러브게임도 종료. 원인은 아내의 과거때문인데, 자신과 결혼한 이유가 형때문임을 알게 되는 순간 가정은 그대로 파탄나버린다.

 

"슈이치의 제수로 있을 권리는 포기할 수 없다"고 외치며 외도도 눈감아 주겠다는 아내는 스튜어디스 시절, 형과 불륜을 저질렀고 그 만남에 집착한 나머지 결국 법원의 접근금지명령을 받았지만 동생과 결혼해서라도 그의 곁에 있고 싶어 오늘날까지 고이치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의 모든 행복이 거짓 위에 세워졌음을 알게 된 고이치에게 러브게임은 이미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워져버렸고....

 

 

 

단지 아즈사 죽음의 답을 알고 싶어서 시작한 러브 게임은 쇼지에게 답을 주지 않았다. 쉬워보이는 미션이었건만 그 누구도 1억엔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고, 그는 여전히 답을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을 시험대에 올리고 그들의 내일을 결정해놓고 관찰하지만 그는 신이 아니다.

 

그 사실을 망각한 쇼지 곁엔 아즈사의 쌍둥이 여동생 사에가 머물고 있다. 20대 중반이지만 키 큰 초등학생 같은 히무로 사에. 지스페르그 증후군을 앓고 잃던 사에는 숙부가 언니를 성폭행해온 사실도 깨닫지 못했다. 결국 고급창부가 된 언니가 어느날 자살해버렸지만 이유엔 관심도 없이 그저 쇼지의 일을 도와 그의 곁에 머무르고 있다.

 

사에를 아즈사로 착각하며 다가서는 쇼지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사에. 사랑은 멋지지만 영원하지 않다던 아즈사는 왜 사에를 쇼지 옆에 남겨두었던 것일까.

 

"지금 이순간 당신을 가장 사랑해요."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자살한 아즈사의 죽음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소설을 읽는내내 함께 궁금했던 그 이유는 소설을 읽고난 다음부터 곰곰히 고민해보게 만드는 화두로 남았다.

 

에이미를 닮은 겉표지 모델이 인상적인 [러브게임].

진실한 사람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왜 변하는 것일까?를 이토록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을 나는 이전에는 만나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사랑이라는 것의 정체를 알고 싶어졌다. 문득-. 읽고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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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 하 미소년 시리즈 (미야베 월드)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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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와 가장 닮아 있어 좋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랬다. 미야베 미유키의 연작소설 [하루살이]는 전편 [얼간이]와 더불어 가장 인생과 닮아 있어 좋았다. 사람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데는 범죄도 일어나고 오해도 빚게 되고 미움과 시기심, 질투,연민, 사랑, 집착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로인해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가 풀어나가고 있긴 하지만 이들은 탐정이 아니다. 따라서 김전일이나 코난처럼 "범인은 이 안에-. 사건은 완벽히 끝났다."라고 말할 수 없다.

 

A의 이야기가 풀어지고 내일은 B의 이야기가 진행되어도 A의 삶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똑똑한 소설의 전개방식 속에서 나는 삶을 배워나가고 있다. 또한 어제는 나의 이야기지만 오늘은 또 누군가에게 힘든 하루겠구나...라는 이해도 함께.

 

타고난 재주는 그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그래도 밥벌이가 될만한 재주를 타고난 자는 그것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라는 성찰은 이해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제 죽을 줄 알면서도 그림그리기를 포기하지 못했던 도둑의 일행이나 머리속에 도서관을 차린 듯 많은 기억을 담게 되는 어느 똑똑한 아이의 이야기, 경국지색처럼 아름다운 미색을 가졌으나 때때로 오줌싸개인 어린 사내 아이,아들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 버려진 줄 알았으나 죽었다하고 죽은 줄 알았으나 살았다가 겨우 만나게 되자 제 눈 앞에서 시체로 발견된 어머니의 아들도 [하루살이]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재주가 사람을 살리거나 죽이기도 하지만 읽다보면 집착과 미움이 누군가를 죽이거나 살리기도 했다. 사람찾기 시스템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라 죽었다하고 감춰진 사람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기도 했으며 반대로 사람하나 감추는 것은 일도 아닌 시대이기도 했다. 소설의 배경은 그러했다.

 

그래서 부자상인 소에몬은 본처의 눈을 피해 살해당할뻔했던 후처를 어린 아들과도 이별시키고 멀리 "귀신이 아이를 잡아가는 집"에 은둔하게 만든다. 또한 자신의 큰 아들이 바람핀 본처의 아들이며 둘째 아들이 자신의 핏줄임을 알면서도 입다물고 있고, 사랑하는 후처의 아들에게 어머니의 생사를 알리지 않은 채 저 멀리서 살아가는 것을 보고만 있다.

 

그런 사키치가 잡혀갔다. 세상에선 이미 죽었다고 밝혀진 자신의 친어미 아오이를 죽인 범인이 되어....사키치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가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각각의 사연이 소개되었던 규베,오케이,오로쿠등이 등장한다.

 

결국 이 이야기의 결말을 위해 그들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던 것일까. 죽은 아오이에게 은혜를 입었던 오로쿠. 마지막에 실린 "하루살이"에서 잠깐 등장하지만 오로쿠는 마님이 죽은 다음에야 그녀의 사연을 전해 듣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고마움과 더불어 아들과 헤어져 가슴 아프게 살았던 마님의 과거가 불쌍해진다.

 

일일이 서술되지 않아도 오로쿠의 사연을 아는 독자는 그녀의 마음이 되어 아오이를 바라보게 된다.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을 얻게 만드는 것. 미미여사가 [하루살이]를 통해 이루어낸 가장 큰 효과가 아닐까.

 

타인의 일을 함부로 떠드는 것은 그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 각각의 사연을 알게 되면 우리는 누구도 타인에 대해 함부로 왈가왈부 할 수 없게 된다.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은 이토록 많은 차이가 있고 또한 무서운 일이다. 마지막 "하루살이"를 읽으며 애잔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은 이전에 작가가 깔아놓은 사연의 밑밥때문임을 읽는 순간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 와서야....겨우...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을 읽으면서도 상상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었던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먼저였기에 다른 것들은 그저 묻혀서 진행되어버렸다. 자연스럽게.

 

흔히 옛 사람들은 순진했을 것이다. 단순했을 것이다. 한다. 하지만 그 순박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살던 시절에도 범죄가 있었고 소문도 있었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고 타인에 대해 알게 되면 이전의 독설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이해와 더불어 함께 눈물짓게 된다는 것도 변함이 없다.

 

결국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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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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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시대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도망자가 등장했지만 [얼간이]를 느릿느릿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까닭은 태평한 무사 헤이시로와 아름답지만 아직은 어린 유미노스케 때문이었다.

 

아이가 없어 아내쪽 친척 아이인 유미노스케의 입양계획을 고려중인 헤이시로는 겉으로 보기엔 얼간이 무사처럼 보이지만 생각이 바르고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물이다. 그래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먼저 쥐락펴락하진 않으며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해결될 수 있도록 약간 돕거나 눈감아주며 살고 있다.

 

모든 것이 빠르고 잔인한 수법이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하는 가운데 이런 느린 이야기를 재미있게 느끼게 만드는 미야베 미유키야말로 글신이 아닐까 감탄하게 만드는 소설이 [얼간이]였다. 그들의 이야기가 조용히 그렇게 끝나는가 싶더니 연작으로 다음권이 나와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더 놀라운 내용을 담고서.

 

[하루살이]는 평범해 보이는 제목 아래에 얼간이의 연작소설이라는 재미를 밑바탕에 깔고 시작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선택함에 주저하지 않았다. 셜록과 왓슨의 똑똑한 콤비외에도 세상에는 들어주다보니 해결되었다는 헤이시로 콤비도 존재한다는 사실. 이 색다른 콤비의 조합은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밝혀내려고 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을 살피고 그들 사이에서 인과관계를 찾아낸다. 이것이 인간적으로 다가와 시대를 잊게 만들고 지역을 잊게 만든다.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상상의 영상과 읽기가 동시에 진행되곤 하는데 하루살이는 그 어느 소설보다 자유롭게 상상하게 만들었다.

 

한때 친밀하게 지내던 존재가 어떤 이유로든 떠나가는 일, 그걸 못견뎌 하는 것도 결국은 욕심. 그래도 그런 욕심 없이는 사람이 살아갈 수 없다.

 

고 말하는 이유를 소설을 읽으면 깨닫게 된다.

 

이 시대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고 인간의 욕심은 자신뿐만 아니라 반드시 타인의 삶에 해를 가하게 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 역시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임을 책을 통해 배운다.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라...어찌보면 참 쉽고, 어찌보면 너무 복잡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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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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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에 대해 찬반토론이 벌어지면 나는 어느쪽도 선택할 수 없을 것 같다. 비겁하지만 그렇다. 죄의 입장에서보자면 사형은 쉽게 찬성하게 된다. 자신에게 생명의 위협을 가하지 않는 타인에게 유흥비를 목적으로 하거나 기타 자신의 빚청산을 위해 해를 가해 그 생명을 없애버린다면 그는 단죄받아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질적인 악질범죄인이 아니라 책에서처럼 단지 "형"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자신에게 툴툴대던 간수가 그 대상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쓸쓸히 털어놓는 사형수에 대해 알게 되면 마냥 찬성을 위해 손 들고 있기도 힘들어진다.

 

많은 영화를 통해 사형수를 봐왔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사형제도에 대해 피상적이다. 옳고 그름만 따질뿐 그 과정 속 사람에 대해 피부로 느끼질 못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영화를 볼때마다 직업이 "교도관"이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함께 한다는 것. 그것도 내 손으로 직접 마지막을 이행해야한다는 것에 대한 알 수 없는 죄책감과 중압감은 그 어떤 직종의 스트레스보다 높고 그 마음의 파괴는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숀팬의 그 눈빛도, 최민수의 마지막도, 강동원의 애절한 외침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 다행이다. 그린마일을 보면서 마지막에 정신없이 울게 된 것은 또다른 이유이긴 했지만.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는 9년차 교도관의 우울한 일상이 펼쳐진다. 그는 여느 인간들과는 다르다. 그 기억부터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데, 아주 어린 시절 영아원에 들어가 입양과 파양을 겪으며 고아원에서 성장해 성인이 되었다. 그러선지 그의 기억 중 가장 오래된 기억은 바닷가에 한쪽 무릎을 세운 채 누워 죽은 벌거벗은 여인에 대한 것이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고 자신이 죽인 것인지 죽어버린 엄마의 시체였던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그 기억은 종종 일상을 파고들어 그를 외롭게 만든다.

 

무언가 불안정하고 흔들리는 정신 상태를 가진 "나"는 오늘도 여전히 교도행정에 임한다. 자산과 범죄는 이 세상에 지는 것 이라고 오래된 섹스파트너 게이코는 말하지만 서른 살의 교도관에겐 그것조차 공기중에 부유하고 있는 흩어진 말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 가운데 18세에 신혼부부를 살해하고 사형언도를 받아 수감된 야마이 류지는 유일하게 친절하지 않은 교도관인 "나"를 따른다. 소설에서 구원받는 일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마지막에 펼쳐진 류지의 편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다른 소설 [편지]처럼 한쪽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 버렸다.

 

"나에게는 형제가 없지만 당신이 형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사형수에게 어느날 사형집행을 해야하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니...직업이 교도관인 그는 일상이 이별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별과 마주한 그에게 인생은 이토록 잔인하다. 일상을 이웃처럼, 친구처럼 함께 하다가 어느날 자신의 손으로 그 생의 마감을 거들어야 한다는 것. 이처럼 잔인한 이별이 또 있을까.

 

[모든게 다 우울한 밤에]은 인생은 그 인간이 저지른 짓을 그냥 넘어가주는 법이 없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만들고 있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는 훌륭한 것이 많다고 조용히 속삭이고 있기도 했다.

 

마지막에 덧붙여진 희망 하나가 전체의 우울함을 옅은 색으로 희석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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