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2
이지환 지음 / 청어람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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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키워준 은혜와 사랑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행복할까?

 

은후에겐 어떤 쪽도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승명그룹에 입양되어 할아버지, 할머니, 오빠와 함께 살며 행복했는데 그 행복은 자신의 사랑 때문에 깨어지고 말았다. 금지된 사랑. 피 한방울 안 섞였지만 여태 남매로 살아온 태흔과의 사랑은 용인될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스펙 빵빵하고 매너남에, 자신을 한 없이 이해해주는 남자가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마음이 도통 옮겨가질 않았다. 성격 급하고 보수적인데다가 자신의 뜻대로 늘 이리 끌고 저리 끄는 남자지만 은후에겐 언제나 태흔 뿐이었다.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5년이 흐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할머니마저 충격받을까봐 지레 자신의 사랑을 포기해버린 은후에게 그 날이 오고야말았다. 세상에 그들의 비밀이 밝혀지던 날, 은후는 꽁꽁 숨어버리기로 작정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섰지만 갈 곳이 없던 은후는 결국 태흔에게 발견되고야 말았고 진여사는 이들 둘을 끌어안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충격이었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를 사지로 내몰기 보다는 함께 살 수 있는 둥지를 만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둘 다 부모 없이 자랐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 나눈 태흔과 은후의 사랑은 어른의 것이었기에 맹숭맹숭 플라토닉한 것에 그치질 않았다. 끈적끈적하게 느껴질만큼 농도짙은 수위의 에로틱한 사랑이 그들의 것이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얼굴을 꽤 붉혀야 했지만 그로인해 다른 소설보다는 리얼리티가 느껴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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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 받은 황비 1~2 세트 - 전2권 블랙 라벨 클럽 7
정유나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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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 남자, 사랑을 모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운명이 정해졌다. 천년 역사를 지닌 카스티나 제국의 제 34대 황제로 등극할 루블리스의 황후로 내정된 아리스티아. 황후가 되는 길 외에는 그 어떤 길도 알지 못했던 그녀에게 운명은 가혹했다. 딱 1년을 앞두고 미래에서 온 소녀 "지은"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으니. 제 1의 여성이 될 운명이었던 티아는 그렇게 버려졌다.

 

 

원래 다정하지 않았지만 신탁의 여인을 황후로 맞아들이고 나서는 더욱더 냉정해진 황제의 곁에서 묵묵히 그 역할을 수행하던 티아는 그만 아이를 잃고 가문을 도륙당한 채 처형당하고 말았다. 가장 명예로운 자리에서 내쳐져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된 까닭은 까만 머리 소녀 때문이었을까? 잔인했던 황제 때문이었을까?

 

 

사랑을 모르던 남자에게 의리를 지켰던 티아는 도끼가 목을 치는 순간, 타임캡슐을 타고 이동하듯 과거로 되돌아와 있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시간이 그녀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현재 한참 재미나게 시청 중인 드라마 [미래의 선택]에서 미래는 자신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알면서도 같은 남자를 선택하는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티아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자신의 미래를 바꿀지, 운명의 상대를 바꿀지....1권만으로는 전혀 알 수 없기에 2권을 집어들면서도 나는 그녀가 1권에서 보여주던 답답한 삶에서 탈피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2권] / 과거와는 다른 남자, 하지만...

 

꿈을 꾸었다. 꿈이라고 생각했다. 처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던 그 순간이 너무나 생생했지만 아버지도 살아있고 자신도 살아있었다. 하지만 꿈에서 본 일들은 곧 닥칠 일들이었다. 그녀가 이 세상으로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것이다. 공식적으로 약혼관계지만 단 한 순간도 그는 그녀에게 매혹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의 모습들이 보여졌다. 해바라기 같던 티아가 이전과 다른 행동들을 일삼자 황태자도 슬슬 그녀를 궁금해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주위 남자들의 시선. 하나만 알던 티아에게 다른 세상이 주어졌다. 그리고 관심 밖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로맨스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재미를 던져주고 있었다. 다만 이야기의 결말은 오픈된 채 종결지어졌다. 두 명의 황태자. 같은 모습이지만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두 사람. 한 번 더 믿어볼 것인지, 다른 선택을 할 것인지 티아는 결정하지 못했다. 아직 지은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할 뿐.

 

외전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야기의 중심은 티아와 황태자 그리고 알렌디스로 이어졌다. 판타지 소설을 많이 접해본 것은 아니지만 로맨틱 소설 읽기를 좋아한 탓에 비슷한 이야기들을 많이 읽어왔다. [성균관 스캔들],[화홍]같은 소설은 역사를 물고 있지만 읽는 내내 톡톡 튀는 대사와 가독성 있게 읽히는 문체 때문에 밤새 열광하며 읽어댔었다. 그에 비하면 [버림 받은 황비]는 시트콤의 흐름마냥 뚝뚝 끊기는 느낌이 있어 읽는 동안 약간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연재물을 읽었다면 나 역시 1100만 클릭에 손가락 힘을 보탰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달아 읽어야 하는 종이책으로 읽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이것이었다. 눈 앞에 펼쳐진 듯 영상을 보여주지 못했던 이야기. 그 아쉬움만 뒤로 한다면 [버림 받은 황비]는 게임으로 만들어도 괜찮을 듯한 세계관이 펼쳐진 판타지였다.

 

 

3권에서는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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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1
이지환 지음 / 청어람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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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김수현 작가였던가. 한 드라마가 떠올려졌다. 유명한 회장님 댁에서 자란 여자는 그 집 외동아들과 사랑에 빠졌지만 키워준 은혜를 져버릴 수 없어서 회장님댁에서 중매한 곳으로 시집을 갔다. 홀어머니에 외아들인 그 집안에서는 당연히 돈을 바라고 그녀를 받아들인터라 갖가지 모욕과 폭언을 멈추지 않았는데, 남편은 설상가상으로 사채업으로 돈을 모은 거친 어머니에게 꼼짝도 못하는 마마보이인지라....시집가서 계속 눈물바람으로 살던 그 드라마가 [폭염]을 읽는 내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한번 떠올려진 뒤로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은후 역시 드라마 속 그녀와 삶이 다르지 않았다. 두 살에서 일곱살까지는 담배피던 양할머니의 학대를 견디며 자랐으나 그 집에 아들이 생기자마자 파양되어 상처받은 채 시설로 돌아왔고 당시 열다섯이던 태흔의 눈에 상처받은 작은 소녀가 걸렸다. 그 눈에 머무르게 되면서 시작된 운명은 태흔과 은후가 남매로 자라 성인이 된 현재까지 이어졌다. 슬프면서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의 끈.

 

붉은 실이 그들의 손목에 묶인 듯 그들은 서로를 떨쳐낼 수가 없었다. [화홍]의 작가 이지환이 쓴 [폭염]은 그간 달달한 사극을 뛰어넘을만큼 농염했다. 처음 시작 장부터 태흔은 꿈 속에서 은후를 제 품으로 품었고, 읽는 내내 은후를 어쩌지 못해 안달내곤 했다. 서른 셋. 멀쩡한 나이에 승명그룹의 후계자인 결혼하고 싶은 남자 1위의 태흔에게는 오로지 은후 뿐이었다.

 

스물 다섯인 은후는 진여사의 보살핌 아래 곱게 자라 그녀가 주선한 자리로 시집가려고 준비 중이었다. 친분이 있던 재벌가의 손자와 데이트 중인 은후에게는 사실 비밀이 하나 있었는데, 시간은 오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흔과 그의 친구들과 함께 했던 별장에서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 잠자리에 들었던 것. 그날 하필 할아버지가 별장에 들렀다가 그 모습을 보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살아있는 사람 중에서는 그들만 아는 그 비밀을 가슴에 묻고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은후는 태흔을 멀리하며 살았다.

 

그리고 진여사가 보내려는 자리로 떠나려고 준비 중이었다. 태흔이 갑자기 돌아오기 전까지는. 태흔은 서둘러 돌아와야만 했다. 오년이나 헤매다가 돌아온 그에게 은후는 여전히 그의 여인이었다. 또다른 재벌가의 고명딸과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갖곤 했지만 이는 남들의 눈속임일뿐 태흔은 은후를 자신의 여인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해나가고 있었는데, 오랜 세월을 남매로 자라온 그들에게는 복병이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이에 애타는 태흔은 남자의 향기를 무한 내뿜으며 연신 은후를 품에 넣기에 바빴다. 임신을 목적으로 했으나 도저히 임신이 되지 않은 은후......!

 

완전 19금이지만 남매로 자라온 피 한방울 안 섞인 그들의 사랑. 이루어질 수 있을까. 1권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불행한 결말들 뿐이었다. 여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진 결말들이 그런 것 뿐이라 이들 역시 이루어질 수 없을 것만 같아 슬퍼지기까지 했다. 2권을 읽으면 마음을 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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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골 떡 잔치
한미경 글, 문종훈 그림 / 은나팔(현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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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산골에서 호랑이 한마리랑 딱 마주치면 어떤 기분일까. 먼저 심장이 뚝 떨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등골에 땀이 줄줄~흘러내릴 것 같다. 하지만 "재미있고 가슴 뭉클한 글을 쓰는 게 인생의 목표"라는 한미경 작가의 따뜻한 동화 한편은 호랑이마저 공포감이 아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오색 예쁜 떡을 옹기종기 담아 장날에 떡을 팔러나갔던 떡장수 할멈은 집으로 돌아오면서 잠시 잠이 들어버렸다. 할멈을 먼 산길 너머 장터로 홀로 보내놓고 할아범은 뭘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홀로 다녀오던 할멈은 그만 호랑이와 마주쳐버렸다. 아무도 도와줄 이 없는 첩첩산중에서-.

 

눈비비며 호랑이 품에서 깨어난 할멈. 호기롭게 떡하나 툭 던져주며 "꺼져"라고 외쳤지만 호랑이의 주문은 의뢰로 엉뚱한 것인지라 할멈은 그저 멘붕상태에 빠져버리고. 할멈을 기막히게 한 호랑이의 사연은 할아범 환갑잔치에 할멈이 차려낸 떡 잔칫상을 보고 그만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버린 제 어미를 살려달라 조르는 일이라 그 효심강한 호랑이의 청을 차마 물리치진 못하고 말았으니. 물건들을 챙겨 호랑이 등에 메여 호랑이골로 향한 할멈은 가죽만 남고 뼈가 앙상한 어미 호랑이를 위해 두팔을 걷어 부치고 밤새 쌀을 불리고 치자, 잇꽃으로 색을 내어 시루에 쪄내니, 떡메치러 나온 호랑이들이 코를 벌름거릴만큼 맛나 보였다고 한다.

 

앓아누은 호랑이두 벌떡 일어나게 만들만큼 맛난 떡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처음 구경하게 되었다. 동화책을 통해서. 마트나 떡집에 차려진 떡만 구경했지 기실 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보면서 너무나 신기했고 동화책 페이지페이지마다 그려진 꼬마 호랑이들때문에 계속 웃음이 났다. 즐겨보고 있는 [동물농장]속 인공포육실 꼬마 호랑이들 모습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에.

 

떡의 무늬무늬마다 뜻한 바가 있다고 한다. 솔은 반듯하게 살라는 뜻, 꽃잎 무성한 잇꽃처럼 넉넉하게 살라는 뜻이며, 나비처럼 자유롭게, 치자처럼 향기롭게, 물고기처럼 자손 번창을, 구르는 바퀴처럼 둥글게, 거북이처럼 만수무강하라는 뜻이 떡 무늬에 담겨 있었다. 그저 예쁘게만 만들어진 줄 알았더니 그 의미까지 건강해서 아이들이 읽으면 자연스레 전통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재미나 교훈적으로 볼때도 [호랑이골 떡잔치]는 좋은 동화였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어도 배워나갈 점이 많은 동화 한 편, 어린 조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 한 권을 이 가을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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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궁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향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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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찌질한 인생들이 모여든 곳. 에메랄드 모텔. 제 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에메랄드 궁은 그 주인들이나 모여드는 사람들이나 찌질하고 못난 인생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이 우리와 다르다고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우리네 이웃의 이야기이면서 서민들의 섞고 섞이며 살아가는 이야기라서 그 땀내나는 이야기 속엔 "삶"이 배여있다.

 

연희는 남편 상만이 유부남이었지만 좋았다. 쌀집아들이었고 전직 복싱선수였지만 그의 그가 좋아 야반도주했던 것이 죄가 되어서일까. 낳은 아이는 잃게 되었고 임신은 더이상 불가능했으며 그들이 사는 집에 와서 상만의 조강지처가 약을 먹고 죽었다. 그리고 그녀의 유산을 받아 그들은 에메랄드 모텔을 세웠다. 유리궁처럼 튼튼하지 못했던 그들의 보금자리는 그렇게 깨어지기 시작했다. 평생 사랑해줄 것만 같던 상만은 짐짝같은 남편으로 변해갔고 팔지도 살리지도 못할 모텔을 껴안고 그래도 살아보려 애쓰던 연희는 그만 그 줄을 놓아버렸다.

 

청소직원들이 잠시 쉬는 휴게실인 211호에 언제부턴가 와 머물던 모자란 여자 선정. 아이를 되찾겠다며 모자란 그녀가 손님들의 방을 드나들며 몸을 팔기 시작했지만 연희는 눈감아버렸다. 그랬더니 남편 상만이 선정을 끼고 자기 시작했다. 제 버릇 개 못준다고 마누라가 있으면서 또 바람이었다. 그것도 그녀의 홈그라운드 안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만은 연희에게 되려 큰소리다. 연희가 받아준 어린 부부들 탓도 컸다. 상만이 반대했지만 방하나를 내어준 연희. 갈데 없다는 그들을 받아줬더니 갓난 아이를 속여서 데려오는 것도 모자라 남편이 어머니에게 끌려간 사이 아이를 죽이려고 변기에 던져버리질 않나. 문제의 연속이었다. 단골 손님들에게 전화하는 것으로 호의를 원수로 갚더니 몸을 파는 어린 아내를 발견하고 사람을 찔러 도망자 가족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와서는 아이까지 버리고 가다니.....모텔 주인들에겐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일까.

 

자신의 삶도 구질구질한데 연희 주변인물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찌질찌질한 것일까. 그 구김 때문에 이 작품은 제 9회 세계 문학상을 탄 것인지도 모르겠다. 재미있게 읽었으나 왠지 마음 한 구석에 구정물이 묻어버린 듯한 느낌은 왜일까. 그 삶들이 다림질하듯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일까. 내 이웃들도 아닌데, 책 속 인물들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이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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