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와 원숭이와 공작새 - 타임패트롤 시리즈 3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6
폴 앤더슨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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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IVORY, and APES, and PEACOCKS

  작가 - 폴 앤더슨

 

 

 

  타임패트롤 세 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 겨우 세권으로 끝이라니, 화가 난다. 책 맨 뒤에 시리즈 일람을 보니 아직 번역이 안 된 이야기가 두 개가 더 있던데, 제발 나와 줬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행복한책읽기 출판사 관계자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제발…….

 

  이번에는 두 개의 중편이 들어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상아와 원숭이와 공작새’와 ‘몸값의 해’이다.

 

  두 편 다 시간 범죄자인 메라우 바라간이 등장한다. 일명 ‘고양주의자’라는 무리를 이끄는데, 과거를 바꿔서 자기들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려는 사람이다. 고양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이들에 대해서는 1권에서도 간략하게 언급이 되어 있지만, 본격적으로 나오는 건 이번 책에서이다. 이 자들도 타임머신을 갖고 있기에 과거를 왔다 갔다 하면서, 어느 시대를 공격해야 자기들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지 궁리한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곳이 바로 솔로몬 왕이 다스리던 기원전 10세기의 티레였다. 도시를 폭파시키겠다는 협박문을 과감하게 내밀며, 막아보려면 막아보라는 그들을 막기 위해 에버라드가 파견된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위험에 빠지지만, 눈치 빠른 길거리 소년 품마이람의 도움으로 빠져나온다. 이게 첫 번째 이야기인 ‘상아와 원숭이와 공작새’의 도입부분이다.

 

  두 번째 이야기 ‘몸값의 해’는 음, 읽는데 좀 복잡했다. 1955년 스페인의 피사로가 잉카의 왕을 인질로 잡고 몸값을 요구하는 사건이 배경이다. 그런데 메라우 바라간이 이 보물을 가로채기로 결심한다. 그러다 우연히 패트롤인 스티븐과 스페인 군인인 카스텔라르가 그들의 인질이 되고 만다. 다행히 둘은 타임머신을 이용해 탈출하지만, 카스텔라르가 스티븐을 협박하여 타임머신을 가로챈다. 이제 에버라드는 세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카스텔라르를 막아야 하고, 스티븐을 구해내며, 또한 메라우를 잡아야 한다.

 

  이 이야기가 왜 복잡했냐면, 세 사람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스티븐의 시점, 에버라드의 시점 그리고 스티븐의 조카 시점. 각각의 시간대에서 벌어진 다른 사건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부분에서는 ‘오’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짠하고 나타났다는 에버라드의 대사에서는 웃음도 나왔고, 뜻밖에 열린 마음으로 시간 여행에 대해 받아들인 카스텔라르의 태도에 놀라기도 했다.

 

  시간여행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과연 나에게 타임머신이 있다면, 뭘 할 것인가? 카스텔라르처럼 자국의 영광을 위해 몸을 바치겠는가 아니면 메라우 바라간처럼 마음에 안 드는 역사를 바꾸려고 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유유자적하게 놀러 다닐 것인가?

 

  어쩌면 과거를 바꾸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인 과거이건 국가적인 과거이건 말이다. 아니면 미래를 엿보려고 할 수도 있다. 사람은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니까.

 

  그런데 그런 것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내가 바란 미래의 모습이 아니면, 아마 바꾸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 결과가 어떨지 확실하지 않은데 말이다. 그래서 다시 미래를 엿보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바꾸고…….

 

  문득 영화 ‘백 투 더 퓨처’가 떠올랐다. 과거를 바꾸었기에 미래가 바뀌고, 그래서 사람들의 운명이 다 변하는 내용이었다. 영화는 주인공 편이기에 그와 그의 가족이 잘 되는 것이 옳은 길이라는 뉘앙스를 주었지만, 과연 그럴까? 주인공에게 당한 애는? 그러고 보니 영화 ‘나비 효과’도 생각난다. 바꾸면 바꿀수록 엉망진창이 되는 미래. 손대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냥 로또 번호만 몰래 알아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 같다.

 

  아! 기-승-전-로또의 감상문 구성,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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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카인드 리와인드
잭 블랙, 미셸 공드리 / 아트서비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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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 Be Kind Rewind

  감독 - 미셀 공드리

  출연 - 잭 블랙, 모스 데프, 대니 글로버, 미아 패로우, 시고니 위버



 

 

  이번에는 애인님이 추천해주신 영화를 보기로 했다. 코미디 영화는 안 본 지 꽤 오래되었으니까 한 번 보자는 마음도 있었고, 호러 영화만 보면 세상 살기가 겁이 나니 따뜻한 영화를 보면서 살맛난다는 감정을 되살려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처음에는 뚱한 표정이었지만, 결국에는 보기 잘했다는 훈훈하고 기분 좋은 미소가 절로 피어나는 영화였다.


 

  대니 글로브가 경영하는 비디오 가게. 모스 데프는 거기 점원이고, 잭 블랙은 모스의 친한 친구이지만 사고만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 또는 잉여 인간. 미아 패로우는 가게 단골. 동네 사람들은 그냥그냥 살아가고, 꼬맹이들은 갱단 흉내만 내고 있다. 그 와중에 비디오 가게 건물이 너무 낡아서 헐어버리겠다는 시청의 통지가 날아온 상태.


 

  대니 글로버가 제일 좋아하는 재즈 뮤지션의 추모일 행사에 간 동안, 가게를 맡은 모스와 잭은 그만 사고를 치고 만다. 잘못해서 비디오테이프의 모든 내용들을 지워버린 것.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영화를 직접 찍기로 하는데, 말하자면 맞춤식 영화 제공 서비스!


 

  처음에는 그냥 저예산으로 영화 패러디해서 만드는 것이 다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이건 그냥 그런 코미디 영화구나. 이런 결론을 살짝 내려 보았다. 그런데 후반으로 가면서,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저작권법’이라는 반드시 지켜야하지만 어떻게 보면 무서운 법을 들이미는 시고니 위버가 나타날 때부터였다.


 

  그 이후, 영화는 방향이 바뀌었다. 소수가 이끄는 것이 아닌, 다수가 이끄는 영화로 바뀐다.


 

  영화라는 것이 소수가 만들어 '자, 이걸 봐. 우리가 너희를 위해 만들었어. 닥감하고 우릴 찬양해줘'라는 것이 아닌, 다수가 참여를 하고 공감하면서 함께 이루어냈다는 동질감을 주기 위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동질감이 맞나? 동지애? 팀워크? 음, 뭐가 좋을지 모르겠다.


 

  영화나 소설 등이 사람들에게 가장 공감을 얻을 때가 바로 사람들이 극중 인물에 동화가 되거나 공감을 느낄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모여서 영화를 보고 환호를 하고 박수를 쳤던 것이다. 비록 설정이지만,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았다. 억지 감동을 끌어낸다는 생각도 조금은 들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영화는 몇몇 사람들의 영화가 아닌, 마을 사람 모두의 영화였으니까.


 

  한 명의 천재도 좋지만,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조율하면서 이루어내는 것도 괜찮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그렇다. 평범한 사람들도 뭔가를 이루어낼 수 있다.


 

  스크린에 비친 흑백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이 웃는 장면에서는 영화 ‘시네마 천국’이 떠올랐다.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 리사가 자기 신문을 만들어서 파는 내용도 생각났고.


 

  음, 내가 푹 빠져 사는 호러 영화는 죽어가는 희생자나 살인자에 초점을 맞추면서 대리 만족을 준다. 내가 살인자가 되어 스트레스 해소를 하기도 하고, 마지막에 주인공이 살인자를 죽일 때는 역시 정의는 이기는 거라고 나름 뿌듯해한다. 하지만 그런 류의 영화는 대개 한번만 보면 끝이다.


 

  반면에 이런 식으로 감동이나 생각할 거리를 주는 다른 장르의 영화는 나중에 또 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들게 한다. 그리고 다시 보면, 그때마다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면서 감동을 받는다.


 

  그래, 가끔은 이런 영화도 보자. 오늘의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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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전기톱 연쇄살인사건 : 제로 - 아웃케이스 없음
조나단 리브스만 감독, 조다나 브류스터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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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 The Texas Chainsaw Massacre: The Beginning, 2006

  감독 - 조나단 리브스만

  출연 - 조다나 브루스터, 테일러 핸들리, 다이오라 베어드, R. 리 이메이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 1편의 앞선 이야기, 그러니까 가죽 면상이는 왜 그런 성격이 되었을까, 그 패밀리는 왜 그 모양일까라는 의문을 풀기위해 영화를 만든 모양이다. 하지만 미친놈은 미친놈일 뿐이고, 미친놈의 정신 상태를 일반인이 알기에는 너무도 어렵고 심오하다.


  한 여자가 갑자기 일하다가 출산을 한다. 산모조차도 몰랐던 임신 사실. 흉측한 외모를 가진 갓 태어난 아이는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우연히 그곳을 뒤지던 한 여자에 의해 구조된다. 그녀가 아기를 데리고 간 곳은 바로 이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그 집.


  아이는 커다란 덩치에 세상에 대한 불만을 다 짊어진 것 같은 외모로 무럭무럭 커서 도살장에서 일을 한다. 그러나 그가 몸 바쳐 열심히 일했던 도살장이 문을 닫게 되고, 홧김에 그는 직장 상사를 죽여 버린다. 설상가상으로 그를 키워준 삼촌이라 불리는 사람은 가죽 면상이를 체포하겠다는 보안관을 죽여 버리고, 자신이 보안관 행세를 한다. 패밀리들은 황당하게도 가족 중에 보안관이 나왔다고 좋아라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무원이 제일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나보다.


  그리고 마침 그 때, 4명의 남녀가 여행을 떠난다. 그러다가 폭주족과 다툼이 일어나고, 운 나쁘게도 보안관의 눈에 띄어 어디론가 끌려가는데…….


  모든 시리즈가 그러하듯이 가죽 면상이가 포스터의 앞을 차지하지만, 정작 카메라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젊은 남녀, 그 중에서 특히 몸매 착하고 비명 잘 지르는 젊고 예쁜 처자였다. 언제나 말하지만, 텍사스 전기톱 영화의 주인공이자 마스코트는 가죽 면상인데 말이다! 이건 혹시 스포츠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부각돼야지 마스코트가 날뛰면 안 되는 것이라서 그런 걸까?


  영화는 감독의 욕심 때문인지 이것저것 다 집어넣으려고 애썼다. 가죽 면상이는 왜 전기톱을 좋아하는지, 보안관과 매점 아줌마는 왜 그러는지, 다리 하나 없던 아저씨는 어쩌다가 다리를 잃었는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그 사막 한가운데에서 패밀리는 어떻게 식량을 조달하는지. 그런 설명을 다 해주려다보니까 공포 영화치고 말이 좀 많았다.


  대신 고어씬으로 그것을 보충하려고 노력했다. 축복받아야 할 아이의 탄생 장면이 불결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이 영화에서 처음 알았다. 그리고 얼굴 가죽을 벗겨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뒤집어쓰는 장면도 으…….


  이번 편은 나름 1편의 분위기를 따라가려고 애쓴 흔적이 보였다. 그렇지만 그냥 전작들의 분위기만 따라갔으면 좋았는데, 스토리나 구성, 전개 방향, 캐릭터 등등 다 따라가서 문제였다. 고정 출연인 가죽 면상이나 그 패밀리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죽어가는 젊은이들까지 비슷비슷하니, 이건 내가 제로를 본 것인지 리메이크편을 본 것인지 아니면 1974년 원작을 본 것인지 마구 헷갈렸다. 다른 점이라면 형제애를 부각시켰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것도 고어 장면에 금방 묻혀버렸다. 


  그냥 제목만 바꾸고 주변 얘기가 많은, 시리즈의 다음편을 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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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전기톱 연쇄 살인 사건 - [할인행사]
마커스 니스펠 감독, 제시카 비엘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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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 The Texas Chainsaw Massacre, 2003

  감독 - 마커스 니스펠

  출연 - 제시카 비엘, 조나단 터커, 에리카 리어슨, 마이크 보겔

 

 

  1974년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개봉 당시, 실화라느니 어쩌느니 해서 광고를 엄청 빵빵하게 했었다. 게다가 마이클 베이가 그 당시 얼마나 유명했던가! 비록 감독은 다른 사람이었지만, 그가 제작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광고 효과를 거두었다.

 

  영화는 흑백 뉴스 필름으로 시작한다. 다섯 젊은이들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을 기록한 경찰 영상이라며, 증거를 찾고자 집안으로 들어간 경찰을 클로즈업한다. 그리고 죽은 다섯 명의 젊은이들의 얘기로 넘어간다.

 

  시각적으로나 구성적으로나 원작 영화보다 긴장되었으며, 더 화끈했다. 내용도 좀 더 충실해졌고, 훨씬 잔인하고 세련된 장면의 연속이었다.

 

  원작은 초반 30분까지는 좀 지루했던 반면에, 이 영화는 초반부터 총으로 자기 머리를 날리는 여자부터 시작해서 슬쩍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꼬맹이까지, 은근슬쩍 분위기를 잡아주고 있다.

 

  그리고 가죽 면상, 그러니까 Leather Face의 가족 얘기가 조금 더 첨부된 설정도 좋았다. 원작보다 가족 구성원이 더 많아졌고, 대략 그들이 어떻게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지, 왜 그러고 살아가는지 등등의 이야기가 곁들여졌다. 그러면서 그들의 독특한 개성이 다 살아났고, 각각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볼거리도 늘어났다. 물론 어차피 거기서 거기인 미친놈들의 얘기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연급인 레더 페이스의 덩치가 커지면서, 더 우악스럽고 더 무식해보였다. 그가 ‘위잉’하는 커다란 전기톱을 휘두르는 장면은 섬뜩했다. 물론 덩치의 제약 때문에 여주인공이 요리조리 빠져나갈 틈을 주기도 한다. 역시 여자는 날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영화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주인공 일행 중의 남자가 산 채로 갈고리에 걸려 정육점 고기들처럼 매달리는 장면이었다. 아, 보는 내가 다 아플 정도였다. 비명도 못 지르고 땀만 삐질 흘리는 배우의 고통이 저절로 느껴지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중간에 가죽 면상 원래 얼굴이 살짝 지나가는데 음……. 가면을 써야하는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남의 얼굴 가죽은 별로 좋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낯선 곳에서는 타인에게 친절하게 굴자. 그래야 앙심을 품고 해코지를 안 할 테니까. 그리고 낯선 곳에 갈 때는 꼭 내비게이션을 키고, 외딴 집에 들어가지 말자. 만약 그런 상황이 닥치면 다 같이 움직이자. 마지막으로 낯선 이의 친절을 조심하자.

 

  제일 좋은 건 그냥 집에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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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살인마 - [초특가판]
토비 후퍼 감독, 마릴린 번스 외 출연 / 리스비젼 엔터테인먼트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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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Texas Chainsaw Massacre. 1974

  감독 - 토브 후퍼

  출연 - 마릴린 번즈, 알렌 댄지거, 폴 A. 파테인, 윌리엄 베일



  ‘살인마 가족’이나 ‘힐즈 아이즈’, ‘데드 캠프’ 같은 영화들의 시조격인 영화일 것이다. 1974년 이 영화가 등장한 이후, 위에 언급한 아류작들이 탈곡기에서 낟알 쏟아지듯이 우수수 쏟아졌으니까.


  그러니까 어떤 부류냐면, 철부지 젊은 아이들이 차를 타고 낯선 곳을 ‘룰루랄라~’돌아다니다가 기름 떨어지고, 해는 저물고 길은 잃었고. 그래서 그냥 저 멀리 보이는 외딴 집에 들어간다. 가끔 변형을 줘서 외딴 집이 아니라 지하 땅굴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곳의 주인은 미친놈이라, 그들을 잡아 죽이려고 한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도망치고 비명 지르고 고문당하고 죽을 놈은 죽고 살 놈은 사는 그런 내용이다. 참, 꼭 커플이 등장해서 므흣한 장면을 한두 컷 정도 연출한다. 그래서 여배우들의 몸매는 참으로 착하다.


  포스터를 보면 알겠지만, 전기톱을 들고 정육점 아저씨들이 입는 가죽 앞치마를 하고, 얼굴에 가면을 쓴 인물이 살인마다. 이른바 레더 페이스-Leather Face 한국어로 바꾸면 가죽 면상-라 불린다. 어째서인지 본 얼굴은 숨기고 지가 죽인 아이들의 얼굴 가죽을 벗겨서 뒤집어쓰고 나온다. 어쩌면 자기 원래 얼굴에 혐오를 느낀다거나 하는 그런 정신병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 어쩌면 성형에 실패했을지도……. 하지만 그렇게 넉넉한 집은 아닌 것 같다.


  하여간 이 영화 초반 30분은 덜떨어져보이는 미친놈이 하나 나왔다 사라지면서 살짝 분위기를 돋우고, 아무 것도 모르는 주인공 일행이 그냥 희희낙락하면서 길가는 내용이다. 그러다 기름이 떨어져서 들른 주유소에 기름이 없다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한다. 기름을 구하려고 인근 집으로 들어간 일행.


  그 때부터 악몽의 시작이었다. 레더 페이스는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와서 애들을 잡아간다. 설상가상으로 기껏 도망쳐서 구조를 요청했더니만 나쁜 놈과 한 패. 그들에게 억지로 끌려간 집에서는 기괴한 일이 벌어지는데…….


  피가 마구 튀긴다거나, 고막이 터져나가라 비명을 지르진 않았다. 물론 레더 페이스가 전기톱을 휘두를 때 피가 좀 튀기긴 한다. 하지만 여주인공의 눈을 클로즈업해서 핏줄이 선 것이라던가, 식은땀을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다양한 뼈로 만들어진 집안의 많은 인테리어 소품들을 통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측하게 한다.


  후반에 전기톱을 휘두르며 레더 페이스가 다가오는 장면에서는 왠지 모를 집념과 한이 느껴졌다. 그런데 왜 일까? 은근과 끈기, 집착과 광기……. 문득 배경으로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이라는 가사와 멜로디가 음성 지원이 되면서 들린 것은 내 착각일 것이다.


  ‘아니, 그러니까 왜 남의 집에 혼자 가냐고! 그리고 주인 없으면 그냥 나와야지 왜 돌아다녀, 돌아다니기는!! 게다가 딱 봐서 이상하다 싶으면 냅다 도망쳐야지! 뛰다 넘어지면 후다닥 일어나고! 빨리 일어나서 뛰어 이 ㅄ아!!’라는 고함이 절로 나오는 부분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아주 그냥 보는 이의 속을 답답하게 만드는 주인공 일행이었다.


  영화는 시작 부분에 마치 이 영화는 실화일 수도 있다는 뉘앙스의 내레이션을 들려준다. 실화는 맞다. 다만 이 사건과 100% 똑같은 일이 일어났던 게 아니라, 사람을 죽여 소품으로 활용했던 에드 게인의 사건과 지나가는 여행객을 공격해 먹고 살았던 소니 빈 일가를 합친 것이다.


  그러니까 현실은 영화나 소설 못지않게 무시무시하다. 아니, 더 무섭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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