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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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추리소설의 강국이면서도 그 좋은 작품들이 바로바로 드라마화되는 시스템이 참으로 부러운 나라다. 2차 세계대전 당시를 산 작가이면서도 그의 작품이 현재에 읽혀도 여전히 그 트릭이 오묘하게 느껴지는 요코미조 세이시나 사회문제를 소재로하면서도 추적해가는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미야베 미유키,인간내면의 그 밑바닥까지 까뒤집어 보이던 오리하라 이치, 그 작품을 손에 쥐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오츠이치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독특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 작품들이 가득한 나라에는 그 이미지를 잘 잡아내는 작가들이 살고 있다.

 

그 중에서 장르불문하고 감동이면 감동, 뛰어난 트릭이면 트릭을 이용해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작가도 있다. 비밀 이나 편지 를 읽으면서는 안타까움과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게 만들었다면 용의자 x의 헌신 이나 탐정 히가시노 등에서는 뛰어난 트릭에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의 매니아가 되어 출판되는 책들을 모조리 구해 읽곤 하다보니 신참자 에 이르르게 되었다.

 

신참자. 참 간결하면서도 똑 떨어지는 제목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향해 있다. 이미 아베 히로시를 주인공으로 드라마화 되었다니 손쉽게 드라마부터 찾아볼까 하다가 역시 책을 통한 심리훑기 이후에 드라마를 보면 원작과의 비교재미도 쏠쏠할 것 같아 4월엔 책부터 먼저 찾아 읽었다.

 

50만부에 이르르는 엄청난 인기의 이야기는 한 40대 여성의 변사체가 발견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죽음은 언제부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었을까. 누군가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의 추적을 받으면서 오히려 다시 시작되는 듯 했다. 시리즈 물로 유명한 가가 형사가 사건을 맡으면서 그라면 꼭 해결해주리라는 믿음으로 읽게 만든다. 추리는 풀어가는 형사에게 맡겨버린 채 구경만 하고 있는 한심한 독자의 꼴이 되어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까닭은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라서였을까.

 

머리를 굴려대기 보다는 그저 그가 풀어가는대로 고개를 끄덕여가며 읽다보면 어느새 9개의 이야기가 끝나고 거짓증언의 끝에서서 그들의 비밀의 타래를 풀어가는 열쇠를 얻게 된다. 그래서 나는 단편들이 실린 듯 하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마는 이 이야기가 좋아졌다. 인간의 추악함을 적당히 파헤쳐내면서도 종국엔 완전히 미워하지는 못하게 만들고 마는 힘을 가진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는 어떤 책에서는 이시가미가 되고, 어떤 이야기 속에서는 유가와가 되더니, 이 이야기 속에서는 가가가 되어 찾아왔다. 그리고 오늘도 재미난 이야기를 눈 속에 남겨두고 사라진다. 또 다음 이야기는 언제쯤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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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를 으깨며 노리코 3부작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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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그 독특한 분위기가 좋아 다나베 세이코의 다른 작품을 읽을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딸기를 으깨며]를 읽다보니 그 전작있었다. [아주 사적인 시간]에서 노리코는상류층 연하남 고와 결혼했었다. 어떤 생활이었는지 모르지만 후작인 [딸기를 으깨며]를 통해 그간의 3년을 "형무소"에 비유한 걸보면 행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서른 다섯의 노리코는 "질투남" 고와 헤어져 여러 남자친구와 여자친구들을 만나며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라고 되뇌이기까지 하면서-.

 

건강하고, 일도 있고 명예도 주어졌고 그녀의 일러스트나 인형시리즈, 캐릭터 상품을 좋아해주는 팬들도 있어 그녀는 부족함 없이 살고 있었다. 남자 하나 없어도, 타인과 다른 라이프 사이클을 살아가도 그녀는 단 한 걸음도 주저함 없이 인생을 살아나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딸기를 으깨며]의 노리코가 금새 좋아졌다.

 

여자는 혼자가 좋다   p.83

 

홀로 살지만 쫓기는 마음이 아닌 즐기는 마음으로 살 수 있는 것. 싱글녀들의 바라는 삶의 이상향이 아닐까. 그런 그녀에게도 슬픔에 잠길 시간이 다가오는데 바로 하라 코즈에의 죽음 앞에서였다.

 

하라 코즈에의 첫이미지는 "황량한 인생을 사는 여자"였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해도 그들은 조금만 유명해져도 그녀의 곁을 바람처럼 떠나가버렸고 삶이 허락한 여유로운 것들 속에서 허무함과 지루함을 느끼던 하라는 여러 약병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레즈비언 친구인 메리처럼 만만하거나 가깝진 않지만 존경하고 있던 그녀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때 노리코는 카루이자와에 있었다. 도쿄로 급하게 돌아갈 차편이 없던 그녀가 고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툴툴대면서 그녀를 위해 2시간 남짓의 운전길을 자처한 그를 보면 싱글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그녀와 달리 그는 그녀가 없어 쓸쓸했던 모양이었다. 적어도 여전히 그녀에 대한 마음이 가슴 속 어딘가에 남겨져 있는 남자처럼 느껴졌다.

 

결국 하라 코즈에의 죽음은 전남편 고와의 관계를 "스파게티 친구"로 만들어 놓았고 그녀는 또 다른 소통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게 되었다. 한 사람의 죽음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온화한 소통이라면 그것 역시 "기부"내지는 "기증"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딸기를 으깨며...로 시작해 딸기를 으깨며...로 끝나는 이 특별한 소설은 작가의 독특한 분위기가 여전히 잘 묻어나 더할나위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던 소설이었고 나는 더불어 고와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져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전작 [아주 사적인 시간]을 읽기 위해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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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지키는 개 : 새로운 시작 별을 지키는 개 2
무라카미 다카시 지음 / 비로소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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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면서도 가슴 가득 뭉클하고 뜨거운 눈물을 콸콸 쏟게 만든 [별을 지키는 개]와 다시 만났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찾아온 이야기 속에는 전작에서 아빠의 마지막을 함께 지켰던 그 강아지의 다른 형제 이야기가 실렸다는 것을 시사하듯 두 마리의 강아지가 상자에 버려진 것을 어린 소녀가 건강한 쪽을 데려가면서부터 시작된다.

 

아파서 골골대는 버려진 강아지. 그 누구도 거둘 것 같지 않은 그 강아지를 동네 유명한 욕쟁이 할머니가 데려간다. 죽을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던 할머니는 죽음의 길동무로 아픈 강아지를 선택했지만 오히려 할머니로 인해 되살아난 강아지와 반려동물로 인해 삶의 의미를 일깨우게 된 할머니.

 

세상은 길동물들을 괴롭히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반려동물들과 함께 하며 살아가는 의미를 삶에 새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 따뜻함을 전하는 작품이기에 나는 무라카미 타카시의 별은 지키는 개 시리즈를 좋아하게 되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더없이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 줄 작품이며 함께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생명의 존엄함을 일깨워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게 만드는 작품이다.

 

전작에서 아빠의 지갑을 훔쳐가 그들을 길가에서 죽게 만든 아이가 원망스러웠는데 궁금했던 그 아이의 뒷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었다. 그래서 묘하게 두 작품은 이어져 있다.

 

작가가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분명한 작품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모두가 숨기려고 하고 복잡하게 짜려고만 하는 가운데 정직하게 하고자 하는 말을 털어놓으면서도 시시함보다는 뭉클함을 전하는 작품을 만난 감동으로 2012년을 따뜻하게 열게 만든 것은 독자를 향한 작가의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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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선 시스터 문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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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라는 작가에 빠져 들게 한 작품은 삼월은 구렁을...시리즈 인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를 읽으면서였다. 리세에게 홀딱 빠져, 그녀와 그녀가 처한 특수하고 특별한 환경에 빠져 미스터리하면서도 판타지적인 시리즈를 찾아 헤맸다. 온다 리쿠의 소설들이 주는 재미는 평범한 것에서부터 시작된 특별한 것이었기에 매혹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어떤 작가도 독자의 모든 재미를 충족시켜줄 수 없듯 꽤 오랫동안 매니아였지만 최근 몇몇 작품들에게서 더이상의 재미를 찾지 못했던 나는 [브라더 선 시스터 문]을 읽어야할지 말아야할지 책을 두고 고민에 휩싸였다. 이 한 권을 읽고나면 잃어버렸던 재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지 흥미롭지 못한 작품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될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읽기로 하고 얇은 책의 페이지를 넘기자 온다 리쿠는 환상이 아닌 추억의 세상으로 독자를 인도했다. 친구들에게 자극받아 열심히 연주에 심취했지만 취업후엔 현실과 타협하고 음악과 멀어질 것만 같다는 생각에 휩싸인 베이시스트 마모루, 여대생이 하나의 기호처럼 여겨져 연예인처럼 팬 혹은 안티 세력을 만들어냈던 여대생 붐 시대에 여대생이 아닌 별볼일 없는 여학생으로 살아가야했던 아야네, 평범한 회사원에서 영화감독이 된 하지메. 이들 각각의 추억과 이야기가 펼쳐져 소설,음악, 영화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을 추억하고 있다.

 

확실히 20대는 불확실하다. 온다 리쿠 역시 그랬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녀는 성장소설식의 청춘소설의 형태를 늘어놓지 않았다. 마음에 들었던 점이지만 그래서 희망보다는 우울이 묻혀져 있는 것 같아 약간은 씁쓸했다. [하이킥3-짧은 다리의 역습]을 재미있게 보고 있지만 그 내용이 밝은 쪽 보다는 우울한 쪽을 담고 있어 씁쓸한 것처럼.

 

온다 리쿠가 말하는 것처럼 누구나 학창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지나가버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1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되돌아간다면 그때의 실수들을 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역시 또다른 실수들을 늘어놓으며 살게 될 것만 같아서 치열하게 버텨야 했던 10대도, 너무 바빠 정신없이 달려야만 했던 20대도 다시 되돌리고 싶은 시기는 아니기 때문에. 그저 열심히 살았다는 것에만 만족하며 추억하고 싶다.

 

"열일곱 살 때보다, 스무 살은 한층 더 별 볼일 없었다."

 

는 문장은 그래서 더 맘에 든다. 십대땐 어른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스무 살이 사실은 얼마나 치기어리고 어리기만 한 시절인지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가장 맘에 드는 문장은,

 

"헤어지기 위해 만난"이라는 문장이었다. 우리는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야할 의무를 지고 있지만 우리에게 오늘이란 결국 헤어지기 위해 주어지는 하루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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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 사진관 - 상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네오픽션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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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면 슬픔이나 괴로움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잘 감출 수 있게 된다 라고 어느 책의 여주인공이 말한 적이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감추게 되는 것과 동일해지는 일인지 그것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사람들이 마음 속에 숨겨둔 비밀이나 무거운 짐을 엿볼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타인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질 수 있을까.

 

16세의 에이이치는 이상한 부모님이 이상한 집을 사는 바람에 고구레 사진관으로 이사오게 된다. 고구레  사진관은 고구레 야스지로가 심근경색으로 여든 다섯에 사망하면서 하나비시가로 팔렸다. 하나비시 가에는 아빠, 엄마,"나"인 에이이치와 동생 히카루 이렇게 4명으로 구성된 가족으로 약간 다른 생각으로 유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에이이치에겐 이런 가족들의 모습이 행복으로 다가오기보다는 괴짜적으로 다가와 있었다.

 

에이이치에겐 덴코라고 불리는 다나코 쓰토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들은 합심해서 유령이 출몰한다고 알려진 고구레 사진관에서 찍힌 심령 사진의 비밀을 찾아 의기투합한다. 첫번째 의뢰인(?)은 한 여학생으로 무심코 벼룩시장에서 구매한 노트 안에 섞여 들어온 사진 한장 속에서 죽은 이웃들 사이에서 울고 있는 한 여인의 모습을 보고 경악하며 따지러 들이닥쳤는데, 알고보니 사진은 심령사진이기보다는 사람들이 감추고 싶어하던 본심이 찍힌 것이었다.

 

사회적 소설로 유명한 미야베 미유키가 미야베 월드 시리즈를 내면서 일본 고대로도 갔다가 현재의 이상기류를 적어내려가기도 했지만 사실 나는 이전의 그녀의 작품들이 가진 짙은 사회고발적 시선이 맘에 들었기에 이 평이하면서도 어쩐지 온다 리쿠적으로 변해버린 내용에 약간은 심심함을 느끼고 있다.

 

중독성이 강한 그녀의 시리즈 중에서 유독 미야베 월드 속 현대물은 그닥 매력적으로 와 닿지 않은 가운데 소설부문 1위까지 했다는 화제의 도서에 대해 나는 다른 느낌을 갖게 되었다. 다시 그녀의 날카로운 시각은 작품을 통해 맛볼 수 없는 것일까.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새로운 소설이 내겐 필요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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