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퍼
스튜어트 헨들러 감독, 사라 웨인 칼리스 외 출연 / 버즈픽쳐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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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Whisper, 2007

  감독 - 스튜어트 헨들러

  출연 - 조쉬 할로웨이, 사라 웨인 칼리즈, 블레이크 우드러프, 마이클 루커

 

 

 

 

 

  생일날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떨어진 데이빗. 집이 부자라서 초대 손님은 많지만, 그는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를 띄우기위해 초대한 산타클로스에게 납치를 당한다. 소년을 납치한 사람들 중에는 새 출발을 위한 식당 개업기념을 마련하기 위해 가담한 커플인 맥스와 록산느가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들에게 데이빗의 유괴를 지시한 자가 조건을 바꾼다. 소년을 죽이라는 것이다. 납치범들은 의견이 맞지 않아 우왕좌왕하고, 그 와중에 데이빗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그들을 하나둘씩 처리하는데…….

 

  문득 귓가에 끊임없이 뭔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무척이나 괴로울 것 같다. 게다가 그 소리가 말하는 것이 진실로 보인다면? 그러니까 환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어떨까? 영화에서 납치범들은 그 속삭임과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서로를 의심하고 급기야 서로 죽이려고까지 한다. 납치당하는 와중에 자신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에게도 꼼꼼하게 저주를 내리는 데이빗의 능력은 대단하다. 거기다 그가 벽에 그리는 그림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면, 저절로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우선 광고 포스터였다. 호러 스릴러의 묘미는 숨기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포스터에서 모든 것을 보여준다. 카피를 보자. ‘<오멘><오펀>의 뒤를 잇는 초자연적 공포스릴러!’ 예시로 든 영화는 두 편 다 어린아이가 주연이다. 하지만 어린아이 영화다운 상큼발랄코믹한 내용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멘 The Omen, 1976’같은 경우에는 적그리스도로 태어난 꼬마가 주인공이고 ‘오펀 The Omen, 2006’은 자신이 바라는 가족을 얻기 위해 무자비한 면을 보이는 아이가 등장한다. 고의적이건 의도적이건 간에, 아이를 중심으로 어른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는 내용이다. 그 뒤를 잇는다고 했으니, 영화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예측이 가능하다.

 

  게다가 포스터 중간에 어린 소년이 혼자 피가 흐르는 하얀 눈 쌓인 숲에 앉아있다. 그걸 보니 짐작이 간다. 아, 쟤 때문에 사람들은 물론이고 동물들도 죽어가겠구나. 그리고 하단의 카피. ‘악마의 실체가 밝혀진다!’ 아놔 진짜, 이건 뭐 대놓고 광고가 스포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나오는 호러 영화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캐스팅은 오리지널 '오멘 The Omen , 1976'의 데미안이다. 리메이크 '오멘'이나 '오펀'의 아이들과 달리 곱슬머리가 미소가 귀여운 꼬마였다. 그러니 아무도 그를 의심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에 그의 정체가 밝혀질 때, 설마 했던 것이 사실로 밝혀졌을 때, '우와!'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두 영화의 주연을 맡은 꼬맹이들은 다들 음침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내는지 모르겠다. 보자마자 ‘난 남들과 달라.’라는 포스를 풍기고 있다. 그래서 그런 애들이 연쇄 살인을 저지르거나 흑마술이나 부두 주술을 쓸 줄 안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러니 아이들 주위의 사람이 죽어나가도 별로 놀랍지 않다. 긴장감이나 공포심 같은 걸 느낄 건덕지가 없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데이빗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그러니 생일파티에서 그와 같이 노는 아이가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마 걔네 집이 부자이고 엄마가 사장이라서 어쩔 수 없이 참석한 모양이다. 아, 진짜 상큼발랄한 꼬맹이가 환하게 웃으면서 악마로 자각하는 영화를 보고 싶다. 그러면 아마 데이빗이 록산느에게 자신이 천사라고 말했을 때, 더 그럴듯하게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아쉽기만 하다. 좀 더 어린아이다운 면을 부각시켰다면, 그의 어두운 면과 대비되어 더 오싹하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러면 영화의 흐름도 덜 지루했을지도 모르겠다. 소년의 납치를 주도한 범인의 정체는 진짜 멋진 반전이었다. 그걸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더더더더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철철 넘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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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하우스 다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제이미 폭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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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White House Down, 2013

  감독 -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 채닝 테이텀, 제이미 폭스, 매기 질렌할, 제임스 우즈

 

 

 

 

  제목이 솔직하게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 미국 백악관이 무너지는 내용이다. 하지만 한국처럼 부실공사 때문이 아니고, 공격을 받아서 그렇게 된다.

 

  영화는 꽤나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우선 대통령 경호원에 지원했지만 과거의 불성실한 행동에 퇴짜를 맞은 딸 바보 주인공 존. 화장실에 간 딸을 찾으러갔다가 엉겁결에 테러범의 표적이 된 대통령을 보호하게 된다. 그래도 그의 목표는 딸 구출. 백악관과 대통령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것이 없는, 정치적인 감각도 있는 그의 어린 딸 에밀리. 특히 그녀는 인질로 잡힌 상황에서도 몰래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테러범들의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해, 상황 파악에 큰 도움을 준다. 유머감각이 있고 꽤나 보좌관들과 친근하게 지내는 대통령. 중동 국가들과 평화 협정을 맺으려 한다. 하지만 그의 정책은 중동 지역의 전투에서 가족을 잃은 사람들과 무기를 팔아먹으려는 군수업체들의 반발을 산다. 이번 백악관 테러 역시 그런 상황과 맞물려있다. 그리고 테러를 지휘하는, 조국을 배신해야하는 갈등과 가족을 잃은 아픔을 적절하게 드러내는 한 남자.

 

  두 시간 동안 백악관의 여러 건물들이 펑펑 터진다. 중앙, 이스트 윙, 웨스트 윙, 농구대, 외벽, 수영장 등등. 멀쩡한 건물을 찾는 게 더 빠르겠다. 오죽했으면 ‘참 꼼꼼하게도 부순다. 감독이 백악관에 감정이 있나봐’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게다가 도망 다니면서도 쉴 새 없이 떠드는 대통령과 주인공덕분에 심심할 틈이 없다. 어떨 때는 너무 장난스럽게 대화를 해서, 이 사람들이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알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혹시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일부러 감독이 의도한 것이라면 음……. 대통령이 자기 발목을 잡는 테러범에게 내 한정판 조던 신발 건드리지 말라고 하는 게 웃기다고 생각하는 걸까? 하긴 주인공은 진지진지 열매를 먹은 사람인 것 같으니, 누구 한 사람은 개그감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테러범들의 목표가 된 대통령이라니……. 모든 각료들은 그를 구출하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가족들은 그의 생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울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는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으면…….

 

  감독의 전작 중에 ‘인디펜던스 데이 Independence Day, 1996’가 있다. 거기서 대통령이 감동적인 연설을 하고 비행기를 몰고 UFO를 공격한다. 이 영화에서는 대통령이 총을 쏜다. 그것도 그냥 총이 아니라, 손에 들고 쏘는 로켓이다. 군미필이라는 설정답게 쏘고 나서 차에서 떨어뜨리긴 하지만, 테러범에게 반격을 가하긴 한다. 그런데 군미필이라면서 어떻게 로켓을 조립했는지는 의문이다.

 

  영화는 여러 가지를 비판하고 있다. 특종을 위해서라면 취재원을 보호하지 않는 언론,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목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집단, 적의 적은 동지가 되는 냉혹한 현실 등등.

 

  특히 인상적인 것은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다면서 설치한 수많은 미사일과 핵폭탄이 역으로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상황이었다. 컴퓨터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친 천재 하나가 해킹에 성공하면 그 많은 미사일들을 눈뜨고 빼앗기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런 것을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게 더 낫다는 걸 알려주려는 것 같다.

 

  그나저나 거의 마지막 장면에 백악관 공습을 하려는 전투기들에게 공격을 중지하라고 깃발을 흔드는 에밀리의 모습은 어쩐지 낯이 익다. 그렇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더 록 The Rock, 1996’과 비슷하다. 거기서는 섬을 폭파하려는 전투기들에게 상황이 끝났다고 니콜라스 케이지가 깃발이 아닌 연막탄을 터트렸지만 말이다.

 

  참고로 에밀리로 나온 소녀는 영화 ‘컨저링 The Conjuring,2013’에서 공포에 가득찬 표정으로 비명을 질러댔던 꼬마였다. 거기서는 보이시한 모습이었는데, 여기서는 꼬마 숙녀의 면모를 보여준다.

 

    컨저링에서의 이 꼬맹이가 에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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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타주 (1disc)
정근섭 감독, 김상경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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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Montage , 2013

  감독 - 정근섭

  출연 - 엄정화, 김상경, 송영창, 조희봉

 

 

 

 

  한 소녀가 납치당한다. 유괴범이 원하는 돈을 건네주었지만, 소녀는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이후 그녀의 어머니는 범인이 잡힐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살았고,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는 가슴 한쪽에 응어리를 가진 채로 지내왔다. 공소 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범인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형사는 죽을힘을 다해 그를 쫓지만,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공소 시효는 만료되었다.

 

  그런데 그 사건과 똑같은 수법으로 또 다른 소녀가 사라진다. 놈이 돌아온 것인가? 형사는 이번에는 꼭 잡겠다는 일념으로 뒤를 쫓는다. 그런데 사건은 예상 밖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아, 엄정화씨의 연기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 물론 예전에 보았던 영화 ‘오로라 공주, 2005’에서 맡았던 배역과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그때보다 더 애절하고 한을 품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영화는 그게 다였다.

 

  영화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진지했다. 딸을 잃어버린 두 엄마의 절규와 기필코 범인을 잡겠다는 형사의 추격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아프게 하고 긴장하게 만들었다. 중간에 숨을 쉴 여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감독은 중간에 관객들에게 긴장을 풀 여지를 주려고 했는데, 그게 영 아니었다. 그래, 아이를 잃은 엄마가 코미디를 할 수는 없다. 그 두 사람은 마음을 졸이면서 딸의 귀환과 범인의 체포를 기다려야하니까. 주인공인 형사? 그는 범인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마음에 칼을 품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긴장을 풀어줄 개그 캐릭터를 누구로 하면 좋을까 감독은 고민했을 것이다. 결국 당첨된 사람은 다른 형사들이었다. 하아, 진짜 영화를 보면서 너무 화가 났다. 형사들을 적절한 개그 캐릭터로 설정해 유머러스한 대사를 치거나 행동을 보여주면 되는 것을, 그들을 아주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단체로! 한자를 잘 못 읽는 건 그렇다고 쳐도, 한글 띄어 읽기도 제대로 못하는 형사를 보면서 과연 웃음이 나올 거라 감독은 생각한 걸까? 마치 이 부분에서는 웃겨야한다는 강박관념에 걸린 것처럼 덜떨어진 형사들을 우르르 등장시키면 먹힐 거라 믿은 걸까?

 

  설마 그런 멍청한 형사들을 등장시킨 것이 막판 반전을 위한 복선이었을까? 제대로 하는 것이 없으니 진범의 의도대로 증거란 증거는 다 놓치고, 평범한 엄마도 생각하는 것을 따라가지 못해서 진범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거였나 보다. 아니, 어쩌면 평범한 엄마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사실은 알고 보니 IQ 180에 멘사 회원이었고, 형사들이 평범한 거였을지도. 그래서 그랬나보다. 현장 검증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범인이 두고 간 우산도 놓치고, 발견된 증거는 조작인지 아닌지 일말의 의심 없이 철석같이 믿고, 잡은 범인이 진범인지 아닌지 따질 것 없이 사건 조기 해결했다고 자화자찬하고 말이다. 멍청한 것도 어느 정도여야 긴장을 풀고 웃지, 이건 뭐…….

 

  그래서 주연을 맡은 세 배우의 연기가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특히 엄정화씨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설정이나 복선 같은 전반적인 구성이 무척이나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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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바디스
조나단 레빈 감독, 존 말코비치 외 출연 / 데이지 앤 시너지(D&C)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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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Warm Bodies , 2012

  감독 - 조나단 레빈

  출연 - 니콜라스 홀트, 테레사 팔머, 존 말코비치, 애널리 팁턴





  이유는 모르지만 좀비가 나타났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군대를 조직하고 벽을 만들어 좀비의 공격에서 자기들을 보호하고, 좀비들은 도시 전체를 누비면서 사람들을 잡아먹는다. 특이한 것은 좀비에도 급이 있어, 아직까지 사람의 외형을 갖고 있는 종류와 미라 화된 시체 같은 모습의 좀비가 있다.


  주인공 R은 특이하게 생각을 하는 좀비이다. 그는 누군가의 뇌를 먹으면 그 사람의 기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 때문일까? 그는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고, 그냥 R이라고 지칭한다. 어느 날, 그는 도시로 의약품을 가지러 온 청년 하나를 잡아먹는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소녀 줄리에 대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한편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의약품을 구하러왔던 줄리는 좀비들의 습격에서 남자친구 페리를 잃고, 혼자 외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R의 도움으로 좀비 무리에서 살아남는다. 사실 그의 도움인지 아니면 납치감금인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그와 함께 지내면서 줄리는 R이 다른 좀비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옛날 팝송을 즐겨들으며 간단한 대화를 하는 좀비는 별로 많지 않을 테니까. 이후 그녀는 점점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R 역시 자신의 심장이 예전과 달리 뛰는 것을 알게 되는데…….


  R과 줄리라니,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로 화합할 수 없는 두 집단의 소년과 소녀의 만남 그리고 사랑. 그러다가 R이 줄리를 찾아 인간들의 거주지로 찾아오는 장면에서 확신했다. 이층 발코니에서 자신을 찾아온 소년을 바라보는 소녀, 소녀를 만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담을 넘은 소년. 이건 완전히 로미오와 줄리엣 좀비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철딱서니 없는 애들이라는 생각도 지울 수가 없었다. 자기 남자친구를 죽이고 잡아먹은 좀비와 사랑에 빠지다니. 그리고 무슨 생각으로 좀비를 인간 거주 지역에 들어놓았는지, 화장을 해서 좀비같이 보이지 않기만 하면 된다는 그런 단순한 사고방식과 무지가 어떻게 보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생각하는 좀비와 뇌는 장식으로 달린 인간의 만남이라니, 나름 어울리긴 한다. 하긴 멍청하면 3대가 고생이라니까 다른 집안에 시집가서 그 멍청함을 물려주기보다는, 그냥 좀비와 사귀어서 당대에 그 멍청함을 끝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만약 R이 못생겼거나 다른 좀비 영화에서처럼 흉측했으면 그녀가 사랑했을까? 오랜 납치감금생활이 아니었으면, 그녀가 그에게 관심이라도 가졌을까? 갑자기 스톡홀롬 증후군이 떠오른다. 역시 마음에 드는 사람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최고의 방법은 납치감금사육인가보다. 물론 납치범의 외모가 준수해야함은 필수 조건이고 말이다. 젠장, 좀비까지 외모 지상주의라니!


  그리고 R 역시 줄리 남자친구의 뇌를 먹지 않았으면 그녀에게 관심을 가졌을까? 물론 처음 만났을 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역시 뇌를 먹었기에 더욱 더 그런 감정이 고조된 것 같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 뭐랄까, 너무 어설프고 이상했다. 납치감금과 남의 기억으로 느끼는 사랑이라니, 헐.


  거기다 좀비들이 갑자기 심장이 뛰는 계기도 음……. 두 남녀가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을 보자, 여러 기억들이 되살아나면서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심장도 뛰고, 말도 예전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할 수 있고. 그런데 과연 그게 온전한 그들의 기억일까? 혹시 지금까지 그들이 잡아먹은 사람들의 기억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들이 변화하는 계기가 된 것이 가짜 기억인데, 그걸 바탕으로 진짜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 Shaun of the Dead, 2004’ 오프닝을 보면, 무기력하게 반복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마치 좀비들의 모습처럼 그려놓았다. 보면서 뜨끔했던 도입부인데, 그 부분을 이 영화에 대입해봤다. 문득 이 영화에서 나오는 좀비가 다른 영화에서 표현하는 그런 좀비가 아니라, 아무런 목적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목적 없이 무의미하게 하루하루 시간만 보내는 것은 살아있는 시체, 좀비와 다름이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살아야할 이유가 되는 뭔가를 찾았을 때,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때, 그제야 비로소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영화는 은근히 보여주고 있었다. 타인과의 직접적인 소통대신 기계 문명의 편리함에 의존하여 정 없이 삭막하게 살아가던 현대인들이 어떻게 인간애를 회복하고 서로 도우며 살아갈 수 있는지 영화는 극단적인 두 집단을 통해서 표현하고 있었다.


  의도는 좋게 생각하면 상당히 괜찮은데, 주인공의 행동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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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사 밀라노의 뱀파이어 - [초특가판]
앤 고어사드 감독, 마틴 캠프 외 출연 / 기타 (DVD)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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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Embrace of the Vampire , 1994

  감독 - 앤 거소드

  출연 - 마틴 켐프, 알리사 밀라노, 라드 반스, 존 라이들링거

 

 

 

 

  아놀드 주지사님의 어린 딸로 납치 감금되었던 영화 ‘코만도 Commando, 1885’ 이후 10년. 알리사 밀라노가 이번에는 뱀파이어의 표적이 되었다. 인간이었을 당시 사랑했던 여인을 찾아 헤매는 뱀파이어. 3일안에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영원한 잠에 빠져들고 만다. 겨우 찾아낸 그녀는 대학생 샬롯으로 남자친구 크리스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었다. 뱀파이어는 그녀를 갖기 위해 꿈에 나타나 유혹하고,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만드는데…….

 

  이 영화는 기존의 소설 설정을 현대식으로 변형하면서 에로틱한 장면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삶을 갈망하는 뱀파이어의 욕망과 서서히 성에 눈뜨는 여대생의 복잡 미묘한 심리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청년의 갈등이 잘 표현되어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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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는 개뿔.

 

  뱀파이어라면서 할 줄 아는 거라곤 꿈에서 야한 짓하는 거 보여주는 게 다인 변태 무능력한 놈 하나랑, 여자 친구의 첫 경험 상대가 되고 싶어서 안달 난 놈 하나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순진하고 순결한 걸 내세우지만 사실 은근히 밝히는 여자애 하나가 나오는, 에로 영화도 아니고 호러 영화도 아닌 어정쩡한 영화이다. 마치 한창 작업을 하다가 급똥이 마려워 화장실에 갔다 와서는 자신이 뭘 하려고 했는지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았다. 포털 사이트에서 영화 설명을 보면 공포, 에로틱 스릴러라고 적혀있는데, 여자들이 가슴을 내보인다고, 옷을 훌렁훌렁 벗고 나온다고 다 에로틱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에로틱 스릴러하면 떠오르는 건 당연히 영화 '원초적 본능 Basic Instinct, 1992'일 것이다. 그 영화에서는 여자들이 벗고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벗고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배우들이 풍기는 분위기라든지 화면이 충분히 에로틱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거기에 스릴러적인 면도 꽤 멋졌다.

 

  그런데 이 영화는 여자들이 벗고 나와도 별로였고, 공포나 스릴러적인 면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뱀파이어라면서 할 줄 아는 게 꿈에서 붕가붕가하는 장면 보여주는 게 다인데, 뭐가 무서운지 모르겠다. 뱀파이어 영화의 백미는 뱀파이어에게 목을 내맡기면서 앞으로 펼쳐질 성적 희열을 상상하는 동시에 공포에 바들바들 떠는 여인의 모습일 것이다. 여인의 불안과 쾌락이 절정에 달했을 때 뱀파이어가 그녀의 가느다란 목을 물어뜯는 것이다. 그건 사랑하는 여인에게 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반항조차 포기할 정도로 위압감을 풍기며 공격을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 그냥 여주인공과 자고 싶어서 안달이 난 뱀파이어 내지는 길가다 취객의 지갑을 뺏는 아리랑치기범 느낌의 뱀파이어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진정으로 원해서 오랜 시간동안 찾아 헤맨 것이 아니라, 자기가 죽기 싫어서 찾아다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진심이라기보다는 '나 3일의 시한부 인생인데, 한 번 자자!' 이런 분위기. 그러니 여자가 호감을 느낄 리가 없다.

 

  3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절박함도 없었고, 오랜 시간동안 기다린 애틋함도 없었다. 또한 뱀파이어의 카리스마나 공포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 영화에 별점을 준다면 그건 순전히 영화 초반에 아리따운 몸매를 아낌없이 보여준 이름 모를 세 여배우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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