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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마스 감독, 허브 스타펠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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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int

  감독 - 딕 마스

  출연 - 휘프 스타펠, 에그버트 잔 베버, 카로 렌선, 베르트 루페스

 

 

  ‘sint’는 네덜란드 어로 ‘saint’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니까 네덜란드에서 ‘산타클로스’에 해당하는 ‘신터클라스’라는 캐릭터에 대한 호러 영화인 것이다.

 

  영화 초반에 그는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죽이고 약탈하는 인물로 나온다. 옷은 고위 종교인처럼 차려입고 부하를 끌고 다니면서 온갖 나쁜 짓은 다 저지른다. 그래서 결국 반란을 일으킨 사람들 손에 죽고 만다.

 

  이후 그가 죽은 12월 5일은 세월이 흐르면서 의미가 변질되어,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날로 인식이 된다. 하지만 이후 몇 십 년마다 그 날이 되면 신터클라스, 그러니까 성 니콜라스가 부하들과 죽음에서 돌아와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

 

  아, 아이들에게는 보여주지도 말하지도 말아야 할 영화중의 하나이다. 산타가 사실은 살인자였다니, 가끔 귀신이 되어 돌아와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니. 동심 파괴 영화다.

 

  예전에도 산타클로스가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영화가 있기는 했다.

 

  ‘산타 슬레이(Santa's Slay)’라고, 악마의 아들로 태어난 산타가 천사와의 내기에 져서 착한 짓을 하도록 강요받는다. 매년 애들에게 선물 주는 게 내기에 져서 그런 것이다. 그래서 약속된 기한이 끝나자마자, 그동안 억눌려있던 본성을 발휘하여 사람들을 죽이는 내용이었다. 배달된 선물이 열어보니 ‘펑’하고 터져서 아이들이 죽는, 보면서 충격 받은 장면이 있었다.

 

  그리고 ‘사일런트 나이트 데들리 나이트 (Silent Night Deadly Night)’라고 산타 복장을 하고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에 관한 영화도 있었다. 그건 어릴 때 트라우마로 인해 자기도 모르게 살인자가 된 불쌍한 아이의 이야기였다.

 

  아, 그리고 산타의 옷이 빨간 이유가 피 묻은 것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만화도 있었다. 산타를 본 아이가 없는 이유가, 다 죽어서였던가? 하여간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영화는 초반부터 사람들을 죽여 간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마을 습격 장면부터 몇 백 년이 지난 후 일가족 몰살 장면까지 숨 돌릴 틈이 없다. 그리고 현대에 접어들면서 학생들이 나오지만, 곧이어 성 니콜라스 데이 축제가 시작되면서 이상한 일이 하나둘씩 일어난다.

 

  보는 나는 이게 누구 짓이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지만, 영화 속의 사람들은 모른다. 그래서 자신에게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사람들을 보면 긴장감이 더하고,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도 했다. ‘좀 믿어봐!’ 내지는 ‘뒤를 돌아봐!’라고 외치고 싶었다.

 

  영화 마무리는 좀 찜찜했다. 정부가 국민을 속이는 게 얼마나 쉬운지 잘 보여주고 있다. 다 그런 거라는 허탈함도 드는 동시에, 화도 났다.

 

  영화를 다 보고, 산타가 참으로 쪼잔 하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남들에게 벌인 짓은 생각안하고, 자기를 죽였다고 주기적으로 학살을 벌이니 말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아, 하긴 그러고 보면 산타가 직접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언제나 선물은 엄마아빠와 친척들이 주는 거였다. 아이들에게는 산타 할아버지가 준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완전 돈은 집안 어른이 쓰고, 감사 인사는 관계도 없는 사람이 받는 것이다.

 

  쪼잔 하다못해 교활하다. 그래서 어른들이 산타를 나쁜 놈으로 한 영화나 만화를 만드나보다. 사라진 동심에 대한 아쉬움과 빌고 빌어도 원하는 선물을 받지 못한 어린 시절에 느꼈던 세상 불공평하다는 억울함 그리고 어른이 되어 내 돈 쓰고도 감사하다는 말을 못 듣는 허탈감, 자식들이 원하는 선물을 못 해줄 때의 비통함 등등이 뒤섞여 애증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리고 나이를 먹고서 산타가 나쁜 역할로 나오는 영화를 보며 즐거워하는 것은,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나보다 착하지 않은 아이가 선물을 받았던 이상한 기억과 선물의 유무로 착한 아이 나쁜 아이 편을 가르는 세상에 대한 분노가 아닐까 싶다.

 

  어릴 때부터 자본주의 사회와 돈의 필요성에 대해 확실히 가르쳐주었다, 산타는. 그러니까 어릴 때 산타에게서 선물을 못 받은 사람들이 나쁜 아이였던 건 아니었다. 산타가 잘못한 거다.

 

  감상문을 쓰기 전에 검색을 하다 보니, 이 영화 포스터가 재판에까지 회부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의 동심을 파괴한다고. 결과는 감독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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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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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新參者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일곱 번째 가가 형사 시리즈이다. 하지만 출판사가 다른 책들과 달라서, 검색하면 시리즈 목록에 들어있지도 않는다. 그래서 책장에 꽂아두면, 표지의 통일성이 없어서 이 책만 동떨어져 보인다. 성격인지 몰라도 이러면 거슬린다. 원래 시리즈를 내던 출판사에서 또 다시 이 책을 낸다거나, 이후 모든 시리즈가 각각 다른 출판사에서 나오면 어떡하나 고민이다.

 

 

  해문 출판사의 80권짜리 아가사 크리스티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전 권의 크기가 똑같아서 나란히 꽂아두어도 보기 좋다는 점 때문도 있다. 아, 빨리 빠진 권을 모아야 하는데. 이건 2013년도 프로젝트니까 서두르지 말자.

 

 

  이 책에는 아홉 개의 단편이 들어있다.

 

  1. 센베이 가게 딸

  2. 요릿집 수련생

  3. 사기그릇 가게 며느리

  4. 시계포의 개

  5. 케이크 가게 점원

  6. 번역가 친구

  7. 청소 회사 사장

  8. 민예품점 손님

  9. 니혼바시의 형사

 

 

  하지만 이야기들은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어져 있다. 중심이 되는 것은 니혼바시의 아파트에서 목이 졸려 죽은 중년 여인 사건이다. 그녀에 대해 알기 위해 인근 상점가를 탐문하면서 가가 형사가 각각의 숨겨진 비밀스런 사연을 파헤치는 것이 여덟 개 단편의 이야기이다. 마지막 단편에서는 그녀의 죽음에 대해 밝혀내고 있다.

 

 

  이번에도 가가 형사는 글의 중심에 나서지 않는다. 각각 단편에서 사건을 서술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리고 가가 형사는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그들이 감추려고 하는, 또는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실을 알려준다.

 

 

  어떻게 보면 가정 분쟁 해결사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의 손길이 닿은 가게는 모든 오해가 풀리면서, 겉으로는 안 그런척하지만 속으로는 화해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으니 말이다. 대화에 서툴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어색한 사람의 마음을 전달하는, 비둘기가 아닌 매 한 마리가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았다.

 

 

  조금 이상하긴 하다. 가가 형사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서툰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알아챌 수 있었을까? 헐, 설마 이게 바로 동병상련? 내가 표현을 못하기에, 다른 사람의 그런 마음을 알 수 있다는?

 

 

  이 세상사람 모두가 다 활발하고 외향적이지는 않는다. 소심하고 내향적인 사람도 반 정도는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들 모두가 다 자신의 비밀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면서 ‘난 비밀 따윈 없어, 난 쿨하고 솔직하니까.’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적절하게 본심을 숨기기도 하고, 적당하게 내놓을 것은 내놓고 뒤로 미룰 것은 숨겨둔다. 비록 소설과 드라마, 만화, 영화에서는 활발하고 숨김없으며 구김살 없는 캔디 스타일의 여주인공이 주인공으로 나와도, 현실의 인간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가가 형사는 그런 인간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조심스러우면서 한편으로는 대담한 방법으로 사람의 허를 찌르면서 파악한다. 하지만 절대로 상처를 주지는 않는다. 도리어 상처 입은 사람을 도와주고 보듬어주려고 한다. 이번 책에서도 그런 면모가 돋보인다.

 

 

  - 형사가 하는 일이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사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역시 피해잡니다. 그런 피해자들을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입니다. p.278 -

 

 

  그는 오해와 비밀로 엉망이 된 인간관계에 넌지시 힌트를 주면서 깨닫게 한다. 물론 직접적으로 보여줄 때도 있긴 하다. 그에게 있어서 사건 해결이 전부가 아니다. 그래서 어떤 관점에서는 가가 형사 시리즈는 추리 소설이라기보다는 휴먼 드라마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너무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역시 가가 형사의 단독 주연이 아니라는 점이……. 그가 주도적으로 활약을 하고, 속마음도 드러나는 글을 읽고 싶은데 이번에도 아니라는 것이…….

 

 

  다음 시리즈가 언제 나올지는 잘 모르지만, 꼭 가가 형사 주연의 1인칭 소설이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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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inister

  감독 - 스콧 데릭슨

  출연 - 에단 호크, 빈센트 도노프리오, 제임스 랜슨, 프레드 달턴 톰슨

 

 

  장거리 연애라, 애인님과 둘이 같이 극장을 가는 건 일 년에 한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외에는 그냥 마음에 드는 영화가 개봉하면 각자 시간 나는 대로 따로 본다. 만약에 애인님이 A라는 영화를 봤다고 하면, 그리고 그게 내 취향이면 나도 A를 보고 오는 것이다. 그러면 그게 같이 본 영화가 된다.

 

  우리에게 같이 본 영화라는 건, 나란히 앉아서 팝콘을 먹다가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어머, 무서워.’하면서 품에 안기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본 게 같은 것을 말한다. 이 영화 역시 그런 의미로 같이 본 게 된다.

 

  아, 왜 갑자기 눈에서 땀이 나지? 이건 절대로 눈물이 아니다. 잠시 땀 좀 닦아야겠다.

 

  주인공 앨리슨은 남자다. 이름이 여자 같지만, 부인도 있고 아들딸이 있는 남자다. 왕년에 범죄 실화 소설을 써서 날렸던 작가지만, 이후 낸 책으로는 별 재미를 못 보고 있다. 그는 실종된 딸을 제외한 온 가족이 목매달려 살해당한 사건을 다루기 위해, 부인에게는 그 사실을 비밀로 하고 그 집으로 이사 온다.

 

  그런데 그 집의 다락을 뒤지던 중, 영사기와 필름이 담긴 상자를 발견한다. 거기에는 전에 살던 가족의 단란한 한 때와 그들의 최후까지 찍혀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필름들에는 다른 가족들의 평화로운 모습과 죽음이 담겨 있었다. 지역 부보안관의 도움으로 그는 그 사건들이 실제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연쇄 살인 사건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명성을 날릴 기회가 찾아왔다고 좋아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집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뭐라고 해야 할까? 보면서 귀를 막고 눈을 돌린 공포 영화는 간만이었던 것 같다. 이건 가짜라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뻔히 알고 있지만 화면을 똑바로 바라보기 힘들었다.

 

  가족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은 흔들리는 영사기 필름 속에서 현실감을 주었고, 눈을 질끈 감게 만들었다. 필름 제목과 연관되어 가족들이 죽어나가는데, 후우. 무엇을 상상하건 딱 그거였다. 거기다 필름을 틀 때마다, 전과 다른 뭔가 추가가 되는데…….

 

  그리고 주인공의 아들이 단독 샷으로 나오는 장면은 일자로 작은 내 두 눈이 0으로 커지는 기적을 일으켰다. 아, 진짜 그 장면 너무 무서웠다. 애가 불쌍하게 지병이 심해서 밤마다 휘적휘적 온 집안을 싸돌아다닌다. 그래서 나중에는 애가 돌아다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놀라게도 하고…….

 

  거기에 영사기만 틀면 나오는 음울하면서 낮게 쿵쿵거리는 그 소리는 자연스레 귀를 막게 만들었다. 비명도 없고, 쇳소리나 기계가 끼익 거리지도 않는데 그냥 막연하게 불안하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좋아서 두근거리는 것과 다른 떨림이다.

 

  영화는‘이제 내가 뭔가 보여줄 겁니다.’라고 힌트를 팍팍 주면서 뭔가 팍 튀어나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지 않았다. 물론 그런 장면들이 두어 개 정도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아들네미 나오는 장면이랑 마지막 장면정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중간중간에 잔혹한 장면을 끊임없이 보여주면서, 전반적인 분위기를 으스스하게 몰아갔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계속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게 너무 강해서 나중에는‘아놔, 긴장 안 해.  젠장, 짜증나게 쉴 틈을 안 주네.’라고 투덜대면서 긴장을 풀게 하긴 했다. 그래서 막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음, 설마 이것도 감독의 계획이었을까?

 

  아쉬운 점은 영화를 보면서 구성이나 스토리 진행 등에서 다른 작품들이 떠오른다는 것이었다. 책을 쓰는 아빠가 점점 더 이상하게 변해가는 건 잭 니콜슨 주연의 ‘샤이닝’이, 집에 저주가 걸린 것은 ‘아미티빌 호러’ 나 ‘주온’ 내지는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그리고 영사기 화면을 보면서는 ‘링’이나 ‘셔터’가 연상되었다.

 

  하지만 떠오르기만 할 뿐이지, 똑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샤이닝’처럼 아빠가 도끼를 들고 미친 짓을 하지도 않았고, ‘링’처럼 사다코가 튀어나오지도 않았고, ‘파라노말 액티비티’처럼 몰카를 찍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다 보고, ‘의문의 살인이 난 집은 사면 안 되겠구나.’ 내지는 ‘이사한 집에서 뭔가 발견되면 열어보지 말고, 주인을 찾아주거나 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모두가 다 ‘새로 지은 내 집’을 좋아하는 걸까? 아, 그래서 새 집은 값이 비싼 거구나. 나름 결론을 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뒤이어 ‘그 집터가 이상한 곳이면, 영화 ‘폴터가이스트’꼴이 날 텐데?’라는 의문이 팍하고 들었다. 으음, 모르는 게 약이라는 옛 말이 떠오른다. SF나 호러 영화를 보면, 이 세상에 안전한 곳은 없는 것 같다. 슬프고 암울한 세상이다.

 

  개인적으로 다음 영화에 나와있는 이 포스터가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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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 Mate 워드메이트 1 (단어암기용 MP3 무료 제공) - 단어와 친해지는 기적의 영어책 Word Mate 워드메이트 1
권도원 지음, 정의정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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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권도원

  그림 - 정의정

 

 

  그림으로 배우는 기적의 영단어 책이라는 광고 문구에 ‘오오!’했었다.

 

  책은 인체, 건강과 의학, 성격과 태도 등 소제목별로 단어들이 분류되어 있다. 그러니까 ‘성격과 태도’에 대한 단어로 묶인 4장을 예로 들어보면, spontaneous, virtue, respect, steady 같은 어휘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림이 간략하게 그려져 있고.

 

 

  그리고 한 챕터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중간에 외운 단어의 뜻을 쓰고, 문제풀이를 통해 확인을 하게 되어 있었다.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형식의 단어 책을 본 적이 있었다. 뭐,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영단어 책 두세 권 정도는 기본으로 봤을 것이다. 이 책이 좋다고 하면 ‘우~’하고 몰려가고, 새로 나온 책이 좋다고 하면 거기에 몰리고. 설마 나만 그랬을까? 그래서 내 영단어 실력이 형편없는 건가?

 

  하여간 그때도 단어 뜻을 재미있게 표현한 그림이 옆에 있는 책을 본 기억이 있다. 단어를 외울 때, 그림만 생각나서 고생을 했었지만 말이다.

 

  그림이 있는 책은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처음 보았을 때, 흥미가 있고 단어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그림만 기억이 나고 단어는 생각이 안 나는 단점이 있다.

 

  단어를 외워야 하지만, 외우기 귀찮고 싫증을 잘 내는 사람에게는 그림이 있는 이 책이 좋을 수도 있다. 가뜩이나 하기 싫은데 글자만 딱딱하게 나와 있으면 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질 테니까. 하지만 어느 정도 단어를 외우는 습관이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그림이 다소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고, 집중을 방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어휘 수준이 초급용은 아니었다. 필수 고등 영단어라고 책에 쓰여 있는데, 중학교 중상위 학생들에게도 적합할 것 같다. 고등학생이 수능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조금 난이도가 낮아 보인다. 1권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2권은 아직 보질 못했기에, 언급을 피하겠다.

 

  기초가 없는 고등학생이 처음 영단어를 외운다고 생각하면 단어 수준이 높지만 흥미 유발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학생에게는 괜찮을 것 같다. 그런 애들이 그림이 있는 단어 책을 볼까 의문이지만.

 

  공부에서 손을 놓은지 오래된 직장인들에게는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책을 잡으니 집중도 안되고 그럴 때는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흥미가 생길지도.

 

  한 가지 마음에 드는 것은 무료 mp3파일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 책은 가방에 넣어 다니기엔 너무 두툼했다. 요즘은 스마트 기기가 많이 보급되어 있으니,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를 가지고 외우기엔 괜찮은데, 기적까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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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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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赤い指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가가 형사가 나오는 일곱 번째 작품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가가 형사는 공동 주연을 맡고 있다. 그와 두뇌 싸움을 벌이는 다른 한 명은 사건을 은폐하려는 남자이다.

 

  아키오는 치매에 걸린 노모와 아들을 너무 사랑하는 부인 그리고 반항아 아들과 함께 사는 중년 가장이다. 어느 날, 그의 아들이 동네 꼬마 여자애를 죽이는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지만, 부인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시체를 갖다 버리기로 한다. 하지만 가가 형사의 날카로운 눈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수사망이 좁혀오는 가운데, 절대로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 수 없다는 생각으로 그는 엄청난 거짓말을 꾸며낸다.

 

  읽으면서 화도 나고, 욕도 튀어 나오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키오가 아들을 살리겠다고 형사들에게 늘어놓은 거짓말을 보면서는 “야, 이 개X끼야!”라고 중얼거리기도 하고, 그의 아들이 나오는 대목에서도 마찬가지로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또한 그의 부인을 보면서 “이 사람 미친 거 아냐?”라고 어이없어 했다.

 

  그리고 가가 형사가 보여준 반전 부분에서는 울고 싶어졌다. 아니, 가가 형사가 아니라 그 사람이 보여준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

 

  그들이 꾸미는 거짓말을 알았을 때, 그 사람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가장 믿고 사랑하던 가족이었는데 말이다. 배신당했다고, 버림받았다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죽고 싶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그 마음을 온전히 아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사람과는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까. 그렇지만 만약에 내 가족이 날 살인범으로 몰아가려고 한다면? 그런 상상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아주 많이 슬펐다. 화도 나고 눈물도 났다.

 

  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화가 났는데, 직접 당한 사람은 어땠을까? 후우, 이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더니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았다.

 

이 책은 추리 소설이라는 가면을 쓴 현대 사회의 병폐를 다룬 심리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정이 거의 없는 부부. 그에 대한 보상으로 자식에게 헌신하는, 도가 지나쳐서 자식에게 굽실거리는 부모. 오냐오냐 키워져 옳고 그름도 분간하지 못하는 자식. 노인을 공경하기는커녕 멸시하고 천대하며 단지 자기들의 경제적인 편의를 위해 집구석에 처박아둔 자식.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모든 비뚤어진 인간관계가 한 집에 모이면서, 사건은 일어났다. 그리고 그 희생자는 너무도 어린 소녀였다. 그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 단지 동네 오빠랑 논 것밖에 없는데……. 다시 한 번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고 깨달았다.

 

  이번 책에서는 가가 형사의 아버지에 대한 얘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 두 사람, 그러니까 가가 형사와 그의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는 것은 사촌동생이자 형사인 마쓰미야다. 이번에 그는 형인 가가 형사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러 다닌다. 그러면서 사건 조사에 대한 여러 가지를 배우기도 하고,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찾지 않는 형에게 반발도 하고 기타 등등 여러 가지를 보여준다.

 

  진짜 언제쯤 가가 형사가 단독 주연을 맡는 책을 볼 수 있을지……. 아, 그의 고뇌와 기쁨, 슬픔, 번민 등등을 자세히 알고 싶다. 다른 사람이 보여주는 그도 멋지지만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참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한숨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그냥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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