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셜록 : 시즌 2 (2disc) - 본편 + 부가영상
폴 맥기건 감독, 마틴 프리먼 외 출연 / KBS 미디어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원제 - Sherlock, 2012

  원작 - 코난 도일

  극본 - 스티븐 모팻, 마크 게티스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틴 프리먼

 

 

 

 

 

  이제 셜록과 왓슨은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홈즈는 자기 블로그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왓슨이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한 사건 이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인터뷰 요청도 들어오고, 신문에도 얼굴이 실리면서 두 사람은 바쁜 나날을 보낸다. 애인 사이로 오해받는 것 때문에 화를 내는 왓슨의 표정도 볼만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벨그레비어 스캔들 A Scandal in Belgravia'이다. 원작인 '보헤미아 왕국의 스캔들' 에서 홈즈가 유일하게 경애의 뜻을 담아 말하는 그녀, 아일린 애들러가 등장한다. 원작 못지않게 아름답고 배짱 있으며 총명하기 이를 데 없는 여성으로 나온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그녀만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른 점은 원작에서는 남자를 유혹했지만 여기서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셜록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그녀가 보여준 대범함은 놀라웠다. 허를 찌르는 공격이었다.

 

  사소하게 스쳐지나갈 법한 초반의 사건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마지막 반전은 보면서 짜릿했다. 와, 그런 거였구나. 극본을 맡은 사람들에게 존경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대단하잖아! 게다가 허드슨 부인의 과거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냥 평범한 하숙집 주인은 아닌 것 같다. 과거에 스파이였거나 범죄 조직과 관련이 있었을 거 같다.

 

  그나저나 아이린 애들러가 셜록의 휴대전화에 설정해놓은 문자 착신음, 나도 갖고 싶다.

 

 

  두 번째 이야기는 '바스커빌의 개 The Hounds of Baskerville'이다. 와앙, 이번 시즌에서 이게 제일 마음에 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린을 향한 내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이야기 형식으로는 이번 편이 더 내 취향에 맞았다는 뜻이다. 제목 그대로, 원작은 장편 '바스커빌의 개'이다. 소설도 좋았는데, 드라마도 마음에 든다.

 

  원작에서는 작위와 재산을 노리는 범인이 커다란 개를 사용했다면, 드라마에서는 유전자 변형을 둘러싼 실험이 원인이었다. 초반에 담배 금단 현상과 마음에 드는 사건을 만나지 못해 짜증으로 가득한 홈즈와 그런 그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허드슨 부인과 존의 대비는 좀 웃겼다.

 

  지난 편이나 이번 편에서 마이크로프트는 잘난 동생 때문에 고생을 한다. 지난번에서는 몇 년 동안 계획한 작전이, 아! 그 얘기는 여기까지 하겠다. 잘못하면 스포일러가 되버리니까. 하여간 이번 편에서는 동생이라고 하나 있는 녀석이 형 신분증을 훔쳐다가……. 제한된 시간 내에 연구소를 돌아보며 원하는 것을 알아내야 하는 셜록과 왓슨. 마이크로프트의 신분증을 도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들킬까봐 잔뜩 긴장하며 둘을 따라갔다. 그런데 동생의 신분 도용을 알게 된 마이크로프트의 어이없다는 표정이 나오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원작에서도 왓슨이 보살이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왓슨이 셜록에게 눈치 좀 있으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또 빵 터지고 말았다. 보살이지만 할 말은 다 하는 남자였구나.

 

 

  마지막 이야기는 '라이헨바흐 The Reichenbach Fall'이다. 원작은 '마지막 사건'이다. 그러니까 셜록이 모리아티와의 대결을 벌이다가 폭포에서 떨어져 죽은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셜록과 왓슨은 이제 엄청난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런 두 사람의 앞에 모리아티가 나타난다. 하지만 그는 모리아티지만 모리아티가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것은 셜록이 이름을 알리기 위해 벌인 사기극이라고 주장한다. 모리아티라는 사람도 사실은 가공의 인물이고, 그가 해결한 사건도 어쩌면 자작극이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너무도 간단하게 그런 주장을 믿는다.

 

  언론과 대중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직접 발로 뛰지 않고 인터넷 사이트나 온라인 카페 같은 곳에 올라오는 가십성의 이야기를 기사화하고 심지어 남이 올린 기사를 복붙하여 자기 이름만 바꾸는 파렴치한 기자들과 그런 기사를 사실이라 믿으며 제대로 확인해보지 않고 무조건 '우-'하고 따라하는 대중. 너무도 쉽게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너무도 쉽게 그것을 믿는다. 그리고 또 너무도 빨리 생각이 바뀐다. 자기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기능이 사라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 뿐인가? 누군가는 사람들의 그런 성향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이번 이야기는 그런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원작처럼 셜록은 죽는다. 폭포는 아니지만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서. 원작에서는 나중에 폭포 아래에 있는 바위에 떨어져서 살았다고 나오지만, 다음 시즌에서는 어떻게 살아왔다고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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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피센트
로버트 스트롬버그 감독, 안젤리나 졸리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원제 - Maleficent , 2014

  감독 - 로버트 스트롬버그

  출연 - 안젤리나 졸리 , 엘르 패닝 , 샬토 코플리 , 레슬리 맨빌

 

 

 

 

 

  말레피센트, 그러니까 공주 오로라를 잠재우는 저주를 내리고 나라를 가시덤불로 뒤덮은 마녀는 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진짜 속이 배배 꼬여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꼴 보기 싫어서 그런 것일까?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글러먹은 인성을 갖고 있는 거였을까? 아니라면 왜 그랬을까?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읽고 한번이라도 이런 의문을 품은 사람이 만들었을 것 같은 영화이다. 왜 그녀는 그런 무시무시한 짓을 저질렀을까?

 

  영화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하기 위해, ‘사랑’과 ‘배신’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했다. 사랑과 전쟁이 아니어서 좀 아쉬웠다.

 

  말레피센트는 크고 아름다운 날개와 환한 미소를 가진 귀여운 어린 요정으로, 비옥한 땅을 노리는 인간에게서 요정들을 지키는 것이 그녀의 임무였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인간 소년 스테판. 그를 믿었던 말레피센트는 자신의 약점을 말했고, 권력에 눈이 멀게 된 스테판은 그것을 이용해 그녀를 파멸시켰다. 몰래 그녀의 날개를 잘라낸 스테판은 공주와 결혼해 왕위에 올랐고, 말레피센트는 배신감에 눈물을 흘리며 그 전까지의 환한 미소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복수심에 불타 스테판의 딸인 오로라에게 바늘에 찔려 잠이 들 것이라는 저주를 내린 그녀. 하지만 어린 공주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데…….

 

  ‘난 너를 믿었기에 내 비밀을 알려줬고, 그 어느 날 너와 내가 만났던 날 밤에 넌 내 날개를 잘라가졌고 딴 여자와 결혼을 했었지~ 그제서야 난 느낀 거야 진정한 사랑이란 없다는 걸~’ 라는 노래 가사가 절로 나오는 영화였다. 말레피센트의 행동에 정당성을 주기위해, 스테판 왕이 나쁜 놈이 되어버렸다. 흐음, 나중에 혹시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대하 서사 영화가 나오는 건 아닐까? 사실 내가 그녀를 배신한 것은 이런 이유가 있어서였다 이러면서.

 

  말레피센트가 오로라에게 진정한 사랑의 입맞춤으로만 깨어날 수 있다고 저주를 내린 것은 절대로 풀릴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스테판이 사랑한다고 해놓고서 그녀를 배신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는 일부 몰지각한 남자들, 특히 권력가들이나 야심가들의 속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막말로 술 취해 쓰러져있거나 잠자는 여자를 어떻게 해보지 못해 안달이 난 XX들이 많은데, 오로라는 요정의 주인공 보정으로 엄청 예쁘기까지 한 소녀다. 사랑한다는 마음보다는 ‘어디 한 번?’이라는 마음으로 집적대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니 진정한 사랑은 개뿔, 오로라의 입술이 닳지 않으면 다행이다.

 

  아, 잔혹 동화 버전이었던가? 거기서 잠자는 공주는 왕자의 키스로 깨어나지 않는다. 왕자가 왕이 될 때까지, 나중에 임신해서 그 아기들 때문에 눈을 뜰 때까지 오랜 시간동안 그녀는 그의 섹스돌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온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그런 이유로 오로라에게 왕자가 키스해도 그녀는 깨어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기 전에 입술부터 들이대니까. 마음이 다급해진 요정 대모들은 급기야 남자란 남자는 다 끌고 올 기세였다.

 

  나중에 오로라가 눈을 뜨긴 한다. 왕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키스 때문에. 그 장면을 보고 디즈니가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왕국 Frozen, 2013’에서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남녀 간의 사랑보다는 다른 것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가족 간의 사랑이고, 달리 보면 성별과는 관계가 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긴 사랑에 나이나 성별, 국적이 무슨 상관일까.

 

  마녀 역할을 맡은 안젤리나 졸리는 훌륭했다. 너무 훌륭해서 공주는 빛을 잃었고, 왕자는 존재감이 없었다. 하긴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은 건 공주도 왕자도 아니었다. 순수했던 소녀가 배신당한 여인이 되고, 독기를 품었던 그녀가 어떻게 예전의 마음을 되찾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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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공주 PE (2disc) - 50주년 기념 플래티넘 에디션 / 한국어 더빙 수록
클라이드 제로니미 감독, 빌 셜리 외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원제 - Sleeping Beauty , 1959

  감독 - 클라이드 제로니미

  출연 - 메리 코스타 , 빌 셜리 , 엘리노어 오들리 , 베르나 펠턴

 

 

 

 

 

  유명한 페로 동화로, 디즈니 공주 시리즈 중에서 고전에 속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지금으로부터 56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인데 움직임이나 색감은 요즘 것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어떻게 그림이 나보다 더 부드럽게 움직이는지…….

 

  스테판 왕과 왕비 사이에 오로라 공주가 태어난다. 그녀가 사람들 앞에 첫 선을 보이는 날, 말레피센트라는 사악한 마녀가 나타나 공주에게 저주를 내리고 사라진다. 다행히 착한 요정이 있어서 저주를 완화시키지만, 어찌되었건 그녀는 16세가 되는 날 물레 바늘에 찔려 잠이 들어야하는 운명을 피할 수가 없게 되었다. 태어나자마자 요정들의 축복으로 전신 성형은 물론이고 꿀성대까지 갖게 된 공주. 마녀의 눈을 피해 인간으로 변신한 요정들의 보살핌으로 시골 아가씨치고는 아주 예쁘게 자란 오오라. 16세 생일이 되는 날, 성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저주가 풀리는 시간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마녀의 주술에 빠져 물레 바늘에 찔리고 만다. 요정들은 성 안의 사람들을 모두 잠재우고, 공주의 저주를 풀어줄 사람을 찾아 나선다. 그는 바로 오로라가 성으로 오기 전에 만나 한눈에 빠진 필립 왕자였다. 과연 그는 공주의 저주를 풀 수 있을까?

 

  좋게 말하면 사랑은 모든 역경을 뛰어넘는다는 교훈을 주는 예쁜 만화이고, 나쁘게 말하면 여자는 역시 외모가 제일이라는 의미를 포함한 수동적인 여성상을 확립하는데 공헌을 한 만화중의 하나이다. 태어나자마자 요정들의 마법 보정으로 최고의 미모와 엄청난 미성을 갖게 된 소녀. 아빠는 왕이고 엄마는 왕비이다. 게다가 태어나자마자 옆 나라 필립 왕자와 결혼이 약속되어있었고, 시아버지가 될 이웃나라 왕은 그녀를 위해 엄청 큰 성을 별장으로 줄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었다. 이건 뭐, 금수저가 아니라 다이아몬드 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것이다.

 

  단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마녀의 저주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마녀의 저주는 사실 저주가 아닌 것 같다. 만약 그녀가 평범하게 성에서 공주로 대접받고 태어났다면, 과연 어떻게 성장했을까? 흔히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싸가지 없는 여아로 자랐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거기에 금발은 멍청하다는 속설이 있으니 머리에 든 것도 없을 것이고.

 

  하지만 마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인간으로 변신해 16년 동안 마법을 안 쓰면서 살았지만 달걀하나 제대로 깨지 못하는 요정들의 손에서 자라야했기 때문에, 그녀는 모든 것을 스스로 척척 해내는 생활력 강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 16년 동안 인간으로 살면서 요리도 청소도 재봉도 할 줄 모르는 학습능력 제로인 요정들이 뭐하나 제대로 해줬을 리가 없다. 아마 철이 든 이후, 오로라는 혼자 요리하고 청소하고 먹을 식재료를 구해오고 그랬을 것이다. 그런 노동의 가치를 안 그녀가 나중에 왕비가 되어 함부로 낭비를 하거나 평민들의 삶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하!

 

  그러니까 마녀는 저주를 내린 것이 아니라, 그녀가 올바르게 자라도록 도와준 것이다. 모든 것을 갖고 태어난 아이가 혹시나 잘못 자랄까봐, 약간의 시련을 주어서 비뚤어지지 않게 성장하도록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거기에 그렇게 관심을 갖고 돌본 아이가 혹시 엉뚱한 놈팡이에게 넘어가서 결혼할까봐, 필립을 시험해보고자 감옥에도 넣어보고 용과 싸우게도 한 것이다. 한눈에 반해서 목숨을 걸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까, 그의 마음가짐을 확실히 잡으라는 의미로 그런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일부로 악역을 자처해서, 쎈 언니로 보이게 눈 화장도 짙게 하고 웃음소리나 행동도 무서운 느낌이 들게 한 것이다. 아아, 그 희생정신이란!

 

  그녀는 진정으로 왕국을 위하는 마음으로 가득한, 왕국의 수호자였다.

 

  이런 숨은 비밀을 깨달은 것은, 나만이 아니었나보다. 그래서 '말레피센트 Maleficent , 2014'라는 영화가 나온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말레피센트와 크루엘라, 자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닮았다.

후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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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신재영 감독, 정경호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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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신재영

   출연 - 정경호 , 정유미 , 김새론 , 최덕문

 

 


 

 

  서울 강북 한 동네에서 십여 명의 사람들이 실종되었다. 하지만 그 어떤 흔적도 증거도 남지 않아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언론은 연일 보도를 해대고, 실종자 가족들은 애가 탈 뿐이다. 그런 가운데 학교에서 돌아오던 한 여학생이 사라진다. 학생의 아버지는 택시를 운전하며 딸을 찾는 전단을 뿌리고 다닌다. 한편 말 못하는 동생인 김새론은 퇴근하는 언니 정유미를 마중하겠다고 집을 나섰다가 납치를 당한다. 영상 통화를 하다가 자신의 눈앞에서 동생이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한 언니. 그녀는 동생을 찾기 위해 휴대전화 위치추적기를 따라 맨홀로 들어간다. 그리고 CCTV를 통해 맨홀 속에 뭔가 있다는 사실을 직감한 실종 여학생의 아버지도 역시 그곳으로 향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냥 답답했다. 아니, 왜 이 좋은 소재를 가지고……. 게다가 이건 뭐……. 하아…….

 

  맨홀 뚜껑에서 피 묻은 사람 머리카락을 발견했고, 허가받지 않은 전기선이 맨홀 아래로 연결된 것을 발견했으면, 의심을 해야 한다. 의심까지 못하더라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해봐야한다. 왜냐고? 그 동네에서 사람들이 실종되어 전국이 들끓고 있으니까! 그리고 사건 신고를 받았으면 우선 재빨리 대응을 해야 한다. 동생이 납치된 것 같다는데 신고를 받는 경찰의 대응은 답답하기만 하다. 게다가 후반부에서 땅 밑에 뭔가 있음을 직감한 경찰이 지원 요청을 했지만, 오는데 30분이 넘게 걸린단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왜냐고? 위에도 썼지만, 그 동네에서 사람들이 열 명 이상 실종되어 전국이 들끓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경찰은 너무도 느긋하다. 여기 나오는 경찰은 전부 무능하고 느긋하기만 하다.

 

  애타는 건 사라진 딸과 동생을 가진 아버지와 언니였다. 그들은 가족의 행방을 찾아 그 어둡고 깊은 땅 밑으로 가길 주저하지 않는다. 왜 신고를 해서 경찰과 같이 가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고 했을까? 위에서 경찰의 대응이 미온적이어서? 하지만 동생의 휴대폰의 위치추적기나 CCTV를 보여준다면 경찰도 행동에 나서지 않았을까? 하긴 만약 내가 그들의 입장이었다면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빨리 찾고 봐야겠지.

 

  범인이 사람들을 잡아가는 이유는, 다른 미국 범죄 수사물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화면이 너무 밋밋했다. 비슷한 목적으로 사람들을 잡아가는 다른 영화를 보면, 다소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준다거나 범인의 비정상적인 면을 부각시키곤 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범인은 너무 평범했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했다. 미친놈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카리스마도 없었다. 사람을 죽이는데, 좀 어설펐다. 특이점이라면 총을 맞아도 그리 아파보이지 않았다는 것 정도? 경찰에게서 빼앗은 점퍼가 방탄효과도 있는 모양이다.

 

  게다가 영화는 너무 어두컴컴했다. 지하 땅 속이라는 걸 감안해도, 밝기를 최대로 해보았지만 여전히 화면은 깜깜했다. 원래 그렇게 찍었나보다. 너무 깜깜해서 모두들 얼굴에 시꺼멓게 칠하고 나오면 구별하기 힘들었다. 특히 형사와 실종자 아버지가 그랬다.

 

  거기다 후반부에서 보는 사람에게 눈물을 흘려달라고, 제발 감동적인 가족애를 느껴달라고 대놓고 강요하는 듯한 장면들은 하아…….

 

  범인의 사이코적인 면을 좀 더 부각시키고, 사람들의 행동이나 대사에 좀 더 진지함과 개연성을 넣어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리고 넓은 장소에서 사람들을 우왕좌왕 방황하게 하지 말고, 좀 더 한정된 공간에서 사건이 일어나게 했다면 더 짜임새 있는 추격전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한전도 문제다. 지하에서 범인이 많은 모니터를 설치하고 보고 있었는데, 그걸 몰랐다고? 전기세도 안 내고, 몰래 끌어다 쓰는 거였는데? 그동안 점검을 한 번도 안 한 거야?

 

  그러니까 결국 이 영화는 공무원들의 직무유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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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Predestination (타임 패러독스)(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Sony Pictures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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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redestination, 2014

  감독 - 마이클 스피어리그, 피터 스피어리그

  출연 - 에단 호크, 사라 스눅, 노아 테일러, 매들린 웨스트

 

 

 

 

 

  시간 여행은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소재이다. 만약 과거로 돌아가서 알고 있는 사건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 에서부터 미래로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등등. 심지어 역사를 바꾸려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시간 관리자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 영화는 시간을 오가면서 사건사고를 막아내는 조직과 거기서 제일 뛰어나다는 요원에 대한 이야기다. 뉴욕을 초토화시킨 폭파범을 잡기 위해, 조직은 가장 뛰어난 요원을 과거로 보낸다. 그의 임무는 폭파범에 대해 남겨진 증거를 모아서 사건을 막아내는 것이다.

 

  바텐더로 신분을 속이고 일하던 요원은 존이라는 한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그에게서 묘한 이야기를 듣는다. 존은 사실 고아원 문 앞에 버려진 제인이라는 여자아이였다는 것이다. 제인은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는 사라진다. 혼자 남은 그녀는 그의 아기를 낳는데, 설상가상으로 병원에서 아이가 납치당한다. 그리고 제인은 산부인과 검사 결과 자신이 남자와 여자의 성기를 다 가졌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게다가 출산의 후유증으로 여성으로서의 성은 사라지고, 남성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도 듣게 된다. 그녀, 아니 존은 자신을 임신시키고 사라진 남자에게 이를 갈고 있었다. 요원은 그 남자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제안하는데…….

 

  기본 줄거리는 예전에 어디선가 읽어본 기억이 난다. 그 얘기는 무척 짧은 분량이었는데, 영화에서는 극적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였는지 여러 가지 부가적인 설정을 가미했다. 폭파범과 그를 찾는 여러 가지 단서들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요원과 존(또는 제인) 두 사람이 전반적인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무척이나 흡입력이 느껴졌다. 시간 여행기를 이용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영화에서의 현재가 언제라고는 꼬집어 말하기가 어렵다. 어떤 시점에서 보냐에 따라서 현재가 바뀔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남자와 여자 두 역할을 맡은 배우 사라 스눅의 연기는 참 놀라웠다. 여자인 제인 역할일 때는 꿈 많은 순진한 소녀같이 핑크핑크한 분위기를 내는데, 존이라는 남자를 연기할 때는 칙칙하고 사회에 불만이 많은 느낌이 팍팍 풍겼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미국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 South Park’에 등장하는 에릭 카트맨의 출생의 비밀이 떠올랐다. 음, 사우스파크 제작진도 그 단편을 읽은 걸까? 물론 카트맨이 더 비열하고 속물근성에 찌들어있으며 무한 이기주의자이고 더 어리다는 차이는 있다. 아직 초등학생인데 벌써부터 그러고 다닌다면, 커서는 어떻게 될 지 두렵기만 하다. 얘는 세계 제패는 물론이고 우주 정복까지 할 놈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마지막 장면은 확실히 어떻게 될 것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원제를 보면 알 수 있다. Predestination. 숙명, 운명이라는 뜻이다. 만약 그가 마지막에 선택을 바꾼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은 허사가 되어버린다. 어쩌면 모든 것이 무(無)로 돌아갈 지도 모른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길밖에 없었다. “I miss you dreadfully"라는 마지막 대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인간은 결국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시지프스의 신화’가 떠올랐다. 인생이란 결국 삽질의 연속이라고 볼 수도 있고, 아무리 애써봤자 누군가 정해놓은 길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개천에서 용이 날 리가 없다는 말인가?

 

  아, 이 영화의 원작이 된 단편은 로버트 하인라인의 ‘All You Zombi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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