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 오어 데어: 죽음의 진실게임
로버트 히스 감독, 톰 케인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원제 - Truth or Dare, 2011

  감독 - 로버트 히스

  출연 - 제니 자끄, 리암 보일, 데이빗 옥스, 플로렌스 홀

 

 

 

 

  학기 마지막, 학생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다. 약에 취해 해롱대는 애들, 애인과 이불 놀이에 여념이 없는 애들 그리고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소심한 펠릭스. 그러던 중 아이들이 진실 게임을 시작하는데, 공교롭게도 펠릭스가 걸린다. 진실을 말하라는 아이들의 말에, 그는 마음에 간직했던 젬마에 대한 연정을 조금 비춘다. 하지만 그녀의 남자친구에게 걸려 폭행을 당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펠릭스의 생일 파티에 와달라는 초대장이 아이들에게 도착한다. 하지만 장소는 알려준 것과 달리 숲 속 깊은 곳에 있는 오두막이었고, 그들을 기다린 것은 펠릭스의 형 저스틴이었다. 동생의 비행기 도착이 늦어진다며, 그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맞이한다. 한참을 먹고 마시며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던 그는, 갑자기 아이들에게 진실 게임을 하자는 제의를 한다. 그리고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확 뒤바뀐다. 펠릭스가 그 파티 이후 자살했다며, 도대체 동생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며 그는 아이들에게 대답을 강요한다. 아이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저스틴이 주도하는 살인 게임이 시작된 뒤였다.

 

  제목인 트루쓰 오어 데어는, 한국의 ‘진실 게임’ 비슷한 것이다. 걸린 사람이 질문에 대해 진실을 말할 것인지 아니면 벌칙을 받을 것인지 결정하는 게임이다. 거기서 100% 진실만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순진한 펠릭스만 곧이곧대로 그녀의 남자친구가 뻔히 보고 있는 상황에서 마음을 내비쳤다. 아, 저러니 애가 따돌림 당하거나 놀림감이 되지.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다.

 

  영화는 동생의 복수를 하겠다는 저스틴의 무시무시한 고문과 살인을 보여준다. 역시 아프가니스탄 참전 용사답게 별별 기법이 다 나왔다. 그 수위가 높아질수록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는 조금씩 달라졌고, 그들 사이의 갈등은 고조되어갔다. 끝까지 허세를 부리다가 죽음에 이르는 아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갖고 있던 아이, 그리고 살기 위해 남을 이용하는 아이 등등 여러 모습을 보여줬다. 그동안 좋은 친구 사이였던 그들이 가면을 버리고 어떻게든 자신만은 살아남으려고 하는 것이 참…….

 

  결국 펠릭스가 왜 자살을 시도했는지 이유가 밝혀지긴 했다. 하지만 어쩐지 속이 답답했다. 그냥 한숨이 나왔다. 결국 그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아이였다.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지만, 그 모든 것이 좌절된 아이였다. 거기다 너무 고지식했는데, 그건 때로는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펠릭스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무기였다.

 

  저스틴은 자기 집안은 자부심이 높아서 수치심만으로도 자살할 수 있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 펠릭스는 그다지 자부심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았다. 그건 저스틴에게만 있었다. 그게 비극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결말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일 영악한 사람만이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비록 그게 진실이라고 해도, 적나라하게 그걸 보고 나니 영 입맛이 썼다. 아, 어쩌면 이 영화를 고른 자체가 게임에 참여한 것인가 보다. 감독이 말하는 진실이 관객에게는 벌칙이었을지도.

 

  여배우들의 외모와 몸매는 무척이나 착했다. 거기다 생일 파티 한다고 나름 차려입고 나와서 눈은 호강을 했다. 하지만 두 번은 보고 싶지 않은, 찜찜함이 잔뜩 남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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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탄생
타일러 질렛 외 감독, 앨리슨 밀러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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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evil's Due , 2014

  감독 - 맷 베티넬리-올핀, 타일러 질레트

  출연 - 앨리슨 밀러, 자크 길포드, 샘 앤더슨, 바네사 그레이

 

 

 

  갓 결혼한 부부가 있다. 신혼여행 내내, 남편 잭은 카메라로 자기들의 행적을 기록한다. 귀국하기 전날, 그들은 택시 기사가 추천하는 한 클럽으로 가게 된다. 신나게 놀고 마시던 그들이 정신을 차리니 호텔방. 어딘지 모르게 찜찜하지만 그들은 귀국을 한다. 그리고 예상치 않은 사만다의 임신 소식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그들 주위에서 이상한 일이 계속 일어난다. 누군가 두 사람의 주위를 맴돌면서 엿보기도 하고, 갑자기 사만다가 마트에서 생고기를 흡입하는 기이한 행동마저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라노말 액티비티 Paranormal Activity, 2007' 식으로 찍은 '로즈마리 베이비 Rosemary's Baby, 1968'와 '인사이드 Inside, 2007'의 교묘한 결합이었다. 물론 재미있는 요소 여러 가지를 섞었다고 해서 상승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맛좋고 비싼 재료를 섞었다고 해서 엄청 맛있는 요리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이 작품 역시 다른 영화의 재미있는 설정을 모아놨지만, 그들을 뛰어넘는 재미를 주지는 않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지루함마저 주었다. 어쩌면 이미 여러 번 본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클리셰라고 하던가? 낯선 여행지, 갑작스런 임신, 부부를 주시하는 비밀스런 시선들, 뒤바뀐 산부인과 의사 그리고 이상한 주문들. 이 모든 것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어나고 있어서, 다음에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지 추측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긴 잭과 사만다는 필름이 끊겨서, 여행의 마지막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건 영화를 보는 관객들만 보게 된 끊긴 필름 중의 일부분이니까. 어딘지 음산한 곳으로 둘을 데리고 가던 정체불명의 사람들과 바닥에 그려진 기이한 원 모양의 마법 진 비슷한 그림. 그리고 사만다가 그 진 안에 놓이자 이상한 형체를 한 뭔가가 나타났었다.

 

  그런데 왜 잭은 그걸 몰랐을까? 신혼여행을 다녀오면, 제일 먼저는 아니어도 순귀원에 드는 일이 사진 정리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잭은 임신 소식에 싱글벙글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중에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보다보면 어색한 부분이 좀 있다. 사만다가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는 걸 보고 도망가는 지나가던 커플이 나오는 장면이다. 그들이 도망가다가 알 수 없는 힘에 당하는 것은 누가 찍은 걸까? 설마 영화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걸까? 그런데 손에 아무것도 안 갖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고. 이상했다.

 

  결말부분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그들은 그렇게 만든 아이를 모아서 뭐하자는 걸까? 운명의 아이는 단 하나가 아니었나? 설마 여러 명의 후보를 만들어 놓은 다음, 하나만 걸려라 이런 걸까? 여러모로 궁금증만 남긴 영화였다.

 

  아! 이 영화의 교훈은 세 가지이다. 여행지에서는 아무나 추천한다고 해서 첨 들어보는 곳엔 가지 말고, 낯선 이가 주는 술은 함부로 받아먹지 말자. 그리고 사진 정리는 제 때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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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원 리브스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 루크 에반스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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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No One Lives , 2012

  감독 - 기타무라 류헤이

  출연 - 루크 에반스, 아델라이드 클레멘스, 데릭 맥야, 뷰 크냅

 

 

 

  한 커플이 자동차로 어딘지 가고 있다. 그런데 하룻밤 묵기 위해 들른 마을에서, 동네 양아치와 시비가 붙는다. 다행히 녀석의 우두머리가 나서서 수습이 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놈이 속한 강도 무리가 커플을 공격한 것이다. 놈들은 차는 본거지로 보내고, 두 남녀는 지하실에 묶어둔다. 그런데 패거리의 한 명이 칼로 위협하는 순간, 여자가 스스로 목숨을 던진다. 그녀가 숨을 거두는 순간, 남자는 분노하여 놈을 죽여 버린다.

 

  초반에는 장거리 이동을 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강도 살인마 무리에게 잡힌 남자의 처절한 복수극으로 생각했다. 영문도 모르고 시비가 붙어 납치당하고, 여자가 죽어버리는 부분까지는 그랬다. 이제 남자가 피눈물을 흘리면서 놈들에게 되갚아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다른 비슷한 설정을 가진 영화들을 떠올렸다. 설마 그런 작품들처럼 전형적으로 흘러가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자동차를 뒤지던 무리 중의 하나가 상자 속에서 밖을 내다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친 순간 모든 것은 바뀌었다. 그 사람은 바로 몇 달 전에 있었던 대학생 학살 사건에서 유일하게 실종된 엠마라는 소녀였다. 왜 그녀가 자동차 트렁크 안의 상자에 묶여있는 걸까? 정신을 차린 엠마는 놈이 돌아오면 모두 죽을 것이라며, 도망쳐야한다고 말한다. 무슨 영문인지 그들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남자의 복수가 시작된다.

 

  다른 영화들과 달리, 남자는 선량하게 살다가 억울하게 기습을 당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동네 양아치 강도 무리가 커플을 납치해 돈을 빼앗으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상대방이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였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강도 무리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영화는 나쁜 놈과 나쁜 놈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알아보는 내용이었다. 아마 더 잔인하게 죽이는 놈이 이길 것이다. 차원이 다른 잔혹함과 끔찍함에 상대방은 정신을 못 차릴 테니 말이다. 그건 더 미친 쪽이 살아남는다는 것과 비슷한 뜻이다. 확실히 강도 무리보다 남자가 더 제정신이 아니었다. 문제는 이놈은 자기가 사이코패스라는 걸 잘 알았고, 그것을 확실히 이용했다. 자기에게는 별로 충격적이지 않지만, 남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파악하고 그대로 행동했다. 예를 들면 산 채로 ㅂ……아, 여기까지. 적으려고 생각하니 너무 잔인한 내용이 될 것 같다. 하여간 놈은 그런 식으로 강도 무리들을 하나둘씩 처리해간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자기 얼굴을 본 다른 놈들은 다 죽이면서, 엠마는 살려두는 걸까? 그 의문은 결말 부분에서 풀린다. 병원으로 실려 오는 그녀를 스쳐지나가면서 놈은 슬쩍 그녀의 팔을 만지고 지나간다. 그 부분에서 어쩐지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렉터 박사가 스탈링과 스치듯이 손가락을 만지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그것은 두 사람이 교감했다는 뜻이고, 렉터 박사가 그녀를 인정했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에서 놈은 엠마를 인정했고 동질감을 느꼈다는 행동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중간 중간에 엠마의 기억과 환상에서 놈이 그녀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는 장면이 나온다. 놈은 그녀를 자신의 후계 내지는 공범으로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2편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걸까? 본격적으로 놈의 후계로 활동하는 엠마라든지, 새로운 단계의 수련을 시키려는 놈과 엠마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그녀는 포기하고 새로운 사람을 잡아다가 훈련을 시킬지도 모르고.

 

  감독의 이름이 낯익다.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The Midnight Meat Train, 2008'을 만든 그 사람이다. 너무도 환상적이었던 원작 소설을 그냥 영상미가 뛰어난 살인극으로 바꿨던 바로 그 인물이다. 그래도 이번 영화는 저번보다 이야기의 진행에 좀 더 신경 쓴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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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
스튜어트 비티 감독, 미란다 오토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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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I, Frankenstein , 2014

  감독 - 스튜어트 베티

  출연 - 아론 에크하트, 빌 나이, 미란다 오토, 이본 스트라호프스키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낸 그 존재가 지금도 살아있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우리는 모르지만 이미 천사나 악마가 근처에 존재해서 전쟁을 계속 벌여왔다면 어떨까? 영화는 그런 발상에서 만들어졌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죽은 후, 그가 만든 괴물 앞에 두 존재가 나타난다. 가고일이라 불리는 천사로 대변되는 집단과 데몬이라 알려진 악마의 무리이다. 팽팽한 접전을 벌이며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던 두 집단은, 괴물의 존재가 자기들의 전력에 도움이 될 것을 알아차린다. 가고일의 여왕은 그에게 아담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지만, 그는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숨어서 세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현대. 데몬들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는 모르지만 최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했던 연구를 완성시키려고 한다. 그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사회 속에 숨어들어 막강한 권력을 차지했다. 반면에 가고일들은 석상의 모습으로 존재하며 데몬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드디어 아담과 가고일들, 그리고 데몬들의 피할 수 없는 전투가 시작되는데…….

 

  가고일이나 데몬의 변신 장면이나 전투 장면 등은 꽤나 멋지게 표현되고 있었다. 특히 서양 건축물에 붙어있는 조각상들이 움직이면서 가고일로 변신하는 장면이라든지, 데몬이 죽으면서 불꽃으로 변하는 모습, 그리고 가고일들이 빛이 되어 승천하는 연출에서는 ‘와-!’하는 감탄을 자아냈다.

 

  하지만 내용적인 부분은, 글쎄? 감독이 원래 ‘캐러비안의 해적 Pirates of the Caribbean: Dead Man's Chest, 2006’ 시리즈나 ‘서티 데이즈 오브 나이트 30 Days of Night, 2007’등을 쓴 각본가였다고 하는데, 자기 영화는 왜 그렇게 썼는지 모르겠다. 자세히 뜯어보면 영화는 촘촘하게 짜인 옷감이라기보다는, 군데군데 엉성하게 구멍이 났지만 무늬는 화려한 천이었다. 왜 갑자기 이런 설정이 튀어나왔는지, 이 얘기는 어디서 튀어나온 것인지, 어째서 이런 대사가 나와야했는지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제일 이해가 안 가는 건, 도대체 가고일들은 200년 동안 뭐했냐는 것이다. 데몬들이 인간 세상에서 돈과 공권력을 주무를 동안, 석상 모습으로 잠만 잤던 걸까? 어떻게 데몬들은 가고일의 본거지를 알아서 척척 공격하는데, 가고일들은 당하고만 있던 걸까? 도대체 감시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데몬이 뭘 하는지도 모르고, 본거지도 몰라서 아담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그러면서 폼이란 폼은 다 잡고. 차라리 그들이 200년 동안 힘을 봉인 당했다거나 데몬의 계략으로 석상으로 있어야만 했다는 말이라도 있었으면 이해가 갔을 거다. 그런 것도 아니면서 적을 감시…….

 

  아, 그냥 감시만 했구나. 애기 좀 보라니까 그냥 멀뚱멀뚱 보고 있었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말이다. 그렇구나. 그런 거였구나. 그러니 세상이 악으로 들끓게 된 것이다. 천사가 만들어낸 존재가 악을 처단하기는커녕 그냥 가만히 지켜만 봤으니까. 이런 제길!

 

  게다가 아담이 200년 동안 찾아 헤맨 삶의 목표가 젊은 여자를 사귀는 거였다는 식의 결말은 좀……. 물론 그가 예전에 박사에게 요구한 것도 여자 친구이긴 했다. 아, 물론 영화는 대놓고 여자 친구 사귀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200년 동안 양측의 전쟁에 개입하지 않던 그가 뛰어들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여자를 구하기 위함이었고, 그녀를 구하는 와중에 데몬들을 박살내고, 이후 가고일의 여왕이 ‘당신은 목표를 찾았군요.’하는 걸 보면 저런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하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내고 함께 있는 건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세상 거의 모든 범죄는 돈 아니면 사랑 때문이라니까.

 

  영화의 컴퓨터 작업을 맡은 사람들이 누군지 모르지만, 칭찬을 마구마구 해주고 싶었다. CG장면들은 진짜 멋졌다.

 

  내가 생각하기에, 영화에서 제일 멋진 부분은 노래가 나오는 엔딩 장면이었다. 그 부분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영화 본편보다 거기가 더 멋졌고 볼거리가 많았다. 그러니까 혹시 보려는 사람은 그 부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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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콜
브래드 앤더슨 감독, 모리스 체스트넛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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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The Call, 2013

  감독 - 브래드 앤더슨

  출연 - 할리 베리, 아비게일 브레스린, 모리스 체스트넛, 마이클 에크런드

 

 

 

 

  911센터에서 전화응답을 맡고 있는 조던. 어느 날 누군가 집에 침입했다는 리아의 전화를 받는다. 911 요원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그녀와 통화를 하던 조던은 결국 리아가 범인에게 살해당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6개월이 지난 후 그 충격으로 조던은 현장이 아닌 업무교육을 맡고 있는데, 케이시가 납치를 당해 트렁크에 갇혔다고 연락을 해온다. 범인에게 들키지 않게 어떻게든 케이시가 납치당한 차종과 방향을 알아내는 것은 이제 조던의 판단에 달려있다. 그리고 우연히 듣게 된 범인의 목소리로, 그녀는 그자가 6개월 전 리아를 살해한 놈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초반에 리아가 집에서 공격을 당하는 장면부터 영화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누군가 전화선 너머에서 공격을 받고 살해당하는 것이 들리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은 물론이고, 너무도 적나라한 비명소리가 조던이 느꼈을 공포감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했다.

 

  그리고 케이시가 납치당했을 때의 상황 역시, 보면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트렁크에 갇혀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녀의 불안감과 그녀를 구하고 말겠다는 조던의 비장함이 여유 있는 범인의 태도와 맞물리면서 보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아마 자리에서 두어 번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고, '어떡해!' 내지는 '젠장!'이라는 소리를 내질렀던 것 같다.

 

  특히 조던이 시키는 대로 케이시가 자동차 후미등을 깨서 바깥을 보는데, 그 장면이 무척이나 공포스러웠다. 게다가 페인트를 그 구멍으로 쏟아 부어 경찰들에게 위치를 알리려는데, 지나가던 다른 운전자가 범인에게 차가 이상하다고 알려주는 장면에서는 한탄이 절로 나왔다. 그 사람은 선한 의도로 알려주었지만, 그게 조던과 경찰의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 남을 돕는 건 좋은 일이니까. 하여간 영화의 그런 장면을 보면서, 납치당해 트렁크에 갇혔을 때 써먹을 수 있는 몇 가지 대처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영화는 그런 식으로 긴장감을 조였다가 풀었다가 하면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딱 중반부까지만.

 

  초반과 중반의 진행은 너무도 좋았다. 두 배우, 조던 역할을 맡은 할리 베리와 케이시로 나온 아비게일 브레스린의 호흡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갇힌 자와 구하려는 자의 팽팽한 긴장감과 불안감도 잘 느껴졌고, 그와 동시에 구하겠다는 의지는 물론이고 살아남겠다는 강한 생명력도 보여줬다.

 

  하지만 후반에 가면서는 그 모든 것이 무너져버렸다. 감독은 주인공을 어떤 여전사로 만들고 싶었던 걸까? 주인공이 직접 현장으로 가서 범인을 후려패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러니까 물리적인 접촉을 가해서 범인을 굴복시켜야 진정한 여전사라고 생각했던 걸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나도 여전사를 떠올리면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니까.

 

  하지만 이건 뭐랄까, 주인공을 여전사로 만들기 위한 설정이 너무도 많은 우연의 남발이라 반발감만 들었다. 왜 수많은 911요원들이 쥐 잡듯이 현장을 뒤지면서도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곳을, 조던이 밤중에 혼자 가서 딱 알아챘을까? 그 장면에서 '에이,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전까지 영화를 이끌어오던 좋은 분위기들이 싹 사라졌다. 게다가 범인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알려주는데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했다. 이건 범인도 사실 알고 보면 불쌍한 사정이 있었다며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일본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 같은 설정이었다. 아니,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렇다고 다 사람을 잡아다가 죽이지는 않잖아?

 

  후반부는 감독이 대충 찍은 느낌이었다. 레드 불 한 박스를 다 마셔가면서 앞부분을 하얗게 불태우는 바람에, 후반을 이끌어갈 에너지가 없었나보다. 아깝다. 감독의 필모를 보니, 미국 드라마 '프린지 Fringe, 2008'의 연출을 맡았었다고 나온다. 그 시리즈도 초반은 무척이나 좋았었는데, 갈수록 이야기가 산으로 갔었다. 후반 뒷심 부족이 감독의 특징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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