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검찰총장이 깊이 숙고하기 시스템을 체득한 사람이기를 원한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국정감사장에서 "이명박 때 쿨했다"는 발언이 나올 줄이야! 이후 나는 그를 깊이 숙고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지 못한다.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도 슬픈이유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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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는데 결론이 너무 허무하게 끝납니다.
기대 또는 예상과 다른 결론이 어쩌면 사는 것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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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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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게이고의 이름 값에는 조금 못미치는 책이라는 생각으로 읽었습니다만 책의 마지막 단편인 독서기계 살인사건은 충분히 이름값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시제도의 폐해 중 하나일 수 있을텐데 다이제스트, 요약본으로 책 한 권을 온전히 다 읽은 듯한 착각을 하게하는 세상에 평론가 마저 책을 읽지 않고 독서기계로 자동평론을 하는 세상이라니! 독서가 기능으로 인식되는 세상도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라야마 씨. 잘 들으세요. 현재 평론가 대부분이 쇼혹스를 이용해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책을 전혀 안 읽어요. - P277

요미와 동료들은 진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에 느긋하게 책이나 읽고 있을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없다. 책을 읽지 않는데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 책을 좋아했던 과거에 매달려 있는 사람, 자신을 살짝 지적으로 보이고 싶은 사람 등이 서점에 드나들 뿐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책을 읽었다, 는 실적뿐이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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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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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8천원을 가지고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상경하여 담당구역인 행운동이라는 별명으로 택배일을 하다가 10만원을 가지고 떠나게되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본명을 알 길 없는 택배 동료들 그리고 택배 담당구역인 행운동에서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과 겪게되는 일 들을 과하지 않게 그리고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는 긴장도 있고, 비밀도 있고, 반전도 있고 로맨스도 있고 복선도 있습니다. 어쩌면 택배기사 행운동의 동료들이나 그가 만나는 동네사람들 중 누군가는 나와 닮은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표현력 부족으로 재미있다는 말 외에 표현할 방법이 없는 책입니다. 주인공과 같은 마흔다섯의 나이 5월 제주공항에 서있던 제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때의 나는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 있었다. 12시 정각이엇고 막 서울에 도착한 참이었다. 여벌의 옷이 든 가방, 9만 8천 원이 든 지갑, 마흔다섯의 나이와 텅 빈 시간만이 내가 가진 전부였다. - P12

상대가 부탁을 하면 들어주죠, 명령을 하면 반항을 하고. - P33

이 일은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야. 꾸준히 멈추지 않고 해야 하는 일이지. 그리고 해보면 알겠지만 그게 무척 힘들어. - P150

예전에 한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지는 놈이라고.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 P181

하지만 Call이라 불리는 일은 달라요. 허투루 하면 타인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건 일도 아니죠. 바꿔 말하면 면도날을 넘어 구원에 이를 수 있는 빠른 일이기도 하고.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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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박해울 지음 / 허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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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찬기파랑가'를 읽으며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너무 잘 쓴 글이고, 아주 흥미있게 읽은 글 이었습니다. 미래에도 견고한 계급사회는 이어지고 있으며, 우주 크루즈 오르파 호는 그 계급사회를 온전히 싣고 우주로 여행을 떠납니다. 있는 자들의 과시욕과 자존심은 오르파 호 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우주 크루즈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 지구에 남아있는 이들에게도 그들의 성이 무너지는 것은 용납되지 않기에 영웅이라는 존재를 통해 모든 것을 영웅담으로 미화하게 됩니다. 이 글을 읽으며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그 영웅이 실제로는 사회의 유지를 위해 만들어 진 것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완벽한 인간 승무원이 서비스를 책임집니다. - P104

로봇 산업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몸에 달 수 있는 기계 장기나 신체도 같이 발전했기 때문에 더욱 낙관적으로 전망했어. 하지만 변화한 것은 신분체뿐이었어. - P149

충담은 가슴의 고통을 또 느끼기 시작했다. 그가 말했다.
"그래, 아마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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