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은집
나카지마 교코 지음, 김소영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가사독본]을 첫권으로 내고 이젠 다른 책을 출판해보자는 출판사의 말에 독신의 다키 할머니는 지난 세월 속 비밀의 빗장을 풀어낸다. 쇼와 40년대. 아직까지 일본에 "하녀살이"가 존재하던 그때 그녀는 하녀였다.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여섯째 중 다섯째로 마을 근처가 아닌 저 멀리 도쿄로까지 가게 된 일을 두고 그녀는 지금까지 운이좋았다고 회상하고 있다.
도호쿠 지방의 한 현 출신인 시골뜨기 아가씨의 눈에 도쿄는 어마어마한 곳이었다. 더군다나 힘들어하던 언니와 달리 세련된 도시로 나온 그녀는 대우받는 고용인으로서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녀가 부족하던 시절이라 정중하게도 "다키 씨"라고 불리며 가족의 일원으로 대우받을 수 있어 스스로도 충직하게 생활했던 그 집은 미모의 사모님이 계신 곳이었다.
히라이가 사모님은 첫번째 남편과 사별하고 그 사이에서 난 아들을 데리고 재가했는데 재가의 상대는 완구 회사의 중역으로 그 세 식구와 다키 이렇게 네명이 한 집에서 기거하며 즐거운 생활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던 사이 도키코 사모님의 권유로 다시 학업을 계속하게 되지만 곧 교이치 도련님이 소아마비에 걸리면서 학업도 중단되고 일본 역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집 안의 사람들 역시 그 분위기에 휩쓸리고 만다.
운명의 쳇바퀴가 불러들인 이타쿠라 쇼지군이 방문하면서 묘하게 이그러져 간 행복의 분위기를 다키가 눈치챌 무렵 그녀는 처음 도쿄로 와 잠시 머물렀던 집주인인 소설가 고나카 선생이 그녀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영국의 한 하녀는 학자인 주인을 위해서 주인의 친구이자 라이벌이 쓴 논문을 실수인 척 불태워 버렸고 그녀는 똑똑한 하녀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는....
다키가 태워버려야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역사소설이면서, 로맨스 소설이고,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나카지마 교코의 소설은 제 143회 나오키상 수상작답게 편안하면서도 끝까지 그 재미를 잃지 않으며 마지막 장을 덮게 만든다. 한때 행복했던 그 어느 순간을 떠올리는 노인의 추억담은 미스터리의 탈피라는 목적보다는 더 의미있는 것을 찾게 만드는데 작품의 매력은 단 한 번의 선택으로 평생을 후회하는 여자가 곱씹는 행복한 젊은 시절을 담고 있어 더 애잔하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애잔함이 따뜻한 봄날에 약간 쌀쌀한 바람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