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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가게 - 당신을 꽃피우는 10통의 편지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나계영 옮김 / 살림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영화 [컨트롤러]는 주어진 운명대로 살아가는 것과 운명을 거스르고 스스로 개척하는 삶의 기로에 선 인간의 선택이 주명제가 된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인생에서 정말 주어진 길들이 있을까 싶어졌지만 또한 성공이 보장된 길이 있음을 알면서도 도박적인 선택을 할 인간이 몇이나 있을까 싶어지기도 했다. 생각이 이어지던 그 모든 결과에 상관없이 "이렇게 해라"식의 충고를 인간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누군가의 충고가 절실히 필요한 순간도 있다는 사실 역시 수긍해야만 하는 일이기도 했다.
마시멜로 이야기처럼 [편지가게] 역시 소설의 형태를 하고 있는 삶의 멘토링이다. 어쩌지 못하는 가운데 누군가가 해답을 알려줬으면 하는 가운데서 만나지만 따뜻한 충고들. 편지가게에는 이런 충고들이 "이런 식으로 살아라"가 아닌 "너의 식대로 살 수 있도록"이라는 단서를 붙여 전달되는 충고들을 선물한다. 편지가게. 이름만으로는 평이하게 느껴지는 책의 제목은 말 그대로 편지를 주고 받게 되는 순간부터 그와의 인연이 시작되는데 나이도, 목적도, 이유도 알 수 없지만 어느날부터 시작되는 충고와 격려가 성공한 인생을 가져다 준 이야기로 구성되어져 있다.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대학 졸업반 료타. 요코하마에서 학교 근처에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인 "서락"의 단골인 그에게 생일날 특별한 기회가 주어졌다. 바로 "사장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기회가.
그 자리에서 주목할 메모는 두 가지였는데,
당신의 능력은 오늘의 당신의 행동에 의해 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라는 엽서 한 장과 광고지 한 장이었다. 이 두 장의 메모가 앞으로 그의 인생을 180도 다르게 바꾸어 놓게 된다.
10년 동안 각 개인당 10통의 "편지교환"으로 편지가게를 이어왔다는 편지가게에 10통의 편지를 보내는 동안 료마는 구직활동의 어려움과 면접탈락후의 힘듦을 고백하며 조언을 구한다. 추후 작은 회사의 입사를 앞두고 고민되는 점뿐만 아니라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창업에 관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에게보다 진지하고 솔직하게 이어진 편지에 대한 답장은 료마에 대한 배려가 담뿍 담긴 것들이었다. 응원과 함께 보내진 답장은 언제나 분명하면서도 현실성 있는 답안이 준비되어 되돌아오곤 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에 걸쳐서 계속 필요한 존재로 살아가는 것
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것 역시 편지가게로부터 온 답장을 통해 얻어진 고민들이었다. 세월이 흘러 그때의 10통의 편지 덕분에 자신만의 회사를 창업하게 된 료마앞에 밝혀진 편지가게의 실체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그를 바라보는 지인이었고 애초 편지가게 자체가 료마를 위해 탄생되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 그는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평범하게, 또 어쩌면 짧고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편지와 답장 그리고 그 사이 소설로 풀어지는 료마의 일상을 번갈아 읽으면서 현재 료마와 같은 고민을 가진 20대에겐 이 책이 충실한 답변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진다. 훌륭한 멘토를 찾지 못했을 때, 조언과 격려가 필요할 때 책은 살아숨쉬는 사람이 전하는 그것과는 또 다른 감동을 실어 누군가의 인생을 훌륭하게 변모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편지가게]를 통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