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3의 비밀 우리 문화 속 수수께끼 1
김종대 지음, 이부록 그림 / 사파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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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종대

  그림 - 이부록

 

 

  제목에 ‘~의 비밀’이라고 적혀있지만, 어린이용 탐정 소설은 아니다. ‘비밀’하면 추리가 떠오르는 동물적인 반사 신경은 제쳐두자. 이 책은 우리 역사나 전래 동화 내지는 옛날 풍습에 자주 나오는 숫자 3에 대해서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다른 나라 문화는 자세히 잘 모르니까 뭐라고 하긴 어렵지만, 우리 문화에는 ‘3’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책에도 나오지만, ‘삼족오’라든지 ‘셋째 딸은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 또는 ‘삼짇날’, ‘삼재’ 그리고 동화에서 특히 많이 나오는 삼형제까지.

 

 

 

  이 책은 ‘3’이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에 대해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옛사람들은 ‘3’을 완전한 숫자로 봤기에, 1이나 2보다 더 중요시 했다. 음과 양이 결합한 수가 바로 ‘3’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부분에서 ‘그렇구나!’라고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의미가 숨어 있었구나.

 

  우리는 서양 문화가 들어오면서 행운의 7이라든지 불길한 13일의 금요일은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서양의 것이다. 3이나 불운의 4같은 것은 동양의 것이고 말이다. 그 중에서 4는 중국 문화권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러니 ‘3’만이 우리 문화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서양의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3’과 관련된 한국의 전래 동화나 풍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더 알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삼족구라든지 삼두매라는 건, 고백하자면 여기서 처음으로 접했다. 덧붙이자면 가믄장아기가 셋째 딸이라는 것과 그녀가 결혼한 사람이 셋째 아들이라는 것까지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관계도 까지 대충 읊을 수 있으면서, 정작 한국의 전통 신들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다음에는 한국 전통 신에 대한 책을 읽어봐야겠다. 내가 알아야 다른 사람에게 권할 수도 있고, 말해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독특한 그림이다. 어지럽게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풍부한 색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섬세하기도 하고, 또 다른 부분에서는 불명확하게 그리기도 하고. 상당히 개성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린이 동화책의 큰 장점은 다양한 그림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그림은 신기하기만 했다. 한 사람이 그린 것인데, 글에 적절하게 변화를 주었다. 그러면서도 전반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고.

 

 

 

  그런데 조카는 삼족구 그림이 좀 무섭다고 했다. (바로 위에 있는 그림) 얘가 무서운 걸 잘 못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긴 벡터맨인지 파워 레인저인지 그런 거 볼 때 악당 괴물 무리가 나타나면 같이 있어달라고 차마 말은 못하고, 손을 꼭 잡고 고모도 보고 싶으면 봐도 괜찮다고 할 정도니. 쯧쯧쯧, 고모는 피와 살점이 튀기는 영화도 잘 보는데……. 아, 이건 자랑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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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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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惡意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우와! 대박!’ 


  책 중반을 넘어가면서, 내 입과 머리에서는 저 단어만 맴돌았다. 지금까지 읽었던 가가 형사 시리즈 중에서 트릭적인 부분에서는 양 손의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릴 정도였다. 엘러리 퀸이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트릭 중에는 멋진 게 많았지만, 이 책도 만만치 않게 훌륭했다.


  이 책은 두 남자의 글이 번갈아가며 나온다. 그러니까 역시 이번에도 가가 형사는 공동 주연을 맡았다는 말이다. 그의 것은 기록이라고 하고, 범인으로 지목된 노노구치 오사무가 적은 글은 수기라고 나온다. 각자 ‘나’의 입장에서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하나의 사건에 여러 가지의 관점을 알 수 있고, 또한 각자 한 상황을 보고 어떻게 생각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처음에 글의 형식을 보고 누가 누군지 헷갈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읽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너무 몰입을 해서, 마치 내가 글의 서술자인 ‘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초반에는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 설명이 자세히 들어가서 조금 지루하다는 인상도 들었다. 그런데 중반부터 휘몰아치기 시작하면서, 다른 데 신경을 쓸 여지를 주지 않았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웠다.


  이건 마치 죽을 끓일 때와 비슷하다. 처음에는 지루하게 디엠비도 보다가 괜히 물도 마시면서 흐느적흐느적 저어야하지만, 한번 끓기 시작하면 정신 바짝 차리고 빨리빨리 저어야 밑에 눌어붙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팔팔 끓인 죽은 쉽게 식지도 않는다.


  ‘하아…….’ 마지막 페이지까지 덮고는 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러니 내가 가가 형사와 그를 만들어낸 작가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만족감 때문에 추리 소설을 버릴 수가 없다.


  중간에 가가 형사가 왜 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경찰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이유가 나온다. 음, 물론 그가 자신의 입장에서 적은 것이기에 그게 다일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집하는 경향이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라는 유명한 말이 나왔나보다. 그러니까…… .


  아! 이런. 나도 모르게 가가 형사를 실존 인물로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신참자’ 드라마를 본 이후로,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그 배우가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연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여겨지나 보다.


  하여간 다시 아까 얘기로 돌아와서, 내가 아무리 진심을 갖고 타인을 대해도 그게 받아들여질 때가 있고 아닐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한 방법도 남이 보기엔 그게 아닐 수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오해가 쌓이고 원한이 생기기 마련이다.


  가가 형사가 학교를 떠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오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교사를 계속했을 텐데. 아, 그러면 이 시리즈가 탄생하지 않았을 테니 그건 또 안 될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 일을 마음에 평생 품고 살아갈 테니 어떻게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음, 모르겠다. 그건 그의 일이니까. 난 그냥 이 시리즈가 쭈욱 나오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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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츠 아이 - [할인행사]
루이스 티그 감독, 드류 배리모어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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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at's Eye

  감독 - 루이스 티그

  출연 - 드류 베리모어, 제임스 우즈, 알랜 킹, 케네스 맥밀란, 로버트 하이즈, 캔디 클락, 제임스 나프톤 등

 

 

  스티븐 킹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 애인님이 자랑하던 영화가 있었다. 그의 단편을 모아 만든 영화가 있는데, 드디어 손에 넣었다는 것이다. 근데 시간이 잘 안 맞았는지, 아니면 내가 빌려달라는 말을 깜박하고 안 했는지, 아니면 나도 알아서 구해보겠다는 오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계속 부러워만 하고 있었다. 나도 스티븐 킹 많이 좋아하는데! 그러다가 우연히 구하게 되었다, 아싸!

 

  이 영화는 1985년 작이다. 그래서 영화 ‘E.T’에서의 모습을 간직한 어린 드류 배리모어가 나온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무척 귀여웠다.

 

  첫 번째 단편은 ‘금연 주식회사’이다. 스티븐 킹의 단편집에도 같은 제목으로 나온다.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는 ‘아, 그렇구나.’ 라고 그냥 무덤덤하게 넘어갔었다. 그런데 나이를 조금 더 먹고 주변에 담배 피는 지인들이 늘어가면서 다시 읽었을 때는, 무서웠다. ‘만약에 나보고 고기를 먹지 말라고, 저 회사에서 하는 짓을 한다면…….’이런 상상을 하니 끔찍했다. 그런데 그게 영화로 실사화가 되어 눈앞에서 일어나니, 오싹해졌다.

 

  특히 음악을 틀어놓고 고양이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면서 웃고 있는 인간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그건 동물 학대라고!

 

  꼭 저런 짓을 하면서까지 금연을 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물론 영화는 과장되어 표현하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금연 서약서에 사인한 사람이 무심코 담배를 물면, 부인을 잡아다가 전기 고문을 하다니! 그리고 그래도 못 끊으면……. 더 이상의 힌트는 생략하겠다. 그래서 주위에 금연한 사람이 있으면 존경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것도 무시무시하지만, 금연하기로 한 사람도 모르게 그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더 무서웠다. 집안에서건 밖에서건 사무실에서건 화장실이건 운전 중이건 밤이건 낮이건. ‘Every Breath You Take'가 잔잔하게 흐르는 파티 장면은 참으로 절묘했다. 주인공이 미쳐가는 심리를 잘 보여주었다.

 

  그런데 단순한 금연 회사가 그런 짓을 할 수 있으면, 더 많은 돈과 권력을 가진 단체, 예를 들면 기업이나 정부는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음모론과 ‘우리 오라버니도 빨리 금연하셔야 할 텐데’라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첫 번째 이야기를 보았다. 아! 주인공의 딸이 다니던 학교 이름이 ‘Saint Stephen's School’이라는 게 조금 웃겼다.

 

 

  두 번째 이야기는 단편집에서 조금 시들하게 보았던 ‘위험한 내기’였다. 왜냐하면 아마도 내가 사람의 목숨을 갖고 내기를 건 노인네도 나쁘지만, 무엇보다 젤 악질인 건 그 노인네의 젊은 부인과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야반도주하려던 남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차라리 이혼을 할 것이지, 배우자 몰래 바람을 피우는 건 용납할 수가 없다. 아, 여기서는 들켜서 남자가 잡혀왔으니 몰래는 아닌가?

 

  그래서 영화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그 노인네가 좀 인정사정없고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이 정나미 뚝 떨어지고 재수 없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난 불륜을 저지른 남자도 처벌받기를 원했다. 물론 그 사람도 죽을 고생을 하긴 했지만, 내 분에는 차지 않았다.

 

 

  세 번째 이야기는 단편집에서 읽지 못한 내용이었다. 이 영화를 위해 특별히 스티븐 킹이 대본을 썼다고 한다. 영화 초반부터 자신을 구해달라고 애타게 부르는 소녀, 드류 배리모어를 찾아 헤매던 고양이. 그녀를 만나기 위해 금연 주식회사에서 전기 충격을 받기도 하고, 위험한 내기의 노인네가 사는 빌딩에 잠시 머무르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얘가 참 고생이 많았다. 거기다 놀라운 연기력까지 보여주고 말이다.

 

  고생 끝에 마침내 소녀와 만난 고양이. 그녀를 노리는 벽장의 난쟁이 괴물과 한판 격투를 벌인다. 진짜 그 괴물 놈도 보는 눈은 있는지, 아주 그냥 애가 자는데 별 짓을 다한다. 나쁜 변태 새끼 같으니라고.

 

  역시 고양이가 귀신을 본다는 말이 맞는 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영화를 보았다. 그래서 난 고양이는 무섭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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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고 신비한 문자이야기 어린이지식박물관 1
캐럴 도너휴 지음, 윤희순 옮김 / 박물관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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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캐럴 도너휴, 이길재

 

 

  영어라면 마하의 속도로 도망치는 막내 조카는 흔히 묻곤 한다. “고모, 영어는 누가 만들었어?” 아무래도 칭찬하거나 고맙다는 말을 하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원망의 대상이 필요한 것이겠지. 옛날 사람들이라고 대답은 해줬지만, 전혀 마음에 드는 표정이 아니다. 그건 나도 안다고 누굴 바보로 아느냐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한글은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이 만들었다고 확실히 기록에 나오지만, 영어나 한자는 명확히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여러 사람이 세대를 거쳐서 발전시켰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그렇지만 이런 대답은 호기심이 왕성한 꼬맹이를 만족시켜주지는 못한다. ‘고모도 모르는 구나?’라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을 골라봤는데, 흐음. 어느 정도 마음에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책장을 넘기면서 이것도 글자냐고 대박이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재미있다는 얘기겠지.

 

  이 책은 고대 문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수메르의 설형문자, 이집트의 상형문자, 최초의 알파벳, 로마의 알파벳, 중국의 한자 그리고 한국의 한글. 그뿐만 아니라 예전 중세 시대의 수도사들이 했던 일들, 예를 들면 책 베껴 쓰기, 색칠하기와 문양 그려 넣기도 한 챕터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인쇄술의 발명과 옛날 사람들이 사용했던 서체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리고 독자에게 상상할 기회도 같이 준다. 만약에 수메르 인이었다면 어떻게 설형 문자를 배우고 어떻게 사용했을지 가정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진흙판 위에다 글을 쓰기에 빨리 하지 않으면 흙이 굳어서 못 쓸 수도 있고, 제대로 하지 못해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받아 혼나는 친구 이야기 등등 머릿속으로 상상하면 실감나게 그 당시 상황을 그릴 수 있게 한다.

 

  그림과 사진이 많아서, ‘이런 거였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책장을 넘긴다. 내가 봐도 신기하기만 하다. 예전에 학교에서 세계사 시간에 설형 문자라든지 상형 문자에 대해 배울 때는 사진이나 그림이 없어서 그냥 달달 외우기만 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와-’하고 탄성만 지르고 있다. 이런 책을 부교재로 하면, 공부 시간이 더 재미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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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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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噓をもうひとつだけ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이번 책은 가가 형사가 나오는 단편집이다. 사실 가가 형사 시리즈를 보면, 이 책 앞에 ‘내가 그녀를 죽였다’가 있는데, 그건 읽지 않았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비슷한 형식이라고 해서, 범인이 명확히 나오지 않는 것은 싫어하기에 빼버렸다. 음, 이건 시리즈를 모으는 사람의 좋은 태도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 책의 후유증이 너무 컸나보다. 그래서 과감하게 건너뛰었다.

 

  역시 이번에도 가가 형사는 짧은 이야기들을 이끌어가는 각각의 인물들과 더불어 공동 주연을 맡고 있다. 이미 다른 가가 형사 이야기를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인물들은 대개 사건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차가운 작열灼熱

제2지망

어그러진 계산

친구의 조언』

 

  세상 거의 모든 사건은 감정과 돈 때문에 일어난다고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만도 아닌 것 같다. 묻지마 사건까지 일어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실려 있는 이야기들은 불륜이라든지 우울증, 도박 중독, 과거의 명예 등등, 요즘 신문에서 볼법한 다양한 이유와 트릭을 가지고 있다. 불륜이나 과거의 명예는 감정의 범위에 넣을 수 있겠지만 게임 중독이라든지 우울증에 관한 것은 딱히 돈도 아니고. 사람들은 그것을 정신병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감정에 넣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여간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벌이는 사건을 통해서,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물론 우울증이나 불륜, 도박 중독이 근래 들어 생긴 문제는 아니다. 다만 과거의 기록을 우리는 모르기에, 예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과거와 다른 점은, 사건을 숨기려는 범인의 트릭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졌다. 과학과 인간 지성의 발전이 동시에 범죄 수법까지 덩달아 발전시킨 것은, 확실히 아이러니한 일이다.

 

  책에 나오는 범인들은 다 평범하다. 척 보기에도 범죄형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수더분한 옆집 아저씨나 아줌마, 거리를 활보하는 세련된 아가씨이다. (책에 나온 묘사만 보면 말이다.) 어쩌면 성악설이 인간의 본성을 설명하는데 효과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가가 형사는 그런 그들의 증언에서 이상한 점을 하나 느끼면, 그 궁금증이 해소될 때까지 사건을 추적한다. 어쩌면 범인을 미리 찍어놓고 증거를 모은다고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증거를 범인에 꿰맞춘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그는 지레짐작을 하지 않고, 모든 각도에서 사건을 조명하니 문제될 것은 없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쉬운 점은, 가가 형사 시리즈의 장편들은 감정이 잘 드러나고 있었는데 이 단편집은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긴 단편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단편에 여러 감정을 다양하게 서술하면, 용량이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단편이 아니게 된다. 이 시리즈는 가가 형사와 용의자들의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서 좋아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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