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처럼 비웃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5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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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山魔の如き嗤うもの

  작가 - 마쓰다 신조

 

 

  표지가 특이하다. 긴 검은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우수에 찬 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는 소녀의 옆모습. 그녀가 입은 일본 전통 복장의 색감은 화려하기만 하다. 검은 배경과 대비되어, 소녀의 얼굴은 더욱 더 슬퍼 보이고 옷은 강렬한 인상을 준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미리 알지 않았다면, 그냥 소녀풍의 일본 소설이 아닐까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호러와 미스터리를 합쳤다니, 호기심이 생겼다. 전에 오노 후유미의 ‘시귀’를 읽었을 때 오싹했던 느낌이 떠올랐다. 이 책도 그럴까?

 

  책의 앞부분에 실린 고키 노부요시의 ‘흉산에서 보낸 하룻밤’을 읽으면서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 열한시. 어쩐지 뒷집에서 멍멍 짖는 개의 울음소리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누군가 창 너머에서 날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우와! 이런 느낌 오랜만이야! 신난다! 기세를 몰아서 책을 끝까지 읽었다.

 

  역시 일본 이름은 처음에 읽을 때 많이 헷갈린다. 그 이름이 그 이름 같아서……. 특히 형제라서 돌림자라도 들어가면……. 다쓰이치, 다쓰지, 다쓰조 이 형제 이름이 너무 비슷해서 처음에 잠시 내용을 이해하는데 조금 불편했다. 그래도 그 고비만 넘기면 그 뒤는 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산마가 뭔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는데, 음. 산에 사는 요괴? 아니면 악령? 하여간 그런 존재와 금광을 둘러싼 사람들의 죽음과 실종. 그리고 이십여 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집안의 저주. 이런 음울하고 오싹한 분위기와 노래 가사에 맞춰 일어나는 끔찍한 살인 사건이 결합하면서, 마을은 공포에 휩싸인다.

 

  마을이라기보다는 한 집안의 사람들이 죽어나갔으니, 공포에 휩싸인 일가라고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옆집 사람들이 연속으로 죽으면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도 겁이 날 테니…….

 

  이 책에도 탐정이 한 명 나온다. 도조 겐야라고 괴이담을 수집하면서 우연히 맞닥뜨린 사건을 해결한다. 정착하지 않고 이리저리 여행을 떠나는 그의 모습에서 어쩐지 드라마와 영화로 접한 긴다이치 코스케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나중에 두 사람을 비교해봐야겠다. 역시 탐정은 젊은 미혼남이 좋다! 아, 물론 포와로는 제외하고. 그는 진리니까.

 

  이야기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오싹했다. 맨 앞에 있는 ‘흉산에서 보낸 하룻밤’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지만, 끝까지 그 흐름을 놓치지 않은 작가의 솜씨도 좋았다. 어딘지 느슨해질 만하면 일어나는 살인사건도 역시 한몫했고 말이다.

 

  동기는 음, 아직은 잘 이해를 못하겠다.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본 적도 없고 그런 강요를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굳이 그 정도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니까. 그 사람에게는 그게 중요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도 말한 것 같지만, 사람마다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살아간다. 그런데 그 선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종류도 다르고, 깊이도 다르고, 거리가 달라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백 명이 모여도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선도 백 개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 사귀기가 어려운 것이다. ‘데스 노트’의 사신 류크는 그 때문에 인간을 재미있는 존재라고 평했고.

 

  그나저나 결말 부분에 가서 깜짝 놀랐다. 그런 마무리라니! 아무래도 그 곳에는 저주와 산마가 존재하는 것 같다.

 

  그렇다는 것은 즉, 저주가 존재한다면 그것을 들어주는 악령이 있는 것이고, 그러면 그 상위 개념인 악마도 있고, 반대 개념인 천사도 있으며, 그 하위 개념인 사신들이 어디선가 만해를 펼치면서 싸우고 있……. 뻘글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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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의 함정 - [할인행사]
시드니 폴락 감독, 톰 크루즈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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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Firm, 1993

  감독 - 시드니 폴락

  출연 - 톰 크루즈, 진 트리플혼, 진 핵크만, 할 홀브룩

  원작 - 존 그리샴의 소설 'The Firm, 1991'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나온 영화. 톰 크루즈의 외모를 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이다. 보는 내내 뉘집 아들인지 참 잘생겼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실 영화 내용보다는 그의 얼굴이 더 눈에 들어왔다. 음, 이런 식으로 본 영화가 또 하나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왔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것이다. 그 영화 역시 내용은 하나도 생각 안 나고 오직 그의 얼굴만이……. 줄리엣보다 더 예쁜 로미오라니!


  법대를 졸업하고 괜찮은 큰 법률회사에 입사한 주인공. 변호사 시험공부도 봐주는, 가정적이고 따뜻하며 잘 챙겨주는 선배 변호사들이 고맙기만 하다. 그런데 우연히 그가 회사의 비밀을 알아버린 순간, FBI를 만나는 순간, 핑크빛이던 생활은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방금 전까지 웃으며 대화하던 동료들도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는 무시무시한 회사. 그리고 협조안하면 재미없을 거라는 FBI. 주인공은 두 집단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작하는데…….


  역시 상영시간이 긴 영화는 나에게 쥐약이다. 초반까지는 집중을 하겠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톰 크루즈의 잘생긴 젊은 시절도 효과가 없었다. 하긴 소설책도 두툼했으니 그걸 다 다루려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꼽자면, 톰 크루즈가 회사의 비밀을 알고 부인에게 춤을 권하면서 귓속말로 얘기해주는 부분이었다. 노래만 흘러나오고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관객은 전혀 모르는 상황. 하지만 경악하는 부인의 표정과 동그랗게 커진 눈에서 그가 어떤 내용을 말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뒤이은 그녀의 행동에서는 충격과 공포 그리고 절망을 느낄 수 있었고.


  지금은 나이가 든 배우들의 젊은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이 저런 때도 있었다면서 세월의 흐름을 다시 확인했다. 그와 동시에 나의 나이 듦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후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회사와 마피아와 FBI의 눈을 피해 살아갈 수 있을까? 이미 세상의 어두운 면을 겪은 그들이 다시 세상을 예전처럼 볼 수 있을까? 이후 뒷이야기를 다룬 미국 드라마가 나온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글쎄 별로 보고 싶지 않다. 그냥 내가 생각한 그들의 뒷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거나 그러면 속상할 것 같다. 그냥 딱 이쯤에서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걸로 끝맺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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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의 약속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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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ppointment with Devil (1938년)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포와로가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번에 그는 예루살렘으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그가 사건을 따라다니는 것인지 아니면 사건이 그를 따라다니는 것인지 역시나 사건이 발생한다.


  집안의 경제권을 움켜쥐고 전처의 자식뿐 아니라 친자식까지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즐거움으로 사는 보인튼 노부인. 서른이 되고 결혼을 했지만 아직도 어머니에게 대들지 못하는 큰아들을 비롯해 역시 눈치만 보고 사는 작은 아들과 큰딸, 남편에게 실망하고 유일하게 시어머니에게 반항하는 며느리 그리고 친어머니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정신 분열 증세까지 보이는 막내딸. 그리고 그들에게 흥미를 보이는 심리학 박사 제러드와 역시 의학을 공부하는 새러. 이외에도 하원의원인 웨스트홀름 부인과 우유부단한 피어스 양.


  증오와 경멸, 애정과 괴롭힘 등등의 온갖 불길한 감정이 사막의 뜨거운 열기와 결합하는 날, 살인이 일어난다. 보인튼 부인이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이다.


  그 전에 이미 그녀는 죽어야한다고 말했던 작은 아들을 필두로 모든 가족들이 용의자로 의심받는 가운데, 연관된 다른 사람들까지 미심쩍은 행동을 보인다. 누가 왜 어떻게 노부인을 죽였을까?


  이번 이야기는 포와로가 나왔으니 당연히 추리이긴 한데, 로맨스적인 요소도 만만찮게 들어있다. 비중이 반반정도. 아, 반반은 언젠가도 말했지만 치킨 시킬 때만 필요한 게 아니다. 거의 전반부에는 포와로는 딱 한 장면 나오고, 그 가족들과 주변 인물들의 갈등만 주구장창 나온다. 새러에게 호감을 가지지만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꼬리를 내리는 작은 아들이라든지, 박사의 눈에 비친 막내딸의 정신병적 행동 그리고 큰아들 부부의 갈등 등등.


  판타지에 로맨스적인 면이 많이 가미된 소설을 로맨스 판타지라고 부르는데, 이 책도 어쩌면 로맨스 추리라고 장르를 분류해도 좋을 것 같다. 결말에 가면 범인만 빼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 짝을 찾아가니 말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독재자 어머니가 사라지고 남은 가족들의 행복한 생활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한편으로는 어머니의 독재와 압제에서 어린 시절을 자랐던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자유를 누리며 밝게 살아갈 수 있는가하는 의문도 들었다. 인간이란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라는 걸 입증하는 것인지 아니면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뜻인지 잘 모르겠다.


  하긴 그들에게는 지혜로운 조력자들이 많이 있긴 했다. 몇 번 보지 않았지만, 몇 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기꺼이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조작해줄 다정다감한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다. 역시 인맥이란 소중한 것이야!


  ……뭔가 많이 삐딱한 노선을 타버린 것 같다. 자, 다시 돌아가자.


  이번 이야기는 심리적인 면에 중점을 둔 것 같았다. 죽은 노부인의 뒤틀린 지배욕과 거기서 벗어나고 싶지만 무기력한 자식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용기를 북돋우는 주변인들의 심리 변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덕분에 포와로는 사건이 일어난 후에야 등장할 수가 있어서 약간 슬펐다. 그래도 그의 추리력은 놀라웠고 우월했다. 언제나 그가 지목하는 범인은 날 바보로 만든다. ‘왜 난 그걸 눈치 채지 못했는가!’ 막 이러면서 좌절하게 하고. 80권까지 다 읽는 날에는 맞출 수 있을까? 그러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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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드 투 킬 - 아웃케이스 없음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키스 고든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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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Dressed To Kill

감독 - 브라이언 드 팔마

출연 - 마이클 케인, 앤지 디킨슨, 낸시 앨런, 키이스 고든



  정신병자라고 해도 될까? 양성을 가졌기에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살인범을 그렸으니, 어떻게 보면 정신병자일지도……. 또 다르게 보면 불쌍한 사람이고……. 하여간 그런 사람이 나오는, 지금 어찌 보면 뻔한 스토리이다. 범인도 너무 쉽게 밝혀졌고, 그렇게 무섭거나 잔인한 장면도 없었다. 


  다만 므흣한 장면은 많았다. 첫 장면에 나오는 샤워씬과 택시 안에서의 19금적인 행동들은 특히 그러했다. 초반만 보면 남편과의 잠자리에 만족하지 못한 한 중년 부인의 쾌락 일지라고 여겨도 될 정도였다.


  그러나 상황은 급속도로 변한다. 처음 보는 남자와 만족스러운 잠자리를 가지고 그의 집을 빠져나오는 여인. 불행히도 엘리베이터에서 살인마와 맞닥뜨린다.


  이 엘리베이터 장면은 정말이지 ‘오오! 나이스! 감독님 멋지십니다!’를 절로 외치게 만든다. 문이 닫히는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통해 보이는 범인의 살인 장면. 그리고 다음 층에서 문이 열린다. 여주인공의 눈에 들어온 것은 피투성이가 되어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여인. 하지만 관객들은 거울을 통해서 범인이 주인공까지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 우연히 고개를 든 그녀는 거울을 비친 범인의 존재를 알게 되고, 손을 거둔다. 그와 동시에 엘리베이터는 닫히고, 중년 부인은 결국 죽고 만다.


  이 얼마나 멋진 배치인가! 관객들은 범인의 존재를 알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게 된다. 죽어가는 여자가 불쌍하지만, 주인공이 도움의 손길을 빨리 거두거나 누군가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길 바란다. 아니면 범인이 마음을 바꾸거나, 또 누군가는 그녀가 죽기를 바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들 집중해서, 주인공과 범인 그리고 피해자의 삼각 구도에 푹 빠지게 되는 것이다. 뒤의 내용은 예측이 가능해서 좀 그랬지만, 이 부분은 정말이지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게 만들었다.


  거울이라는 것은 비추는 물건이다. 아무런 감정 없이 그냥 조용히, 아주 차갑게 거울은 그냥 다 보여준다. 그것에 비친 영상을 보고 놀라거나 슬퍼하는 것은 보는 사람의 몫이다. 그래서 거울이라는 존재는 어떨 때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나보다. 거울 자체가 공포가 되기도 하지만, 거울이 주는 이미지가 공포일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는 후자 쪽이다.


  거울을 이용한 명장면은 또 한 번 더 등장한다. 거의 후반부에, 욕실 거울에 비친 범인의 모습. 영화 초반의 그 중년 부인이 떠오르면서, ‘헐 어떡하지’ 이러고 있었다.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감독님이셨다. ‘혹시?’했던 사람이 범인이었고 정체도 빨리 나타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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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링거 SE (1disc) - [할인행사]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 제레미 아이언스 외 출연 / 이지컴퍼니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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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ead Ringers

  감독 - 데이빗 크로넨버그

  주연 - 제레미 아이언스, 주느비에브 부졸드, 하이디 본 팔레스크, 셜리 더글라스



  크로넨버그와 아이언스! 이 두 이름만으로 설레게 만드는 영화였다. 거기다가 미스테리 의학 스릴러라는 타이틀까지!! 이건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라는 말과 동일한 것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 영화는 일란성 쌍동이의 성공과 파멸을 그리고 있다. 엘리엇과 비벌리는 언제나 함께였다. 놀이도 함께, 공부도 함께, 학교도 연구도 모든 것을 둘이서 같이 했다. 비록 성격은 정반대지만, 그들은 뭐든지 같이 해야 했다. 심지어는 여자까지. 화술이 좋은 한 명이 작업에 성공하면 둘이 번갈아 여자를 만나는 것이다. 그 정도로 그들은 정신적인 면까지 일체가 되어 있었다. 성인이 된 후, 둘은 산부인과 의사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돈과 명예와 여자. 둘에게는 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갈등이 있는 법. 처음으로 여자에게 사랑이라는 것을 느낀 동생 비벌리는 형과의 결별을 시도한다.


  그녀는 처음으로 둘을 구별한 여자였다. 즉 그를 이름 없는 꽃에서 의미를 가진 꽃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언제나 마커스 형제로만 존재했는데, 그녀는 정확히 둘을 구별했다. 그것이 비벌리에게는 충격이었고 새로운 기회였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에게서 분리가 된다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자신에게서 결별 선언을 받는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둘은 방황하기 시작한다. 비벌리는 약에 의존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수술실에도 약에 취한 채 들어간다. 수술이 실패하는 것은 당연지사. 엘리엇도 정상이 아니기는 마찬가지.


  하나이면서 하나가 아니라는 것.

  그렇다고 둘이 될 수도 없다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피난처이자 안식처이면서, 동시에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자신을 잃어버리고 남에게 휩쓸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것 같다. 나에게서 위안을 갖지 못하고 남에게서 위안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들.


  세상 살아가기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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