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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2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작가정신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달의 뒷면.
그곳엔 비밀이 가득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부산스러운 예식장 안에서 신랑신부가 떠안은 비밀스러운 사연들처럼.
2012년 제 147회 나오키상 수상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혼식장에서 시작되서 결혼식장에서 끝난다. 지역에서는 꽤 고급스럽고 값비싼 예식장인 호텔 아르마이티. 그곳의 웨딩플래너 다카코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까다롭게 구는 고객, 레이나 때문에 신경질이 머리끝까지 뻗쳐 있지만 묵묵히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결혼식을 망친 옛 신랑의 여자가 아니었던가.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유부남인 채로 예식장에 끌려온 리쿠오는 결혼식을 제지하기 위해 식장에 불을 낼 계획에 착수하고,어릴적부터 쌍둥이 언니의 그늘에 가려져 그녀와 알게 모르게 경쟁하며 살아온 히미카는 결혼식날 남편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 역시 그녀와 언니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와 반대로 언제나 히미카에게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남고 싶은 마리카는 동생의 결혼식 당일날 깜짝 제안을 재미로 받아들이면서 이날의 예식은 정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나게 된다.
백설공주에 집착하는 이모의 남자가 바람둥이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결혼식을 나름의 방법대로 제지시키기 위해 애쓰는 어린 조카 마소라까지 보태져 예식은 참석한 사람들 모르게 하나,둘씩 나사가 어그러져 가고. 이 모든 것들을 알리 없는 사람들까지 화재경보에 휩쓸려 모든 예식은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결국 모두가 행복해지는 걸로 마무리되는 이 이야기는 NHK에서 10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드라마를 본 일도 없고 원작을 읽는 것도 처음이지만 잔잔한 듯 하면서도 스케이트 날이 얼음을 유유히 제치듯이 읽혀지는 그 안정된 속도감 때문에 이야기는 단숨에 읽혀졌다.
조마조마한 순간도, 그렇다고 심장이 뚝 떨어질만한 놀람의 순간도 없이 평탄하게 흘러가긴 했지만 이야기는 분명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 모든 이야기가 짜거나 맵거나 달달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은 그 나름대로 읽히는 순간 그 맛이 살려져 담백한 요리처럼 독자 앞에 내어놓아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