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 - 마음이 따스해지는 31가지 생일 이야기
소고 유카리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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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라는 말을 들어본 일이 있었던가. 싶다. 몇십년간 생일을 챙겨먹으면서도 나는 으례 돌아오는 날짜라고만 생각했지 "나의 날"에 대한 감사나 기쁨은 누려본 일이 없었던 것 같다. 태어나서 감사한 오늘, 일본의 팝 밴드 보컬 소고 유카리는 그 날의 감사를 사람들이 함께 감동할 수 있도록 감동스토리를 전하고 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손녀에게 내민 어린시절 건네 받았던 "안마이용권"은 눈물을 왈칵 쏟게 만들기도 했다. 광고전단지 뒤에 삐뚤빼뚤 쓰여졌을 그 종이조각을 몇십년간이나 소중하게 간직했을 할머니의 손녀에 대한 사랑, 정신줄을 놓은 그 상태에서도 기억하고 있었던 그 사랑 앞에서 눈물이 빗물새듯 줄줄 새어나오고야 말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르는 아저씨"로 등장해 매년 아이의 생일선물을 챙겨주었지만 더이상 만나지 못하게 되었을때 도착한 택배 역시 가슴 뭉클하게 만든다. 아버지의 날에 도착한 "모르는 아이"라고 쓰여진 그 아이로부터 온 비밀스러운 택배. 모르는 아저씨와 모르는 아이로 만났지만 서로의 존재에 대해 핏줄의 댕김으로 알고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네 가정 어딘가에서도 있을 법한 이야기라서 낯설어 뵈지 않았다.

 

아이의 생일 약속으로 "담배끊기"를 실천한 아빠의 부성애나 지진으로 돌아가신 할머니의 초밥,화해하지 못한 채 저세상으로 가버린 친구의 생일날 흘린 눈물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추억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마지막 생일이 되고야만 이야기들은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전달해주며 우리의 심장을 쥐락펴락한다.

 

 

생일엔 무조건 행복해야 해~!!!

 

 

요즘 TV를 보다보면 짧은 이야기지만 생각이나 사람, 인연 등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돕는 [80초 생각 나누기]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해서 자주 즐겨보는데, 누군가에 의해 일깨워진 필요감이지만 그 프로그램에서 자극 받았던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로 인해 365일 가득 채워진 날 중에서 단 하루일 뿐이지만 앞으로는 생일날이 의미있는 날로 기억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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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2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작가정신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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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

그곳엔 비밀이 가득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부산스러운 예식장 안에서 신랑신부가 떠안은 비밀스러운 사연들처럼.

 

2012년 제 147회 나오키상 수상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혼식장에서 시작되서 결혼식장에서 끝난다. 지역에서는 꽤 고급스럽고 값비싼 예식장인 호텔 아르마이티. 그곳의 웨딩플래너 다카코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까다롭게 구는 고객, 레이나 때문에 신경질이 머리끝까지 뻗쳐 있지만 묵묵히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결혼식을 망친 옛 신랑의 여자가 아니었던가.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유부남인 채로 예식장에 끌려온 리쿠오는 결혼식을 제지하기 위해 식장에 불을 낼 계획에 착수하고,어릴적부터 쌍둥이 언니의 그늘에 가려져 그녀와 알게 모르게 경쟁하며 살아온 히미카는 결혼식날 남편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 역시 그녀와 언니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와 반대로 언제나 히미카에게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남고 싶은 마리카는 동생의 결혼식 당일날 깜짝 제안을 재미로 받아들이면서 이날의 예식은 정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나게 된다.

 

백설공주에 집착하는 이모의 남자가 바람둥이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결혼식을 나름의 방법대로 제지시키기 위해 애쓰는 어린 조카 마소라까지 보태져 예식은 참석한 사람들 모르게 하나,둘씩 나사가 어그러져 가고. 이 모든 것들을 알리 없는 사람들까지 화재경보에 휩쓸려 모든 예식은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결국 모두가 행복해지는 걸로 마무리되는 이 이야기는 NHK에서 10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드라마를 본 일도 없고 원작을 읽는 것도 처음이지만 잔잔한 듯 하면서도 스케이트 날이 얼음을 유유히 제치듯이 읽혀지는 그 안정된 속도감 때문에 이야기는 단숨에 읽혀졌다.

 

조마조마한 순간도, 그렇다고 심장이 뚝 떨어질만한 놀람의 순간도 없이 평탄하게 흘러가긴 했지만 이야기는 분명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 모든 이야기가 짜거나 맵거나 달달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은 그 나름대로 읽히는 순간 그 맛이 살려져 담백한 요리처럼 독자 앞에 내어놓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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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죄자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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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결 시리즈와 [침묵의 교실]을 인상깊게 읽었기에 오리하라 이치의 다음 작품으로는 무엇을 읽을까 생각해두고 있었다. 51년 생인 작가의 이전 작품들이 많이 눈에 보였지만 섣부르게 골라서 작가에 대한 호감을 끊어놓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보통의 그의 모든 작품들을 골라 읽는 편인데 딱히 오리하라 이치는 그만큼 매료된 작가는 아니었기에 작품들의 제목들만 귀에 익혀두고 나중에 시간 있을 때 찾아 읽어야지....했더랬다.

그리고 10월에 드디어 [원죄자]를 골라 들었는데 생각보다 가독성은 좋지 못한 소설이었다. 왠지 뚝뚝 끊기는 문맥이랑 읽다보면 자꾸 헷갈리는 이름들. 분명 원리딩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요소는 찾지 못한 채 나는 중간중간 문맥이 끊길 때마다 잠시 쉬어 읽으며 이 속고 속이는 가면극의 실체를 파악하려고 애썼다.

 

 

너무 헷갈려서일까. 딱히 범인의 존재가 궁금하진 않았다. 다만 언제 끝나지? 그 끝엔 진실을 발견하게 되겠지? 정도의 의문만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니 모든 사건의 진상은 이가라시 도모야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가장 안쓰러웠던 일은 구미코의 사연이었다. 누군가를 살해하고 얻어야할만큼 매력적인 남자는 아니었다. 이가라시 도모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를 얻기 위해 도덕성도 인간성도 상실해 가며 스스로를 악귀로 만들 이유가 없었다. 그녀에겐.

 

 

[13계단]만큼 놀라운 법정반전이 존재하지는 않았다. 다만 범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10여년이 넘는 세월을 옥살이를 한 가와하라의 무죄는 이전에 그가 저지른 절도나 성폭행으로 인해 독자들의 연민을 사긴 힘들어 보였고 그뿐만 아니라 등장 인물들은 동정을 사기엔 어딘가 모를 조금씩의 삐딱한 싹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딱히 미워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딱히 좋아할 수도 없는 인물들만 모아 이야기 속에 집어넣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는 [원죄자]라는 소설을 그다지 좋아할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연락을 취하며 비밀을 털어놓고 위안을 받는 일은 전세계적으로 네트워크가 연결된 지금, 가장 보편화 되어 있는 소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화의 상대가 나를 주시하며 스토커가 되고 살인을 저지른다는 상상은 감히 하고 싶지 않다. 이 소설처럼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부섭겠는가. 118회 나오키 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 중 하나였다는 이 소설이 그래서 내게는 별로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함께 오른 교고쿠 나쓰히고의 [웃는 이에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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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들의 저택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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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어머니가 있다.

 

둘 다 실종된 아들을 애타게 찾고 있는 강한 모성의 어머니들이다.

 

하지만 한쪽은 욕심으로 가득차 있고 한쪽은 걱정으로 가득차 있다. 솔로몬 왕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들 얘기가 아니다.

 

 

시마자키 아오이의 아들 준이치는 장남이지만 잘난 아버지와 동생의 틈에 끼여 장남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라났다. 그는 몇몇 신인상을 탄 이후엔 별다른 출세작을 쓰지 못하고 대필작가로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었는데 그런 그에게 의뢰가 들어왔다. 고마쓰바라 준의 전기물을 써 달라는 내용이었다. 준은 실종상태였지만 그의 어머니 마쓰바라 다에코는 언젠가 돌아온 아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이전의 삶을 정리해 두고자 했던 것이다. 여러개의 보석상 사장인 그녀는 많은 집필료를 지불하며 일을 맡겼다.

 

 

그리고 그를 탐색해 나가던 도중 준이치는 이 일가의 과거와 접목하게 되고 기이하게 사라진 “이인”인 아버지 로빈슨 켄토의 존재도 알게 된다. 외국인의 피가 섞인 준이 학교 생활을 잘 적응하지 못했고 자신처럼 문학상에 응모했으나 별다른 수상을 하지 못했던 사실도 조사과정에서 알게 되면서 기묘한 느낌을 받던 도중 어머니가 다른 그의 여동생 유키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조금 더 발전된 조사내용 속에는 유키가 자신의 오빠와 연인사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준이치는 실종되고 만다. 준이 사라졌던 그 숲속에서.

 

 

모든 것이 이대로 끝나나 싶었지만 유키와 준이치의 어머니 아오이의 활약 덕분에 준과 다에코의 죄상이 밝혀지게 되고 복수는 권선징악의 결말로 치닫는다. [인간의 증명]에서처럼 저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이나 애증이 들끓는 것도 아니고 미움이나 치정이 복잡하게 얽힌 것도 아니어서 두 권째 연달아 읽게 된 오리하라 이치의 소설은 내겐 사실 좀 싱거운 감이 있는 것들이었다.

특히나 [알렉스]와 [밀레니엄 시리즈]를 읽고난 다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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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 디거 밀리언셀러 클럽 66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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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 디거"

= 무덤을 파는 자

 

소설 속에서는 죽은 자가 되살아나서 복수극을 펼치는 것으로 의역되어 있지만 이 단어는 17c로 끝난 마녀 사냥의 잔재 단어로써 이단 심문관이 살해되었던 야사에서 파생되어 나온 이야기 속에서 존재하는 인물이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결심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니 실행에 옮기는 일은 얼마나 힘이드는 일인지 이야기는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보통 여자들이 머리카락을 자르고 남자들이 삭발을 해서 결심을 다지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신체의 일부를 떼주어 누군가를 살리고자 하는 남자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얼굴이 험악해서 딱 봐도 범죄자로 분류되는 남자, 야가미.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옛속담을 몸으로 실천하면서 어린시절 지우개를 훔친 이후 계속 되어온 사기, 범죄 행각으로 그는 이미 좋은 사람으로 분류되긴 글러버린 인간이었다. 그런 그가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다. 그리고 새 삶을 위한 결심을 다지기 위해 자신의 골수를 기증해 죽어가는 아이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동의했다. 그리고 수술일이 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미리 입원해 컨디션을 조절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만 그에게 사고가 생겨버린다. 자신의 명의로 된 집에 살고 있던 남자가 고대 이단 심문관을 살해한 방식으로 살해되어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과거 경험상 곧 자신이 용의자가 될 것이 뻔했기에 그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쩄든 병원으로 가야했다. 체포 되어서도, 죽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의 뒤를 쫓는 것은 그의 골수가 필요한 또 다른 백혈병 환자인 거물 정치인의 하수인들과 그들과 야가미를 죽이려하는 그레이브 디거, 경찰 이렇게 세 종류나 되는 사람들이었고 그 누군가에게도 붙잡혀서는 안될 야가미는 단독으로 병원을 목표로 생존 서바이벌을 펼쳐나가는데 이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단 하룻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라서 더 놀랍다. 그레이브 디거가 7시간 동안 4명을 살해하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해가는 동안 경찰 내부에서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2달 전에 의문스럽게 수사 종결한 시체 도난사건까지 파헤쳐보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사건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며 단순 연쇄살인을 넘어선 전 일본을 흔들만한 사건이 되고야 말았다. 거물 정치인이 연류되어 있고, 종교단체에서 집단으로 사람을 살해하고, 경찰과 검찰 내부에서 이를 방조하면서 그들의 면죄를 보장하고 있는 그런 진실과 마딱드린는 등 경찰 내부에서도 이 사건은 유쾌하지 못한 사건으로 풀려가면서 야가미의 뒤를 쫓게 된다.

 

야가미의 말이 맞다.

"사람을 돕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소설은 착하게 살기로 결심한 야가미에게 고난을 던져주면서 그래도 그가 결심이 흔들리지 않는지 시험해 보는 신의 손 같이 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착한 마음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진실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며 새 삶으로의 열망을 포기하지 않게 만들었다. [13계단]도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내겐 [그레이브 디거]가 훨씬 더 풍부하고 속도감 있는 이야기로 기억될  것이다.

 

이 이야기가 각색되어져 영화화 된다면 야가미 역엔 배우 송강호나 설경구가 적역이지 않을까 !  생각하고 읽어나갔더니 상황, 상황들이 눈앞에 영상처럼 펼쳐지는 듯 하여 더욱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연쇄살인으로 겉포장 되어 있고 사회 속 각종 범죄인들이 등장하지만 인간의 마음 속에는 악마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사건들이 끔찍하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레이브 디거의 마음 속에도 어린 시절 도움 받았던 고마운 마음에서 우러난 복수심이, 야가미의 마음 속에도 누군가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후루데라의 마음 속에도 범죄자라는 것과 상관없이 자신이 16년 전에 만났던 야가미에 대한 믿음이 존재함을 보여주기에 사람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엇보다 감동을 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것이 바로 작가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니 다카노 가즈아키라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다음 작품으로 읽을만한 거리들을 찾아보면서 이 작가의 작품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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