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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스트리퍼스
제이 리 감독, 로버트 일글런드 출연 / 소니픽쳐스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원제 - Zombie Strippers
감독 - 제이 리
출연 - 제나 제임슨, 로버트 잉글런드, 록시 세인트, 페니 드레이크
감상을 쓰기에 앞서, 이 영화를 본 건 순전히 제목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좀비들이 스트립을 하나? 죽은 시체들이 옷을 벗는데 볼게 있을까? 물론 포스터에 나와 있는 야시꾸리한 여인의 모습도 선택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거기에 떡하니 주연으로 나와 있는 이름은, 로버트 잉글런드……. 오잉? 나이트메어의 원조 프레디 아저씨! 어머, 이건 봐야해!
영화의 시작은 조지 부시의 장기 집권을 알려주는 뉴스로 시작한다. 아마 몇 년 전 대선 때, 논란이 되었던 그 사건을 비꼬는 것이리라. 투표 기계의 오류와 대법관인 딸 덕택에 부시는 4번이나 연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거의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쟁을 벌인다. 캐나다와 프랑스까지!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군인의 부족을 해결하고자, 좀비 바이러스를 이용한 슈퍼 군대를 만들기로 한다.
하지만 안전하다던 연구소에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그곳을 폐쇄하기로 한 부대가 투입된다. 그 과정에서 감염된 군인이 도망친 곳은 어느 비밀 스트립 클럽.
특히나 여자들에게는 전염이 잘 된다는 이놈의 몹쓸 바이러스. 그 때문에 클럽에 있던 스트립 걸들이 하나둘씩 좀비로 변해가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도망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영화 초반에는 전쟁을 일으킨 부시 정권을 비꼬는 힌트들이 숨어있었다. 영화의 배경은 물론이고, 유명한 바위에 조각된 네 명의 얼굴에 조지 부시가 들어있는 것도 웃음을 자아낸다.
비밀 스트립 클럽에서 여인네들의 댄스 장면은 뭐 그렇게 야하지는 않았지만, 애들은 가라고 해야 할 분위기에다가 혹시나 어린 조카나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실까 조마조마했고, 영화에서 열광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갔다. 내가 여자라서, 같은 여자가 춤을 추면서 상의를 벗는 게 별로 끌리지 않는 걸지도 몰랐다. 남자가 그랬으면 ‘오오!!!!’ 했을까?
슬프게도 몸매와 얼굴이 좋으면, 좀비가 되어도 여전히 몸매는 좋았다. 얼굴은 피를 철철 흘리고 입을 쫙 벌리기에 별로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고 있는 좀비는 죽은 자이기에 말은 고사하고 생각도 못한다고 알고 있는데, 여기 누님들은 대화도 하고 생전에 하던 일도 계속한다. 놀라울 정도로 투철한 직업의식이다!
거기다 죽었다 깨어나면 부끄러움 같은 걸 못 느껴서, 더 화끈하게 춤을 출 수 있다고 한다. 그걸 이용해서 돈 벌 궁리나 하는 클럽 관계자들의 모습은 한숨만이 나왔다. 자기들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드나? 그리고 춤을 잘 추는 동료가 부러워서 자발적으로 좀비가 되려는 댄서들을 보면서, 참 열심히 산다고 감탄했다. 성공을 위한 그들의 욕망! 염원! 덧붙여서 자기들이 죽을 거라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좋아라 돈을 뿌리는 남자들이 한심해보였다. 자세히 보면 여자들이 어딘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이런 불순한 욕망의 노예들 같으니라고!
영화는 중반까지 클럽 댄서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조금 질질 끈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중간에 죽었기에 인간일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춤동작에 놀라고, 격렬한 댄스 후에 관객 중의 하나를 골라 식사를 즐기는 장면에 혹여 누가 들어올까 봐 뒤를 힐끔거리기도 하고.
후반에서는 여자들에게 물려 늘어난 남자 관객 좀비들과 살아남은 인간들의 사투, 스트립 지존 자리를 놓고 다투는 두 댄서의 기상천외한 싸움으로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
그런데 자신이 좀비인지 아닌지 증명을 하라는 부분에서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내가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걸 뭐로 증명할 수 있을까? 이 영화의 좀비들은 인간과 대화도 하고 생각도 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나보다 더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성공하고자 온갖 수를 다 쓰는 욕망이 있는 존재들인데. 아쉽게도 철학자의 명언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내 존재의 증명이 되지 못했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할 수 있을까? 고민 좀 해봐야겠다.
그나저나 엉엉엉 좀비가 나보다 몸매가 훠어어얼씬 더 좋아, 이런 빌어먹을 세상! 엉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