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별 - 타임패트롤 시리즈 2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5
폴 앤더슨 지음, 이정인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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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tar of the Sea

  작가 - 폴 앤더슨

 

 

  타임 패트롤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지난 첫 번째 이야기인 ‘타임 패트롤’이 단편집이었다면, 이번 책은 ‘오딘의 비애’와 ‘바다의 별’, 두 개의 중편이 실려 있다.

 

  읽으면서 ‘우와아앙’이라는 감탄과 경탄과 슬픔과 부러움이 뒤섞인 이상한 탄성이 튀어나왔다. 고대 북유럽 신화를 어떻게 이렇게 멋지게 SF와 연결시켰는지, 작가의 상상력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헐, 대박.’이라는 말을 중얼거릴 뿐이었다. 이건 그냥 평범한 SF 소설이 아니라, 새로운 신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중편인 ‘오딘의 비애’는 북유럽 신화 중에서 ‘반지 이야기’, 그러니까 나중에 ‘니벨룽의 노래’라는 작품으로 알려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패트롤인 칼이 고대 게르만 족의 생활습관을 기록하기 위해 그들에게 다가갔다가, 어떻게 신격화되고, 기록된 역사를 바꿀 수 없기에 자손들의 몰락을 지켜보는 씁쓸한 과정을 보여준다.

 

  칼을 신으로 받아들였기에, 고대인들은 그의 자손을 신의 아들로 받들고 대표로 내세운다. 그리고 자신들은 신이 돌봐주는 종족이라는 믿음으로 왕인 에르마나리크와 결전을 벌인다. 그래서 칼은 그들을 막아야 했다. 모든 일은 역사서에 기록된 대로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그곳의 소녀와 결혼하여 아들을 낳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고대 게르만족들이 묘사한 오딘의 외모가 그와 비슷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가 고대인들의 생활에 끼어들지 않았다면 과연 역사는 기록된 대로 흘러갔을까? 아니면 그가 끼어들었기에 역사가 제대로 흘러간 것일까? 책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러한 생각할 거리는 ‘바다의 별’에서도 나온다.

 

  어느 시대에서부턴가, 로마 제국이 역사와 다르게 빨리 쇠퇴하는 일이 발생한다. 패트롤인 에버라드와 플로리스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기 위해 고대로 향한다. 거기서 그들은 벨 에드라는 신비한 무녀가 로마 제국에 항거하는 사람들을 이끌고 있음을 알아낸다.

 

  도대체 그녀는 어디서 튀어나온 걸까? 두 패트롤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녀의 과거를 파헤친다. 그리고 그녀가 무녀가 되는 것에 그들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차리고, 역사를 바로잡을 궁리를 한다.

 

  여기서도 그들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았으면, 그래서 그들이 위험에 빠진 어린 벨 에드와 헤이딘을 구해주지 않았으면, 로마 제국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과거로 돌아가는 임무를 맡지 않았을 것이고…….

 

  머리가 아프다. 햄스터가 쳇바퀴를 돌면서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책에서 에버라드가 이런 말을 한다. ‘신화는 진화한다.’ 고.

 

  책에서 어떤 사건은 역사서에 기록되고 또 어떤 것은 신화로 바뀌는 것을 보며, 그 말도 타당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책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계속 그래왔던 일이다. 세대를 전해 내려오면서 이야기는 가감되고 과장되고 변형되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런 의미에서 만약에 SF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인류가 대재앙을 겪고 모든 기록이 소실된다면, 그런데 우연히 남은 책이 이거라면, 미래 우리의 후손이나 외계인은 이 책을 신화로 받아들일까 역사로 기록할까? 궁금해졌다.

 

  만약에 만화책 ‘드래곤 볼’만 남으면, 그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고대 지구인들은 또는 고대 우리 조상은 에너지 파를 써서 달을 파괴하기도 하고, 변신에도 능한 전투를 좋아하는 호전적이면서 평화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뭔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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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욕망하는 냉장고
KBS <과학카페> 냉장 / 애플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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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가전제품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냉장고의 진실

  저자 - KBS 과학카페 냉장고 제작팀

 

 

  표지를 보면, 양문 냉장고가 있고 그 앞에 쇼핑 카트와 검은 비닐봉지가 놓여있다. 냉장고에서는 금색 팔찌를 낀 손이 나와 있다. 그림이 의미하는 바는 금방 알아볼 수 있다. 텅 빈 쇼핑 카트는 냉장고에 꽉 들어찬 식품을 뜻하고, 비닐 봉투들은 쓰레기를 말하는 것이리라.

 

  냉장고의 진실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냉장고 업계의 극비 문서 같은 걸 다룰 것이라 추측했다. 대기업의 소비자 우롱 정책 같은 것을 썼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책장을 펼쳤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냉장고의 진실이라기보다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냉장고로 대표되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 문명 시대에서 과거의 자연주의 생활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해야 할까? 자기들이 만들어낸 기계에 의해 덫에 빠진 인간의 자정 노력을 말하고 있었다.

 

  이 책은 냉장고와 냉동고로 인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지면서, 현대인들이 얼마나 쓸데없는 것들을 채워 넣고 또 얼마나 무분별하게 소비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보존 장치의 발달로 외국 음식의 수입이 용이해지지만, 반대로 신선도는 떨어짐을 말한다. 게다가 한 나라의 오염된 식품이 전 세계로 쉽게 유통될 수 있음도 예를 들어준다.

 

  책을 읽다가, 문득 컴퓨터 외장 하드에 대한 아는 분의 말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몇몇 자료를 보관하기위해 구입했지만, 나중에는 그것을 채우기 위해 저장하고 지우기를 반복한다고 했다. 하긴 예전에는 500GB 정도도 적당하다고 했지만, 요즘은 1테라도 부족하다고 한다. 이건 마치 계절마다 옷을 사지만, 정작 입으려고 보면 마땅히 입을게 없다고 한탄하는 것과 비슷하다.

 

  냉장고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문 하나짜리 냉장고에도 만족했지만, 요즘엔 문 양쪽은 기본에 김치 냉장고는 따로 하나 있어야 한다. 내가 아는 어떤 집은 냉장고가 3개 이다. 일반 냉장고 2개에 김치 냉장고 하나. 하지만 그 집 애들은 냉장고를 열어보면 이렇게 말한다. ‘먹을 게 없어!’

 

  냉장실과 냉동실에 가득 뭔가가 들어있지만, 먹을 게 없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쇼핑을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뭘 샀었는지 기억도 못하고 비슷한 것을 또 사고, 예전에 산 것은 ‘아, 이런 게 있었구나.’하면서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남 얘기가 아니다. 나도 조금 전에 그런 짓을 하고 왔다.

 

  그리고 냉장고가 빈 것 같으면 또 뭔가 잔뜩 사오고, 또 까먹고 안 먹다가 버리고 또 사오고. 그런데 또 자꾸 넣다보니까, 냉장고가 작게 느껴져서 더 큰 것을 원하고. 그래서 큰 냉장고를 사면, 또 그걸 채워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자꾸 또 사고.

 

  아, 어쩌면 인간들의 DNA에는 비슷한 포유류인 다람쥐의 특성이 저장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아놓듯이, 냉장고에 뭔가를 계속해서 집어넣는 것이다!

 

  책에서는 또한 냉장고에 덜 의존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사례라든지, 뉴욕에서 불고 있는 로컬 푸드 운동이나 채집 여행에 대해 얘기한다. 모두 다 장거리 운송으로 지친 식재료를 먹는 것보다는, 근처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를 먹자고 말하고 있다. 비록 외국산 식품을 먹지 못하게 되겠지만, 그게 더 몸에 좋다고 사람들은 주장한다.

 

  그리고 남들이 버린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프리건들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들은 없어서 남들이 먹다 버린 것을 주워 먹는 게 아니라, 멀쩡한 것을 버리는 현대인들을 비판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에 동감은 하지만, 동참은 못할 것 같다.

 

  과학의 발달이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기는 하다. 그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만큼 인간을 게으르고 생각을 하지 않는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에필로그에서 해녀 김곤순 씨의 얘기는 의미심장하다. 저자가 말하는 ‘헛된 욕망으로 가득 채우지 않고 그저 곤한 삶을 도와주는 고마운 냉장고’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 것 같다. 우리는 냉장고를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갖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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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가 너무 많다 - 귀족 탐정 다아시 경 2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9
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원제 - Too Many Magicians - Lord Darcy 2

  작가 - 랜달 개릿

  귀족 탐정 다아시 경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셰르부르의 저주’가 단편집이었다면, 이 ‘마술사가 너무 많다’는 장편이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특징인 과학과 마법의 조합이 더욱 더 확실하게 드러나는 책이기도 하다. 또한 첩보물의 성격이 더 강해졌다.

 

  영불제국과 폴란드의 첩보전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 남자가 죽은 채 발견된다.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남자가 죽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의미는 심각했다. 그는 이중첩자로, 영불제국에 숨어든 폴란드의 스파이를 색출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마술사 대회가 열리던 호텔에서 마스터 급의 법정 마술사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아무 연관도 없어 보이는 사건이었지만, 사실은 두 사람이 팀으로 폴란드의 숨은 첩자를 색출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으며 영불제국에서 만들어낸 신무기의 설계도 유출까지 얽혀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러자 영불제국의 국왕은 다아시 경에게 사건의 해결을 맡긴다.

 

  제목을 읽는 순간, 무척이나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내가 이 책을 읽었던가? 아니었다. 적어도 한 번이라도 접한 것은 읽다보면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이 책은 전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제목이 익숙하지? 한참 고민하다가, ‘아!’하고 기억해냈다. ‘요리사가 너무 많다’라는 네로 울프 탐정이 나오는 책과 제목이 비슷했다. 어릴 적에 그 책을 참으로 재미있게 읽었었다. 비록 탐정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책에서는 과학과 마술이 더욱더 절묘하게 결합하고 있다. 영불제국이 만든 신무기가 그렇고, 법정 마술사 숀 오 로클란이 살인 사건 현장에서 현장 감식을 하는 장면도 그랬다.

 

  ‘혼란 투사기’라는 이름이 붙은 신무기는 대포 모양이지만, 그것을 조준하여 포를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정신을 혼란시킨다. 그래서 조준을 받은 사람은 주문에 걸려 총을 장전하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신기한 무기라니! 폴란드가 눈에 불을 켜고 빼앗으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또한 다아시 경이 활약하는 세상에서는, 사건 현장에 CSI 노란 테이프가 둘러있지 않다. 그냥 법정 마술사가 마스터 급의 마술사가 마법의 벽을 만들어 놓는다. 그걸 만든 사람보다 우수하거나 주문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사건 현장은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머리카락 하나 들어갈 수 없다. 그 외에 온갖 약품들과 주문을 적절히 사용해서, 사건 현장에 피살자 외에 누가 있었는지 알아보는 장면도 있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과학은 마술을 배척하는데, 저 곳에서는 둘이 조합을 이루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다. 다음 권에서는 또 어떤 멋지고 묘한 조합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개성적이었다. 매력적인, 사교계의 꽃이 확실한 마당발 컴버랜드 공작부인. 약간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결단력도 있고 행동파적인 면모도 보인다. 그리고 다아시 경의 사촌인 런던 후작. 런던 시의 영주인데 이름도 런던 후작이다. 사촌 동생보다 조금 떨어지는 것 같지만, 나름 똑똑한 것 같다. 이외에도 흑마법을 다루는 신출내기 케찰 경, 어딘지 모르게 안절부절못해하는 마술사 서 토마스, 비밀을 숨기고 있는 미녀인지 마녀인지 모를 타이 아인찌히 그리고 버터 속에서 뒹굴다 나온 것 같은 시디 알-나시르 등등.

 

  한 가지 짚고 가자면, 다른 마법사가 나오는 책들처럼 마술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아쉽게도 주인공인 다아시 경에게는 마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단호한 의지와 비상한 두뇌,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포용력 그리고 빠른 눈치가 있었다. 그래서 모든 정보를 모으고, 걸러내고, 유추하고, 과감하게 상상하고, 논리적으로 판단해서 범인을 찾아낸다.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은, ‘도박에 빠지지 말자’였다. 역시 과한 도박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문제인가보다. 그 쪽이건 이 쪽이건 말이다.

 

  드디어 이 시리즈의 마지막 권을 주문했다. 아이 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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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

  작가 - 필립 K. 딕

 

 

  영화 ‘토털 리콜'의 모태가 된 필립 K. 딕의 단편 소설이다. 원래는 단편집에 수록되어 있는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며칠 전에 영화 ’토털 리콜‘의 감상문을 쓴 김에, 이 단편만 따로 떼어서 얘기해보고 싶어졌다.

 

  단편 소설과 두 개의 영화, 총 세 작품에 대한 내 결론은 다음 그림과 같다. 여기서 넘사벽이란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을 말한다.

 

  ‘원작 소설 >>>> 넘사벽 >> 옛날 영화 >>>> 엄청나게 높은 벽>>>>> 이번에 개봉한 영화’

 

  17장밖에 안 되는 분량으로 이렇게 사람의 뒤통수를 두 번이나 유쾌상쾌통쾌하게 후려치고, 황당함과 동시에 ‘아하!, 그렇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글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긴 필립 K. 딕이니까 가능한 걸지도 모르겠다.

 

  옛날 폴 버호벤 감독이 만든 영화는 원작의 두 개 반전 중 하나밖에 써먹지 않았다. 두 개를 다 다루면 너무 스케일이 커지기 때문인지 아닌지 이유는 감독님만 알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럴 것 같다. 첫 번째 기억인 비밀 요원까지는 적당한데, 그 밑에 또 다른 봉인된 기억은…….

 

  다 읽고 나서, 리콜 사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에게 기억을 주입하려던 직원들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자기들은 고객님이 주문한 대로 하려고 했을 뿐인데, 이미 그 내용들이 심어져있다는 걸 발견했으니 말이다. 거기다 갑자기 요원들이 들이닥쳐서 비밀을 지키라고 협박을 하고. 게다가 그런 일을 두 번이나! 진상 고객이라고 욕하지 않았을까?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기분을 확실히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기억을 바꿔치기하려던 정부 비밀 요원들도 얼마나 황당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괜한 조바심에 먼저 공격을 하는 바람에 주인공이 서서히 기억을 되찾는 걸 보고, 긁어 부스럼을 만든 건 아닐까 고민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죽일 수도 없고.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설레발이 문제다.

 

  아, 이 단편은 뭐라 말을 해도 다 설명할 수 없다. 섣불리 말하면 모든 내용을 다 까발리는 나쁜 짓을 하거나 글의 훌륭함을 깎아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이렇게만 말하고 싶다.

 

  여러분, 이게 바로 단편 SF의 대가 필립 K. 딕의 놀라운 상상력과 부러운 재능이 낳은 결과물입니다! 필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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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뱀파이어 헌터 - 아웃케이스 없음
티무르 베크맘베토프 감독,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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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감독 -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출연 - 벤자민 워커, 도미닉 쿠퍼,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루퍼스 스웰

  원서 -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의 ‘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이 영화의 원작을 쓴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가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의 작가라는 것을 알고 은근 기대를 했었다. 소설은 읽지 않았지만, 그가 영화의 각본에도 참여했다는 것을 검색으로 알았기에 ‘그래도 어느 정도겠지’라는 기대치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음…….

 

  링컨은 참 고달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살짝 비튼 ‘아브라함 링컨 vs. 좀비’라는 것도 있는데, 그러면 결국 링컨은 인간과도 싸우고 동시에 좀비와도 일전을 벌이면서 뱀파이어들과도 사투를 벌인 것이 된다. 조만간 ‘링컨 vs. 외계인’ 내지는 ‘링컨 vs. 오크’ 이런 것이 나오지 않을까?

 

  영화를 보면서, 전쟁의 의미를 완전히 바꾸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미국의 남북전쟁은 우리나라의 6.25 전쟁처럼 한 나라의 국민들이 반으로 편을 갈라 벌인 전쟁이었다. 물론 우리나라는 자국민보다 외국 세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거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미국의 남북전쟁을 같은 동족끼리의 전쟁이 아닌, 인간 대 뱀파이어의 대결로 바꾸어버렸다. 엄청난 역사왜곡이라고까지 할 것은 없고, 그냥 같은 민족끼리 싸운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외세의 개입 없이, 순전히 자기들끼리 아니 엄밀히 말하면 부자와 지도층끼리 이권다툼을 벌이다가 급기야 일반 시민들을 동원해 전쟁을 한 거니까. 그걸 숨기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우린 절대로 같은 민족끼리 싸우고 싶지 않았다능! 뱀파이어 놈들이 흑인 노예들 피를 빨고 싶어서 일으킨 거라능! 뱀파이어에게 넘어간 남군 지도자가 병신이었다능! 링컨은 그런 음모를 알고 미국, 아니 전 세계를 뱀파이어의 손에서 구한 위대한 대통령이라능! 숭배하라능! 우린 짱 세다능!’라는 취지로 소설을 쓰고 영화를 만든 게 아닐까?

 

  이야기는 링컨의 일생을 통해 그가 어린 시절에 어떻게 뱀파이어들과 만나서 그들과 어떤 사연으로 원수가 되고, 당당한 적수로 성장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링컨의 전기 영화에 뱀파이어가 준 주연으로 등장한 느낌이다. 그의 정치 경력에 관한 얘기는 별로 다루지 않고, 뱀파이어들과의 싸움 위주로 적은 전기 영화? 그래서 금방금방 세월이 지나간다. 링컨의 일대기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얘기의 연속성이 없다고 할법하나 진행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주연을 맡은 배우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차라리 친구나 뱀파이어 대장이 더 분위기가 있어 보였다.

 

  그래도 위인의 전기를 은근하게 비틀어서 SF 판타지로 만드는 솜씨라니! 거기다가 교묘하게 미국의 대통령이 몸을 바쳐 세계를 구했다고 인식시키고! 원작자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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