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감 - 씁쓸하고 향기로운 야생초의 유혹
아리카와 히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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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연애 소설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도 "아가씨, 괜찮으면 저를 좀 주워 가지 않을래요?"라는 문장을 보며 [너는 펫]이 떠올려지지 않을 수 없었다. 드라마를 통해 보았던 그 작품은 마츠준의 깜찍한 연기와 함께 박스 안에 누워있던 귀여운 연하남에 대한 신선한 소재로 빼놓지 않고 즐겨보다보니 기억에 오래 남는데, [사랑도감]도 집 앞에 누워 있던 남자가 뜬금없이 자신을 주워 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또한 여자 주인공도 꽤 여유로운 연봉을 받고 있는 초식녀였고.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동거 생활은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었으며 서로의 다른 생활 방식과 정말 애완동물을 기르는 듯한 컷컷들이 숨겨져 있던 알콩달콩한 연애담 위주였던 [너는 펫]과 달리 [사랑도감]은 야생초를 이용한 자연 요리와 조금씩 스며드는 듯한 마음들이 얽혀져 연애담 위주의 펫과는 다른 양상으로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읽다보면 연애 소설인가 요리소설인가 착각할만큼 미각을 자극하고 침샘분비를 활발하게 만드는 페이지 들이 많은데, 이는 야밤에 광고를 보고 야식을 시켜먹고 싶은 충동과는 달리 건강한 음식을 먹고 건강해지고 싶다는 마음과 대체 이 요리는 무슨 맛이 날까 라는 궁금증을 더하게 만들었다. 도시의 싱글족 여성이라면 이렇게 자상하면서도 요리를 잘하는 남자 룸메이트를 한번쯤은 꿈꿔보지 않았을까.

 

꼭 연애대상이 아니더라도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히 집에 와 누이고 있을때 맛나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누군가......그건 어릴 적 엄마의 보살핌에 대한 향수와는 또 다른 자연스런 욕망이리라. 이즈키를 만나기 전엔 그저 건조하게만 살았던 사야카는 그와 살아가면서 많은 야생초들의 이름을 알게 되고 요리를 할 줄 알게 되었으며 그가 갑자기 사라졌던 1년 동안엔 그리움이라는 마음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일년 후.....

 

그가 다시 나타나고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되었지만 대부분의 연애소설의 결말에서처럼 눈물이 나진 않았다. 어찌보면 당연했고 어찌보면 이들의 연애담보다는 맛나는 요리에 정신이 더 팔려 있었던 건지도 모를 일이기도 했다. 일본에서 18만부나 팔렸다는 이 소설. 드라마로는 나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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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고코로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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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마타 마호카루의 소설은 처음이라 기대반 설레임반으로 다가섰는데, 처음으로 읽게 된 [유리고코로]는 너무 무서워보였다. 처음에는. 하지만 읽는 내내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며 사람이기 때문에 그 마음읽기가 복잡했으며 사람이라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겠다 싶어지는 이야기였다.

 

개를 돌보는 가게를 운영하는 료스케는 집안의 장남이다. 약혼자 지에를 집에 소개한지 얼마되지 않아 그 행복이 박살나는 경험을 해야만했던 그에게 과거를 알아가는 일은 공포 그 자체였다. 약혼자의 과거를 추적해나가는 일보다 자신과 가족의 과거를 파헤치면서 알게 되는 충격은 그의 인생 전부를 거짓말로 뒤흔들고 있었으니까...

 

그 시작은 아버지의 발병으로 시작된다. 약혼자가 사라지고 나서 바로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 그 아버지보다는 오래 살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 그래서 부모님의 집을 드나들던 중 옷장 속에서 발견된 낡은 노트 네 권과 여자의 것이 분명한 검은 머리채 다발. 공포영화의 한토막을 빌려온 듯 발견된 그 속에서 료스케는 자신의 과거를 짜맞추어 갈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아귀가 맞지 않아왔던 어린 시절. 그 시절로 돌아가 입원전 어머니와 퇴원 후 어머니가 다른 존재임을 기억해냈고 그녀들이 한 배에서 나온 자매임도 밝혀냈다. 노트는 자신이 살인자라고 밝힌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되며 창녀인 자신과 만나게 된 어느 성불구자 남자와 가정을 꾸리게 되고 아비를 알 수 없는 남자의 아이를 낳으면서 살다가 과거와 마주치게 되는 순간까지 단숨에 읽어나가며 료스케는 자신이 그 남자 아이임을 알게 된다. 결국 살인자의 피가 흐르는 자신.

 

그리고 성불구인 그 남자가 지금의 아버지이며 결국 살인자인 어머니는 자신과 함께 죽으려다가 자살 미수 후 집에서 사라지고 대신 여동생이 들어와 어머니가 된 진실이 그를 노트 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유리고코로. 유리코와 함께 어린 시절을 난 정신분열증의 어머니의 고백에서 따온듯한 이 책의 제목은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지만 [고백]의 작가 미나토 가나에와 비교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미나토 가나에의 이야기들은 최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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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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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메자와 헤이키치는 화가다. 그는 "아조트"의 완성을 위해 자신의 딸 여섯을 점성술에 맞추어 살해하고 시체를 도려냈다. 이 후 자신도 죽음에 이르르면서 범죄에 대한 소설을 남겼는데 그 내용은 세상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죽임을 당한 후 일본 전역에 뿌려졌던 여섯 딸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유일하게 살아남은 장녀 가즈에에 대한 의문을 풀기위해 두꺼운 [점성술 살인사건] 읽기에 돌입하였는데 사건은 역시 표면에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오히려 사건을 덮기 위해 트릭으로 사용된 것들이 진실화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메자와 헤이키치는 전처 다에와의 사이에서 딸 도키코를 낳았고 둘째 부인 마사코와의 사이에서는 유키코를 얻었다. 하지만 마사코가 전남편 사이에서 낳아 데리고 들어온 딸들이 가즈에,도모코,아키코가 있었으며 헤이키치 동생이 맡긴 동생의 딸인 레이코와 노부요도 본가에 머무르고 있었다. 정말 소설에서처럼 우메자와 헤이키치가 우메자와 가의 딸들을 죽인 것인지 아니면 그녀들이 모두 우메자와를 먼저 밀실살인으로 세상에서 떠나보낸 것인지 헷갈리고 있는 가운데 사건은 파헤쳐 가면갈수록 미궁으로 빠져들어 수렁에 발이 빠진 것처럼 좀처럼 진실에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이상태라면 김전일이 온다해도 손쉽게 "범인은 바로 당신!"으로 삿대질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일본 전역에서 파헤쳐진 시체들을 보던 가운데 김전일 혹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원작 속에서 보여진 것처럼 토막 살인사건을 통해 한 명의 시체가 더 만들어졌고 결손순에 상관없이 사라진 한 명이 도키코라는 것이 밝혀졌다.

 

결국 우메자와 헤이키치의 소설조차 그녀의 작품임이 밝혀지면서 그녀의 유서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깔끔하게 고백받게 된다. 우울증에 걸린 탐정 미타라이 기요시와 이시오카 가즈미 콤비가 풀어낸 우메자와 가의 살인사건은 차별받고 자라난 본처의 딸이 벌인 살인사건이면서 그 당시로서는 분명 충격적이었을만큼 작의적인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유발시켰던 시마다 소지의 소설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미스터리를 두 권 읽는 듯한 길이감으로 행복하게 만들었고 그 내용이 알차고 시시하지 않아 두번 행복하게 만들었는데 추리소설은 그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재미를 독자에게 두고 있을때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장르임을 시마다 소지는 알고 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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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서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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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이후 미나토 가나에의 책은 빠짐없이 읽고 있는데 역시 처음 읽었던 고백만큼 강렬하고 매혹적인 이야기를 찾기는 힘들었다. [왕복서간] 역시 재미있었지만 고백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다만 읽고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주변에서는 "고백"보다는 "왕복서간"이 더 반응이 좋았다. 재미있어하며 세 이야기마다 그 결과를 궁금해해서 빨리 이야기를 이어가라고 재촉하기까지 했었다.

 

주고받는 손편지의 맛을 지금의 세대가 알 수 있을까. 업무적인 답변을 이메일로 발송하는 것도 귀찮아 하며 카톡이나 전화로 해결해버리는 귀차니즘에 물든 세대에게 손편지는 우표를 붙이는 번거로움과 배달되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지겨움이 동반되어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낯설지도 모른다.

 

 

첫번째 이야기 : 십년 뒤의 졸업문집 - 그녀가 그녀가 맞는 것일까?

 

가장 재미나게 읽은 이야기면서 그 짧은 길이가 아쉬웟던 십년 뒤의 졸업문집은 "민소희"가 나왔던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고교동창의 결혼식에 나타난 외국에 사는 그녀가 친구들에게 묻고 다닌다. 다쳤던 소문 속의 한 여학생의 안부를. 모두가 쉬쉬하다 알려준 이야기는 각자의 입장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일 뿐. 결국 그 소문의 진상을 다 꿰어 맞추고 나서 알게 된 반전은 그녀가 그녀가 아니었다는 것!

 

두번째 이야기 : 이십년 뒤의 숙제 - 모든 일엔 이유가 있었다!

 

미나토 가나에가 [왕복서간]을 위해 세대를 뛰어넘고자 했거나 교훈을 주고자 한 것은 아니다. 그저 스승의 부탁을 받은 제자가 편지를 전하러 가는 평범한 이야기로 시작할 뿐이다. 하지만 스승과 제자간의 편지 속엔 "추억"이 서려있고, "사연"이 숨겨져 있으며 왜 하필 그때의 아이들 중 하나가 아닌 제 3의 제자에게 편지 전달을 맡겼는지 그 "이유"가 담겨 있다.

 

세번째 이야기 : 십오년 뒤의 보충수업 - 우리 사이에도 좋은 시절이 있었어...

 

동창 남녀의 십오년 전 이야기로 거슬러가는 사연은 사실 앞의 두 이야기에 비해 그닥 재미있진 않았다. 오해로 헤어져야했던 이야기의 최고봉인 [냉정과 열정사이]가 있으니까. 그렇지만 이 이야기 역시 미나토 가나에 식으로 풀어내면서 마지막 매듭을 잘 묶어내고 있었다.

 

이전만큼 깜짝 놀랄만큼의 반전이 있거나 섬찟한 캐릭터가 있진 않았지만 미나토 가나에는 가을날의 오후햇살처럼 적당한 따사로움을 섞어 가며 이야기들을 멋지게 써내려가고 있었다. 점점 더 부드러워지고 있달까. 이 작가를 보면서 최초에 느꼈던 얼음 송곳같은 날카로움이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워지고 있다고 느껴지고 있어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된다.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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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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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안경에 짧은 커트 머리, 놀란 듯한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던 어린 모습의 작가가 세월이 흘러 주부가 되고 엄마가 되었다. 그녀의 유명작 [키친]의 열렬한 팬으로 시작해 [티티새],[하치의 마지막 연인],[허니문],[도마뱀],[암리타] 등등 빼놓지 않고 읽어왔던 내게 작가는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친근한 이웃이요, 세월에 따라 함께 나이먹어가는 정겨운 벗이었다. 다른 작가들은 그 작품으로만 친숙할 뿐이지만 이상하게도 요시모토 바나나는 그렇지 않았다. 아마 그녀의 작품 [키친]이 가져다준 치유력 때문이리라.

 

짧고 간결한 문체이면서도 마음을 콕콕 찔러대는 그녀만의 독특한 문제 대화법은 묘사에 능한 작가들이 주는 묘미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곤 했는데 나 역시 그 독자 중 하나였다. 그런 그녀가 두살 배기 아들이 여섯살이 될때까지의 식탁 일기를 털어놓는다니....그 일상을 함께 하고 싶은 욕심만으로도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집어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감동은 첫장부터 밀려왔다. 나의 것을 칭찬해줄 때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그녀가 첫장부터 소개하고 있는 음식은 한국 친구가 보내준 엄청난 양의 김치와 김이었다. 맛나게 먹었다니 또한 뿌듯했다. 내가 보내준 것도 아니었는데 우리네 음식의 맛깔스러움을 그녀가 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한국의 음식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식탁은 글로벌한 식재료가 올려지고 있었는데, 오키나와 산 해조류라는 바다포도 부터 시작해서 치킨수프의 일종이라는 똠까가이, 하카요리, 대만요리, 태국요리, 인도 닭요리인 탄두리 치킨, 카르보나라 등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맛나는 것을 요리해먹고 찾아먹는 그들 가족의 맛탐방을 구경하고 또한 모르는 음식들은 상상해보기도 했다. 어떤 가게는 너무나 친절해서 약간의 실수도 용납이 되는가 하면 어떤 가게는 너무나 불친절해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그녀도 우리와 별반 다르게 살고 있지 않아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고.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언제나 느끼는 일이지만 일본적인 색채나 전통적인 설명이 덧붙여져 있어도 작가가 일본인임을 잊고 만다. 국적불명의 필명인 바나나를 붙인 그녀의 의도대로 너무나 편안하고 내맘같은 구석이 많이 느껴져서 내 이웃의 글을 읽고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때가 많다.

 

그녀가 담아내는 101가지 식탁 이야기는 화려한 레시피북 스타일로 쓰여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일상과 추억과 맛과 성장이 어우러져 매일의 식탁을 일일드라마처럼 펼쳐놓았다. 오늘은 무얼 먹을까? 고민하고 있다면 그녀의 추억을 살짝 들춰보며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분명 담백한 레시피를 발견할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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