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Diabolique, 1996

  감독 - 제레미아 S. 체칙

  출연 - 샤론 스톤,이자벨 아자니,채즈 팔민테리,캐시 베이츠

 

 

 

  미리 말해두지만, 디아블로가 아니다. 그것은 게임 이름이고 이 영화 제목은 디아볼릭이다. 나만 헷갈렸나…….

 

  소설 '악마 같은 여자'를 원작으로 한 프랑스 영화 ‘디아볼릭 Diabolique, 1955’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캐스팅은 그 당시로는 초호화여서, 남편 가이 역에는 채즈 팔멘터리, 병약한 부인 미아 역에는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아자니, 애인 니콜 역에는 샤론 스톤 그리고 형사 역에는 캐시 베이츠가 열연하고 있다.

 

  내용은 예전 영화와 비슷하다. 교장 가이는 학교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부인과 애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나쁜 남자이다. 그래서 두 여자는 그를 죽이기로 공모한다. 니콜의 집으로 그를 초대해 수면제가 담긴 술을 먹인다. 그리고 욕조에 익사시킨 뒤, 학교 수영장에 버린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시체는 발견되지 않고, 그가 살아있다는 흔적만 자꾸 나오는데…….

 

  병약한 부인 역에 이자벨 아자니는 그야말로 딱 어울렸다. 그녀가 푸른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으면……. 소녀 같은 분위기의 하얗고 풍성한 잠옷 원피스를 자주 입고 나오는데, 창백한 얼굴에 긴 검은 머리는 영락없는 처녀귀신이다.

 

  반면에 샤론 스톤은 딱 달라붙는 옷차림에 몸매를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짧게 자른 머리에 빨간 립스틱을 발라 강하고 섹시한 팜므 파탈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시체가 담긴 궤짝을 나르는 장면에서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그녀의 엉덩이는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거기다 가이와 섹스를 나누는 장면도 옷을 벗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야했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원작 소설과 56년 영화에서는 두 여자의 관계가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는 사람들끼리의 동지애나 우정 정도로 묘사되며 은근슬쩍 넘어갔는데, 여기는 달랐다. 아마도 샤론 스톤이 영화 ‘원초적 본능’ 에서 보여줬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서 감독이 의도했거나.

 

  예전에 읽은 외국 단편 소설이 떠올랐다. 제목이나 작가는 까먹었다. 배가 아주 많이 고팠나보다. 그 소설에서는 약간의 우울증과 불안증에 시달리는 유명 작가 가 자살을 한다. 사인회였던가 하여간 그런 것 때문에 다른 곳에 왔는데, 자꾸만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그 일들이 그에게만 보이고 들린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호텔에서 떨어져 죽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의 매니저와 부인이 꾸민 일이었다. 두 여자가 돈과 사랑을 동시에 차지하기 위해 남편을 죽인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은 두 여자가 축배를 들면서 침대에서 포옹하는 걸로 끝이 난다고 기억한다. 그 당시 결말이 참 충격이었다.

 

  뜬금없이 소설 얘기가 나왔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작품이 떠올랐다. 그렇게 나가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일까?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초반부터 분위기를 몰아갔기 때문에, 그런 결말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영화 후반에 캐시 베이츠의 미소가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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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도시
존 카펜터 감독, 크리스토퍼 리브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원제 - Village Of The Damned, 1995

  감독 - 존 카펜터

  출연 - 크리스토퍼 리브, 커스티 앨리, 린다 코즐로브스키, 마이클 페어

 

 

  1960년에 만들어진, 울프 릴라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존 카펜터 감독이 리메이크했다. 존 카펜터 감독은 영화 ‘괴물 the thing'이라든지 영화 ’매드니스 in the mouth of madness'등을 만든 사람이다. 이 두 영화는 진짜, 대박 멋지다. 그러고 보니 두 작품의 감상문이 없는데, 조만간 날 잡아서 다시 보고 적어야겠다.

 

  영화의 줄거리는 원작과 비슷하다.

 

  평화롭던 미드위치에서 마을 축제가 열리는 날, 사람들이 일제히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마을을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에 들어서면 무조건 다 잠이 든다. 이상함을 알아차린 정부에서 마을을 통제하며 원인을 알아보려 하지만, 실패한다.

 

  그리고 얼마 뒤 엄청난 사실이 밝혀진다. 갑자기 열 명의 여자들이 단체로 아기를 가진 것이다. 남편이 외국에 나가있거나 아직 미성년인 소녀까지. 엄청난 격론 끝에, 여자들은 출산을 결심한다. 정부의 책임 관리와 물질적 보상을 해주겠다는 달콤한 약속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같은 날, 아홉 명의 아이들이 태어난다. 불행히도 한 명은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렸다. 아이들은 은발을 가진, 무척이나 똑똑하고 자기들끼리 결집력이 강한 아이들로 자라난다. 그들의 능력은 엄청났다. 마인드 컨트롤은 물론이고, 남의 생각 엿보기, 염동력 등등. 남자 여자 짝을 지어 나란히 줄을 맞춰 동네를 활보하는 아이들은 이제 공포의 대상이었다.

 

  아니, 어쩌면 꼬맹이 주제에 남녀 커플로 염장을 지르고 다녀서 싫어한 것일지도……. 짝이 없어 혼자 다니는 남자애의 뒷모습은 어쩐지 어깨가 축 늘어진 것이 안쓰러워보였다.

 

  자기들에게 해가 될 것 같은 어른들을 하나씩 죽여 나가는 무서운 꼬맹이들. 결국 공포에 질린 어른들은 아이들을 죽이겠다고 달려들지만…….

 

  원작과 거의 비슷하게 진행되어갔지만, 늘어난 상영시간답게 이것저것 첨가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심리적 불안감, 그리고 정부 요원의 역할이 덧붙여졌다. 특히 임산부들의 악몽과 갈등이 자세하게 나왔다. 불안하지만 아가에 대한 사랑. 그와 반대로 아빠들이 느끼는, 자기 아이가 아닌 존재에 대한 혐오와 불안감.

 

  또한 전편이 아이들과 어른들의 심리전을 주로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정부와 시민들과의 갈등이 곁들여졌다. 그러면서 스케일이 더 커졌다. 원작에서는 주인공 교수가 아이들을 관리하고 관찰 대상으로 보았다면, 여기서는 정부에서 마을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그들은 엄청난 비밀을 오랫동안 숨겨오고 있었다. 그리고 통제가 불가능해지자 자기들만 살 궁리를 하고 말이다.

 

  사람을 사람이 아닌 관찰하고 실험할 대상으로 보는 정부. 아이들과 돈을 맞바꾼 어른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점점 기이한 능력을 발휘하는 무서운 아이들. 이렇게 삼파전이 벌어졌다.

 

  어떻게 보면, 아동 학대 영화였다. 낙태를 무조건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감당하지도 못할 거면서 돈이나 과학적 욕심 때문에 무작정 애를 낳다니. 거기에 애들이 좀 자기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태어나면서부터 꺼려하고 무서워하고 더 나아가 죽이려고 하고. 아이들이 더욱 더 자기들끼리만 똘똘 뭉칠 만 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마치 섹스는 좋지만 육아는 자신 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갖다 버리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은발에 가끔 눈이 초록색이나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초능력을 발휘하는 비슷하게 생긴 아이들 아홉이 길을 걷는다면, 아마 나도 무서워서 피할지도 모른다. 아, 나도 별수 없는 차별주의자인 걸까?

 

  특이한 점을 꼽자면, 짝이 없는 소년의 방황하는 심리를 다루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감정을 약간이나마 느끼고, 조금은 공감하며, 단체에서 일탈행동을 하기도 한다. 같이 있기로 되어있던 소녀의 부재가 그의 정신적 상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추측만 할 뿐이다.

 

  그리고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을 꼽자면 아이들이 애기일 때는 무척이나 귀여웠는데, 크면서 조금 실망스럽게 변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주인공 의사의 딸이 리더인데, 아기일 때는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무척이나 귀여웠다. 자기에게 너무 뜨거운 먹을거리를 준 엄마에게 벌을 주고 씩 웃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그런데 조금 크니 볼이 통통한 것이 잡아당겨주고 싶을 정도였고, 덕분에 장난스런 이미지가 되었다. 마치 생글생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어른들에게 ‘trick or treat!'를 외치는 분위기였다. 원작에서는 차가운 도시 소년이어서, 쌩쌩 찬바람이 불고 무표정하니 무서웠는데!

 

  감독의 성향답게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끼친 어른들은 잔혹하게 죽어나갔다. 특히 아이들과 어른들의 대격돌 장면은 화려하면서 잔인했다. 역시 호러 영화계의 대표적인 감독다웠다.

 

  어느 쪽이 살아남을지 겨뤄보자는 소녀의 말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른 생물을 죽여야 자기들이 살아남는다고 했다. 인간도 다른 생물을 죽여서 식량으로 삼으니 뭐. 언젠가 어떤 종족이 나타나서, 인간을 장난삼아 사냥한다거나 가죽을 벗겨 옷을 만들어 입는다거나 식량으로 삼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 이 영화의 주인공을 영화 ‘슈퍼맨’에서 슈퍼맨 역학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리브가 맡았다. 그의 쌩쌩하고 건장한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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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배신 - 비즈니스 전쟁에서 살아남는 마케팅 성공 전략
케빈 앨런 지음, 이은주 옮김 / 레디셋고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원제 - The Hidden Agenda

  부제 - 비즈니스 전쟁에서 살아남는 마케팅 성공 전략

  저자 - 케빈 앨런

 

 

  제목을 읽었을 때, 이 무슨 역설이냐면서 신기해했다. 설득을 했는데 잘 안되었다는 말일까? 그런데 원제를 보니 배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괜찮은 제목이고, 다르게 보면 내용과는 영 상관없는 제목 같았다.

 

  저자는 꽤나 유명한 광고를 여러 개 만든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마케팅이 주를 이루는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나 자신을 남에게 잘 팔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신을 판다고 해서 19금적인 이상한 상상을 하는 건 금물이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소비하면서 동시에 파는 시대이다. 내가 가게에서 뭔가 살 때는 소비자이지만, 동시에 직장에서는 서비스나 재화를 만들어 내는 생산자가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광고 회사를 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말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실생활에서도 다양하게 적용시킬 수 있다. 하다못해 부모님과 용돈 협상을 할 때부터 시작해, 애인에게 이벤트를 해줄 때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저자가 이럴 땐 어떻게 하라고 매뉴얼을 알려주는 건 아니다. 사람 사이에서 이럴 때는 이렇게 하라고 정해진 것은 있을 수가 없다. 사람이 열이면 생각하는 것이 열이 넘을 테니, 한 가지 상황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나 반응도 다 다를 것이다.

 

  대신 이 책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상대방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라는 것이다. 영제인 The Hidden Agenda가 바로 그것이다. 독심술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상대방이 말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의아했다.

 

  그러다 ‘아!’ 했다. 저자는 광고를 맡기 위해 대상을 철저히 분석하고 파악했으며, 그들의 현재 상황이라든지 기업 이념 등등을 연구했다. 그리고 광고주가 어떤 대상으로 물건을 팔고 싶은지, 그 주 고객들의 인지도는 어떠한지 시장조사까지 했다고 나온다.

 

  그러니까 ‘관심’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나 자신을 어필하려면, 그 상대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려면, 평소에 그 사람이 어디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조카가 셋이 있는데, 얘들이 성향이 다르다. 어렸을 때 가게를 데려가 보면 반응이 다 다르다. 첫째는 과자나 초콜릿을 사달라고 말을 못하고 ‘저거 먹는 애들 좋겠다.’ 이런 식으로 반응을 보인다. 둘째 역시 ‘고모 돈 없잖아요. 안 먹어도 괜찮아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막내는 ‘고모 이거 사주라. 계산해, 빨리’ 이런 식이다.

 

  둘째가 괜찮다 했다고 ‘그럼 그냥 가자.’라고 한다면, 빵점 고모다. 먹고 싶지만, 사달라고 조르면 착한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거절하는 것이다. 저기서 조카의 숨은 의도를 잘 파악하고 과자를 사주면, 고모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이 된다.

 

  저자가 말하는 것도 위와 비슷한 것이었다. 다만 이 책이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며 확실하게 분류가 되어 있다는 게 다르다.

 

  무작정 밀고 들어가서 이거 해주세요라고 하면, 욕만 먹기 십상이다. 눈치도 있어야 하고, 상대도 잘 분석해야하고, 상대에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얘기도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손자병법’에도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

 

  점점 더 머리를 쓰지 않으면 살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 어쩌겠는가. 현명하고 요령 있게 살아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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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Village Of The Damned

  원작 - 존 윈드햄의 소설 ‘미드위치 쿠쿠(1957)’

  감독 - 울프 릴라

  출연 - 리처드 버논, 조지 샌더스, 로렌스 네이스미스, 마이클 그윈

 

 

 

  영화 시작과 동시에  MGM 영화사의 사자가 두 번 울었다. 좋은 영화라는 의미이다.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 미드위치. 어느 날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아니 마을에 있는 모든 동물이 동시에 잠이 들어버리는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수도를 틀어놓고, 다림질을 하다가, 전화를 하다가, 버스를 몰다가 모두 일제히 움직임을 멈춘다. 마을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면 괜찮은데, 범위 안으로 들어가면 그냥 맥없이 잠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자 모두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깨어나 일상으로 돌아오는 듯 했다.

 

  그렇지만 그 날 이후, 마을 여자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임신을 할 능력이 되는 여자들이 거의 다 아기를 가진 것이다. 17살밖에 안된 소녀에서부터 남편이 원양어선을 타고 나갔던 사람의 부인까지. 그리고 그들은 같은 날, 비슷하게 생긴 아이들을 낳는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의식을 공유하며, 다른 애들보다 빨리 자라고, 지능이 월등히 높으며, 심지어 초능력까지 발휘한다.

 

  처음에는 아이를 가졌다고 좋아했었지만, 사람들은 그들이 커갈수록 무서워하고 불안해한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사람을 죽이자, 급기야는 그들을 죽이자고 공모까지 한다. 물론 실패한다. 그렇게 위태로운 생활이 이어지던 중, 아이들은 마을을 떠나겠다고 선언을 하는데…….

 

  흑백영화였지만, 아가들 눈이 빛나면서 색이 바뀌는 장면은 오싹하다. 아직 말도 채 떼지 못한 아이들이 눈빛만으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다니! 자기들에게 해를 끼친 어른들을 자살하게 만드는 장면은 그야말로 섬뜩 그 자체였다. 그냥 눈 색깔만 바뀌는 단순한 장면만으로, 피가 튀기지 않고 그야말로 귀여운 아이들이 단지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장면만으로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의 리더격인 데이빗의 엄마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장갑을 입에 문 채 절규하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아팠다. 사랑으로 낳고 길렀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아들이 있다는 좌절감, 공포, 안타까움 그리고 자신의 아들을 두려워하는 엄마의 죄책감 등등이 보였다.

 

  반면에 데이빗의 아버지이자 이 영화의 주인공인 교수 역시 처음에는 아이들을 관찰하고 연구하려는 마음이었다. 임신 소식에 기뻐했던 그였지만, 마을 여자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면서 태도가 바뀐다. 그에게 데이빗은 아들이 아니라 관찰하는 실험 대상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가 마지막에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에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 실험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모르모토는 대개 폐기처분하니까.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는 통제가 되지 않는,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고, 그들의 행동을 막을 수도 없는,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는 엄청난 존재. 그런 대상을 만나면 인간은 호기심을 갖고 다가간다. 한 번 다뤄보려고 한다. 그러다가 자신의 이해 능력을 벗어나면 두려워하며 배척하거나 경외한다.

 

  이 영화에서는 두려워하고 배척했다.

 

  그 아이들이 어디서 왜 왔는지는 알 수가 없다. 누가 모르모토인지도 알 수가 없다. 아이들인지 아니면 다른 마을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각자 서로를 실험 대상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말이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인간은 자신과 다른 존재를 무서워하고 거부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차별이 생기고, 미움이 싹트고 오해가 빚어지고 전쟁이 끝나지 않는 게 아닐까.

 

  이 작품의 획일적인 아이들은 공산주의를 상징한다는데 글쎄? 나에겐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해 무서워하는 인간과 남들보다 우월하기에 자만심에 빠진 인간을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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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 어느 살인마의 가족 이야기 - 아웃케이스 없음
롭 좀비 감독, 말콤 맥도웰 외 출연 / 프리지엠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Halloween II, 2009

  감독 - 롭 좀비

  출연 - 타일러 메인, 스카우트 테일러-콤튼, 말콤 맥도웰, 크리스 하드윅

 

 

  할로윈 1편을 리메이크한 작품의 2편. 뭔가 복잡하다. 그러니까 새로운 할로윈 2편이라는 말이다. 감독은 리메이크 1편과 마찬가지로 롭 좀비가 맡았다. 그래서 영화 전반에 흐르는 노래와 영상의 조화는 멋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어린 마이클 마이어스는 배역이 바뀌었다. 전편보다 더 귀엽게 생겼지만, 포스는 줄어들었다. 그 점이 제일 아쉬웠다. 전편 아역의 광기어린 공허한 눈빛이 짱이었는데.

 

  마이클 마이어스의 손에서 살아남은 로리.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고, 약을 복용해야한다. 1편에서는 범생이스타일로 살았다면, 이번 편에서는 그냥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욕도 잘 하고, 예전에는 단정한 여고생 패션이었는데 지금은 대충 입고 다니는 그런 분위기. 어쩌면 그게 그녀와 친구들사이에서는 최신 유행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이클에 대한 책과 강연으로 먹고 살던 루미스 박사는 1편과는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전에는 마이클을 잘 돌보지 못한 죄책감이 보였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이 보이지 않는다. 책에다가 로리와 마이클의 가족 관계를 밝히고 말이다. 거기에 그녀의 사진까지! 로리는 몰랐던 사실인데!

 

  한편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살아있는 마이클은, 자살한 어머니의 환상을 보면서 동생 로리를 찾아 헤매는데……. 물론 그 와중에 살인은 기본이다.

 

  2편은 1편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이다. 1편이 그냥 마이클의 어린 시절과 살인 행각을 보여주면서 살인마가 만들어지는지 타고나는 것인지 말하고 있다면, 2편은 이후 살아남은 사람의 정신과 육체가 어떻게 황폐화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 날의 사건 이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술과 약물에 의존하고, 자꾸만 꿈에 나오는 마이클과 엄마 그리고 처참하게 죽어가는 자신에 대한 악몽 앞에서 무너져가는 로리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가 말하고 있다. 강한척하는 게 싫다는 그녀의 절규는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약물의 영향인지 아니면 집안의 유전인지, 로리는 마이클의 살인 환상을 공유한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어린 시절에 마이클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을 죽이는 악몽을 꾼다.

 

  마이클 역시 천사 같은 옷을 입은 엄마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본다. 그리고 엄마의 말대로 동생을 찾아 길을 떠난다. 그에게 엄마는 정신적인 지주였고, 언제나 자신의 옆을 지켜주는 존재이다. 그리고 그가 갈 길을 인도해주는 등불이고. 그래서 그녀가 내린 가족을 되찾으라는 명령을 어길 수가 없다. 그는 절대로 그녀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상하게 로리에게도 엄마와 어린 마이클의 환영이 보인다. 가족이기에 그런 걸까? 가족이기에 서로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신적 감응을 하고 더 나아가 정신병도 공유하는 걸까? 설마 그녀도 마이클처럼 미치는 걸까?

 

  마이클의 환상과 로리의 불안한 심리가 교차되면서, 조금 지루하다가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불안함이 극에 달해 이성을 잃어버린 것 같은 로리를 보면서, 고개를 저을 수도 있다. 영화는 천천히, 하지만 몇몇 장면은 아주 노골적으로 야하고 잔인했다.

 

  마지막 부분에 팝송 ‘Love Hurts’가 흐르는데 눈물이 날 뻔 했다. 상처투성이가 된 로리와 그녀의 멍한 눈동자. 그리고 엄마……. 어쩌면 마이클이 원한 것은 사랑하는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단지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죽여서 그 소원을 이루려고 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일지도. 그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알았으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으로 슬픈 가족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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