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즈 저택의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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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 (1920년)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드디어 크리스티의 첫 번째 작품을 읽을 기회를 가졌다. 그녀의 첫 작품이자 포와로와 헤이스팅즈가 처음으로 이 세상에 나온 책!


  이 소설은 헤이스팅즈의 시점에서 사건이 서술되고 있다. 그 전에 읽은 다른 소설들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대입해보면 ‘전지적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1인칭 관찰자 시점’ 같았다. 헤이스팅즈가 ‘나’라고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그가 주인공은 아니었으니까. 뭐, 이게 중요한 건 아니다. 그냥 갑자기 학교 다닐 적에 배운 게 생각나서 척해봤을 뿐이다.


  전쟁에서 부상을 당해 잠시 휴가를 나온 헤이스팅즈. 알고 지내던 지인의 집에 초대를 받아갔는데, 이 집안 분위기가 이상하다. 모든 실권을 쥐고 있는 노부인이 갑작스레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와 재혼을 한 것이다. 두 아들과 노부인 사이에, 또한 큰 아들과 그의 부인 사이에 팽팽하게 긴장감이 돌던 어느 날. 발작을 일으키던 노부인이 갑작스레 사망한다. 그런데 그녀의 죽음은 자연사가 아니었다. 독약을 이용한 타살이었다.


  때마침 헤이스팅즈는 전쟁을 피해 영국으로 망명을 해온 포와로를 만나게 된다. 죽은 노부인의 호의로 영국에서 지내던 포와로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고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서는데…….


  ‘무죄로 판명 받은 사람은 그 사건에 대해 두 번 조사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이 소설에서 범인은 그것을 이용했고, 거의 성공할 뻔 했다. 포와로가 없었다면 말이다.


  그리고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감정은 서로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충돌을 빚었다. 때로는 수사에 도움을 줄 때도 있지만, 방해가 되기도 했다. 그것을 잘 파악하는 것이 탐정의 역할이다. 어떤 것이 거짓 감정이고 어떤 것이 진짜인지 알아내서 사건을 수사하고 범인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이건 평범한 관찰력을 가졌거나, 인간에 관심이 없거나 또는 통찰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바로 포와로니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연애를 해봤거나 가족을 꾸렸다는 얘기도 없는데, 어쩌면 그렇게 여자와 남자의 밀당에 대해서 잘 아는지…….


  옆에서 보니 더 잘 보인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당사자만 모르고 다 아는 사실도 있으니까. 그래도 어떻게 전해들은 정황이나 짧은 대화만으로 사람의 심리를 추측해 상황을 파악하고 사건을 재구성하는지 놀랍기만 하다. 이건 너무 먼치킨적인 설정이잖아! 명탐정들은 혹시 인간이 아니다거나 외계인의 실험 대상자였다거나 뭐 그런 게 아닐까?


  그러고 보니 이번 이야기에서도 두 커플이나 해피 엔드를 맞는다! 이럴 수가! 포와로는 진정 죽음을 부르는 저승사자이자 중매쟁이란 말인가!


  돈과 사랑이 범죄의 주요 두 동기라는데,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돈 때문에 사람을 속이고 살인을 저지르고, 사랑 때문에 감싸주고 오해한다. 물룬 살인도 저지르고.


  이 책에서 포와로는 젊지 않다. 유능한 형사로 이미 벨기에에서 이름을 날렸고, 전쟁을 피해 영국으로 건너왔으니 중년은 지나지 않았을까? 책에서 그의 과거는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냥 형사로 사건 해결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고 사람들이 칭찬을 할 뿐이다. 좋아하면 상대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던가? 앞으로 남은 다른 책들을 읽어보면서, 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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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와일러의 편집광
윌리엄 와일러 감독, 모나 워시본 외 출연 / 와이드미디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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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Collector, 1965

  감독 - 윌리엄 와일러

  출연 - 테렌스 스탬프, 사만다 에가, 모나 워시부른, 모리스 달리모어



  짝사랑하는 여자를 납치 감금 조교하는 내용의 시초라 볼 수 있는 영화.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본 영화중에서는 그렇다.) ‘벤허’를 만든 감독이 이런 소재를 다뤘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랐다. 하지만 같은 재료로 누가 요리 하냐에 따라 맛이 결정되듯이 이 영화, 비슷한 소재를 다룬 다른 영화와 무척 달랐다. 특히 일본에서 만들어진 비슷한 소재의 영화와 비교하면, 접근법이나 심리 묘사 등등 수준이 달랐다. 그건 보다가 눈만 버렸다.


  나비를 수집하던 프레디는 어느 날 미란다라는 여자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린다. 그리고 결심한다. 저 여자를 내 수집품으로 내 것으로 하겠어! 마침내 그는 그녀를 납치해서 인적이 드문 집 지하실에 가둔다. 그리고 수집한 나비를 정성스럽게 대하듯이 그녀를 소중하게 다룬다. 미술학도인 그녀를 위해 그림 도구를 준비해오고 맛난 음식을 예쁜 접시에 담아서 주고 옷도 잘 입히고. 마치 일 년 내내 기도한 끝에 산타 할아버지에게서 최신 바비 인형을 받은 아이처럼 말이다. 과연 미란다는 그의 마음을 받아줄 것인가 아니면 거절할 것인가?


  시간이 흐를수록 소심하고 내성적이던 프레디는 점점 변해간다. 집착과 환상이 심해지더니 급기야는 모든 것을 자기 합리화시켜버리는 것이다. 그의 비뚤어진 독점욕과 망상은 다소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난 이제 나비는 안 모아. 여자를 모을 거야.’라는 그의 속마음이 드러난 마지막 장면! 아, 미친 놈은 매가 약이라더니, 옆에 있으면 패주고 싶을 정도였다.


  으음, 사실 그가 준비한 음식이 맛있어 보이고, 식기 세트도 괜찮아 보였고 옷도 상당히 신경 써서 골라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다니! 놀고먹고 싶은 사람은 참 좋아할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딱 나라는 건 아니다. 물론 뭐, 내 꿈이 놀고먹으면서 책 읽는 삶이긴 하지만…….


  하지만 놀고먹는 대신 자유가 억압당한다면, 마음에도 없는 사람을 좋아해야한다면 거절하겠다. 그건 사육당하는 가축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난 인간이다, 가축이 아니고. 날 좋아해주는 건 고맙지만, 날 억압하고 가둬두려고 한다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고.


  영화를 다 본 인상은 깔끔하다는 것이었다. 두 남녀의 심리 변화가 중점이었고, 어떻게 평범소심한 사람의 집착이 광기로 변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소심하던 남자가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온갖 실수를 행하다가, 결국은 미쳐버리는 과정은 역시 인간은 무섭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과 자유를 위해 끝까지 버티는 여주인공의 집념 역시 참으로 눈물겨웠다. 음, 그래서 두 주연 배우가 이 영화로 칸느 영화제에서 주연상을 탔나보다.


  반면에 일본 것은 그냥 남자의 여자 성추행 장면과 여자가 굴복하어 섹스를 나누는 장면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다. 그러니까 몇몇 남자들의 성적 판타지라고 할까? 그냥 여자 하나 잡아다가 잘해주면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를 하고 있다. 미친 거다.


  그 놈의 스톡홀롬 신드롬이 애들 여럿 망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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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큰 2 : 극장판 & 확장판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 리암 니슨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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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aken 2, 2012

  감독 - 올리비에 메가톤

  출연 - 리암 니슨, 매기 그레이스, 팜케 얀센, 라드 세르베드지야



  참 대단한 아빠라고 생각하면서 1편을 봤다. 왜 이혼했는지는 모르지만, 왜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처럼 사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딸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휘젓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감탄했었다. 법도 경찰도 무시하고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저래도 되나?’라고 생각도 하고.


  2편의 내용도 1편과 크게 다르지도 않았고, 특별한 것도 없다. 그냥 공격당하고 되갚아주고 부수고 싸우고 협박하고 죽이는 게 다이다.


  이번 2편에서는 1편에서 그에게 당한 납치범들의 가족이 복수를 하려는 내용이다. 부인이 전편에서 재혼했던 아저씨와 왜 헤어졌는지 모르지만, 그런 이유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그냥 세 가족이 오붓하게 해외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그곳에서 칼을 갈고 있는 일당을 만나고, 부부는 납치를 당한다. 묶인 채로 의식을 잃은 부인과 도망 다니고 있는 딸. 아빠는 딸을 구하러 간다. 부인은 피 흘리고 있게 놔두고! 그리고 둘이서 아주 신나게 온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부수고 죽이고 싸운다.


  1편에서는 아빠만 애타게 찾던 딸이 이번에는 든든한 동지가 되어 같이 싸운다. 물론 몇 번 징징대긴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뭐든지 처음은 힘든 법이다. 하지만 언제 연습을 했는지 아니면 1편에서 납치를 당한 이후 미리미리 대비를 했는지 그녀는 곧 익숙해진다.


  어쩌면 3편에서는 그녀가 아빠와 엄마의 도움을 받아 애인을 구하거나 아가를 구할지도 모르겠다. 그 사이에 결혼을 하고 아가를 낳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만약에 3편이 나온다면 과연 그것을 볼지는 모르겠다. 1편은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았다. 납치당한 딸의 절박함과 그런 그녀를 구하려는 아빠의 애달픈 감정이 어느 정도는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이번 2편은 그런 건 하나도 없었다. 잡혀있는 부인은 정신을 잃고 있어서 아무런 대사 하나 없었고, 그녀를 구하려는 남편의 절박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니들이 감히 날 건드려?’ 이런 감정만 와 닿았다. 잡힌 부인에 대한 걱정이나 애달픔 또는 간절함 내지는 불안함 같은 것은 전달되지 않았다. 아마 부인이 잡혀있지 않아도 그는 자신을 공격한 놈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극적 클라이맥스를 위해 부인을 잡아간 설정을 했을 뿐. 어떻게 보면 그에게 부인의 납치는 딸의 납치보다는 덜 긴박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학교 다닐 적에 배운, 일본 소녀 아사코를 회상하면서 쓴 수필 하나가 생각난다. 그 글의 마지막 부분에 한 문장이 있는데, 무척이나 인상적이어서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대략 이럴 것이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저 문구가 떠올랐다.

 

 ‘리암의 가족과 난 두 번 만났다. 두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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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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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ABC Murders (1936년)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을 읽으면서 ‘이거 참, 진짜 벌어지면 큰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A로 시작하는 마을에서 A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해당하고, B로 시작하는 마을에서 B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해당한다. 그래서 제목도 ‘ABC 살인사건’이다.


  그걸 우리나라로 따지면 김해나 김포에서 김 씨나 강 씨인 사람이 죽고, 진해에서는 진 씨나 정 씨인 사람이 살해당하고……. 이건 뭐 무작위 살인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특이한 성을 가진 사람만 빼고, 거의 오천만 전 국민이 벌벌 떨면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은 통신 기술이 너무도 발달하여, 그런 사건이 있다면 금방 전국으로 퍼져서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흔한 성을 가진 사람들은 불안에 떨 것이고……. 음, 그렇다면 저런 살인범이 1936년, 2차 대전 전에 활동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할까? 비록 소설에서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진짜로 일어나면 너무도 끔찍한 일이다.


  작품으로 돌아와서, 포와로에게 편지 한 장이 도착한다. 다분히 도발적이고 거만함이 철철 느껴지는 도전장이었다. 거기에 적힌 예고대로 살인이 일어나고, 또 다시 2차 범행을 예고하는 편지가 배달된다. 초비상이 걸린 경찰본부와 자존심이 상한 포와로. 세 사건의 피해자 가족이나 연인과 특별 팀을 이루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밝혀진 범인의 정체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이라는 말이 정말로 딱 들어맞는 사건이었다. 하나의 살인을 감추기 위해 여러 개의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의 대담함과 치밀함 그리고 뻔뻔스러움이 참으로 혐오스러웠다. 도대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아무 관련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죽여도 된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된 걸까? 그 머리에 뭐가 들어있기에?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요즘은 저런 범죄자들이 많다. 단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아무 거리낌 없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 말이다. 성욕이선 식욕이건 명예욕이건 뭐건 간에, 그것을 위해 상대의 재산은 물론이고 목숨마저 아무렇지 않게 앗아가는 그런 족속들.


  생각해보자, 저 소설이 나온 지 거의 80년이 되어간다. 그러면 그 때부터 저런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들이 존재해왔다는 것인데…….


  범죄는 줄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되레 늘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의 본성, 특히 나 자신을 위해 남에게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이기적인 본성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걸까? 그동안 많은 사건사고를 겪으면서도, 처벌을 받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도 전혀 학습화되지 않았다는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생각을 할 머리와 뜨거운 붉은 피와 연약한 살을 갖고 있는 생명체라고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일까?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책은 바깥의 좋은 날씨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활자에만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몰입감이 있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으아, 뭐 이런 기발한 설정이!’라고 만족스러우면서 놀라움이 섞인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로 내용이 충실했다.


  하지만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 온갖 범죄에 대해 생각해보면, 우울해졌다. 살인이나 강도, 유괴, 납치, 강간 같은 사건들은 소설 속에서만 봤으면 좋겠다고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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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메이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클레어 데인즈 외 출연 / 키노필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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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Rainmaker, 1997

  감독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 - 맷 데이먼, 대니 드비토, 클레어 데인즈, 존 보이트

  원작 - 존 그리샴의 소설 ‘The Rainmaker, 1995’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이었다. 감독 이름과 배우 명단을 보고 ‘오오!’했건만, 이건 배신이다! 어째서 감독이 ‘코폴라’인데! 거기에 주연은 ‘맷 데이먼’이고 조연은 그 유명한 ‘대니 드비토’인데! 왜! 왜!


  소설은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지만,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존 그리샴의 소설이 분량도 많고 다루는 이야기도 여러 개지만, 이 정도로 난잡하고 집중되지 않으며 산만한 영화를 만들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흔들렸고, 그에 따라 주인공 역시 산만했다. 아니, 어쩌면 주인공이 흔들리면서 영화의 중심이 없어졌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그가 동시에 다루는 사건이 세 개나 되니까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심이 되는 사건이 있고, 두 개는 부수적으로 달달한 로맨스나 씁쓸한 웃음을 주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적절하게 조절을 하면, 산만하지 않고 진행을 할 수 있었다.


  적어도 소설에서는 그러했다. 거대 보험회사와의 소송이 중심을 묵직하게 잡으면서, 로맨스가 섞인 사건이 살짝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집주인 할머니의 사건이 약간은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하면서 감초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지 못했다. 장면과 장면은 연결되지 못하고 툭툭 끊어졌으며, 사건과 사건의 개연성은 성립되지 않았다. 영화는 시작부터 몰입을 방해했다. 뭐가 그리 급한지 이쪽에서 일을 하다가 말고 저쪽으로 달려가고, 또 저쪽에서 뭔가 하는 척하더니 다시 이쪽으로 돌아왔다. 주인공이 재판에서 이긴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애인님의 탄식과 나의 짜증이 두 시간 내내 헤드셋을 가득 채웠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엥? 이렇게 끝?’이라는 질문이 절로 나왔다. 아쉽고 화도 나고 실망스럽고 기분이 참 복잡 미묘했다. 저 배우진으로, 저 감독으로……. 하아,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은 여기까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서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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