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림 오브 더 밴쉬
알렉스 오웰 감독, 르네 코크란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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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cream Of The Banshee

  감독 - 스티븐 C. 밀러

  출연 - 로렌 홀리, 마르셀 배어, 에릭 F. 아담스, 르네 코크란

 

 

  애프터 다크 호러 페스트 출품작

 

 

  영화의 도입부는 진짜 멋졌다. 때는 12세기. 빨간 망토를 휘날리며 백마를 타고 도망가는 금발 여자와 그녀를 쫓는 갑옷을 입은 기사들. 뜻밖에도 그녀의 전투력은 뛰어나서 기사들과 막상막하의 대결을 벌였다. 하지만 한 남자가 던진 상자에 그녀는 봉인되고 만다. 여기까지는 진짜 멋졌다.

 

 

  그런데 현대로 돌아와서, 유물을 복원하는 대학 연구팀이 우연히 학교의 숨겨진 벽 너머에서 그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을 여니, 그 안에는 미라 화된 흉측한 머리가 하나 들어 있었다. 그런데 엄청난 비명과 함께 그 머리는 터진다. 연구팀과 건물을 지키던 경비는 괴성 때문에 귀에서 피가 줄줄 흐를 정도. 이후 그들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 자리에 있던 연구원들이 하나둘씩 헛것을 보고 죽어가기 시작한 것. 남은 사람들은 그 머리의 정체를 밝히고, 누가 왜 그것을 학교에 숨겼는지, 살아날 방법은 있는지 찾기 시작한다.

 

 

  영국 쪽에 ‘밴쉬’라는 여자 귀신이 있다고 한다. 그녀가 울면 꼭 죽는 사람이 생긴다는 괴담의 주인공이다. 이 영화도 그 점에서 착안했나보다. 다른 점은 여기의 밴쉬는 우는 게 아니라 비명을 질렀고, 자신이 직접 사람을 죽이고 다녔다는 것이다.

 

 

  유물 복원 팀이 나오기에, 소피 마르소가 나왔던 박물관의 이집트 미라 귀신 영화가 떠올랐다. 제목이 뭐더라. 아! ‘벨파고’ 그런데 그건 아니었다. 아쉽게도.

 

 

  영화는 도입부를 지나면서, 조금 느슨해진다.

 

 

  아니, 유물 복원한다는 사람이 골동품 건틀릿을 끼고 장난을 치면 될까? 아무리 엄마가 팀장이라지만 건물 벽을 뚫어놓고 ‘나 갈래.’라고 튀면, 뒷정리는 누가 하고? 게다가 뭐가 있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열고 본다? 안에서 뭐가 나올 줄 알고? 그리고 그런 경우라면 대비를 제대로 해야 하는 게 아닌가? 게다가 궁금한 것은 인터넷 검색을 한다. 대학 연구팀이면, 고서적을 조사하고 막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몇 백 년 전 기록이라면 고문서를 봐야지, 왜 구글을 찾는 건지. 도대체 컴퓨터에 올라와있는 모든 기록이 100% 맞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다고.

 

 

  그런 소소한 것들이 쌓이면서, 진짜 얘들이 직업에 대한 사명 의식이 있는 프로 유물 복원가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괜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전문가랍시고 일만 벌이는 부류의 인간들이 아닐까 하는 불신도 생겼다. 그리고 사건의 전개나 마무리까지 제대로 하지 못할 거라는 예측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옛 속담이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영화는 결국 ‘이건 아닌데…….’라고 중얼거리면서 눈살을 찌푸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아, 이런 갑작스런 전개라니. 이건 마치 처음 만난 소개팅 자리에서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라는 뜬금없는 제의를 받은 당혹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 대개 이렇게 생각한다. 그런 짓 하려고 소개팅 나왔냐? 미친…….

 

 

  그리고 무엇보다 밴쉬가 하나도 안 예뻤다. 영화 ‘크립쇼’에 나온 해골처럼 생겨서, 마음이 아팠다. 아마 악령이라고 해도 800년의 세월은 이길 수 없다보다. 사람을 죽이면서 조금씩 과거의 미모를 찾아가는 설정도 괜찮았을 텐데. 아, 나도 외모 지상주의에 빠진 인간이란 말인가. 슬프다. 자기도 안 예쁜 주제에 귀신 못생겼다고 타박이나 하고 있고. 반성하자.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전직 교수로 나온 남자를 보고 애인님이 ‘헉!’하고 놀랬다. 애인님이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 ‘밀레니엄’의 주인공이자,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에서 인조인간으로 나왔던 그 배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분도 시간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었는지, 많이 변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긴가민가했었다. 거기다 주인공으로 나온 여배우는 미국 드라마 ‘NCIS’에서 사람 속 터지게 했던 국장님으로 나왔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속 터지게 만들었다. 이 배우는 사람 속 터지게 만드는 역할을 확실히 잘 소화하는 가보다.

 

 

  그 두 사람을 본 반가움과 놀라움. 그리고 밴쉬의 빨간 망토가 참 예뻐서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고 싶었다는 것만 빼면 그저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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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5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5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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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Vanish

  작가 - 테스 게리첸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5권


  그러니까 리졸리와 아일스 시리즈를 처음 접한 게 이 책이었다. 무슨 기념일이었는지 모르지만, 애인님이 선물로 주셨다. 붉은 천으로 얼굴을 덮은 여인이 있는 표지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책을 빌려 읽은 오라버니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고 이 시리즈를 1권부터 4권까지 다 사서 먼저 읽고, 주셨다.


  지난 편인 ‘바디 더블’에서 임신과 결혼을 동시에 치른 리졸리. 이번에는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 만삭의 임산부이다. 그리고 아일스는 여전히 죽은 자들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 글은 두 가지 시점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과거와 현재이다. 밀라가 떠올리는 과거의 일과 현재 리졸리, 그녀의 남편인 딘 그리고 아일스가 겪는 일이 교차된다. 처음에는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둘은 하나가 되어 모습을 드러낸다.


직장을 알선해준다는 말에 동유럽에서 미국으로 온 밀라. 하지만 그녀와 친구의 아메리칸 드림은 도착하자마자 산산조각이 난다. 가정부나 베이비시터로 일할 줄 알았지만, 그녀가 끌려간 곳은 이른바 매음굴. 하지만 사건이 생기면서, 그녀는 올레나와 목숨을 건 도주를 하게 된다.


  냉동고에서 검시를 기다리던 여자가 의식을 되찾는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아일스의 재빠른 조치덕분에 그녀는 병원으로 옮겨진다. 공교롭게도 리졸리도 출산을 위해 그곳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정신을 차린 여자가 경비원의 총을 빼앗고, 병원에서 농성을 벌인다. 검사를 기다리던 리졸리는 인질이 되고 만다. 게다가 경비원인 줄 알았던 남자는 진짜가 아니었다.


  급기야 사건은 점점 이상하게 꼬여만 간다. 난데없이 고위층이 간섭하기 시작한 것. 도대체 밀라와 올레나 그리고 그녀들을 도와준 조를 죽이려는 사람들은 누굴까? 그리고 왜?


  아, 이번 편은 진짜 읽으면서 화가 났다. 자신들의 쾌락을 위해 젊은 여자들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인간들에게 화가 났고, 사람을 상품처럼 사고파는 것들에게 화가 났으며, 자기들의 사회적 지위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놈들 때문에 화가 났다. 그리고 돈을 위해 같은 동지였던 사람을 팔아넘기는 존재에게 화가 났다. 아, 진짜 그 인간이 그럴 줄은 몰랐다. 나쁜 새끼!


  리졸리의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더니, 태어나서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잘 커야 할 텐데 말이다.


  아일스는 여전히 빠른 상황 파악과 판단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그녀는 음, 남자 보는 눈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녀가 마음에 두거나 작업을 거는 남자들은 거의 사건과 연관이 되어 있으니까. 제발 아일스에게 괜찮은 남자 하나 구해주길 작가에게 편지라도 보내고 싶다.


  사람을 속여서 인생을 망치는 일이 미국에만 국한된 일이 아닐 것이다. 이 나라에서도 분명히 어디선가 매일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이 땅 어느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몸을 파는 여성이, 학대받는 어린 소녀가, 신음도 못 내고 죽어가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자신의 지위와 돈과 권력을 이용해 누군가를 짓밟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 세상은 얼마나 비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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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즈 어파트
안토니오 니그렛 감독, 사만다 드로크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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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econds Apart

  감독 - 안토니오 니그렛

  출연 - 올란도 존스, 에드문드 엔틴, 게리 엔틴

 

  2011년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상영작

  2011년도 애프터 다크 호러 페스트 출품작

 

  ‘부천영화제를 충격에 빠뜨린 놀라운 반전을 만난다! 쌍둥이 형제를 통해 인간의 악마성을 탐구하다!’라는 광고 카피에 ‘혹시나’하는 마음과 ‘어차피 저게 다겠지…….’라는 생각이 마구 충돌했던 영화. 하지만 솔직히 포스터에 나오는 쌍둥이 형제가 잘 생겨서 보기로 결정했다. 아, 이건 애인님에게는 비밀! 애인님에게는 그냥 호러 스릴러 영화니까 보자고 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의 행동을 찍는 쌍둥이 형제가 있다. 오직 그들만의 세계에서, 다른 사람의 접근은 허용하지 않는 조나와 세스. 비정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친밀한 유대감을 가진 둘에게는 비밀이 있다. 그러다가 세스가 한 여학생과 사귀게 되면서, 둘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학교에서 일어난 네 학생들의 자살 사건에 의심을 가진 형사가 둘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그들을 의심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는데…….

 

  영화는 초중반까지 그들의 기이한 능력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소름끼칠 정도로 담담하게 보여준다. 무표정하게 죽어가는 사람을 보다가, 미소 짓는 두 형제의 얼굴이 그렇게 무서울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가 후반까지 그럭저럭 연결되면서,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환각과 현실 그리고 범죄 현장과 평온한 일상을 번갈아보여주면서 적절하게 긴장감과 느슨함을 유지시킨다.

 

  하지만 한편으로 영화는 불친절했다. 뭐 하나 명확하게 말해주는 것이 없다. 그냥 관객들에게 짐  작을 해보라고 넌지시 떡밥만 잔뜩 뿌려줄 뿐이다.

 

  쌍둥이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찍는다. 그리고 그것을 재생하면서 ‘느낌이 없다.’고 말하며 아쉬워한다. 도대체 그들이 원하는 게 뭐였을까? 흥분? 만족감? 오르가즘? 행복감? 두려움? 공포?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야 그들은 ‘느낀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름답고 겁이 난다.’고도 말한다. 대충 감은 오지만, 정확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덕분에 애인님과 아주 잠깐 토론의 시간을 가지긴 했다.

 

  그들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동기 부분이 불명확했기에, 영화는 그냥 미친놈들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원래 미친놈의 정신 상태는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니 말이다.

 

  실험의 결과로 그들이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원래 태어날 때부터 그랬는지, 제대로 드러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물론 형사가 클리닉을 수사할 때 ‘혹시나’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리고 그들의 엄마 대사에서도 얼핏 짐작은 간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게 맞는다는 느낌은 강하게 온다. 클리닉에서 처방해준 약물의 부작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형사가 가끔 보는 환상은 도대체 왜 그런 걸까? 과거에 그가 당한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는 형사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 아닌가? 음주 취조에 음주 운전을 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형사가 날카롭고 예리하긴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같이 붙어있던 둘의 사이가 악화된 것은 동생에게 여자 친구가 생긴 이후부터였다. 형에게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자기만의 색을 찾으려는 동생 세스. 그런 그를 용납하지 못하는, 오직 동생과 자기만의 세상을 꿈꾸던 형 조나.

 

  이 영화는 어쩌면 소년이 청년으로 자라는 변화의 시기를 쌍둥이 형제의 상황에 빗대어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커가면서 놓아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그리고 간직해야할 것의 구별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영화는 보여주고 있었다. 지나친 집착은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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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 움베르토 에코가 들려주는 이야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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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움베르토 에코가 들려주는 이야기

  작가 - 움베르토 에코

  그림 - 에우제니오 카르미



  움베르트 에코의 이름 때문에 고른 책이다. 겉표지에 적힌 문장을 보는 순간, ‘이 사람이 아동용 책을 썼다니! 대박!’이라는 놀라움과 동시에 ‘어린이들을 위한 글은 어떻게 다를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설마 아동용 책에도 주석과 별첨이 잔뜩 달려있을까? 이런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글보다 그림이었다. 종이를 찢어 붙이기도 하고 다양한 상징과 기호로 가득한 그림을 보는 순간, 에코의 글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되는 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랬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말이다.






 글은 평범하고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첫 번째는 폭탄 만드는 것을 좋아한 한 장군의 이야기. 두 번째는 우주로 나간 서로 다른 국적의 우주 비행사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외계인을 만나나 우주 탐험가의 이야기다. 이 세 가지 짧은 동화를 통해, 작가는 전쟁의 위험성, 사람 사이의 이해 그리고 환경 보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그림이 많아서 어린 아이들이 보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쪽은 글자, 다른 쪽은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고, 글자가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기도 하고 한두 줄만 적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확실히 말하지만 저학년용은 아니다.


  이야기의 내용이 거의 다 비유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얘기에서는 부자들과 장군이 결탁하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대놓고 둘이 손을 잡았다거나 음모를 꾸민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부자들이 “우리는 이 많은 폭탄을 만들려고 엄청나게 많은 돈을 썼어요. 그런데 이렇게 곰팡이가 슬게 내버려 둘 겁니까?”라고 말한다. 그러자 장군은 전쟁을 일으키기로 한다. 그제야 위험을 알게 된 사람들은 폭탄을 만들라고 장군에게 권유한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한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미국, 러시아 그리고 중국이 각자 우주선을 발사한다. 강대국 세 나라를 의미하는 것이다. 세 명의 우주인들은 화성에 도착했지만, 서로를 믿지 못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단지 말이 달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까워지는 계기는 ‘엄마’라는 단어의 발음이 서로 비슷해서였다. 화성인과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이유도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감정의 상징인 눈물 때문이었고 말이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 외계인들이 우주 모험가과 나누는 대화 역시, 많은 상징과 비유와 은유가 숨어 있었다. 우주 모험가가 자랑하는 지구의 과학 문명과 외계인이 바라본 그 폐해를 대비시키면서, 무분별한 개발의 위험성과 자연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있다.


  이런 식이니, 열 살 난 조카가 재미없다고 툴툴거리는 것도 당연했다. 어쩌면 이 책은 고학년, 아니 어른들을 위한 우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림 때문에 어른들이나 고학년 내지는 중고등학생은 거들떠도 안 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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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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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아, 이토록 자아도취적인 사랑이 있을 수가 있다니! 책장을 덮은 다음에 느낀 감상이었다.


  추리가 아니므니다. 로맨스, 그것도 짝사랑 이야기이므니다.

  추리를 가장한, 한 남자의 지독한 사랑과 집착을 그린 이야기.

  보답 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기에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이야기.

 


  이 소설을 내 나름대로 정의한 문장들이다. 살인이 나오고, 증거 조작과 은닉도 일어나지만, 소설을 이루는 가장 기본은 바로 사랑이었다. 그것도 짝사랑!


  물론 현대의 거의 모든 범죄는 ‘돈’과 ‘감정’에 의해 일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질투나 배신, 증오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원인이었다. 이 영화처럼 집착이 쩔지만 숭고하고 가장 인간적인 감정으로 일어나는 것은 좀 드물었다. 내가 아는 한도에서 말이다.


  이 책은 물리학자 ‘마나부’ 교수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아, 단편을 먼저 읽었는데 어쩌다보니까 장편의 감상을 먼저 쓰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가 주인공은 아니다. 그가 사건을 풀어나가긴 하지만, 이 글의 주인공은 ‘용의자 X’이다.


  도서 추리물이라는 것이 있다. 초반에 범인이 사건을 저지르고 은폐한다. 그리고 증거를 조작해놓고 헛다리를 짚는 경찰을 비웃다가 결국은 잡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범인이 주인공인 소설이다.


  이 책도 그런 구성을 따르고 있다. 그녀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용의자 X씨는 마음에 두고 있는 그녀가 경찰에 잡혀가게 둘 수 없기에, 모든 것을 계산하고 조작한다. 그의 함정에 빠진 경찰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마나부 교수는 진상을 파악하고 진범과 용의자 X의 정체까지 찾아내는데…….


  후우, 진짜 용의자 X씨의 사랑은 깊고 치밀하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안쓰럽기까지 했다. 얘기를 제대로 나눠본 것도 아니고, 손을 잡아본 사이도 아니고, 심지어 그녀는 그의 이름도 모르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려고 했다.


  하지만 어떤 의미로 그의 사랑은 보답 받지 못했다. 그녀는 양심이라는 이름 아래, 그를 버렸다. 어쩌면 마음에도 없는 사람이 자기를 도와주겠노라 들이대는 것이 싫었을 수도 있다. 별 상관도 없는 사람이 오지랖 넓게 행동하면, 반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또는 마음의 빚을 지고 살 수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차라리 처음부터 싫다거나 그런 호의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거절을 할 것이지……. 그녀가 너무도 싫었다. 어쩐지 착한 척 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녀에게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역시 남에게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하는 건데.


  하지만 용의자 X씨의 사건 조작은 아무리 읽어도 참으로 훌륭했다. 우아, 어떻게 그런 계획을! 그 짧은 시간에! 바꾸어 말하면, 그는 천재!


  하지만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그래서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쩌면 그는 아주 엄청나게 뛰어난 수학자가 되어 이름을 날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건 내 생각이고, 그는 나름 행복했을 것 같다. 적어도 그녀가 그를 바라봐줬고, 이름을 알아줬으니까. 그리고 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그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에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짝사랑인지 집착인지 나는 구별을 잘 못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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