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티드 힐
윌리엄 말론 감독, 브리짓드 윌슨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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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ouse on Haunted Hill , 1999

  감독 - 윌리암 말론

  출연 - 제프리 러시, 팜케 얀센, 테이 딕스, 피터 갤러허

 

 

 

 

  예전에 어떤 언덕 위에 하얀 집, 아니 정신병원이 있었다. 그곳의 의사와 간호사는 정신병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입원 환자들에게 온갖 잔혹한 실험을 가했었다. 그러다 아주 우연한 사고로 환자들이 병동에서 탈출하면서, 의사와 간호사들은 자기들이 했던 그 방법 그대로 환자들에게 살해당한다.

 

  30년 후, 부유한 한 남자가 그 병원을 사들여 개조한다. 그는 몇몇 사람을 초대해서, 하룻밤을 그곳에서 버티면 백만 달러를 주겠노라 제안한다. 그는 그곳에 온갖 장치를 꾸며놓고 사람들의 반응을 감시 카메라로 엿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모든 출구가 봉쇄된 저택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그곳에는 그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마침내 저택 깊숙한 곳에 봉인되어있던 뭔가가 깨어나는데…….

 

  예전에 동생과 비디오로 빌려보면서 무서워했던 영화이다. 그 당시 ‘더 헌팅 The Haunting , 1999’이라는 영화도 같이 봤는데, 이게 더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애인님이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다고 해서, 같이 보게 되었다.

 

  예전에 동생하고 볼 때는 무서웠는데, 이번에는 그냥 그랬다. 이미 언제 귀신이 나올지, 무슨 내용이 이어질지 알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일본 영화 ‘주온 Ju-on: The Grudge, 2000’은 다 알고 봐도 무서우니까 말이다.

 

  그러면 왜 안 무서웠을까? 아마 비슷한 소재로, 더 자극적인 영화를 이미 많이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폐쇄된 병원에 들어간 사람들이 뭔가에 홀리거나 과거 그곳에 있던 존재들의 유령에 당하는 소재는 좀 흔하다. 게다가 요즘 과학기술의 발달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고, 사람들의 잔인성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화면이나 상황이 예전 작품보다 자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거의 15년 전의 영화 화면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다만 예외적으로 ‘주온’은 갈수록 수위가 낮아지고 스토리의 정교함이 무뎌져서, 새로 영화가 나올 때마다 예전 것이 제일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영화의 기본 스토리는 괜찮으니까 최신 CG로 다시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 기억으로 이 영화는 1959년에 만들어졌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 한 것이다. 1999년의 사람들도 1959년 작이 스토리는 좋은데, 특수 효과가 너무 구식으로 보여서 그 당시의 최신 기술을 이용해서 리메이크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2014년을 살아가는 나는 또 다시 이 영화는 스토리가 좋으니까, 최신 기술을 이용해서 다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건 도대체 어떤 심리인거지?

 

  내가 이상한 걸까? 결국 내가 영화를 보는 기준은 CG라는 걸까? 아니면 최근 들어 스토리와 화면이 잘 어우러진 멋진 호러 영화를 보지 못해서 이러는 걸까? 잘 모르겠다. 나중에 누군가 최신 과학 기술을 이용해 악령들의 형상을 근사하게 만들어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비교가 될 테니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영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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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Rites of Spring (블러드 스프링) (2011)(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IFC Independent Film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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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Rites of Spring, 2011

  감독 - 패드레이그 레이놀즈

  출연 - 소니 마리넬리, 캐더린 랜돌프, 아네사 램지, AJ 보웬

 

 

 


 

 

  입춘 때마다 매년 5명의 여자가 실종되지만, 경찰은 그들의 흔적조차 찾지 못한다. 그리고 레이첼과 알리샤 역시 술집에서 집으로 가던 중에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납치당한다. 두 사람이 잡혀간 곳은 옥수수 밭이 넓게 펼쳐진 시골 농장. 그곳에서 알리샤는 목 잘려 살해당하고, 레이첼만 가까스로 그곳을 탈출한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가 그녀의 뒤를 쫓는데…….

 

  한편 벤은 자신의 실수도 아닌 일로 실직 당하는데, 그에 앙심을 품고 애인과 동생 그리고 친구를 끌어들여 사장의 딸을 납치한다. 하지만 같이 일을 하기로 한 친구가 뒤통수를 치면서 돈을 가로채려고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레이첼이 도망친 곳이 바로 벤 일당이 한참 돈 배분 문제로 싸우고 있는 폐건물이었다. 이제 그들은 레이첼을 쫓아온 괴생명체에게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 밭을 보면, 그곳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제물을 바쳐야 한다는 설정을 보면, 자연스레 스티븐 킹의 소설 '옥수수 밭의 아이들 Children of the Corn'이 떠오른다. 다른 점은 소설에서는 아이들이 등장하지만, 여기서는 할아버지가 나온다. 그거야 어찌되었건, 인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와 그것에 광적으로 열광하는 광신도가 등장하는 소재는 보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묘미가 있다. 특히 납치당한 사람이 여자라면, 그녀가 어떻게 광신도 무리에서 탈출하느냐가 제일 관건이다. 금발의 20대 초반인 미모의 여성이라면 뭐 게임 끝이다. 도망 다니다가 은근슬쩍 찢어지고 땀에 절어 착 달라붙는 의상이라면, 감사할 따름이다.

 

  거기다 납치범들이 내분을 일으켜서 싸우는 설정의 영화도 더러 있다. 제목은 생각 안 나지만, 납치한 아이를 죽이려는 사람과 보호하자는 사람이 다투는 장면을 본 기억이 난다. 거기에 아이를 잃은 부모가 복수하려는 영화도 흔하다. 이건 부모가 복수에 성공하거나 아이가 무사히 돌아와야 한다는 간절함을 느끼게 한다. 관객이 그런 절실함을 같이 느끼고 분노하게 만든다면, 영화는 성공적이라 할 것이다. 왜 사람들이 '테이큰 Taken, 2008'에 그리 열광했겠는가? 리암 니슨 때문에? 아니다. 악당을 쳐부수는 아버지의 모습에 감정이입을 한 것이다. 네가 어디 사는 누군지 모르지만, 목 씻고 기다려라. 아, 진짜 멋진 대사였다.

 

  이 영화는 이런 매력적인 두 가지 소재를 한꺼번에 써먹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보여준다. 하지만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과 달리, 이 영화는 시작은 작지 않았지만 끝은 더 작아진다. 끝이라고 생각도 못한 부분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바람에, 무척 당황했다. 이게 뭐야? 설마 감독이 편집하다가 졸았나? 나중에야 실수를 깨달았지만, 디렉터스컷을 내놓을 만큼의 자본이나 여력이 없어서 그냥 이렇게 내버려둔 건가? 물론 이 영화처럼 결말을 마무리 지은 영화가 없는 건 아니다. '텍사스 살인마 The Texas Chainsaw Massacre. 1974'가 그나마 좀 비슷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비슷할 뿐, 느낌은 전혀 달랐다. 아, 그래서 그 영화는 시리즈가 만들어지면서 팬을 모았고, 이 영화는…….

 

  벤에게 레이첼은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레이첼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벤이 회사에서 실직 당했고, 레이첼이 벤이 있는 건물로 도망쳐왔기에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니까 말이다. 친하게 지내는 것은 아닌데,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로 불운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물론 그래서 레이첼이 죄책감을 갖고 벤을 도와주러 오기는 하지만……. 아, 이 여자 진짜 보는 사람 속터지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엄청난 민폐녀다. 주인공이라서 봐주지만, 옆에 있으면 은근 짜증날 스타일.

 

  영화를 정의하자면, 회 떠먹으면 맛있는 생선을 그냥 끓여버린 느낌? 국거리로 좋은 일등급 한우를 돼지고기와 함께 갈아서 햄버그를 만들어버린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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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다이어리
브래들리 파커 감독, 제시 매카트니 (Jesse McCartney)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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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hernobyl Diaries, 2012

  감독 - 브래들리 파커

  출연 - 조나단 새도스키, 데빈 켈리, 제시 맥카트니, 올리비아 더들리

 

 

 

 

  유럽 여행을 다니는 네 친구가 있다. 유리라는 현지 가이드부터 체르노빌 근처 도시 프리피야트로 익스트림 투어를 가보겠냐는 제의를 받는다. 처음에는 방사능이라든지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기에 꺼려했지만, 남이 해보지 않은 것을 한다는 호기심으로 넷은 유리를 따라 그곳으로 향한다. 그 와중에 신혼여행 중인 커플까지 동참해서, 총 일곱 명은 버려진 도시, 프리피야트에 도착한다. 사람은 고사하고 새도 보이지 않는 도시에서 그들은 사진도 찍고 아찔한 경험도 한다. 그런데 자동차에 문제가 생겨 그들은 꼼짝없이 그곳에서 밤을 보내야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 도시는 분명히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건 이후 사람들이 한명도 없다고 했는데, 누군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영화 초반은 화기애애하게 여행 다니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러다 프리피야트, 원자력 발전소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지어진 도시에 도착하여 그곳의 황량함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어딘지 모르게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전에는 몇 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지만, 그들이 살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채로 텅 비어버린 것이 묘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밤이 되어 밖으로 나갔던 가이드가 사라지고, 일행 중 한 명은 정체모를 것들의 습격을 받으면서 긴장감은 고조된다. 폐허가 된 건물에서 그들이 본 것은 무얼까? 설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해 돌연변이가 된 동물들일까?

 

  영화의 마지막을 보면서, 무척이나 화가 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다.

 

  우리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무 것도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거짓된 정보였다면? 근거라고는 하나도 없는 허무맹랑하고 뜬금없는 소리였다면? 나보다 많이 안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한 말이지만, 사실 그 사람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거짓을 말한 거였다면? 요즘 같은 시대에 정보 조작이나 언론 통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내가 안다고 믿었던 것이 사실 가짜일 수도 있고,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진짜일 수도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내가 몰랐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의 불행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도 내 불행에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여행객들에게 닥친 일을 통해, 그런 것들을 말하고 있었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황당한 행동에 짜증도 나고, 진행이나 이야기 흐름 등등 전반적으로 그냥 그랬는데, 다 보고 난 뒤에 이것저것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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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You're Next (유아 넥스트) (2011)(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Lions Gate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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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You're Next , 2011

  감독 - 애덤 윈가드

  출연 - 샤니 빈슨, AJ 보웬, 조 스완버그, 에이미 세이메츠

 

 

 

 


  한 노부부의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세 아들과 딸이 각각 배우자와 애인을 데리고 온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답게 그동안 쌓였던 불만도 풀고 말다툼도 하면서 식사를 한다. 그런데 갑자기 화살 하나가 집 안으로 날아와 딸의 남자친구를 죽인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을 향해 계속 날아오는 화살들. 필사적인 방어에도 불구하고 하나둘씩 죽어나가고, 결국 동물 가면을 쓴 삼인조가 집 안으로 들이닥친다. 그 와중에 여러 가지 경험을 쌓은 둘째 아들의 애인인 에린이 살아남기 위해 그들과 맞서 싸우는데…….

 


  영화는 초반부터 한 커플이 집에서 공격당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노부부가 집에 돌아오자, 누군가 숨어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래서 처음에 나왔던 살인마 무리가 혹시 숨어있는 건 아닐까하는 추측을 하게 했다. 그렇지만 공격은 바깥에서 이루어졌다. ‘쳇, 예상이 틀린 건가?’라고 생각했는데, 음. 역시 그랬다. 그건 반전이니까 패스.

 


  그런데 뭐랄까? 영화를 보면서 한숨이 나오는 장면이 몇 개 있었다. 아무래도 저 사람들은 공포 영화를 잘 안 봤나보다. 현관문을 나설 때는 철사 같은 게 묶여있지 않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기본인데……. 거기다 사람이 아무리 빨리 달린다고 해도 무방비상태로 집밖을 뛰쳐나가는 건, ‘나 죽여주세요.’라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무리가 공격해올 때는 다 같이 있는 건 기본이잖아? 혼자 있으면 당연히 피해자 자원서에 서명한 거나 다름없다고! 하긴 사람이 너무 충격을 받으면 이성이 마비된다고 하니까,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본능으로만 움직일 수밖에 없나보다. 그래서 더 빨리 죽는 거고.

 


  범인의 정체는 놀랍게도 중반을 넘어서면서 밝혀진다. 그래서 추리하는 맛은 사라졌지만, 여주인공이 그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의문은 남았다. 어떻게 그녀는 침착하게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지도 궁금했고, 과연 최후의 생존자는 누가 될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녀가 침입자들을 상대하는 과정을 보면서 대단하다며 감탄도 하고. 에린이 집안 곳곳에 함정을 설치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 홀로 집에’ 성인 버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성인 버전이지만, 므흣함보다 피가 철철 넘쳤다. 아, 성인 버전이 꼭 야한 것만을 말하는 건 아니구나.

 


  그나저나 범인의 정체는 설마 했었는데, 그 설마가 맞아버렸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추측이 맞았다고 좋아하기 전에, 무척이나 기분이 찝찝하고 더러웠다. 아니, 어떻게……. 무슨 교육을 어디서 어떻게 배웠기에? 도대체 녀석들에게 자기 이외의 사람은 어떤 의미였던 거지? 동기를 알고 나면 더 화가 난다. 결국 다른 사람을 ATM 출금기로 본 거밖에 되지 않았다. 나쁜 놈들. 거기다 조심성도 없고 많이 어설펐다. 이층에 올라가보면 뻔히 드러나는 거짓말을 해대니까 꼬리가 잡히는 거다.

 


  동물 가면을 뒤집어쓴 침입자들 중의 하나가 자기네가 공격받았다고 길길이 뛰는 장면에서는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그래, 너희들은 한 가족을 몰살시키면서 너희 팀원 하나 당했다고 그 난리냐? 너희들이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이거냐? 완전 어이없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자신들이 하는 건 정당한 것이고, 다른 이가 하는 것은 불법이라 주장하는 모양새가, 익숙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면서, ‘다 죽여 버려!’라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믹서기로 머리를 갈아버리는 장면은……. 예전에 본 피터 잭슨의 영화 ‘데드 얼라이브 Dead Alive, 1992’에서 잔디 깎는 기계로 좀비들을 갈아버리는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잔인했다. 그런 짓을 저지르다니, 여주인공도 보통이 아니었다. 설마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면 누구나 다 그렇게 되는 걸까?

 


  영화를 보고 내린 결론이자 교훈이 있는데, 그걸 적으려다가 멈칫했다. 반전과 관련이 있었다. 아깝다, 멋진 교훈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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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The Bletchley Circle: Cracking a Killer's Code (블렛츨리 써클) (한글무자막)(Blu-ray) (2012)
PBS (Direct)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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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Bletchley Circle: Cracking a Killer's Code, 2012

  감독 - 앤디 드모니

  출연 - 안나 맥스웰 마틴, 레이첼 스터링

 

 

 

 

  2차 대전 때, 아무도 모르지만 영국에는 여성들로 이루어진 암호 해독 그룹인 '블랫츨리 파크 The Bletchley Park'가 있었다. 독일의 무전을 도청하여 패턴을 파악하고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내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공헌을 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면서 그들은 기밀 유지 서약을 하고, 자신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심지어 남편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몇 년 후,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일을 하면서도 십자말풀이나 퀴즈를 즐겨 풀던 수잔은 그 당시 일어난 연쇄 살인에 어떤 패턴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자기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걸 깨달은 그녀는, 블랫츨리 파크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를 부른다. 한 번 보면 잊지 않는 기억력의 소유자인 루시, 지도를 잘 보고 판단력이 빠른 밀리, 그리고 그들을 통괄하며 정부 내 기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진. 이 네 명이 힘을 합쳐 여자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3부작 드라마인데, 두근거리면서 봤다.

 

  1950년 대 초의 영국에서 여성의 지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전쟁 때 엄청난 공을 세웠다고 해도, 전쟁 후에는 가정주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남편이 회사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식사를 준비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남편의 체면을 세워주는 걸 일순위로 하고, 감히 남자의 영역에 발을 디디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면 남편의 무자비한 폭력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여자들이 범인을 잡겠다고 나섰을 때, 비웃음을 사거나 한심하다는 반응을 얻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저 네 명은 코드 브레이커, 그러니까 암호 해독가 내지는 범죄 수사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고, 자기들이 힘을 모으면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자기들의 재능을 뽐내려는 게 아니라, 같은 여성이 잔인한 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걸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른 희생자가 더 나오기 전에, 놈을 막자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물론 경찰들은 그들의 의견을 그리 신뢰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무척이나 단순하게 사건을 수사하고 마무리하려고 했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만 판단했다. 사실 그들은 수잔의 설명을 이해하지도 못했다. 문득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소설에 나오는 올리버 부인의 대사가 떠올랐다. ‘경찰청 간부 중의 한 사람이 여성이기만 했어도!’ 드라마를 보다가 그녀의 저 말 생각나면서, 왜 계속 저 주장을 하고 다녔는지 어쩐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남자 대 여자의 대결을 그린 드라마가 아니었다. 사회적 약자들이 어떻게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고, 자기들만이 할 수 있는 능력으로 목표를 이루어가는 드라마였다. 단지 1950년대의 약자가 여성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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