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틀 그라운드
아담 지에라쉬 감독, 레이샤 헤일리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 - Fertile Ground

  감독 - 아담 기에라스크

  출연 - 게일 해롤드, 레이샤 하일리, 첼시 로스, 제이미 바스만


  애프터 다크 호러 페스트 출품작


  이 감독의 전작을 찾아보니, ‘오텁시 Autopsy’라는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아, 정확한 내용은 잘 기억안나지만 딱 한 장면. 병원에 있던 미친놈이 우연히 들른 대학생의 장기를 주렁주렁 마치 나뭇가지가 울창하게 퍼진 것처럼 병실 가득 걸어놓은 장면만 생각난다. 그것도 산 채로.


  이 영화는 그렇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상황을 생각하면 좀 섬뜩하긴 하다. 어쩌면 내가 여자라서,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 그것도 특히 임산부나 어린 소녀가 나오는 영화에 더 무서움을 느끼는 걸지도 모른다. 임신을 해본 적은 없지만, 어쩌면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친구들을 불러서 임신 축하 파티를 하던 중, 에밀리는 유산을 하고 만다. 다시는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말과 유산의 우울증이 겹친 그녀. 남편 네이트는 그런 그녀를 위해 시골의 어느 집으로 이사를 한다. 화가인 남편의 작업실은 별채에 만들고, 적응을 하던 그녀. 하지만 지하실에서 그 집의 원래 주인에 관한 물건을 발견하면서, 점차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전 주인 부부의 결혼기념일이나 임신 시기가 자신들과 비슷하고, 남편과 죽은 주인의 얼굴이 너무도 비슷한 것이다. 문제는 전 주인은 남편의 손에 아내가 살해당했다는 것. 그와 동시에 그녀는 환청과 환각에 시달린다. 급기야 집에서 해골까지 발견되면서, 그녀의 불안감은 극도에 달한다.


  음, 처음 보는 영화에서 익숙한 예전 영화의 향기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새로 이사한 집에 뭔가가 있어서 영향을 받는 소재는 흔하다. 제일 유명한 게 아마 영화‘아미티빌 호러’일 것이다. 이후 비슷한 설정의 영화가 많이 나왔고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거기에 한 가지 더 첨부시켰다. 바로 가족력이다. 대대로 자살이나 살인 실종같은 비극적인 과거를 가진 집안. 그리고 그 가문의 후예가 살인을 저지른 조상과 똑같이 생겼다는 것은 그냥 우연일까? 아니면 조상이 살인자면 후손도 당연히 그 길을 걷는 걸까? 이건 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살인자라고 해서 자식까지 그러라는 법은 없으니까.


  가문과 집의 저주가 뒤엉키면서 영화는 나름 으스스한 분위기를 내려고 했다. 하지만 부족했다. 그것도 음료수 이름처럼 2%가 아니라 한 200% 정도? 흔하지만 나름 매력적인 저 두 가지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느슨하고 맥 빠지는 영화를 만들다니, 아쉽기만 했다.


  중간 중간에 영화의 챕터처럼 소제목이 나오는데, 사실 그 부분이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이라고 아예 대놓고 광고를 하는 영화라니. 이건 마치 이제 놀랄 준비하라고 말하는 것과 흡사했다. 이건 공포 영화인데 말이다! 공포 영화는 마치 남자가 여자를 유혹할 때 천천히 에로틱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식당에서 침대로 리드하는 것과 비슷하다. 초반에는 평온하다가 서서히 조여 오는 오싹함으로 분위기를 잡으면서, 중간에 두어 번 리드미컬하게 놀라움을 주고 결정적 한 방의 충격을 줘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그걸 대놓고 알려주다니……. 실망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미티빌 호러’를 다시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환상문학전집 13
루돌프 에리히 라스페 지음, 귀스타브 도레 그림, 이매진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원제 - Baron Munchausen

  작가 - 루돌프 에리히 라스페

  삽화 - 귀스타브 도레

 

  어릴 때, 세계 명작 동화 전집이 있었다. 30권짜리였는데, 웬만한 세계 명작은 다 들어 있었다. 물론 완역본이 아니라, 어린이용이었다. 거기서 지금도 생각나는 아주 웃긴 귀족 아저씨의 이야기가 있다. 얼마나 뻥을 잘 치는지, 읽으면서 이정도 거짓말이라면, 국보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때는 그냥 웃긴 얘기라고 넘겼다. 다른 재미있는 글들이 많았으니까.

 

  그러다가 황금가지에서 완역본이라고 나온 것을 보고는 냉큼 사긴 샀는데, 어찌된 일인지 읽을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그 때는 아마 추리 소설에 푹 빠져있을 때였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다.

 

  다 읽은 소감은 ‘이 정도 거짓말과 말빨과 뻔뻔스러움이라면 세계 문화유산으로 남겨야지’였다. 어쩌면 이렇게 유창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는지, 어떻게 이런 엄청난 상상력을 가졌는지 부러울 뿐이었다. 아니, 그렇다고 거짓말을 배우고 싶지는 않다. 그건 절대 안 될 일이다. 다만 능숙한 이야기 전개와 무한한 창의력이 부러울 뿐.

 

  생각해보니 이 남작은 아는 것도 많고, 돌아다닌 곳도 꽤 있는 것 같았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모양이다. 하긴 아는 범위가 다르면, 상상력의 크기도 다르다고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난다.

 

  콩줄기를 타고 올라가서 달에 있는 은도끼도 찾아오고, 화산 속으로 내려가 불카누스와 그의 부인인 비너스를 만나거나, 곰 수천마리를 죽이기도 하고, 돈키호테를 만나며 달에 가서 이상하게 생긴 원주민을 만나고 돌아왔다는 얘기는, 평범한 상식을 가진 사람의 머리에서는 나올 수가 없는 얘기이다.

 

  역시 아는 게 많아야 사기도 그럴 듯하게 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렇다고 그가 사기꾼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은 병적으로 거짓말하는 사람을 이 남작의 이름을 따서 ‘뮌히하우젠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아저씨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세계 각국을 돌아보지 못한 이들과 융통성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갖가지 풍물과 다른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어차피 소설은 판타지니까.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삽화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귀스타브 도레는 19세기 미술사에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환상적이며 풍자적인 세계를 그린 화가라고 한다. 어딘지 모르게 ‘풍속의 역사’에서 본 듯한 그림체이다. 글과 적절하게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은근히 이 글의 내용은 다 거짓말이고 풍자적이라고 그림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글의 화자는 계속해서 자기 이야기는 진실이라고 하는데 말이다.

 

 

 

 

  그런 숨겨진 묘미가 있는, 재미있는 글이었다. 아, 나도 상상력이 무궁무진 독창적으로 튀어나왔으면 좋겠다. 나쁜 짓을 하려는 건 아니니까, 제발 퐁퐁 솟아났으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셉션 - 일반판 (2disc)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 - Inception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와타나베 켄, 조셉 고든-레빗, 마리옹 꼬띠아르


  애인님의 권유로 본 영화. 솔직히 두 시간이 넘는 영화는 별로 보고 싶지가 않다. 내 집중력이 유지될 수 있는 최대치가 바로 두 시간이기 때문이다. 책이라면 중간에 기지개도 켜고 그러겠지만, 영화는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에 소설 ‘쿰을 쿠다’ 감상문을 쓰기 위해 보았다. 


  영화를 본 감상은, ‘쓸데없이 거창하게 부잣집 아들에게 다단계로 사기 치는 내용이구나. 사기도 이정도면 예술이지.’였다. 내 감상을 들은 애인님이 좀 어이없어 했다. 미안, 자기야. 내 감상력은 다른 사람들과 조금 핀트가 어긋나나봐.


  마치 최첨단 과학 기술로 무장한 ‘오션스 일레븐’이나 ‘A 팀’ 내지는 ‘미션 임파서블’을 보는 기분이었다. 물론 저들도 최첨단 도구를 사용하긴 하지만, 이 영화의 팀은 특히 더 앞선 기술을 이용한다. 사람의 의식 세계로 들어가 자신들이 원하는 생각을 심어놓는 것이다.


  사람의 의식 세계를 조작하는 소재는 영화 '토탈 리콜‘에서 처음 보았다. 내 기억으로는 그렇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자신의 기억이 조작된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을 때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 ’매트릭스‘도 어떻게 보면 그런 류일 수도 있고.


  이 영화는, 그러니까 저 두 가지 종류의 소재를 적절하게 섞어놓은 느낌이었다. 다만 그들이 의적은 아니라는 것이 실망스러웠다. 내가 괴도 루팡을 별로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에 제일 큰 것이 바로 그가 도둑이라는 점이다. 미국 드라마 ‘레버리지’를 즐겨보는 건 그들이 의적이기 때문이고 말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감점을 받았다. 도둑질 성공하는 얘기는 별로.


  영상은 참으로 멋졌다. 보면서 ‘와-’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코브가 아리아드네를 만나 처음으로 꿈의 세계를 보여주는 부분은 진짜 놀라웠다. 둘을 제외한 모든 것이 터지는 장면이나, 지면이 접히는 장면, 그리고 아리아드네의 의도대로 사물이 변형되는 장면은 기발하고 놀라웠다. 역시 과학 기술의 발전은 영화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참으로 1초는 길다는 느낌을 받았다. 버스가 다리에서 추락해 강으로 떨어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꿈에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다. 1초는 진짜로 길다. 그 문제의 펜싱 시합 심판도 혹시 경기 시간에 인셉션을 당하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영화는 사기극이지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영화 곳곳에 숨겨두었다.


  우선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심상치 않았다. 꿈의 설계를 맡은 아리아드네나 약물을 만드는 유세프가 그러했다. ‘아리아드네’는 미노스 왕의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게 도움을 준 공주였고, ‘유세프’의 성경 표기는 ‘요셉’으로 꿈을 잘 꾸고 해몽을 잘하던 인물. 극의 배역과 적절했다.


  그리고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에 관한 여러 가지 가설과 이론들도 등장하고, 내가 보는 것이 꿈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장자의 나비 얘기를 서양식으로 변형한 것 같은 인상도 주었다. 아, 이건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나왔었다.


  이런 수많은 상징과 주인공 코브의 비극적인 과거 그리고 그들의 입을 통해 드러나는 꿈과 현실 세계에 대한 경계와 공존 등등의 소재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이 영화가 단순 사기극이라는 것을 잊게 한다. 어느새 영화는 꿈의 조종을 통해 부인의 죽음을 극복하려는 한 남자의 시련 극복기가 되어버렸다.


  결국 관객까지 감독에게 인셉션을 당한 것이다.


  그래서 엔딩 크레딧과 함께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이 흘러나왔는지도 모른다. 이제 깨어나라고. 눈을 뜨고 현실로 돌아가라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끊어지지 않는 사슬 - 2천7백만 노예들에 침묵하는 세계
케빈 베일스 외 지음, 이병무 옮김 / 다반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제 - 2천7백만 노예들에 침묵하는 세계

  작가 - 케빈 베일스, 조 트로드, 알렉스 켄트 윌리엄슨 공저


  읽다가 눈물이 날 것 같고 마음이 아파서 책을 두세 번 덮어버리고 말았다. 어째서 약한 여자들이나 어린 아이들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남자들도 있기는 하지만, 노예의 대부분은 여자와 아이들이라고 하니까.


  노예라는 건,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어린 아이들이 멋모르고 하는 주인님과 펫 놀이 또는 노예팅 같은 것을 할 때나 들어볼 수 있는 거라고 여겼다. 링컨의 노예 해방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21세기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노예는 근절되었다고 생각했다.


  다만 노예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고만 여겼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나의 생각이 얼마나 안일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거였는지 느끼게 되었다.


  그들은 노예처럼 일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노예였다.


  맙소사! 이 세상에 아직까지 노예라니. 내가 좋아하는 커피나 조카가 좋아하는 초콜릿이 노예제의 존립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공정 무역 제품을 써야한다는 말이 실감나게 와 닿았다. 그 전까지는 그냥 팔아먹으려는 마케팅의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노예가 생기는 원인을 읽으니, 화도 나고 마음이 아팠다. 돈 때문에, 신분제 때문에, 정치적 상황 때문에, 전쟁 때문에 그리고 제일 황당한 건 종교 때문에! 아니, 진짜 어떻게 종교가! 읽으면서 열불이 났다. 돈 때문에 팔려가고, 부패한 정부가 범죄 조직과 결탁해서 사람들을 팔아넘기거나, 전쟁으로 진 나라의 여자나 아이들이 끌려가는 것까지는 화가 났지만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떻게 종교가? 이 대목에서는 책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여성과 어린 아이들의 성적 착취에 관한 대목에서 역시 두 번째로 책을 덮었다. 마음을 진정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그런 것들은 범죄 추리 소설이나 외국 드라마나 호러 스릴러 영화에서 종종 다루는 소재였다. 반복되고 우려먹는 소재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솔직히 그런 방송 매체들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소설은 판매 부수를 올리려고, 더욱 더 극적으로 과장되게 만들었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저건 가짜라고, 진짜 그럴 리 없다고, 마음 한편으로 믿고 위안을 얻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당사자들의 증언 기록을 읽어보니, 이건 뭐. 소설이나 드라마는 약과였다. 어째서 인간은 같은 인간에게 그토록 무자비하고 난폭하며 끔찍한 짓을 저지를 수 있을까? 낙태를 시키겠다며 깨진 맥주병을 여자 몸에 삽입하거나 배를 때리고, 몸집이 작은 어린 아이들을 유독 가스로 가득 찬 광산의 좁은 갱도로 밀어 넣고, 앵벌이를 시키기 위해 일부로 불구로 만들고 말이다.


  그리고 기껏 성노예나 강제 노역에서 돌아왔지만, 사람들의 편견어린 시선으로 다시 그 생활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마음이 아팠다. 그 어린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선금과 일자리를 준다는 말에 넘어가서 아이를 넘긴 부모의 잘못이고, 그들을 속인 놈들의 잘못인데. 왜 그 고통을 어린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걸까?


  특히 성매매의 대상이었다가 돌아온 여자들이 겪는 2차, 3차 고통에 관한 부분은 한숨만 나왔다. 한국의 강간 피해자들이 겪는 고충과 다를 것이 없었다. 가장 치욕스러운 부분을 여러 남자들 앞에서 얘기해야하고, 너도 좋지 않았냐는 질문이나 받고.


  에이즈 같은 질병에 걸릴 까봐 갈수록 어린 여자아이만 원한다는 남자들의 기록을 읽는 순간, 속으로는 욕이 쉴 새 없이 튀어 나왔다. 내가 아는 욕이 얼마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리고 외국의 어린 여자아이들을 가정부나 보모로 데리고 와서, 노예처럼 일을 시키는 악덕 고용주에 대한 부분도 화가 났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같은 인간으로, 같은 여자로, 같은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말이다.


  노예제라는 것이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종식되지 않을 것 같다. 공정 무역 제품을 사용하고, 국가에서 노예제를 운영하는 사업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노예였던 사람들에게 재활 교육을 시킨다고 해서 100% 근절될 거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돈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아니, 이건 어쩌면 타인을 대하는 사람의 의식 문제일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인간들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야 가능할 것 같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나에게 남을 깔보고 멸시할 권리 따위는 없다는 걸 인식시켜야 할 것 같다. 남이 아픈 것은 나도 아픈 일이고,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다른 사람도 하기 싫은 것이다. 내 쾌락을 위해 남을 괴롭히지 말자. 피부색이 다르다고, 나보다 지능이 떨어지거나 몸이 불편하다고 남을 못살게 굴 권리는 없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어릴 때부터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쯤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덧붙여서, ‘한국, 태국,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출신 여성들이 캐나다로 흘러 들어가는데, 대부분은 상업적인 성적 착취를 위해 인신매매된 여성들이다.’라는 대목에서는 놀라고 말았다.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제 - The Tall Man

  감독 - 파스칼 로지에

  출연 - 제시카 비엘, 조델 퍼랜드, 스티븐 맥허티, 윌리엄 B. 데이비스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상영작

 

  영화는 동굴을 수색하고 나온 경찰과 얼굴에 박힌 유리 조각을 빼내는 여인의 눈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전에 자막으로 미국에서는 매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아이들이 있다는 문장이 나온다.

 

  이 정도면 ‘아, 실종 아이에 관한 내용이구나.’라고 짐작을 하게 한다.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한 소녀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폐광 마을 콜드락은 나날이 쇠퇴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아이들이 하나둘씩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사건까지 일어난다.

 

  첫 장면에서 유리 조각을 빼내던 여인인 줄리아는 그 마을의 유일한 간호사이다. 의사였던 남편이 죽은 후, 마을을 지키고 있다. 초반은 아이와 보모, 그리고 그녀까지 셋이 지내는 일상과 마을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아이가 납치당한다. 줄리아는 아들을 찾기 위해 달리는 차에 매달리고 개에 물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아이는 되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이상하다. 그 전까지는 그녀를 무척이나 존중하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욕하고 감시하고 잡아 죽이려고 한다.

 

  여기까지 보면서, 애인님과 ‘마을 사람들이 한통속인거야!’라고 분개했다. 마을에서 아이를 하나씩 골라, 톨 맨이라는 아이들을 데려가는 존재에게 제물로 바치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교 집단이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이 영화, 반전이 있었다. 물론 중반을 넘어가면서 비밀이 밝혀지긴 했지만, 후반까지 그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이것저것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 많은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죽었을까? 살았을까? 살았다면 어떻게 된 걸까? 영화는 초반에 톨맨이 누구냐는 것에 집중했다면, 중후반은 아이들의 생사에 초점을 맞춘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에게 자식의 생사를 모른다는 건, 그야말로 엄청난 고통일 것이다. 문득 ‘조카들을 잃어버린다면…….’하고 상상해봤는데 눈물이 먼저 흘렀다. 고모인 나도 그런데, 부모는 오죽할까?

 

  영화가 끝나고 고민했다. 과연 그들의 선택이 옳은 것인가? 천륜이라는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을까? 그게 도덕적으로 옳은 일일까? 그리고 그들은 행복했을까?

 

  나만 그럴지 모르지만, 공주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상상을 하곤 했다. 특히 엄마아빠한테 혼이 나면 특히 그랬다. 내 진짜 부모는 아주 부자인데, 날 어릴 적에 잃어버린 거라고. 그래서 언젠가 진짜 부모가 날 찾으러 올 거라고.

 

  애인님은 영화를 다 보고 한마디 했다. 키다리 아저씨의 호러 스릴러 버전이라고. 난 유괴의 미화 같았는데. 어떤 숭고한 목적이 있다고 해도, 범죄는 범죄에 불과하다.

 

  그들은 정말 행복할까? 영화 마지막 장면의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무표정한 얼굴에서,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 반문하는 질문에서 조금은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감독의 전작인 '마터스'는 좀 그랬는데, 이번 작은 수월하게 볼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