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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오웰 감독, 아담 레이너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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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Task , 2011

  감독 - 알렉스 오웰

  출연 - 알렉산드라 스테이든, 아마라 카란, 아담 레이너, 안토니아 캠벨-휴즈

 

 

 

 

  영화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변화를 주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끌려고 노력한다. 처음에는 묻지 마 납치 사건처럼 사람들을 차량에 태우고 폐허가 된 어느 건물로 데리고 간다. 폐쇄된 감옥으로 교도소장의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떠도는 곳이었다. 흉측한 가면과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위협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아, 쏘우 같은 영화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럽쇼? 알고 보니 카메라를 든 사람들은 리얼리티 쇼의 제작진이었고, 납치당한 자들은 참가자들이었다. 그곳에서 제작진이 시키는 임무를 수행하고 하룻밤을 무사히 보내면, 엄청난 상금을 받는다는 말에 참가자들은 의욕을 불태운다.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쉽게 진행될 리가 없다. 참가자 개개인에게 받은 임무는 그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을 극복해야 성공이 가능한 것들이었다. 거기에 낯선 그림자가 그들 주위를 맴돌면서, 제작진은 물론이고 참가자들까지 하나둘씩 위험에 처하는데…….

 

  미리 말하자면, 이 영화 끝까지 안심할 수 없게 만든다. 서로 속고 속이다가 결국 그 때문에 망하게 된다는 것까지만 말하겠다.

 

  혹시 누군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을 극복하면 엄청난 돈을 주겠다고 제의하면, 난 어떤 결정을 내릴까? 우선 처음에 드는 생각은 ‘싫어!’이지만, 한편으로는 귀가 솔깃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난 발이 없는 거나 발이 많은 게 싫은데, 그것들로 가득한 상자에 손을 넣는다거나 그런 게 가득한 방에 들어가라고 한다면……. 으앙, 상상만 했는데도 토할 거 같아! 하지만 그걸 성공하는 대가로 몇 십억을 준다고 하면……. 고민된다.

 

  문득 이런저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도망가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버티면 평생 손에 쥐어보지 못할 엄청난 돈이 들어오니까. 하지만 나라면 목숨까지 걸지는 않을 거다. 돈도 내가 살아있어야 필요한 것이지, 죽으면 소용없으니까. 영화는 내 생각과 달리, 돈 때문에 목숨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무척이나 안타깝고 한심해보였다. 야, 살고 봐야지 돈이 문제냐! 그걸 왜 만져! 그러면 안 되지! 이런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렇게 흘러가던 영화는 갑자기 반전을 보여준다. 그래서 보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더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비튼다. 그런데 그 마지막 비틀기 부분이 ‘이건 아니잖아!’라는 외침이 터졌다. 마치 양식을 먹다가 후식으로 한식이나 분식을 받은 기분이었다. 왜 이게 이렇게 흘러가는 건데?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았는데? 물론 반전 단계에서 그냥 마무리를 지었으면 찜찜함이 남았을 수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비트는 건 좀 억지스러웠다.

 

  흐음, 어쩌면 너무 눈에 보이는 형식으로 흘러가는 것을 감독이 싫어했나보다. 그래서 그런 비틀기를 넣었을지도. 하지만 내 눈엔 아리수가 아닌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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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사바 SE [dts] (2disc) - 할인행사
안병기 감독, 김규리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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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 이종호의 '모녀귀'

  감독 - 안병기

  출연 - 김규리, 이세은, 이유리, 최정윤

 

 

 

 

  분신사바는 귀신을 불러내는 주문이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귀신 놀이인데, 그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나 같은 사람은 진짜 주술적인 힘이 있다고 믿어서 절대로 하지 않고, 어떤 사람은 그냥 일본에서 건너온 질 낮은 장난이라고 여긴다.

 

  이 영화는 분신사바를 이용해 자신들을 괴롭히는 일진에게 보복하려는 여학생 무리로 시작한다. 전학생 유진은 학교 아이들의 괴롭힘이 극에 달하자, 다른 아이들 두 명과 함께 밤늦은 학교에서 분신사바를 시도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저주를 내린 아이들이 하나둘씩 죽어간다. 검은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자기 손으로 라이터 불을 붙이는 끔찍한 방법으로.

 

  한편 그 학교에 미술 선생으로 새로 부임한 은주는 수업 첫날 29번 인숙의 출석을 부르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번호의 학생은 오래 전에 죽었는데, 소문으로는 아직도 학교를 떠돌아다닌다고 한다. 아이들이 계속 같은 방법으로 죽어가는 가운데, 인숙의 죽음에 얽힌 마을의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음, 영화는 이것저것 많이 말하려고 노력한다. 원한을 품은 소녀 귀신, 심령술사, 빙의 내지는 환생, 왕따 가해자와 피해자, 남자의 추악한 욕망과 여자들의 질투 등등.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말하고 싶은 게 많으면 중구난방 주저리주저리 떠들게 된다. 그래서 상대방이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 영화도 처음에는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산만했던 곁가지들은 싹 가지치기가 되어간다. 그 때문일까? 앞부분에 나왔던 이야기가 뒤에서는 나오지 않아, 어떻게 된 걸까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대목도 있고, 왜 그렇게 연결되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아이들이 계속 죽어가기에 집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는데, 어떻게 아이가 짐을 다 챙겨서 몰래 빠져나올 수 있을까? 암만 봐도 대문으로 나온 거 같은데……. 그리고 왜 짐을 비닐봉투에 싼 걸까? 가방은 어디에 두고? 왜 비밀 얘기를 꼭 그렇게 위험한 장소에서 해야 했을까? 애가 늦게 들어온다고 혼을 내는 게 아니라, 못 나가게 막아야 했지 않을까 등등.

 

  초반에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귀신의 저주가 몰아친다. 아주 그냥 숨 쉴 틈이나 마음을 가다듬을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흐름이 중반이후부터는 느릿해진다. 인숙과 그녀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후반의 메인을 차지하면서, 사건이 아닌 설명조로 영화는 흘러간다. 황당하게도 30년 전 두 모녀가 살해당한 사건의 진상이 유진과 은주에게 최면을 걸었던 호경의 입을 통해서 술술 나온다. 아,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위기 잘 잡고 잔뜩 긴장하게 만들다가 뜬금없이 최면으로 전생을 알아내는 건 뭐람?

 

  추리 호러 스릴러를 보는 재미가 뭔데? 감독이 영화 곳곳에 배치한 퍼즐을 짜 맞춰 추측하여, 맞추면 좋아하고 틀리면 다음 기회를 노리는 그 아슬아슬함에 있다고 본다. 사건의 배경과 숨은 동기까지 몽땅 다 최면술사의 입을 통해서 알려주는 건 관객의 수준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제일 좋았던 건 세 여배우의 연기였다. 유진 역을 맡은 배우 이세은의 눈이 무척 컸는데, 두 눈을 부릅뜨고 화면을 바라볼 때면 가슴이 철렁한다. 거기에 요즘 '연민정'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이유리의 귀신 연기도 역시 꿈에 나올까 무서웠다. 김규리 역시 후반에 으아……. 세 여자들이 완전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만들면서 오들오들 떨게 했다. 영화의 분위기도 그에 어울리게 충분히 서늘했는데, 중간에 너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주려고 해서 흐름이 삐끗했다. 그래서 앞으로 나올 결말이라든지 뒷이야기까지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 맞춰서 좋긴 하지만, 끝나기 20분 전에 모든 것을 알게 되면 무척 허무해진다.

 

  문득 얼마 전에 읽은 이춘풍전 배비장전 이야기가 생각난다. 사고는 남자들이 치고, 그 대가는 여자가 떠맡는……. 이 영화에서는 여자, 특히 여고생들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했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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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바디
오리올 파울로 감독, 벨렌 루에다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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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El cuerpo, The Body, 2012

  감독 - 오리올 폴로

  출연 - 벨렌 루에다, 오라 가리도, 호세 코로나도, 우고 실바

 

 

 

 

  알렉스는 자신을 제멋대로 휘두르는 부유한 재력가인 부인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는 자신의 연구소에서 만든, 먹은 지 8시간 후에 심장마비를 유도하는 약을 부인에게 먹여 알리바이를 만든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듯 했는데,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부인의 시체가 사라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알렉스는 경찰과 함께 시체검시소에서 꼼짝도 못하고 갇혀있어야 했다. 10년 전에 부인을 잃은 경찰 하이메는 너무도 태연한 알렉스의 모습에 그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지고 사건을 수사한다. 그 와중에 부인이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발견된다. 알렉스는 이제 경찰의 눈을 피해서 자신의 범행 증거를 없애고 동시에 부인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 한편 그의 내연녀에게도 위험의 손길이 뻗치는데…….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보았던 '디아볼릭 Diabolique , 1955'이 떠올랐다. 마이카가 죽지 않았다는 증거가 발견되는 장면에서 '설마?'했다. 죽은 척하고 자신을 죽이려던 부인에게 복수하던 그 영화와 성별만 바뀐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연녀(남)의 존재, 돈줄을 쥐고 있던 부인, 사라진 시체 그리고 죽지 않았다는 증거. 이렇게만 보면 흡사했다. 그래서 조금 실망스런 마음으로 영화를 보았다.

 

  그런데!

 

  이 영화, 반전이 있었다. 그게 뭔지는 안 알랴줌이다. 그걸 위해서 영화 초반 30분은 좀 지루했고, 중간은 조금 긴장감을 주었다. 그리고 후반에 반전이 드러나면서 '헐'하고 넋을 놓게 만들었다.

 

  그 사람이 그럴 수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짓을 했을까? 한편으로는 독하다는 생각도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안쓰럽기까지 했다.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했을지 상상하니, 뭐랄까…….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하면, 나 자신에게 혐오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길게 썼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시체의 행방과 누가 왜 그랬는지 짐작이 갈 것 같아서 다 지웠다. 내 시간 돌려줘!!!

 

  현재와 과거를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정신줄을 놓는다거나 딴 짓을 하면 무슨 상황인지 따라잡기가 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니까 한눈팔면 안 된다. 초반은 좀 심심하지만, 반전이 현란하게 뒤통수를 치는 영화였다.

 

  사족을 붙이자면, 알렉스가 부인을 죽이고 싶었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부인이 진짜,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다. 하지만 그냥 이혼을 해버리지 않고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쓴 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긴 이혼과 사별은 손에 들어오는 돈의 액수가 극과 극일 테니까. 심정은 이해가 가도 나쁜 놈이다.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변기에 버린 종잇조각을 주워 먹을 필요까지는 없었을 텐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다. 경비원은 왜 다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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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블스를 만나요 - 초특가판
기타 (DVD)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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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eet The Feebles , 1989

  감독 - 피터 잭슨

  출연 - 로스 졸리, 피터 베레-존스, 도나 아커스튼, 마크 하드로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시리즈를 만들기 전의 피터 잭슨 감독은 유머감각이 뛰어나면서 동시에 잔인한 장면과 피가 철철 넘치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물론 '천상의 피조물 Heavenly Creatures, 1994' 같은 작품도 있지만,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고무 인간의 최후 Bad Taste, 1987'나 '데드 얼라이브 Braindead Dead Alive, 1992' 같은 영화를 보면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나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 감독이 이 감독이라니!

 

  이제 소개하려는 작품 '피블스를 만나요 Meet The Feebles , 1989'는 인형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코미디 영화로 분류되어있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다. 아마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 분류를 했거나, 이 정도의 고어는 고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담당인지로 모르겠다.

 

  혹시 미리 말하지만, 인형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건 절대 금지이다. 사람이 연기하면 상영 금지 당할까봐 인형으로 대체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야하고 질펀하고 노골적이며 잔인하고 더럽다. 연예계의 비리를 다루고 있는데, 불륜과 엿보기에다가 성상납은 기본으로 마약 밀매, 포르노, 뇌물 수수, 에이즈, 난잡한 성관계 그리고 강간 미수에 살인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피블스 쇼의 여주인공인 하마 하이디는 사장인 해마 블레치의 부인이다. 하지만 그는 고양이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거기다 똥파리 기자는 난잡한 성관계를 즐기다 에이즈에 걸렸다고 의심받는 토끼에게 비밀 유지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기고, 극단의 쥐새끼는 지하에서 포르노 영화를 몰래 찍고 있다. 그 뿐일까? 블레치는 마약 밀매까지 하고 있다. 결국 그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걸 알아버린 하이디는 무대 위를 향해 총을 쏴대는데…….

 

  똥파리 기자가 변기 속의 똥을 퍼먹는 장면은 으, 진짜 더러웠다. 어쩌면 똥이 그리도 실감나게 만들어져있는지. 게다가 쥐새끼는 진짜로 비열하게 그려졌다. 영화를 보면서 패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심지어 그 놈은 고슴도치 로버트와 풋풋한 사랑을 시작하는 푸들 루씰에게 약을 먹여 강간하려고까지 한다. 하여간 쥐가 문제다. 이외에도 영화는 추잡한 캐릭터와 경악할 만한 사건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코끼리와 닭 사이의 친자 확인 소송 사건이라든지 젖소 부인과 바퀴벌레의 SM 플레이에다가 월남전의 후유증으로 약물 중독이 된 개구리 등등.

 

  어쩌면 영화는 그런 결말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모든 범죄의 온상지라 할 수 있는 곳인데, 그냥 내버려두고 계속 죄를 저지르게 둘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러면 선한 존재들만 계속 고통 받는 상황이 이어질 테니까. 물론 현실에서는 그와 반대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인형을 사람으로 인식하고 보면, 19금 아니 25금은 더 될 것 같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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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피아노
에우헤니오 미라 감독, 엘리야 우드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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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Grand Piano , 2013

  감독 - 유헤니오 미라

  출연 - 일라이저 우드, 존 쿠색, 케리 비쉐, 탬신 에거튼

 

 

 

 

 

  ‘일라이저 우드’라는 본명보다‘ 프로도’라는 이름이 더 알려진 배우가 나오는 스릴러 영화이다.

 

  천재 피아니스트인 톰은 한동안 음악계를 떠나 있었다. 과거 공연에서 사고가 있은 후, 연주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5년 만에 화려하게 재기 공연을 갖게 되는데, 그를 기다리는 것은 관객만이 아니었다. 공연 준비를 하는 그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관객석에 있는 부인을 죽여 버리겠다는 내용이었다. 협박범이 원하는 것은 바로 톰이 ‘라 신케트’를 연주하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서 그것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작곡자이자 톰의 스승밖에 없다는 소문이 파다한, 전설적인 명곡이었다. 왜 협박범은 그 곡을 연주하라고 하는 것일까? 톰은 부인과 자신의 목숨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스릴러 장르이지만, 보면서 좀 어이없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다.

 

  피아노를 조금 배우다 말았기에 오래 배운 사람은 다들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수많은 관객을 앞에 두고 연주하면서 다른 짓을 할 수 있을까? 설마 주인공 버프에 천재라는 설정 때문에 가능한 걸까? 5년 전 공연에서 한 실수 때문에 공연 공포증에 걸렸던 남자가, 재기하는 무대에서 연주하다가 문자도 보내고 통화도 하는 게 가능할까? 음, 혹시 부인에 대한 사랑과 살아야겠다는 일념이 그런 행동을 가능하게 한 걸까? 위기의 순간에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간혹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협박범. 전화로 주인공에게 명령을 내릴 때는 무척 음산하고 위협적이었는데, 모습을 드러낸 다음에는……. 무척 실망이었다. 그 역할을 맡은 배우 역시 꽤 알려진 사람이었는데, 그 이름에 비하면 좀 시시했다.

 

  무엇보다 왜 굳이 그 곡을 연주하라고 시켰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연주곡을 완벽하게 연주하면 튀어나오는 열쇠를 찾기 위해서라는데, 그냥 피아노를 부수는 게 더 빠르지 않았을까? 마구잡이로 깨부수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분해하다보면 열쇠 하나 찾는 건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사람을 여럿 죽이면서 위험을 감수하느니 그게 더 쉬웠을 것 같다. 그게 아니면 톰을 납치하는 게 더 빠르지 않았나?

 

  그래서 극이 흘러가는 분위기나 상황 설정이 어딘지 모르게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주자가 딴 짓을 한다는 것부터 이상하더니만, 범인의 동기도 어색하고, 중간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죽어나가는 사람들도 어쩐지 심각하다기보다는 웃기기만 했다.

 

  그나마 괜찮았던 것은 프로도, 아니 일라이저 우드의 병약하면서 신경질적인 표정과 눈매였다. 무대 공포증이 있고, 협박을 받고 갈팡질팡하는 사람의 심리가 잘 와 닿았다. 어떻게 보면, 혼자 심각하게 상황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를 둘러싼 분위기가 조금만 더 심각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

 

  그나저나 프로도, 아니 일라이저 우드 이 배우는 스릴러 영화에 출연은 자주 하는데, 어떻게 다 별로인지. 저번에 본 ‘매니악 : 슬픈 살인의 기록 Maniac, 2012’도 그저 그랬는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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