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이디 Q.E.D 6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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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Q.E.D.證明終了

  작가 - 카토우 모토히로 (加藤元浩)




  1편은 ‘나의 기억’이고, 2편은 ‘푸른 밀실’이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토마의 여동생이 나온다. 유우라고, 귀가 좋아서 외국어를 쉽게 배우는 소녀다. 영어와 일본어는 기본이고 중국어, 스페인어에 프랑스어까지……. 뭔가 이 집안은 불공평해!


  그녀는 오빠와 달리 일을 저지르고 보는 타입이고, 뭔가 한 가지에 빠지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관되는 생각 때문에 집중력이 약한 편이다. 음, 그래도 신이 있어 한 가지는 부족하게 만들어 주신 건가? 하긴, 토마도 사교적인 면이라든지 일반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긴 하다.


  하여간 유우는 그 한 가지에 빠지면 다른 걸 돌아보지 않는 성격 때문에 사건에 휘말린다. 혼자 시부야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그만 도둑으로 오인받은 것이다. 오빠만은 자신을 믿어줄 거라 생각했지만, 오해가 쌓이면서 이 세상에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절망에 빠진다.


  도대체가 이 남매는 똘똘하긴 한데, 속마음을 털어놓고 나누는 대화가 없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기에 그런 건지. 서로 속으로는 상대방을 생각하고 걱정해주는데, 겉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건, 초코파이를 먹을 때뿐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오지라퍼 가나가 없었으면, 서로에 대한 오해를 가진 상태로 미적지근한 이별을 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아들내미 혼자 일본에 놔두고, 딸내미는 같이 살지만 가끔 내버려두고 외국으로 다니는 얘네 부모님을 만나보고 싶다.


  두 번째 이야기는 스카이다이빙 팀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한 것이다. 일본 제일의 스카이다이빙 팀이 연습 중 한 명이 죽는다. 황당한 것은 등에 지고 있던 낙하산을 벗겨내니 칼이 박혀 있었다는 점이다. 도대체 누가 그의 등에 칼을 박아 넣은 걸까? 그것도 점프 전에는 살아있었는데 말이다. 그러면 하늘에서 누군가 그를 찔렀다는 걸까? 그 엄청나게 높은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설상가상으로 그 팀은 일 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홍일점이었던 팀원의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아 추락사 한 것. 두 사건은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처음에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단편집 ‘화요일 클럽의 살인’에 나오는 트릭을 떠올렸다. 또한 이 책의 1권에 나왔던 범행 수법도 그와 비슷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다. 하긴 1권에 써먹은 방법을 6권에 또 사용하면 좀 그렇긴 할 것이다. 창의력 없이 자기 복제만 한다고 욕을 엄청 먹을 지도.


  토마는 너무도 흔해빠진, 다른 사람은 다 눈치 채는 고전적인 수법으로 가나에게 휘말린다. 그래서 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결국은 목숨을 건 스카이다이빙까지 하게 된다.


  이번 편에서 그가 은근히 대담한 성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세세한 부분까지 다 생각하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놓아도 변수라는 게 생길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그런 내기를 했는지……. 설마 내 계획에 변수 따위는 없다는 마음이었을까?


  토마의 가족에 대해 아주 조금의 힌트를 주고, 가나의 억지를 새삼 깨달았던 6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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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속의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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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eath in the Clouds, 1935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프랑스에서 런던으로 가는 여객기 프로메테우스호에서 한 여인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 독침을 맞아 죽은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의심이 가는 용의자들은 비행기의 승무원들과 탑승객들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독침을 쏘는 대롱이 발견된 좌석은 포와로가 앉았던 곳. 물론 그를 의심하는 경찰이나 사법기관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포와로는 범인을 밝혀내겠다고 결심한다.


  피해자가 유럽에서 이름난 사채업자라는 게 밝혀지면서, 사건은 난관에 빠진다. 돈을 빌려주는 대신, 협박거리를 담보로 받는 그녀의 독특한 사업수단 때문에 앙심을 품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포와로, 참 대단한 사람이다. 승객과 승무원들의 소지품을 보고나서 누가 범인인지 알아버린다. 하지만 범인은 알지만, 동기를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니 사건의 원인을 확실히 알 때까지는 안 알랴줌! 이러면 주위 사람들은 속이 터진다. 그냥 범인을 말해달라고! 제발! 그렇지만 포와로는 단호하다.


  한편 역시나 로맨스가 빠질 리 없는 크리스티의 소설답게, 이번 이야기에서는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제인 그레이가 등장한다. 우연히 산 복권이 당첨되어 휴양지에 들렀던 그녀. 거기서 한 명의 남자를 만나고, 호감을 느낀다. 바로 치과의사인 노먼 게일이다. 불행히도 그는 살인 사건에 연류 되었다는 소문 때문에 예약 손님들이 급격감하고 만다. 제인은 그를 돕기 위해 포와로의 사건 수사에 협력하기로 한다. 그러다 고고학자인 뒤퐁 부자를 만나는데, 아들인 장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인다. 어머나, 양 손에 남자를 하나씩!


  역시 모든 살인의 원인은 이성간의 사랑 아니면 돈이라는데, 이번에도 그러했다. 한 번은 돈 때문에, 또 한 번은 사랑 때문에. 나쁜 놈. 다른 사람을 죽여서 자기가 원하는 걸 얻으려고 하다니. 노력해서 얻을 생각을 해야지……라고 쓰다가 아, 살인 방법을 고안하느라 노력은 했겠구나라는 엉뚱한 상상이 들었다. 이런, 그 좋은 머리와 대담한 배짱을 다른 곳에 써먹을 것이지.


  5분 먼저 가려다가 50년 먼저 간다는 횡단보도 앞의 문구가 꼭 그 때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쉽게 돈 벌려다가 인생 망치는 거다.


  문득 크리스티의 시대엔 무차별 살인이 과연 없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지금까지 읽은 건 거의 사랑과 돈 때문이었고,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건을 아직까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긴 그런 거면 아무리 포와로라도 범인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그냥 길가다가 죽이고 싶다는 생각에 총칼을 휘두르면, 그 사람이 어느 길을 언제 다닐 줄 알고 잡을까?


  음, 그러고 보면 무차별 살인 같은 경우에는 그 살인자의 심리로 소설이 나오는 것 같다. 예전에 읽었는데, 앗! 이런 내 망할 빈약한 기억력! 어떤 책이었는지 생각이 안 난다!


  하여간 이번 책에서 포와로는 사건 해결뿐만 아니라, 커플 매니저의 위엄도 보여준다. 어떻게 그 사람이 이 사람에게 호감을 보이고 마음을 빼앗길 줄 알았는지, 대박이다. 영국판 중매회사 듀오를 차리면 큰 성공을 거두지 않았을까? 혹시 그의 눈에는 범인과 동시에 손가락에 묶인 붉은 실이 보이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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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암송 훈련 2 의견.주장.묘사.설명 240문장 - 스피킹 2차 임계점 돌파를 위한 영어 암송 훈련 2
박광희.캐나다 교사 영낭훈 연구팀 지음 / 사람in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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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의견 · 주장 · 묘사 · 설명 240문장

  저자 - 박광희, 캐나다 교사 영낭훈 연구팀



  책을 다 외운 다음에 감상글을 쓸까라고 생각했지만, 그러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우선 올려본다.


  서문에서 저자는 Trained Speaker, 그러니까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영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보통 영어를 말할 때 대개 상대방이 말하는 영어를 번역해서 한국어로 이해한 다음, 대답을 한국어로 만들고 다시 영어로 영작해서 말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럴 때가 있다. 기본적으로 즉시 대답이 나오는 간단 구문이 아닌 이상은 대답할 때 '음…….'하면서 말이 막히기도 한다. 어쩌면 독해만 잘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 아닐까한다.


  그래서 저자는 다양한 구문을 외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어가 아니라 문장을 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귀가 솔깃한다. 하긴 문장의 형식이 뭔지 머리로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계속 입에 익숙해지도록 연습하다보면 그냥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익숙해지면 응용도 가능해서, 다양한 표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역시 공부의 왕도는 암기인가.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우선 요일별로 나누어져있고, 첫 페이지는 warm-up이다. 그 날 공부할 가장 기본적인 어구를 학습한다. 


  뒷장을 넘기면, '눈암기훈련'이라고 하여 문장이 의미별로 구분되어 있다. 직독직해를 연습할 때, 끊어 읽기 연습을 하던 것과 비슷하다.




  그 다음은 '입암송훈련'으로, 강세와 올려 읽기 그리고 내려 읽기 표시에 따라, 앞에서 끊어 읽었던 것을 기본으로 하여 계속해서 입으로 연습하라고 한다. 그냥 계속 읽다보면 입에 붙는 걸 느낄 수 있다.


  악센트를 어디에 두어야 할 지 표시가 되어 있으니까, 그냥하기 심심하면 목소리를 바꿔가면서 연기를 해도 재미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탐정이 추리하듯이 심각한 어조로 하기도 하고, 위험에 처한 사람처럼 급하고 빠른 톤으로 읽어도 재미있다.


  이러고 혼자 있으니까, 방밖에서 어머니가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신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해보자. 아니면 모두가 다 잠든 밤에 하든지. 여름밤에 창문을 다 열어놓고 할 때는 목소리를 작게 하는 건 팁이다.


  마지막 페이지는 '손확인훈련'으로 외운 것을 써보는 단계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입으로 대충 읽어서 익숙해진 것 같았는데, 막상 써보려니 헷갈렸다. 결국 더 연습을 해야 했다. 대충 하면 여기서 막혀버리니까, 확실히 해놓아야 한다.


  다행히도 이 책에는 CD가 있어서 외울 때 심심하지 않았다. MP파일만 들으면서 공부할 수도 있고, 플래시 카드를 보면서 할 수도 있다. 난 플래시 카드 보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MP파일을 들으면서 했는데, 꽤 좋았다.


  다만 자꾸 안 써먹으면 까먹으니까,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연습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조금씩 까먹어버린다. 공부란 진짜 끝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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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버리니? 나는 만들어! - 지구를 살리는 미션! 재활용하기
이정현 지음 / 현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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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지구를 살리는 미션! 재활용하기

  저자 - 이정현



  조카 방학 만들기 숙제 때문에 이벤트에 응모한 책인데, 나중에 물어보니까 그런 숙제가 없단다. 대신 수학 문제집 한 권 풀어오기와 독서록 적어오기, 견학 갔다 오기, 마지막으로 일기만 있단다. 그래서 ‘고모는 네 숙제 있을 줄 알고 이 책 신청했는데…….’라고 하자, 당장에 책을 가져가더니 진짜 같이 만들어줄 거냐고 물어본다. 이 조카님이 속아만 살아오셨나…….


  아, 맞다. 채소 없다고 해놓고 채소 잔뜩 넣은 주먹밥이나 오므라이스 만들어서 먹이기도 하고, 애니팡 시켜준다고 했다가 카톡한다고 안 시켜주고 그랬구나. 조카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내 자신을 자책하고 반성해본다.


  책을 다 본 조카가 같이 만들자고 고른 것은 ‘헌 장갑 자석 만들기’였다. 아니 골라도 참……. 이 한여름에 겨울옷 상자를 다시 꺼내라는 말인가! 하지만 애초에 약속을 그렇게 했기에 알았다고 했다. 버릴까 말까 하다가 혹시나 하고 넣어둔 장갑과 이젠 쓰지 않는 목도리를 꺼냈다.






  책은 준비물부터 만드는 방법이 아주 자세하게 사진으로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그걸 보고 똑같이만 하면 된다. 다만 손재주라는 게 사람마다 달라서 결과물이 똑같으리란 보장이 없다.





  원래 눈코입은 실로 바느질을 해야 하는데, 자긴 못한다고 사인펜으로 그려보겠단다. 꼭 책에 나온 걸 그대로 할 필요는 없다고, 자기는 애니메이션 ‘라바’에 나오는 벌레들을 그려보겠다고 자신만만하게 나섰다. 그러다가 사인펜이 손에 다 묻고 난리도 아니었다.





  자석 때문인지 여기저기 잘 달라붙는다. 자기 얼굴은 이제 나오는 게 싫다고 저렇게 들어올렸다. 사춘기인가보다. 아니면 어디서 초상권에 대해 들었나? 그나저나 고모가 손재주라고는 꽝인데, 조카님도 비슷하다. 아니 왜 하필이면 그런 걸 닮냐…….





  책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로 이것저것 금방 만들 수 있게 구성되어있다. 만드는 시간이 길어도 삼십분을 넘지 않는다. 조카랑 같이 만들면서 학교나 친구 같은 이것저것 얘기도 하고, 뿌듯함도 느끼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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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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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

  저자 - 한승태



  르포르타주 - 사건이나 인물을 탐방하여 현장감을 살리며 제작하는 보고 형식 프로그램. ‘르포’로 줄여 쓰기도 하는데, 어떤 사회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보도가 아니라 보고자(reporter)가 자신의 식견(識見)을 배경으로 하여 심층취재하고, 대상과 관련된 뉴스나 에피소드를 포함시켜 종합적인 기사로 완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의 부제와 위에 검색한 용어의 뜻을 보는 순간, 앞으로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상상할 수 있었다. 막연하게나마 존재할 것이라 생각은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았던, 그리고 어쩌다가 살짝 실상을 엿보게 되었을 때는 애써 외면하고 모른척하고 싶었던 그런 일들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내 예상은 비슷하게 맞아떨어졌다. 저자가 겪은 일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저자는 여섯 개의 일을 했던 경험을 풀어내고 있다. 꽃게잡이, 편의점과 주유소, 돼지 농장, 비닐하우스 그리고 자동차 부품 공장.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또 하고 있다. 어차피 이 사회라는 것이 나 혼자 자급자족하면서 살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나도 무형이건 유형이건 뭔가를 생산하고, 누군가 그런 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나 역시 누군가가 만들어낸 뭔가를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고 말이다.


  서로 공존하고 공생하면서 살아가는데 사회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공존공생을 하는데, 모든 일이 정당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일한만큼 대가를 받는 게 당연한 사회지만, 정작 제대로 챙기는 사람은 없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정당하고 공정한 일일 수도 있다.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고용주도 나름의 사정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나에겐, 고용주들의 그런 행태가 정당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꽃게잡이는 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열악한 작업 환경 아래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편의점과 주유소는 서비스업을 상대하는 사람들의 특권의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특히 주유소 쓰레기통을 자기 집 전용 쓰레기장으로 아는 무개념 고객들의 진상 짓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돼지 농장과 자동차 부품 공장은 외국인 노동자를 우리가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 설명한다. 그와 동시에 권위주의에 집착하는 간부들의 이중적인 태도도 곁들였다.


  비닐하우스는 그나마 고용주가 다른 일자리에 비해 양심은 있어보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책의 주인공은 처음에는 어리바리한 청년이었다. 세상물정을 모른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사회를 풍자하는 자조적인 비아냥거림도 날릴 줄 알고,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반항도 해본다.


  주유소에서 집안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고객에게 반격을 날린 것은 한편으로는 속이 후련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영 껄끄러우면서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맛있는 빵을 먹었는데, 그 안에 벌레 반쪽이 들어있는 걸 발견한 기분이었다. 아무 것도 잃을 게 없는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꾹 참고 일할 수 없는 것이다.


  막말로 저자는 그딴 식으로 행동을 하고 그곳을 그만두면 땡이다. 하지만 사장은? 비록 일은 힘들고 대우는 형편없고 진상 고객이 줄지어 있더라도, 사장은 그게 그의 유일한 밥줄이었다. 다른 직원들은 또 어떻고? 그가 저지른 일 뒷수습을 하기위해 얼마나 머리를 조아려야했을까?


  어쩌면 사장이나 직원들과 사이가 좋았다면, 주인공이 그런 식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한 그에게 그곳이 유일한 밥줄이 아니었으니 그랬을 수도 있다. 어차피 그런 직장을 택한 이유는 따로 있으니까, 목메고 일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남이 날 배려해주지 않는데, 내가 굳이 그런 남까지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착하고 선한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요즘은 사람이 선량하고 기본을 지키려고 하면 호구로 보는 세상이니까. 하지만 내가 싫다고 남의 밥그릇에 재를 뿌리는 짓은 안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기 배가 부르면 종의 배고픔을 살피지 않는다(我腹旣飽 不察奴飢)는 말도 생각났다.


  사람은 대개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자기 편의를 위한 쪽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내가 겪어보지 못하거나 들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없는 일로 여기거나 외면하려고 한다. 누군가 앞에 나서서 어떤 일에 대해 부당함을 역설하면 동조하지만, 곧 잊어버린다. 자기 자신에게 닥친 일이 아니니까.


  고백하자면 나도 그러하다. 가능하면 대세를 따라서, 유일한 밥줄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동하고 판단한다. 그렇기에 그런 사람을 비난할 수도 없다. 나도 남보다 내가 더 소중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남을 짓밟고, 남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을 정도로 우위에 있거나 중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 권리도 중요하고 남의 권리도 중요하다. 내 목숨이 중요하면 남의 목숨도 중요하고 말이다.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목숨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 책의 제목은 ‘인간의 조건’이다. 인간의 조건이 뭐가 있겠는가.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인간이지. 저자는 어쩌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간답게 살 조건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왜 그들이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 다른 표현으로는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면서 살아야 할까? 음, 그런데 저 표현은 좀 이상하다. 인간 이하의 대접이라니, 그럼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데 기본 원칙이 있단 말인가? 그러면 그런 인간의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그 순간부터 인간이 아니게 되는 걸까? 그러면 인간은 뭘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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