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Last House On The Left. 1972

  감독 - 웨스 크레이븐

  출연 - 데이빗 헤스, 루시 그랜섬, 산드라 카셀, 마크 쉬플러



  1972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지금 생각해봐도 고개가 절래 절래 저어지는 인간 말종들이 나오는 슬픈 복수극.


  17살된 마리는 친구와 함께 도시에 구경을 간다. 공연을 보러 간 것. 그런데 대마초를 피워보겠다는 호기심에 길에서 아무나 붙잡고 ‘대마초 파세요?’라고 물어본다. 공연 끝났으면 생일 파티 준비하는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지, 왜 요상한 동네로 가서 대마초를 사려고 하는지. 그러니까 지 무덤을 지가 판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와 친구를 꼬인 남자는 수배 중인 탈주범 일당의 하나였고, 그들은 마리와 친구들에게 강간은 기본으로 온갖 이상한 짓을 가한다. 그들이 두 소녀를 고문하는 장면은 진짜 보면서 할 말이 없었다. 결국 처참하게 죽어버린 두 소녀.


  그런데 운명의 장난일까? 탈주범 일당이 숨어든 곳은 바로 마리네 집이었다. 그곳이 상당히 외진 곳에 있어서, 옳다구나 하고 차가 고장 났다는 핑계로 들어간 것. 이후의 이야기는 안 봐도 비디오. 처음에는 그래도 손님이라고 잘 대접을 했는데, 나중에 딸을 죽인 게 놈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의 분노와 처절한 복수가 이어진다.


  나쁜 놈들이 두 소녀를 고문해서 죽게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무척이나 화가 났다. 아니, 처음부터 두 소녀가 거리를 배회할 때부터 화가 났다. 이 멍청한 것들아, 대마초 살 생각하지 말고 집에 가! 넌 영화도 안 봤냐? 빨리 튀어! 그 쪽이 아니야! 등등.


  그러면서 ‘어떻게 자라면 저런 못된 짓을 할 생각을 할까?’하고 탈주범과 그 일당들을 욕하고, 그들은 그렇게 키운 누군지 모를 부모를 욕하고. 또 멍청하고 느려터진 경찰은 보면서 한숨을 쉬고.


  얼마나 몰입을 했는지, 마리의 부모님이 탈주범들을 죽일 때 ‘잘했어! 더 찔러! 잘라버려!’ 라고 응원을 하고 있었다. 이건 정의감의 발현이지, 절대 고어 신을 더 보여 달라는 요구가 아니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성폭력에 관한 영화는 그냥 썰고 썰리는 영화보다 백만 배 더 기분이 나쁘고 끔찍한 느낌이다. 내가 여자라서 그런가? 아니면 더 현실성이 있기 때문일까?


  아마 후자일 것이다. 신문을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것이 성폭력에 관한 것이니까. 의붓딸을 상습 추행한 계부라던가 여중생 내지는 동급생을 집단 강간한 고등학생들 얘기,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서 어쩌고저쩌고. 얼마 전에는 초등학생 셋이 20대 지체장애아 여성을 성추행한 기사도 나왔다. 그런 것을 볼 때마다 한국은 너무 관대하다! 특히 정치인과 성범죄자들에게는 더욱 더 관대하다.


  그래서 저런 영화를 보면, 속이 다 시원해진다. 그래, 강간범들은 저렇게 죽여야 돼. 다 잘라버리고 말이지! 만약에 울 조카들에게 저런 일이 생긴다면 아마 나도 저 부모들처럼 할 것이다. 음, 상상할 수 있는 최고로 잔인한 방법으로 놈들을 죽여 버릴지도.


  어쩌면 이 세상에서는 건강하고 아무 탈 없이 살아남는다는 것이 제일 좋은 삶의 목표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영화 엔딩 크레딧의 노래는 왜 그리 신나는지……. 그 부분만 보면 뭐랄까, 전원생활의 즐거움과 황당 사건을 그린 코미디 영화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는 즐겁게 삶을 살고 있지만, 이 지구상 어딘 가에서는 저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역설을 보여주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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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교과서 읽는 리스닝 & 스피킹 Preschool 예비과정편 1 (Student Book + Workbook + Audio QR code) - 유.초등생용 미교 읽는 리스닝&스피킹 Preschool 1
Michael A. Putlack 외 지음 / 키출판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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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Michael A. Putlack, e-Creative Contents



  막내 조카가 ‘미국 교과서 읽는 리딩’을 공부한 지 어언 두 달이 넘었다. 기본은 엄마아빠랑 하지만, 두 사람이 회사에서 일이 있거나 어딜 가게 되면 고모인 내가 봐주는 형식으로 공부하고 있다. 처음에는 영어라면 번개 같은 속도로 도망치던 아이였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읽을 수 있고 아는 게 많아지자 요즘은 흥미가 생긴 모양이다.


  전에 ‘마법 천자문’을 읽을 때 ‘고모는 이거 알아?’라면서 한자를 으스대면서 물어봤는데, 요 근래에는 ‘고모, 이게 영어로 뭔지 알아?’라고 우쭐댄다. 아니, 이 녀석이?


  그래서 이번에 ‘리스닝과 스피킹’이 새로 나왔다기에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처음에는 ‘또 영어야?’라며 고모는 만날 영어책만 선물로 준다고 투덜거렸다. 자기가 좋아하는 마법 천자문이나 메이플 스토리가 아니라 이거다. 하지만 1과를 듣자, ‘어?’하고 눈을 반짝였다.


  다행스럽게도, 아니면 편집자의 신의 한 수였는지 모르지만 이 책의 1과와 리딩의 1과는 비슷했다. 아니, 1과뿐만이 아니라 다른 과들도 다 리딩과 연계가 되어 있었다. 이건 진짜 멋진 구성이다.


    



  그래서인지 쉽게 접근을 했다. 이미 1권은 끝낸 지 오래전이라, 아주 잘난 척을 하며 뒷내용까지 아는 단어를 읽었다. 물론 모르는 것은 대충 얼버무리며 넘겼지만. 오랜만에 영어 공부할 때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줘서, 고모인 나를 비롯한 그 녀석 부모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거봐, 매일 공부하니까 다 알잖아. 모르는 건 또 공부하면 되는 거고. 그러니까 열심히 엄마아빠고모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야. 알았지?”


  라는 아빠의 말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문법을 알려줘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그냥 책에 나온 문장 패턴을 따라하는 것으로 끝내기로 했다. 그냥 이렇게 쓰는 거야 정도에서 마무리. 굳이 영어에서는 삼인칭 단수일 때 동사에 's'를 붙이는 거라고 하는 것보다, 그냥 'she, he' 같이 혼자 있으면 외로워서 's'를 붙이는 거라고 쉽게 얘기를 하기로 했다.


  리딩을 먼저 해서 그런지, 거부감도 없고 쉽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듣기만 따로 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난감해할 때도 있고, 발음이 똑같이 안 된다고 짜증을 살짝 내긴 하지만 처음에 리딩을 시작할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특히 스크립트가 뒤에 있어서, 상당히 유용했다. 빨리 전권이 다 나오길 조카 녀석의 아빠엄마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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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는 해적이 되고 싶어 - 제2회 말라가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 스콜라 어린이문고 5
파블로 아란다 글, 에스더 고메스 마드리드 그림, 성초림 옮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원제 - Fede Quiere Ser Pirata (2012년)

  작가 - 파블로 아란다

  그림 - 에스더 고메스 마드리드



  책을 다 읽은 느낌은 ‘귀여워!’였다. 사차원적인 주인공 페데는 앙증맞았고, 그의 친구인 마르가와 세르히오는 귀여웠고, 그의 누나인 이사벨 역시 깜찍했으며 심지어 둘의 아빠까지도 행동과 대사에서 웃음을 자아냈다. 어떻게 나오는 사람들이 그렇게 다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울 수가 있는지!


  그림은 다소 낯설었지만, 어느 사이 글의 내용과 잘 어우러지고 있었다.


  페데는 제목 그대로 해적이 꿈인 여섯 살에서 일곱 살로 넘어가는 나이의 소년이다. 그에게 이 세상 모든 것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해적과 관련이 있는가 아니면 없는가. 오죽했으면 해적은 팔이나 다리 하나가 없어야 한다고, 교통사고를 당해 의족을 찬 세르히오를 부러워하겠는가? 세르히오가 처음 전학을 온 날, 그를 너무 부러워한 페데는 톱으로 자기 다리를 자르려고까지 했다. 그런 그에게 해적을 좋아하는 마르가와 세르히오는 너무나도 좋은 친구들이다. 언제나 그가 꿈꾸는 해적선에는 세 친구가 나란히 등장한다.


  이 책은 딱히 기승전결의 구성이 없다. 그냥 일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페데와 가족 그리고 친구들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가족들은 해적을 꿈꾸는 그를 이상하다고 여기며 정상적인 꿈을 가지라고 다그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고 있다.


  누나인 이사벨은 왜 배는 쇠인데 물에 뜨냐는 동생의 질문에 뉴튼의 법칙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여느 누나처럼 어린 동생을 ‘올챙이’나 ‘염소’라는 별명으로 부르면서 놀리기는 한다. 그리고 페데가 무슨 질문만 하면 아프다는 핑계로 엄마에게 떠넘기는 아빠지만, 무조건 윽박지르지 않는다. 물론 페데가 톱으로 다리를 자르려고 할 때는 소리를 지르지만. 훌리오 이글레시아스를 좋아하는 엄마 역시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다. 무조건 엄마 말 들으라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이런 가정환경이니 기발하고 창의력 대장인 페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의 상상력을 비현실적이라고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고 받아들여준다. 자유롭지만 기본 원칙은 꼭 지키도록 하고, 아이의 무한한 상상력을 지켜주는 태도를 보인다. 그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페데의 일상은 웃음의 연속이다. 처음에 ‘식인종 물컵’이라는 말을 읽고는, 이게 뭘까 한참 고민했다. 컵에 식인종 그림이 그려져 있는 걸까? 그런데 알고 보니 할아버지의 틀니가 담겨있는 컵을 지칭하는 거였다. 아, 어떻게 그런 상상을!


  거기에 온갖 말장난이 나오는데, 번역가가 고심을 했을 것 같다. 아이스크림에는 비타민 아이가 들어있고 갈비뼈에는 비타민 갈이 없다고 하거나, ‘수영장’이나 ‘테니스장’에는 ‘장난’할 때의 ‘장’이 들어있다고 하는 부분이 나온다. 원작에는 어떻게 되어있는지 궁금해졌다.


  작가도 유머 감각이 풍부하고, 번역가도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가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활기차고 재미있는 게 아닐까? 오랜만에 웃을 수 있는 어린이 책을 읽었다.


  조카도 마음에 든 모양이다. 깔깔거리면서 ‘고모, 얘 너무 웃겨.’를 연발했다. 상상력이 많이 사라진 조카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유치원 다닐 때는 참으로 기발하고 황당한 아이였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경직되어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만 하다. 나라도 어린 조카의 상상력을 지켜주는 고모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해본다.


  버스에서 읽다가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웃어버려 본의 아니게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대목을 옮기면서 감상을 마친다.


  페데는 팔을 내밀어 세르히오의 종아리와 무릎 또 왼쪽 다리의 근육을 만져 보았습니다.

  “꼭 진짜 다리 만지는 거 같아.”

  “의족은 다른 쪽 다리니까 그렇지.”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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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캠프[dts] - [할인행사]
롭 슈미트 감독, 엘리자 더쉬쿠.데스몬드 해링턴 외 출연 /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쌈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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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Wrong Turn, 2006

  감독 - 롭 슈미트

  출연 - 데스몬드 해링턴, 엘리자 두쉬쿠, 엠마누엘 슈리키, 제레미 시스토



  내용은 간단하다.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여섯 명의 남녀. 아, 그래서 영어 제목이 그거구나. 한글 제목만 보고는 캠프장에서 죽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역시 어디를 갈 때는 서두르지 말고 지도를 잘 확인해야한다. 그리고 모르는 길에서는 함부로 지레짐작해서 길을 들어서면 큰일이다. 하여간 그들은 길을 잃은 주제에 커플 염장질을 벌이다가, 그곳에 사는 살인마들의 공격을 받아 하나씩 죽어나간다.


  연애 염장질 하지 마라. 그런 짓하는 놈들이 제일 먼저 죽는다. 이건 중요한 공포 영화의 법칙 중의 하나이다. 역시나 여기서도 그런 법칙이 통용된다. 기존 커플이 두 쌍이나 있는데다가 우연히 동행하게 된 남녀마저 눈이 맞으니, 이건 뭐 죽음 예약이다.


  특히 그 산에 살고 있는 가족은 음, 유전적인지 아니면 사고를 당해서인지 모르지만 기형적으로 생겼다. 그래서 여자는 구경도 못하고 모태 솔로로 죽을 지도 모르는데, 그 앞에서 대놓고 연애질이니……. 물론 그렇다고 커플을 죽이는 게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열등감폭발에 상찌질이들이나 그런 짓을 하는 거다.


  배우들은 미국 드라마에서 낯이 익은 사람들이 많았다. ‘덱스터’에서 나온 남자도 있고, ‘돌 하우스’에 나왔던 여자도 있다. 미국 드라마에서 나왔던 사람들은 가만히 보면 호러 영화에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예전에 ‘슈퍼 내추럴’에서 동생으로 나오는 배우도 그랬었는데.


  영화의 가장 압권은 포스터에도 나와 있지만, 입에 도끼가 찍힌 여자가 나오는 부분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도끼 위아래로 몸이 이등분되어 떨어지는 다음 장면이다. 헐, 이런 표현력이라니!


  사람이 죽는 장면도 그냥 다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도 보여주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숨어있는 사람의 눈동자에 비친 영상을 통해, 잡힌 인물이 토막 나는 장면은 ‘오오!’하고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였다.


  문제는 극 초반에 모든 힌트를 다 준다는 것이다. 오프닝이 시작되면서 신문 기사를 보여주는데, 거기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었다. 범인과 그들이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전부 다. 만약에 오프닝 때 딴 짓을 한 사람이라면 ‘얘들 왜 이래?’할 것이고, 그걸 꼼꼼히 다 본 사람이라면 ‘아, 반전이 없어.’라고 한숨을 쉴 것이다. 그래서 많이 아쉬웠다.


  게다가 내용은 비슷한 류의 다른 영화들, 그러니까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라든지 ‘살인마 가족’ 내지는 ‘힐즈 아이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살인마들이 가족이고 기형이라는 것까지 비슷했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과 공포는 주지 못했다. 2편은 좀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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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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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Murder of Roger Ackroyd (1926년)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이번에는 헤이스팅즈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제임스 셰퍼드라는 마을 의사가 포와로와 함께 다니면서 사건을 기록한다. 그래서 ‘나’라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물론 ‘나’는 의사이다.


  한 여인이 사망한다. 남편을 살해했다고 의심을 받던 여인이었다. 그런데 그녀와 친하게 지내던 애크로이드마저 며칠 후 살해당한다. 죽기 바로 전, 그는 여인이 남긴 고백과도 같은 편지를 받았다. 남편을 살해한 것을 알았다고 협박하는 자에게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의사의 옆집에 신분을 숨기고 호박 재배를 하던 포와로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사실 그가 이 마을에 오게 된 배경에는 애크로이드의 배려가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사람들은 그의 정체를 몰라서, 이발사라고 생각했다. 그런 직업이 아니면 그의 독특한 수염을 기를 수가 없다고! 포와로의 자랑거리 중의 하나인 수염이 그렇게 인식되다니. 그가 모르길 다행이다.


  관련인들의 행적이 모두 다 의심스러운 가운데, 포와로는 뜬금없어 보이는 질문과 행동으로 사람들의 허점을 찌르며 조사를 시작한다. 그의 의붓아들은 행방이 묘연하고, 그의 조카딸은 뭔가 숨기고 있고, 하녀도 수상하고, 친구라는 소령도 이상하고, 집사도 미심쩍고……. 포와로 빼고 다 의심이 간다. 


  의사의 누나인 캐롤라인을 보면서, 크리스티의 또 다른 명탐정 미스 마플이 떠올랐다. 동네에 떠도는 모든 소문들을 다 알고 있으며 참견하기 좋아하는, 상상력도 풍부하고 사람에 대한 관찰력도 좋은 노처녀. 하지만 그녀는 너무 호기심이 많았고 수다스러웠다. 그런 그녀를 바탕으로 미스 마플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좀 더 진중하고 사려 깊은 성격을 더해서 말이다.


  범인의 정체는 그야말로 충격과 경악이다. ‘이건 사기야!’라고 할 수도 있다. 중간에 작가가 힌트를 줬다던데, 난 바보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난 정녕 바보란 말인가. 포와로의 활약에 넋이 나가서 그냥 ‘헤-’하고 읽고만 있으니……. 열성팬은 이래서 문제인 것 같다. 눈에 콩깍지가 씌어 그냥 ‘포와로 좋아~~’하고만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왜 사람이 말하는 대사 부분에 괄호가 있는 걸까?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걸까? 그러면 설명 부분 중간에 들어가는 괄호는 뭘까?


  “나는 박사님이 포와로 씨에게 이미 얘기했을 거라고(설명 말이에요) 생각했어요.……중략……그렇지만 박사님도 모르실 거예요(아무도 몰라요)” -p.164

  두 목소리는(하나는 거칠고 상스러우며, 다른 하나는 애처로운 목소리지만) 음질이 묘하게도 똑같았다. -p.232


  읽으면서 계속 거슬렸다. 내용은 참 좋았는데, 괄호가 글에 집중을 방해했다. 내가 너무 예민하고 까칠한가?


  그나저나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 왜 하필 그 때 그 곳에 포와로가 정체를 숨기고 호박을 길러보겠다고 이사를 왔을까? 그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범인은 살인을 꿈꾸지 않았을 텐데, 아, 어쩌면 포와로를 먼저 죽이겠다고 했으려나? 역시 그는 살인을 몰고 다니는 저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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