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식당 1 수학식당 1
김희남 지음, 김진화 그림 / 명왕성은자유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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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김희남

  그림 - 김진화

 

  표지를 보면 어지럽게 여러 가지 그림과 글자가 적혀있다. ‘피타골 피타골 주문을 외워라’라는 글자가 적힌 원은 빙글빙글 돌고, 그 주위에 하얀 강아지 한 마리와 노란 수염이 인상적인 셰프가 보인다. 그리고 변형되어 마치 뱀처럼 보이는 ‘술술’이라는 글자와 ‘open’이라 적힌 간판과 여러 가지 수학 기호들까지.

 

  수학은 어렵고 복잡하다는 걸 형상화시킨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장을 넘기면, 마을의 풍경이 보인다. 왼쪽 위쪽에 수학 식당의 ‘신장개업’이라는 플랜카드가 나부끼고 있다. 그 다음 장은 셰프와 조수 당케의 간단한 소개글.

 

  그리고 다음으로 이 식당의 5가지 요리가 적힌 메뉴판이 보인다. 식당이기에 목차라고 하지 않고, 메뉴라고 한 점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요리는 ‘사각사각샌드위치’, ‘막대어묵조랭이떡볶이’, ‘별나별나초콜릿’, ‘폭폭사르르카스첼라’ 그리고 ‘쌍둥이스테이크’이다. 아! 후식으로 ‘몰라몰라주스’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얼굴이 사각턱이라 슬픈 손님과 사각형의 정의에 대해 공부한다. 당케와 손님의 대화가 주를 이루고, 셰프는 요리와 함께 정리를 해준다. 사각턱이라 슬픈 손님의 애환이 남 일 같지 않아서 마음이 아팠다.

 

  두 번째 이야기는 숫자의 자릿값을 몰라서 이사한 집을 못 찾는 어린 손님의 이야기. 거기에 덧붙여 길을 잃어 헤매다가 셰프의 눈에 띈, 몸에 난 다섯 개의 별 때문에 수학 식당 ‘비수레’의 후계자로 지목이 된 당케의 과거가 살짝 드러난다. 자릿값을 잘못 읽으면 큰일이긴 하다. 특히 은행에서 그러면…….

 

  세 번째 이야기는 손가락이 열 개뿐이라서 두 자리 수 덧셈을 못 해 슬픈 꼬마 아가씨를 위한 초콜릿 상자를 이용한 두 자리 덧셈 방법을 공부한다. 예전에 발가락까지 동원해서 더하기 하는 애를 본 적이 있다. 그 애가 이 책에 나온 방법을 알았다면, 계산을 하겠다고 양말을 벗어 던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많이 컸을 텐데, 그 애는 뭐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네 번째 이야기는 카스텔라를 만들면서 셰프가 당케에게 여러 가지 덧셈과 뺄셈 식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조카 수학책을 보면서 놀란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예전에는 그냥 더하라고 했는데, 요즘은 창의력을 발휘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풀도록 유도한다. 세상에나, 내가 초등학교 3학년 수학 문제에서 고민하게 될 줄을 몰랐다. 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 줄 알면, 다른 부분에서도 여러 가지 시각을 기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방침이라고 본다. 집에서 가르쳐주는 사람들이 힘들어서 그렇지.

 

  마지막 다섯 번째는 뭐든지 똑같이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쌍둥이 형제와 길이 재기에 대해 배운다. 그리고 눈의 착시 현상에 대해서도 살짝 다루고.

 

 

 

  그런데 후식인 주스는 수학 식당에서 만든 게 아니다. 셰프와 동창이었던, 하지만 후계자로 지명되지 못하자 수학 식당을 무너뜨리겠다고 결심한 봉팔이 만든 ‘학수 식당’의 것이다. 문제는 봉팔은 수학을 엉망진창으로kfj r 만들어서 세상을 어지럽히겠다는 야망을 품은 자라는 것이다. 주스를 마시면 수학 문제가 술술 풀리긴 하지만, 하나도 맞는 게 없다.

 

  그런데 그 사실을 모르는 마을 아이들이 몰라몰라 주스를 마시면서 사건이 일어난다. 모두들 수학을 싫어하게 된 것. 과연 셰프는 봉팔의 음모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인가! 당케는 셰프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고, 무사히 수학 식당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궁금증을 잔뜩 안겨주고 1권이 끝이 난다. 각 챕터 뒤에는 간단한 요리법과 ‘비밀 수학 레시피’가 들어있다. 요리법은 말 그대로 메뉴에 있는 요리법이 적힌 것이고, ‘비밀 수학 레시피’는 각 메뉴에서 배운 수학 원리를 다시 한 번 정리해놓은 것이다. 그걸 보면서, 이야기로 읽었던 것을 공식화하고 머릿속에 요약하면서 이해할 수 있다.

 

 

 

  처음에는 수학이라고 관심을 보이다가 이야기라는 점에 흥미가 반감되었던 조카가 책을 읽더니 슬그머니 다가와 속삭였다. “고모, 이거 2권은 어디 있어?” 아직 안 나왔다니까, 다시 속삭이는 말. “2권 나오면 제일 먼저 사줘. 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꼭.”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조카가 2권을 찾을 정도니, 꽤 재미있는 건 틀림없다. 고모는 모든 책이 다 재미있는데, 넌 왜 날 안 닮았니? 식성만 비슷한 조카야.

 

  그런데 이 책은 음, 수학 방식이 초등학교 1,2학년 것과 3,4학년 것이 뒤섞여 나온다. 한자리 수 덧셈 뺄셈 식 바꾸기는 1,2학년에서 다루지만, 자릿값이나 도형은 2학년인가 3학년에서 나온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글의 문장은 1학년에게는 좀 어렵다. 2,3학년에게 적당한 글이지만, 수학 문제는 그들에게는 좀 쉬운 편이다. 그런 부분이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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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이집트 비밀스러운 피라미드
로베르토 자코보 지음, 음경훈 옮김, 이해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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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로베르토 자코보

  그림 - 이해정

 

  이 글의 저자인 로베르토 자코보에 대해 조사해보면,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텔레비전,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방송 작가로 일하고 있다. 특히 2003년부터 세계의 역사와 신비, 고고학을 다룬 시리즈 프로그램의 작가이자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나온다. 책 후반에 피라미드 앞에서 고고학자와 토론 방송을 하기 전에 찍은 사진들이 설명과 함께 실려 있다.

 

  미스터리나 비밀, 이집트 피라미드 그리고 신화 같은 것은 내 취향이다. 그래서 조카에게도 그런 류의 책을 골라주곤 하는데, 막내 조카는 영 아닌가보다. 큰 조카나 둘째 조카는 어느 정도 좋아하는 장르가 맞아떨어지는 것이 있어서 재미있었는데, 막내인 얘는 그런 재미가 하나도 없다. 사실 얘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읽겠지.’라는 일념으로 이것저것 읽히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은 딱 내 취향이라서 골라보았다. 고대 이집트 신화에서부터 시작해 현대까지의 긴 역사를 간략한 설명과 풍부한 사진과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취재 수첩’이라 하여 좀 더 심층 있게 다루고 싶은 주제를 다양한 그림과 유물 사진과 설명을 곁들였다.

 

 

 

  예를 들면 이집트의 여러 신들에 대해 알려주거나, 교통수단에 대해 얘기하기도 한다. 제일 신기했던 것은, 취재 수첩은 아니었지만 이집트 상형 문자표가 실려 있다는 점이었다.

 

  그뿐 아니라, 정설로 인정받지 못한 여러 가지 가설까지 함께 다루고 있어서 흥미를 돋우기도 한다. 예를 들면 피라미드의 제작에 대한 외계인 설이나 에드가 케이시의 예언 등등의 이야기를 짧게나마 등장시킨다. 또한 하트셉수트와 세넨무트의 비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보통 역사책보다는 미스터리 모음집에서나 다룰 법한 얘기들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골고루 다 알려주고 있다.

 

 

  아이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도록 도와주려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언제나 정해진 대로 되는 경우는 없으니 말이다. 또한 과거의 일을 우리는 알 수 없기에,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그러니 지금은 정설이라 일컬어지는 이론도, 나중에 어떤 유물이 발견 되냐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에게 한 가지 생각만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알려주는 것.

 

  ‘껴묻거리’라는 단어를 이 책에서 처음 보았다. 학교에서는 부장품이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신기한 어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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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말에는 스토리가 있다 -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최고의 설득 전략
이서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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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부제 -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최고의 설득 전략

  작가 - 이서영

 

  편하고 쉽게 책장이 넘어갔다. 하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은 가볍지도 쉽지도 않았다. 이상하다. 쉽게 책장이 넘어가는 책들은 대개 금방금방 읽는 가벼운 내용이 많았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달랐다. 다소 진지하고 무거울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눈에 쏙쏙 들어왔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아, 이게 바로 저자가 계속 얘기한 스토리텔링 기법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듣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을 집중하게 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만드는 기술.

 

  생각해보면 똑같은 얘기를 하지만, 귀에 쏙쏙 들어오고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지루하고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라서 헤매는 사람이 있다. 전자와 같은 사람 주위에는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들으려고 주위가 북적대고, 후자와 같은 경우에는 ‘넌 되도록 말하지 마라, 듣는 사람 속 터지니까.’라고 권유를 빙자한 상처받는 말을 듣게 된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말 잘하는 법을 타고난 사람도 있겠지만, 아닌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는지, 총 네 개의 파트로 나누어 알려주고 있다.

 

  Part Ⅰ 기억에 남는 ‘스토리’는 따로 있다

  Part Ⅱ 상대를 매혹하는 설득 커뮤니케이션

  Part Ⅲ 설득력을 높이는 ‘스토리텔링 스피치’

  Part Ⅳ 매력 지수를 높이면 설득력도 높아진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지 말하고 있다. 저자가 꼽은 것은 진정성이었다. 자기의 경험을 녹여낸, 마음을 담은 이야기. 그리고 적절한 구조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비유까지.

 

  두 번째 파트에서는 어떻게 하면 상대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하거나 내가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 말하고 있다. 진심을 담아서,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상대의 욕구를 자극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긍정적인 태도로 상대하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저자는 프레젠테이션의 예과 다양한 활용 기법을 다루고 있다.

 

  세 번째 파트는 직접적으로 상대와 대화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하고 있다. 특히 유머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적절한 제스처와 수사법, 집중력을 높이는 기술 등등. 하지만 무엇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 네 번째 파트는 외적인 면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얼굴이 잘생기고 예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태도나 복장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음, 이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면접 등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좋은 팁 같다.

 

  읽으면서 공감이 가서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이 많았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을 자주 접하는 직업의 특성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똑같은 말을 해도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누구에게는 칭찬으로 들리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비아냥거림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또 상대방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 텐데, 내가 잘못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고.

 

  결론은 상대방을 얼마나 배려하고 마음을 담았는가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도 그걸 강조하고 있다.

 

  말을 잘하면 사기꾼 기질이 있다고 장난스레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영업을 잘하는 체질이라고도 하고. 그런데 꼭 누군가를 홀리기기 위해 말을 잘 해야 할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다른 이들과 같이 사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법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본인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알리고, 남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오해가 줄어들고 다툼이 적어질 것이다.

 

  단순히 면접을 잘 보기 위해, 발표를 잘해서 점수를 잘 따기 위해, 영업을 잘 하기 위해, 글을 잘 쓰기 위해 이 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타인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라도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만 읽는다고 갑자기 실력이 늘지는 않는다. 책을 읽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상대를 파악하고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철저한 연습과 준비가 필요하고, 다른 이를 배려하고 진심을 보인다는 건 마음의 문제이다. 사람을 마음으로 대한다는 건, 상대를 나와 똑같은 인간으로 본다는 말이다. 그리고 연습과 준비를 한다는 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러니 빨리 빨리 조급증에 걸린 현대인은 잊기 쉬운 항목이다.

 

  준비와 마음. 이건 어느 시대에나 상대를 대할 때 통용이 되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단어는 아닐까? 이 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서 그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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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림 오브 더 밴쉬
알렉스 오웰 감독, 르네 코크란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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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cream Of The Banshee

  감독 - 스티븐 C. 밀러

  출연 - 로렌 홀리, 마르셀 배어, 에릭 F. 아담스, 르네 코크란

 

 

  애프터 다크 호러 페스트 출품작

 

 

  영화의 도입부는 진짜 멋졌다. 때는 12세기. 빨간 망토를 휘날리며 백마를 타고 도망가는 금발 여자와 그녀를 쫓는 갑옷을 입은 기사들. 뜻밖에도 그녀의 전투력은 뛰어나서 기사들과 막상막하의 대결을 벌였다. 하지만 한 남자가 던진 상자에 그녀는 봉인되고 만다. 여기까지는 진짜 멋졌다.

 

 

  그런데 현대로 돌아와서, 유물을 복원하는 대학 연구팀이 우연히 학교의 숨겨진 벽 너머에서 그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을 여니, 그 안에는 미라 화된 흉측한 머리가 하나 들어 있었다. 그런데 엄청난 비명과 함께 그 머리는 터진다. 연구팀과 건물을 지키던 경비는 괴성 때문에 귀에서 피가 줄줄 흐를 정도. 이후 그들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 자리에 있던 연구원들이 하나둘씩 헛것을 보고 죽어가기 시작한 것. 남은 사람들은 그 머리의 정체를 밝히고, 누가 왜 그것을 학교에 숨겼는지, 살아날 방법은 있는지 찾기 시작한다.

 

 

  영국 쪽에 ‘밴쉬’라는 여자 귀신이 있다고 한다. 그녀가 울면 꼭 죽는 사람이 생긴다는 괴담의 주인공이다. 이 영화도 그 점에서 착안했나보다. 다른 점은 여기의 밴쉬는 우는 게 아니라 비명을 질렀고, 자신이 직접 사람을 죽이고 다녔다는 것이다.

 

 

  유물 복원 팀이 나오기에, 소피 마르소가 나왔던 박물관의 이집트 미라 귀신 영화가 떠올랐다. 제목이 뭐더라. 아! ‘벨파고’ 그런데 그건 아니었다. 아쉽게도.

 

 

  영화는 도입부를 지나면서, 조금 느슨해진다.

 

 

  아니, 유물 복원한다는 사람이 골동품 건틀릿을 끼고 장난을 치면 될까? 아무리 엄마가 팀장이라지만 건물 벽을 뚫어놓고 ‘나 갈래.’라고 튀면, 뒷정리는 누가 하고? 게다가 뭐가 있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열고 본다? 안에서 뭐가 나올 줄 알고? 그리고 그런 경우라면 대비를 제대로 해야 하는 게 아닌가? 게다가 궁금한 것은 인터넷 검색을 한다. 대학 연구팀이면, 고서적을 조사하고 막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몇 백 년 전 기록이라면 고문서를 봐야지, 왜 구글을 찾는 건지. 도대체 컴퓨터에 올라와있는 모든 기록이 100% 맞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다고.

 

 

  그런 소소한 것들이 쌓이면서, 진짜 얘들이 직업에 대한 사명 의식이 있는 프로 유물 복원가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괜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전문가랍시고 일만 벌이는 부류의 인간들이 아닐까 하는 불신도 생겼다. 그리고 사건의 전개나 마무리까지 제대로 하지 못할 거라는 예측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옛 속담이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영화는 결국 ‘이건 아닌데…….’라고 중얼거리면서 눈살을 찌푸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아, 이런 갑작스런 전개라니. 이건 마치 처음 만난 소개팅 자리에서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라는 뜬금없는 제의를 받은 당혹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 대개 이렇게 생각한다. 그런 짓 하려고 소개팅 나왔냐? 미친…….

 

 

  그리고 무엇보다 밴쉬가 하나도 안 예뻤다. 영화 ‘크립쇼’에 나온 해골처럼 생겨서, 마음이 아팠다. 아마 악령이라고 해도 800년의 세월은 이길 수 없다보다. 사람을 죽이면서 조금씩 과거의 미모를 찾아가는 설정도 괜찮았을 텐데. 아, 나도 외모 지상주의에 빠진 인간이란 말인가. 슬프다. 자기도 안 예쁜 주제에 귀신 못생겼다고 타박이나 하고 있고. 반성하자.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전직 교수로 나온 남자를 보고 애인님이 ‘헉!’하고 놀랬다. 애인님이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 ‘밀레니엄’의 주인공이자,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에서 인조인간으로 나왔던 그 배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분도 시간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었는지, 많이 변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긴가민가했었다. 거기다 주인공으로 나온 여배우는 미국 드라마 ‘NCIS’에서 사람 속 터지게 했던 국장님으로 나왔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속 터지게 만들었다. 이 배우는 사람 속 터지게 만드는 역할을 확실히 잘 소화하는 가보다.

 

 

  그 두 사람을 본 반가움과 놀라움. 그리고 밴쉬의 빨간 망토가 참 예뻐서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고 싶었다는 것만 빼면 그저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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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5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5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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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Vanish

  작가 - 테스 게리첸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5권


  그러니까 리졸리와 아일스 시리즈를 처음 접한 게 이 책이었다. 무슨 기념일이었는지 모르지만, 애인님이 선물로 주셨다. 붉은 천으로 얼굴을 덮은 여인이 있는 표지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책을 빌려 읽은 오라버니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고 이 시리즈를 1권부터 4권까지 다 사서 먼저 읽고, 주셨다.


  지난 편인 ‘바디 더블’에서 임신과 결혼을 동시에 치른 리졸리. 이번에는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 만삭의 임산부이다. 그리고 아일스는 여전히 죽은 자들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 글은 두 가지 시점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과거와 현재이다. 밀라가 떠올리는 과거의 일과 현재 리졸리, 그녀의 남편인 딘 그리고 아일스가 겪는 일이 교차된다. 처음에는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둘은 하나가 되어 모습을 드러낸다.


직장을 알선해준다는 말에 동유럽에서 미국으로 온 밀라. 하지만 그녀와 친구의 아메리칸 드림은 도착하자마자 산산조각이 난다. 가정부나 베이비시터로 일할 줄 알았지만, 그녀가 끌려간 곳은 이른바 매음굴. 하지만 사건이 생기면서, 그녀는 올레나와 목숨을 건 도주를 하게 된다.


  냉동고에서 검시를 기다리던 여자가 의식을 되찾는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아일스의 재빠른 조치덕분에 그녀는 병원으로 옮겨진다. 공교롭게도 리졸리도 출산을 위해 그곳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정신을 차린 여자가 경비원의 총을 빼앗고, 병원에서 농성을 벌인다. 검사를 기다리던 리졸리는 인질이 되고 만다. 게다가 경비원인 줄 알았던 남자는 진짜가 아니었다.


  급기야 사건은 점점 이상하게 꼬여만 간다. 난데없이 고위층이 간섭하기 시작한 것. 도대체 밀라와 올레나 그리고 그녀들을 도와준 조를 죽이려는 사람들은 누굴까? 그리고 왜?


  아, 이번 편은 진짜 읽으면서 화가 났다. 자신들의 쾌락을 위해 젊은 여자들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인간들에게 화가 났고, 사람을 상품처럼 사고파는 것들에게 화가 났으며, 자기들의 사회적 지위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놈들 때문에 화가 났다. 그리고 돈을 위해 같은 동지였던 사람을 팔아넘기는 존재에게 화가 났다. 아, 진짜 그 인간이 그럴 줄은 몰랐다. 나쁜 새끼!


  리졸리의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더니, 태어나서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잘 커야 할 텐데 말이다.


  아일스는 여전히 빠른 상황 파악과 판단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그녀는 음, 남자 보는 눈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녀가 마음에 두거나 작업을 거는 남자들은 거의 사건과 연관이 되어 있으니까. 제발 아일스에게 괜찮은 남자 하나 구해주길 작가에게 편지라도 보내고 싶다.


  사람을 속여서 인생을 망치는 일이 미국에만 국한된 일이 아닐 것이다. 이 나라에서도 분명히 어디선가 매일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이 땅 어느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몸을 파는 여성이, 학대받는 어린 소녀가, 신음도 못 내고 죽어가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자신의 지위와 돈과 권력을 이용해 누군가를 짓밟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 세상은 얼마나 비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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