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의 성난사람들 - [초특가판]
시드니 루멧 감독, 헨리 폰다 출연 / 피터팬픽쳐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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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12 Angry Men , 1957

  감독 - 시드니 루멧

  출연 - 헨리 폰다, 리 J. 콥, 에드 비글리, E.G. 마셜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일급살인혐의로 재판을 받는 한 소년이 있다. 이제 그의 운명은 12명의 배심원에게 달려있다. 평결을 내리기 위해 회의에 들어간 배심원들은 모든 것이 명백한 사건이라며 소년의 유죄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의 관심사는 이 더운 여름날에 빨리 표결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단 한 사람(헨리 폰다)만 빼고. 그는 목격자의 증언이나 검사가 내놓은 증거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좀 더 토론을 해보자고 한다. 한 사람의 운명을 5분 만에 결정하는 건 너무 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그는 재판을 보면서 이상했던 점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사건을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상영 시간 내내 거의 한 장소, 그러니까 배심원 실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처음과 마지막 부분의 법원 전경, 그리고 그들이 가는 화장실을 빼고는 좁은 방 하나가 배경의 전부이다. 당연히 배우들의 움직임도 그리 크지 않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하거나, 창가에 서서 바깥을 보기도 하고, 증인의 움직임을 재연해보고, 성질을 내며 책상에 걸터앉는 게 다이다.

 

  그런데 영화가 지루하지 않다.

 

  어릴 적에 텔레비전에서 처음 봤을 때는 어려서 그런지 보다가 졸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니,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헨리 폰다가 자신의 품고 있던 합리적인 의심을 하나둘씩 얘기할수록, 다른 11명의 반응이 참으로 다양하고 흥미로웠다. 소년이 사는 빈민가를 들먹이며 그런 곳에서 자란 아이는 뻔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 줏대 없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 단순히 아무 생각 없이 상대방이 싫어서 다른 의견을 지지하는 사람 등등 어쩌면 이렇게 특징을 잘 잡아냈는지 놀랄 정도이다. 그와 동시에 목격자 증언의 허점을 찾아내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끼쳤다.

 

  도대체 변호사는 뭐하고 있던 거야! 아무리 의욕이 없다고 해도,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인데! 얼굴도 이름도 나오지 않은 변호사였지만,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 만약에 헨리 폰다가 합리적인 의심을 품지 않았다면? 배심원장이 처음부터 만장일치가 아닌 다수결로 결정하자고 했다면? 그랬다면 소년은 아버지를 죽인 일급 살인죄로 사형을 당했을 것이다.

 

  50년도 전의 영화지만, 저런 일이 지금도 수없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오싹했다. 아니, 일어날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일어나고 있다. 편견이나 첫인상 때문에 상대에 대해 오해를 하고, 사람 자체가 아닌 주위 환경으로 상대를 판단하거나, 남의 일이라고 방관하듯이 구경만 한다든가, 진실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불리할까봐 은폐하려는 일이 너무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헨리 폰다가 맡은 배역의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영화에서 그가 반대 의견을 홀로 냈을 때, 다른 사람들이 그를 원망했다. 집에 가야하는데, 야구 경기 보러 가야하는데 왜 발목을 잡냐며 뭐라고 했다. 영화에서는 11명만 상대하면 되지만, 현실에서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할 것이다. 헨리 폰다에게는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겼지만, 현실에서는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래서 의로운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걸지도…….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참 꼼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토론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의 옷은 단정했다. 아무래도 배심원으로 오는 것이니 잘 차려입고 왔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분위기가 과열되고 설상가상으로 선풍기까지 고장 나면서, 사람들은 겨드랑이는 물론이고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거나 주르륵 흘러내리는 가운데,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상대에게 화를 낸다. 감독은 땀의 양과 복장 상태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고장 난 줄 알았던 선풍기가 작동을 시작하고 밖에서는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리는 가운데, 사람들은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고 결론을 내린다.

 

  논리적인 토론이란 바로 이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영화였다. 또한 사람이란 얼마나 남의 말에 좌우되기 쉬운 동물인지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다 보고나서도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 그들은 왜 넥타이는 안 풀었던 걸까? 더웠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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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1 & 2 : 콤보 한정판 (2disc)
김성호 외 감독, 김지영 외 출연 / 데이지 앤 시너지(D&C)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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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김성호, 김휘, 정범식, 민규동

  출연 - 성준, 이수혁, 백진희, 김슬기

 

 

 

 

  작년에 개봉한 영화이다. 1편을 안 봐서 계속 보류하고 있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음, 15세 관람가였구나. 그러면 별로 무섭지도 않고, 잔인하거나 끔찍한 장면은 별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444’는 한 보험회사의 부장과 기이한 능력을 가진 신입 여사원이 나온다. 1편에서 여고생과 납치범이 담당했던 역할과 비슷한 것을 담당한다. 그러니까 부장이 미심쩍은 사건들을 여사원에게 보여주면서, 과연 그것이 진짜 사고인지 아니면 보험사기인지 알아내라는 것이다. 이어지는 세 개의 이야기는 여사원이 부장에게 말해주는 사건의 진상인 것이다.

 

 

  ‘절벽’은 등산을 갔다가 조난을 당한 두 친구의 이야기이다. 절벽 중간의 툭 튀어나온 부분에 떨어졌기에, 다시 올라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래로 내려갈 수도 없었다. 휴대 전화나 먹을 것은 가방에 넣어두고 사진을 찍다가 몸만 떨어졌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은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간다. 그러다 한 친구만이 살아남는데…….

 

  음, 그냥 산에서 두 사람의 살아남겠다는 의지와 상대가 자신을 죽이지 않을까하는 두려움과 공포로만 얘기를 진행시켜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산과 도심을 반복하면서 조난뿐만이 아니라 보험금이라든지 돈에 관한 문제가 덧붙여지면서 이야기가 산만해졌다. 그냥 흔하디흔한 복수극이 되어버렸다.

 

 

  ‘사고’는 임용고시에 나란히 떨어진 세 친구가 여행을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내용이다. 산길을 달리다가 사고가 난 셋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데…….

 

  비슷한 내용의 작품들이 많았기에 그들이 어디 와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노인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솔직히 중간에 환영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너무 많은 힌트를 주고 있었다. 그 장면들이 지나치게 명확히 나오지 않았다면 멋진 반전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게다가 첫 번째 이야기와 두 번째 이야기 사이에 보험회사 부장님이 직원에게 파일을 주면서 사건의 개요를 얘기해주는데 그게 다 스포일러였다. 아놔 진짜!

 

 

  마지막 이야기인 ‘탈출’은……음. 무법지대인 여학교에서 아이들의 놀림감이 된 교생 고병신. 첫날부터 여학생들 앞에서 팬티가 벗겨지는 수모를 당한다. 죽으려다가 흑마술을 하는 학생의 도움으로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름답게 그가 하는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설정부터 이 에피소드는 진지한 호러가 아니라, 코믹 호러를 표방하고 있다. 주인공 이름이 병신이고 하는 짓도 병신이고…….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여자만 좀 무서웠던 편이다. 걸핏하면 바지가 벗겨지는 주인공의 원맨쇼 같았다.

 

  세 이야기 다 현실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픈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원래 자리에 있을 때보다 더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어쩌면 개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더 낫다는 속담이 맞는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의 교훈은 ‘퇴근은 정시에 제때하고, 음주 운전은 하지 말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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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그리스
랜달 크레이저 감독, 올리비아 뉴튼 존 (Olivia Newton John)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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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Grease , 1978

  감독 - 랜달 크레이저

  출연 - 존 트라볼타, 올리비아 뉴튼-존, 스토커드 채닝, 제프 코나웨이

 

 

 

 

  매일 사람 죽이거나 귀신 나오는 영화 말고 다른 것도 보자는 생각으로 고른 작품이다. 그런데, 음……. 중간에 온 몸이 근질거리는 것이 아주 그냥 오그라든 손발은 펴질 줄을 모르고, 몇몇 장면이나 대사에서는 낯간지러워 죽는 줄 알았다. 영화의 배경이 흑백텔레비전이 있던 당시인데, 그 시대의 감성일까 아니면 영화가 만들어진 때의 감성일까? 아, 진짜 시공간이 오그라든다는 표현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여름 방학 때 바닷가에서 만난 대니와 샌디. 요조숙녀인 샌디는 그를 자신과 비슷한 모범생에 신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녀가 전학 온 학교 제일의 춤꾼이자 양아치가 바로 대니였다. 처음에는 너무도 다른 그의 모습에 당황하지만,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던 샌디. 그리고 지금까지 만나왔던 다른 여자들과 달리 순수한 그녀의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던 대니. 결국 두 사람은 사귀기로 한다. 하지만 학교 댄스파티에서 둘은 오해가 쌓이는데…….

 

  참으로 낙천적인 아이들이 나오는 영화였다. 남학생들의 관심은 여자, 섹스 그리고 멋진 차! 여자들의 관심은 남자, 섹스 그리고 화장! 그들이 다니는 학교가 명문고라고 하는데, 처음 볼 때는 문제아들만 모인 학교인 줄 알았다. 미국은 화장이나 두발과 복장이 자유라는 걸 감안한다고 해도, 담배에 술, 수업 땡땡이 같은 것은 좀 너무 심했다. 설마 그 당시에는 저 정도가 명문고였을까? 아니면 우리와 미국의 명문고 개념이 다른 걸까?

 

  남자애들은 다 아저씨 같았고, 여자애들은 다 아줌마 같았다. 심지어 주연인 존 트라볼타나 올리비아 뉴튼 존도 개 중에 제일 어려 보였지만, 고등학생으로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다.

 

  이야기 진행이야 뭐 전형적인 로맨스이다. 오해하고, 화해하고, 또 오해하고, 잊어보려고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아 괴로워하고, 그러다가 화해하면서 해피엔딩! 대개 고등학생이 주연이면, 졸업식 날 한바탕 신나게 놀면서 끝이 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졸업식이라는데 학교 미식축구장에 여러 놀이기구들이 잔뜩 있는 놀이동산이 만들어져있다. 그곳에서 학생과 선생들이 어우러져 신나게 한바탕 춤과 노래를 즐기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대니와 샌디가 상대방을 위해 선택한 방법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자신에게 맞추라고 상대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위해 내가 먼저 바뀌고 배려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걸 말하고 있다. 상대방이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 불만을 터트리기 전에,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라는 뜻 같다.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답게, 많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 중에는 상당히 친숙한 곡들도 있다. OST를 구입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나저나 졸업식에 올리비아 뉴튼 존이 몸에 짝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나오는데, 헐……. 그녀의 허리 굵기가 내 허벅지두께 정도밖에 안 하는 것 같다. 아, 왜 갑자기 눈에서 물이 나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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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1 & 2 : 콤보 한정판 (2disc)
김성호 외 감독, 김지영 외 출연 / 데이지 앤 시너지(D&C)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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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정범식, 임대웅, 홍지영, 김곡, 김선, 민규동

  출연 - 김지영, 정은채, 남보라, 김현수

 

 

 

 

  오오, 드디어 보았다! 재작년부터 무척이나 보고 싶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볼 수가 없었던 영화. 1편을 보지 못해서 작년에 2편도 보지 못했던 영화. 바로 ‘무서운 이야기, 2012’이다. 맛보기 웹툰을 보고 ‘오오, 재미있겠다.’라고 기대를 했는데, 어찌어찌하다가 이제야 보게 되었다.

 

  호러 단편 영화는 아무래도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얘기하기보다는, 충격적이고 극적인 장면 하나만 잘 건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주 멋진 반전이면 더할 나위 없고 말이다.

 

  영화는 총 네 개, 아니 어떻게 보면 다섯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첫 번째 얘기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오프닝이라고 해야 할까? 여고생을 납치한 한 남자가 그녀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하라고 강요하는 아주 짧은 에피소드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나올 네 개의 이야기는 여고생이 납치범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인 것이다. 이 여고생과 납치범은 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등장해서 다음으로 이어지는 역할을 한다.

 

  본격적인 첫 번째 얘기는 ‘해와 달 이야기’이다. 거의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엄마가 일하러 나간 사이에 집을 지키는 두 어린 남매가 호랑이의 의협에서 도망치는 내용이다. 동화와 달리 선과 문의 집은 으리으리하게 넓은 아파트이고, 둘의 엄마는 길에서 떡을 파는 하루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회사 사장이다. 그리고 호랑이는…….

 

  허구보다 현실이 더 무섭다는 걸 알려준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자기 눈에 피눈물 흘리게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영화도 그런 식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것 같지 않다. 역시 그 말은 사람들의 희망에 불과한 모양이다.

 

 

  두 번째는 ‘공포 비행기’이다. 연쇄 살인마를 호송하는 항공기의 승무원이 주인공이다. 당연히 이송 중이던 범죄자가 수갑을 풀고 난리를 피우고, 그에 대항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연쇄 살인범, 자기가 죽인 승무원이 귀신으로 나타나도 조금 놀랄 뿐, 전혀 굴하지 않는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한 배짱은 타에 추종을 불허한다. 하긴 그러니까 사람을 죽이고 다녔겠지.

 

  귀신이 나와서 돌아다니긴 하는데, 그것보다는 살인마가 더 무서웠다. 귀신이 등장한다면 그로 인해 뭔가 변화가 있어야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존재감 없는 귀신을 빼버리고 승무원과 살인마의 대결에 좀 더 집중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 다음 이야기는 ‘콩쥐 팥쥐’이다. 부유한 회장의 여섯 번째 부인이 되는 콩쥐. 그런데 이 회장, 60이 되간다는데 20대 외모로만 보인다. 동화대로 새엄마는 콩쥐를 죽이고 팥쥐를 회장의 부인으로 만들려는 음모를 꾸민다. 회장 역시 신부가 바뀌어도 별 상관없다는 태도로 결혼식을 진행한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난 회장의 비밀은…….

 

  이 에피소드, 결말을 알고 나면 대사가 상당히 중의적이다. 아, 그래. 그 말은 그런 의미였구나. 그런데 중간에 좀 뜬금없는 부분이 더러 보였다. 너무 꿈에 의존하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이야기는 ‘앰뷸런스’로, 쥐로 인한 좀비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급차 안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물렸는지 안 물렸는지 불확실한 어린아이를 두고, 물렸을지 모르니 버리고 가자는 의사와 그러니 빨리 병원에 데라고 가서 백신 주사를 맞히자는 간호사 그리고 아이의 엄마가 빚는 갈등이 주된 내용이다. 엄마의 모성애란 진짜, 보는 내내 애절하고 눈물겨웠다.

 

  이 영화의 좀비, 달리기가 무척 빠르다. 달리는 차는 금방 따라잡을 정도이다. 설마 좀비가 되면 다 칼 루이스가 되는 걸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납치당한 여고생의 운명은…….

 

  영화는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상황에 맞춰서 적절하게 긴장감도 주고, 반전도 주고 그랬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도 있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귀신이 나오지만 별로 임팩트가 없다는 것도 문제였고, 어떤 에피소드는 굳이 꿈 장면을 넣어야했는지도 의문이다.

 

  ‘해와 달’은 뒷맛이 영 씁쓸했고, ‘앰뷸런스’에서 엄마로 나온 김지영 씨의 연기가 참 멋졌다.

 

  그러니까 현관문은 꼭 잠그고, 문에 달린 구멍으로 밖을 볼 때는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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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시리얼 맘
존 워터스 감독, 캐슬린 터너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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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erial Mom, 1994

  감독 - 존 워터스

  출연 - 캐서린 터너, 샘 워터스톤, 리키 레이크, 매튜 릴라드

 

 

 

 

  너무도 평화로운 미국의 한 가정. 가족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고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너무도 흐뭇해하는 엄마가 있다. 개구지고 불량스러워 보이지만 순진할 것 같은 아들과 엄마를 닮지 않은 외모가 불만인 딸 그리고 치과의사인 자상한 남편을 둔 베벌리.

 

  하지만 가족이나 마을 사람 그 누구도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 마을에 은밀히 떠돌고 있는 음란 전화와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겉으로는 누가 그 불쌍한 여인을 괴롭히냐며 다정하게 굴지만, 속으로는 온갖 추잡한 욕설을 퍼부으며 나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너무 지나쳐서 급기야는 사람을 차로 밀어버리기까지 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마트 주차장에서 자기가 찍어놓은 주차장을 가로챘다거나, 아들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했다거나, 아니면 딸을 바람맞히고 양다리를 걸쳤다던가, 남편을 괴롭히는 환자였다거나……. 이제 그녀의 살인 행각은 속도를 더해가고 수위는 점점 더 높아만 간다.

 

  영화는 그녀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또는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어떻게 사람들을 죽이는지 보여준다. 물론 그녀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도 부주의하게 많은 증거와 증인을 남겨둔다. 그 때문에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되는데…….

 

  재미있는 건, 베벌리의 또 다른 취미가 연쇄 살인범과 러브 레터를 주고받는 것이었다. 남편이 찾아낸 것에 의하면, 테드 번디와는 음성이 녹음된 테이프를 교환하고, 스펙과는 편지를 나누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외모가 괜찮으면 연쇄 살인범이라도 상관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풍조는 그녀가 체포되어 재판을 받을 때도 나타난다. 재판 과정은 그야말로 말장난의 극치였고, 쇼의 절정이었다. 과연 저런 재판으로 범법자를 처벌할 수 있을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살인을 게임이나 영화에 나오는 것으로만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들, 범죄자여도 외모가 괜찮으면 상관없어하는 사람들, 살인마를 스타 취급하는 사회 풍조 그리고 말 잘하고 외모가 번드르르한 백인이면 동정표를 주는 배심원제의 모순까지, 영화는 이것저것 다 비판하고 있다.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너무도 자상한 엄마의 모습을 통해서 말이다.

 

  어느 엄마가 아들 친구의 차에 식칼을 꽂으면서 ‘안전벨트 착용해야지!’라고 하겠는가? 게다가 어느 클럽이 연쇄 살인마 엄마라고 그냥 들여보내줄까? 경찰에 신고도 안하고 말이다.

 

  아마 지금 만들어졌으면, ‘연쇄 살인마 엄마 출현!’, ‘와, 대박! 연쇄 살인마 엄마 또 사람 죽임! 쩔어!’ 등등으로 트위터를 비롯해 페이스북에 실시간 생중계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살인을 저지르는 그녀의 뒤로 브이자를 그리면서 인증샷을 찍어 올릴지도? 아, 생각해보니 요즘은 가능할 것 같다. ‘좋아요’와 추천수 그리고 리트윗수에 목숨 거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으니 말이다.

 

  어쩌면 이 영화의 주인공 같은 사람이 등장하는 건, 이 사회에서는 시간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미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우리가 알려고 하지 않아서 모르는 것뿐일지도…….

 

  이 영화의 가장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재판 장면이다. 영화 ‘원초적 본능 Basic Instinct, 1992’에서 샤론 스톤의 다리 꼬는 장면을 능가하는 뭔가가 나온다. 아, 그 부분을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아주 예전에 ‘로맨싱 스톤 Romancing the Stone, 1984’이라는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이 있다. 재미있어서 비디오로 또 빌려봤는데, 거기서 아주 섹시한 여주인공으로 나왔던 캐서린 터너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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