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 사상 2016.9 - Vol.221
인물과사상 편집부 엮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지난번 리뷰에도 말씀드렸던 것 처럼 참 읽을 거리, 생각할 거리가 많은 월간지 입니다.

 

항상 그렇지만 이번호에도 마태우스 서민 교수의 서평을 먼저 읽었습니다. 가장 앞에 나와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참 잘쓴 글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참 괜찮은 죽음이라는 책의 서평에

 

환자는 의사에게 질문해야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생존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도 의사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하려고 합니다. 환자는 의사의 노력에 희망을 갖게되고 결국 많은 경우

 

생의 마지막에 누릴 수도 있었던 일들을 하지 못하고 병원에서 치료 중 생을 마치게 됩니다.

 

이때 의사가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려줬다면 조금은 다르게 생을 마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기 위해 질문하라고 합니다. "선생님 어머니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론 의사도 환자도 어려울 것입니다만 최소한 환자나 보호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의사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저도 서민 교수와 마찬가지로 가능성이 없는 치료보다는

 

생의 마지막에 맛있는 것도 먹고 가보고 싶은 곳도 가보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나는 것이

 

더 나은 마무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인문적 사유는 본래 진리 추구에 복무한다. 그러나 기업 광고에 동원되는 인문적 마인드는 허위의식을 조장하는 데 복무한다. (P127)

예전에는 일시적 기만과 강요에 의해 노동을 착취하려 했다면, 지금은 노동자의 세계 인식과 자기 인식을 변환시킴으로써 기업의 노동 착취에 자발적으로 협조하게 만든다. (P137)

본래 인문학은 근복적인 문제 제기와 탐구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기업 인문학은 이처럼 신화와 상징을 개발, 유포함으로써 노동자와 고객의 의식을 조작하려 한다. 본래 인문학은 자신은 물론 타인도 대상화하지 않는다. 인문학은 인간 소외 자체에 저항한다. 그러나 기업 인문학은 반대다. 기업 인문학의 관심은 타자는 물론 자신까지도 어떻게 하면 이윤과 성공이라는 목표를 위해 이용해먹을 수 있을까에 골몰한다. 기업 인문학은 철저한 소외의 메커니즘을 갖는다. (P1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교과서 국정화, 왜 문제인가 - 교과서 국정화의 역사와 현 단계 쟁점 읽기
김한종 지음 / 책과함께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론 반대편의 논리도 있을 것이고 존중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저는 김한종 교수의 분석에

 

동의 합니다. 소설을 포함해서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흥미진진(특히 3장)했습니다.

 

논리정연하고, 이해하기 쉬웠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역사서술이라는 것이 유일하거나 절대적인 것 일수는 없을 것이고, 다양한 관점이

 

존재할 것 입니다. 이에 대해 국가권력의 힘으로 고정된 관점을 가진 단일 교과서를 만든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국정교과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사실을 왜곡하거나

 

반대편을 매도하는 일도 없어야 할 것 입니다. 역사 전문가들과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담은

 

교과서를 기대해 봅니다.

 

제목에 쓴 똥침의 방향은 6.25 전쟁을 북침(북의 침공이라고 생각)이라고 했던 학생들 때문에

 

남침을 이해시키기 위해 풍자로 나왔던 말이라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어떠한 역사서술이나 역사책도 유일, 절대적인 것이 될 수는 없다. 하나의 특정 관점에 따라 고정된 단일 교과서란 역사에 관한 한 상상하기 어렵다. 왜냐하며 역사 해석은 다양한 시각에 입각하여 제시되며, 그것은 항상 수정을 받게 될 운명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P8)

국정 도서는 정부의 의지와 정책을 관철시키는 통로이며, 국정제는 국가 권력의 성격을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다. 그런 점에서 아무리 여러가지 이유를 갖다붙이더라도 국정 도서의 발행 동기는 비교적 명확하다.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교과서 국정제를 추진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정 교과서를 발행하는 것이다. (P61)

권력자들이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학문 연구를 허용하지 않을때 역사는 정부의 통제를 받게된다. (P68)

학생들은 역사 해석이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역사적 사실의 성격을 파악하고 교과서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를 텍스트로 자신의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하고 역사 인식을 하게된다. 역사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교과서를 국정화해야 하는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다양하게 발행해야 하는 근거다. (P74)

그 뒤에도 용어의 혼란이 그치지 않자, 국방부는 `북한의 남침`을 공식 표현으로 바꾸었다. `남침`과 `북침`의 뜻을 혼동하지 않으려면 `똥침`의 방향을 생각하면 된다는 풍자까지 나왔다. (P158)

교육부는 국정 역사 교과서를 `올바른 역사 교과서`로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국정`이라는 말이 주는 거부감을 없애는 한편, 기존 검정 역사 교과서에 대한 거부감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P2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직접 경험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라는게 이런 소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은미의 고모인 순이의 편지와 은미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서술되는

 

이 소설은 촉망받던 연구원인 순이가 뜻하지 않은 임신과 출산 이후 아이 아버지가 아닌

 

다른 동료와의 결혼 후 미국으로 떠나고 다시 아이를 친정으로 보내고 나서 친정어머니에게 보내는

 

우주비행사로서의 일상에 대한 편지와 이에 대해 오랫동안 보지 못하고 편지로만 접하는 딸의 근황

 

을 확인하고 싶은 친정 어머니가 손녀인 백수 은미를 미국으로 보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가족간의 대립구조, 미국에서 고모의 삶, 은미와 친구인 민이의 이야기 등이

 

차분하게 서술됩니다. 참 군더더기 없이 잘 쓰여진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 말미의 반전이

 

제게는 가슴아프게 다가왔습니다만 어떻게 보면 가장 현명한 판단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슬프고 따뜻하고 아름답고 먹먹한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정한아라는 참 좋은

 

작가를 알게되서 행복했습니다.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 (P7)

믿을 수 없는 일을 겪을 땐 나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P135)

알약들이 차르르, 블라인드를 젖힐 때 같은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 방금 내린 눈처럼 쌓이 내 어리석음을 바라보며 나는 그 위로 흙을 덮었다. 죽을힘을 다해 파낸 땅을 다시 평평하게 메우는 작업은 땅을 파는 것보다 훨씬 더 실존적인 일이었다. (P138)

언제든지 명령이 떨어지면 저는 이곳으로 완전히 정착할 준비를 시작해야 돼요. 그때가 되면 더이상 편지는 쓰지 못할 거예요. 지구와 달을 오가는 우체부는 없으니까요. 만약에 그런 날이 오더라도 엄마, 제가 있는 곳을 회색빛 우울한 모래더미 어디쯤으로 떠올리진 말아주세요. 생각하면 엄마의 마음이 즐거워지는 곳으로, 아, 그래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달의 바닷가에 제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밤하늘의 저 먼 데를 쳐다보면 아름답고 둥근 행성 한구석에서 엄마의 딸이 반짝, 하고 빛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때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죠. 진짜 이야기는 긍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언제나 엄마가 말씀해주셨잖아요? (P161)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장소] 2016-09-05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인데 ㅡ 이 책도 읽고 싶어요!^^

Conan 2016-09-05 00:26   좋아요 1 | URL
한번 읽어 보시죠~ 참 좋은 책 입니다^^

[그장소] 2016-09-05 00:35   좋아요 0 | URL
네에 ㅡ 빠르면 올해 안에 ㅡ 보도록 할게요~^^ 이 문학동네 살들도 드문드문 모아놔서 .. 삐진 이처럼 ㅡ 채우고 플지도 ..^^
 
누운 배 - 제2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이혁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배가 쓰러지니 어서 회사로 들어오라는 팀장의 전화를 받았다."로 소설은 시작됩니다.

 

다 읽고 난 후 소설에서의 배는 배 일수도 있고, 다리, 건물, 크레인 또는 탈선한 열차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설에서의 2002호 배이든, 무너저 버린 다리이든, 건물이든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어떤 당황스러운 일이 조직내에 발생했을때 그 문제를 바라보는 각자의

 

생각과 반응과 그에 대응하는 조직적인 행동들이 어떻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반영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 말미에 여러 추천의 말에도 적혀있듯이

 

한 조선회사에서 배가 넘어지고 이에 대응하며 지내는 일련의 일들이 정말 그 회사를 공중에서

 

보면서 세세한 것까지 들여다보는 트루먼 쇼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 직접 그 회사에

 

들어가서 옆에서 같이 그 일을 겪는듯한 현장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조선과는 전혀

 

다른 업종에서 직장생활을 경험한 제게 업종에 관계없이 회사라는 조직이 큰 틀에서는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조선회사에서 배가 쓰러저 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겼음에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없고 시간은 흐르고 그 와중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승진도 하고,

 

조직은 이리저리 섞이고, 배가 쓰러져서 바로 눈앞에 누워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그렇게

 

아무일 없(었으면 좋겠)다는듯이 돌아갑니다. 다른 일로 그 일이 무마되면서 넘어가기를 2년

 

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바라 보지만 각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국은 어떻게든 해결을 하기위해

 

모이게 됩니다. 물론 회사내 누구에게도 책임은 없고 그저 배를 일으킬 뿐이고 배가 일어나자

 

다시 이런저런 일로 관심 밖으로 밀리게 됩니다. 회사내의 알력, 경기불황 등이 겹쳐서

 

떠나는 사람이 생기고 또 나머지 사람들은 남아서 그자리를 지키게 됩니다.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봐왔던 인간군상들이 고스란히 소설속에 들어 있었습니다만

 

누가 비난받아야 하는 가해자이고, 누가 위로받아야 하는 피해자인지 구분이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 부류들 중 어디에 더 가까운 존재인지 그리고 선배, 후배, 동료들은 저를

 

어떻게 평가할지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중간에 황사장의 행적에 대한 묘사가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은 있었습니다만 지금까지 회사라는 조직에 대해 묘사한 소설중에 가장 현실을 잘 반영한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여러사람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이

 

슬펐습니다.

 

 

 

하지만 회장은 아무 불만도,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수량 넉넉한 호수처럼 관대하게 웃었고, 횡설수설하는 임원들을 지켜보며 이따금 알아듣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는 원만히 이어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P75)

회장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강력하게 군림했다. 임원들이 가짜를 말해도 회장이 진짜라면 진짜가 되고 진짜를 말해도 회장이 가짜라면 가짜였다. (P84)

팀장 처지에서 억울한 것이 있기야 할 테지만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라면 힘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게 부끄러울 것도 없지 않은가? 팀장 역시 회사원에 불과했다. 회사라는 성벽 안에서 안정과 정착을 바라는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왜 솔직히 투항하지 않는가? 굴목하고 복종하지 않는가? 백번 양보해, 다른 사람들처럼 인정과 애사심을 베풀어 정신승리라도 하지 않는가? (P102)

퇴근 버스 막차에 올라타면 온종일 바쁘기는 엄청나게 바빴는데 정장 어떤 일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나를 거쳐가는 것 같았다. 매일 쓰레기 치우듯 일을 치워나갔다. (P122)

매일 똑같은 생활이 이어졌다. 나는 요령을 익혀나갔다. (P125)

나는 내 것이 아닌 것들, 그 욕망들을 쓸어내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마흔여덟이었지요. 늦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뱃사람은 늙지 않는 법이니까요 (P2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기의 과학 - 왜 모든 생명체의 크기는 서로 다를까?
존 타일러 보너 지음, 김소정 옮김 / 이끌리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작가는 조다단 스위프트의 걸리버를 소환 합니다.

 

거인국과 소인국을 경험했고 그로인해 책의 제목인 크기의 과학에 걸맞는 보조자로 여겼던 듯

 

합니다. 책은 전문서과 교양서 사이의 자리에서 이런저런 데이터를 인용하여 미생물에서 고래까지

 

크기와 무게, 표면적, 대사율, 소리 등 다양한 부문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주제였습니다만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던 듯 합니다.

 

작가가 소환한 걸리버도 주연급으로서 활약은 못한 것 같습니다.

 

 

생명체는 자신의 크기에 맞는 구조와 기능을 갖추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P17)

크기는 세포의 다양성을 결정하는 원인으로, 세포의 종류가 많기 때문에 크기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세포의 종류가 다양해진다고 해도 군체의 크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반대로 크기는 세포의 종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P1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