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제 - Fatal Frame , 2014

  감독 - 아사토 마리

  출연 - 나카조 아야미, 모리카와 아오이, 야마야 카스미, 코지마 후지코

 

 

 

 

 

  수녀들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여학생들을 위한 기숙 학교가 있다. 그곳에서 학생들의 아이돌처럼 여겨지는 ‘아야’라는 소녀가 있었다. 하얀 피부에 긴 생머리, 크고 검은 눈동자에 붉은 입술 그리고 누구보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동경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학생 중에는 아야의 사진을 갖고 싶어 하는 소녀도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이상하다. 방에서 한발자국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종업식을 얼마 앞두고 학생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심지어 교내에서 다 같이 원예 활동을 하다가 사라진 소녀도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아야의 환영을 본다는 것이다. 얼마 후, 사라졌던 다섯 명의 소녀들이 시체로 발견되는데…….

 

  난 처음 들어보지만, 호러 게임으로 유명한 작품을 영화화한 것이라 한다. 원작이 있는 영화라는 것은, 완전 복불복이다. 원작 못지않게 재미있게 만든 것도 있고, 원작의 이름을 붙인 게 아까울 정도로 형편없는 것도 있다. 이 영화는 원작 게임을 보지도 못해서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루했다.

 

  이 학교에는 소녀들만 걸린다는 저주가 전해 내려온다. 자정에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에 입을 맞추면 서로에게 저주가 걸린다는 것이다. 한 명이 자신의 목숨을 건 키스를 하면, 상대방은 죽은 소녀의 혼령에 시달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음, 저게 사랑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혼자 짝사랑을 하는 상대의 사진에 입맞춤을 하고 귀신이 되어 괴롭힌다는 얘기니까. 사랑이 아니라 스토커 아닌가?

 

  영화는 소문의 중심에 놓인 아야와 미치가 괴담의 진상을 파헤치고, 소녀들을 죽인 범인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딱히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고, 공포 영화다운 무서운 장면도 없었다.

 

  대신 아야 역을 맡은 주인공의 뛰어난 미모를 보는 낙이 있을 뿐이었다. 나카조 아야미라는 그 어린 배우는 진짜 예뻤다. 그런 애가 대낮이건 밤이건 교실이건 예배실이건 가리지 않고 나타나서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우와……. 무섭다기보다는 꼬옥쓰다듬쓰다듬을 해주고 싶었다.

 

  광고는 공포 영화라고 해놓고, 보여주는 건 예쁜 화면 안의 예쁜 소녀들이었다. 어떻게 하면 화면이 예뻐 보일까 연구하고 찍었다는 티가 팍팍 느껴졌다. 모름지기 공포영화란, 화면에서 긴장감과 공포심을 줘야지 예쁘다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포 영화라고 타이틀을 걸고 싶었으면, 오싹한 느낌을 줘야했다. 배경도 외딴 시골에 있는 기숙사에, 주변에는 계곡에 저수지와 늪이 있다. 이건 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조건이다. 그런데 그런 좋은 배경을 내버려두고 왜 이런 식으로…….

 

  과연 제작진이 말하는 공포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소녀들이 서로에게 연심을 품는 것? 그 마음 때문에 죽어도 좋다는 결심을 하는 것? 소녀들이 사랑하는 대상이 이성이 아닌 것? 하지만 여중 여고를 다닌 나에게 소녀들이 그런 감정을 갖는 건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 나이 때, 세상의 전부를 줘도 아깝지 않을 존재가 없었다면 그게 더 아쉬운 일이 아닐까? 그런 과정을 거쳐서 성장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포냔 말이다!

 

  날도 더운데 영화 보다가 짜증이 나면서 확 더위가 몰려왔다. 다음에서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종료한 것도 화가 나는데 말이다. 이제 네이버와 예스24밖에 없는 건가. 극장도 롯데와 CGV 그리고 메가 박스밖에 없어서 그들이 보라고 강요하는 영화를 봐야만 하는데, 다운로드 서비스까지 독과점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 마음에 안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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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시그널
윌리엄 유뱅크 감독, 로랜스 피시번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원제 - The Signal , 2014

  감독 - 윌리엄 유뱅크

  출연 - 브렌튼 스웨이츠, 로렌스 피쉬번, 올리비아 쿡, 뷰 크냅

 

 

 

 

 

 

  포스터에 낚인 영화들이 몇 있다. 얼마 전에 리뷰를 올린 ‘야반소두 Midnight Hair, 2014’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런 편이었다. 방역복인지 우주복인지 입은 사람들이 한 줄로 서있는 모습은 긴박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아니면 복제 인간이거나. 그런데 영화는 음, 방역복 입은 사람들이 나오긴 한다. 아주 떼로 나오고 줄도 서 있긴 하다. 아! 이 포스터는 과대광고를 하지 않았구나. 오해한 내 잘못인가보다.

 

  닉, 조나 그리고 헤일리는 전설적인 해커 노매드(Nomad)의 뒤를 쫓다가, 어느 건물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닉은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한 곳에 와있음을 알게 된다. 헤일리는 혼수상태였고, 닉과는 환풍구를 통해서만 대화가 가능한 상태였다. 그곳의 책임자 데이먼(Damon)은 닉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마치 침팬지 지능실험을 하는 것 같은 질문들을 던진다. 탈출 시도가 무산으로 끝난 어느 날, 닉은 자신의 다리가 기계 같은 것으로 대체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공포에 질린 닉은 겨우 정신을 차린 헤일리를 데리고 시설에서 탈출한다. 그런데 바깥에서 만난 사람들도 어딘지 모르게 정상이 아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영화를 보면서 좀 갑갑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부분에서는 ‘헐?’하면서 놀랐다. ‘이게 끝이야?’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그들의 정체가 뭐야?’라는 의문도 들었다. 영화는 그들이 지금 처한 상황과 환상인지 아니면 과거 회상인지 모를 장면들을 교차해서 보여주곤 한다. 그것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슬로우 모션으로. 영화는 슬로우 모션 장면을 적절하게 사용한다. 그걸로 긴장감을 완화시키려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는 언제나 미화된다는 걸 말하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마지막 부분을 위해 영화는 전반부를 그렇게 지루하게 만든 것 같다. 그런데 음, 앞부분이 너무 지루해서 딴 짓하다가 마지막이 무얼 말하는지 이해를 잘 못했다. 그래서 다시 봐야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앞부분이 더 재미있어지는 건 아니었다.

 

  전반부에 사건사고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해커를 쫓고, 시설에 갇히고, 검사를 받고, 탈출하려다가 잡히고, 친구가 있었는데 원래 없었다는 말도 듣고, 주인공이 겪은 일은 많았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진행에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저격수들이 노리고 있어도, 추격전이 벌어져도 전혀 빠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혹시 느리면서 몽환적인 배경음의 영향이었을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느리다는 인상을 줬다. 그 때문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이 다 환상 같았다. 설마 감독의 노림수였을까?

 

  결말을 보고는 잠시 멍했다. 그러니까 이건 뭐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문득 떠오르는 다른 영화들이 있었다. 아, 제목을 적었다가 스포일러가 될까봐 지웠다.

 

  인간의 의지와 외계인 기술의 완벽한 융합이라는 데이먼의 대사가 참 비정했다. 이 모든 것은 그것을 위해서였다. 에바와 싱크로가 잘 되는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아들마저 희생시키려던 겐도 박사를 보는 것 같았다. 도대체 그는 인간을 뭐로 본 걸까? 도구? 지능이 좀 높은 영장류?

 

  뒷맛이 영 좋지 않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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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콤: 금지된 구역
존 에릭 도들 감독, 벤 펠드먼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원제 - As Above, So Below, 2014

  감독 - 존 에릭 도들

  출연 - 벤 펠드먼, 에드윈 호지, 퍼디타 윅스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진다.’ 제목의 뜻이기도 하고, 영화에서 중요한 열쇠가 되는 말이기도 하다.

 

  주인공 스칼렛은 사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연금술에 흥미를 갖고 있다. 역시 역사학자이기도 한 그녀는 폭파 예정인 이란의 어느 동굴에 몰래 숨어들어간다. 그곳에 역사적으로 귀중한 유물이 있기 때문이다. 동굴 벽화에 새겨진 글자를 읽은 그녀는 프랑스에 있는 카타콤 지하에 ‘니콜라스 플라멜’의 ‘철학자의 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아람어 번역가, 그리고 안내를 맡은 파리 현지인들과 함께 카타콤의 지하로 들어간다. 그녀가 원하던 것을 찾은 기쁨도 잠시, 건드리지 말아야할 것에 손을 댄 대가가 일행을 덮치는데…….

 

  니콜라스 플라멜이라는 이름이 무척 낯익다. 소설 ‘해리 포터’시리즈에서도 등장한 이름이었다. 찾아보니 14세기경에 살았던, 연금술의 비밀을 밝혀냈다고 알려진 사람이다. 죽었지만 아내와 함께 여전히 살아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가 숨겼다는 연금술의 비법을 찾으려고 사람들이 그의 집과 무덤을 파헤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주인공 스칼렛이 찾으려는 ‘철학자의 돌’이 바로 플라멜이 숨긴 연금술의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카타콤 catacomb’은 지하 묘지를 말한다. 특히 파리에 있는 카타콤은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공동묘지를 재정비하면서 수백만구의 유골들을 지하에 모아놓았다고 한다. 일반인들에게 일부가 개방되어있다고 한다. 입구와 출구가 전혀 다른 지역에 있어서 안내인이 없으면 헤맬 수도 있다고 한다. 흐음, 해골이 쌓인 어두컴컴한 길을 걷는 느낌이 어떨지 궁금하기만 하다. 해골이 쌓인 길이라기보다는 해골을 쌓아서 길을 냈다고 해야 할까? 그나저나 우리나라에서는 묘를 함부로 옮기면 안 된다고 믿는데, 프랑스에서는 어떤지 모르겠다.

 

  해골과 유골로 가득한 지하 묘지라는 배경의 특수성 때문에 온갖 기묘한 일들이 일어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사실 관광객이나 주인공 일행 이외에 누군가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 사람은 왜 거기에 있을까? 어떻게 거기까지 내려왔을까? 이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기면서, 과연 저 사람이 진짜 인간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게다가 지하 묘지 깊숙한 곳에서 이상한 분장을 하고 성가곡을 부르는 사람들까지 등장하면, 뭔가 있는 게 분명하다는 믿음을 강하게 갖게 한다. 그러니 사람들이 계속해서 환상을 보고 공격을 당하고 사고가 나서 사라져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안 나오면 이상하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는 ‘헐!’하고 놀랐다. 그리고 그제야 에펠탑이 거꾸로 그려진 포스터의 의미를 깨달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의문이 들면서 진짜 철학자의 돌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슬그머니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에게 일어났던 그 모든 일이 설명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찍은 이유도 깨달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주인공 일행이 갖고 있는 카메라와 머리에 단 랜턴에 의지해서 촬영된다. 그 때문에 어떤 부분은 순식간에 흐릿하게 지나가기도 하고, 그들이 보고 듣는 것만 보고 듣게 된다. 즉, 그들이 말하는 그대로 믿게 된다는 것이다. 주인공을 비롯한 사람들은 철학자의 돌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그쪽으로 연관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도 자연스레 그 사실을 믿는 쪽으로 생각하게 된다.

 

  만약에 그들 중에 외계인을 믿는 사람이 있었다면, 아마 영화의 분위기는 다르게 흘러갔을 것이다. 또한 귀신을 믿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건 자기들의 묘를 함부로 옮긴 후손들에 대한 원혼들의 복수극이 되었을 수도 있고 말이다.

 

  페이크 다큐라서 좀 많이 산만했지만, 주인공이 그렇게 민폐도 아니었고 곳곳에 숨어있는 함정이나 복선들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초반에 인물 소개부분만 잘 넘어가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그런데 황당했던 거 하나. 그들이 다시 지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자기들이 과거에 저질렀던 죄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다. 살면서 저질렀던 제일 큰 죄이자 비밀,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싫어서 외면하고 회피했던 그런 일을 고해성사하듯이 입 밖으로 내뱉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었다. 잉? 뭐지? 플라멜은 연금술사가 아니라 카운슬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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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드
마누엘 카르발로 감독, 숀 도일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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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Returned, 2013

  감독 - 마누엘 카르바요

  출연 - 에밀리 햄프셔, 크리스 홀든-리드, 숀 도일, 클라우디아 바솔스

 

 

 

 

 

 

  일반적으로 좀비물이라고 하면, 감염된 사람들이 좀비가 된 자들을 죽이고 다니면서 살 길을 찾아가는 내용이 많았다. 그런 작품에서 좀비는 악이고, 사람들은 선이었다. 하긴 나를 죽이거나 잡아먹으려고 하는 상대를 선으로 볼 수는 없다. 그래서 그런 영화들은 좀비 죽이는 장면을 보면서 통쾌함을 느끼는 재미로 보곤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달랐다. 좀비 바이러스를 질병의 하나로 다룬다. 시간 안에 백신을 맞으면, 완전한 좀비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백신을 죽을 때까지 맞아야 한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영화에서는 좀비가 되려다가 돌아온 사람들은 ‘귀환자 The Returned’라고 부른다.

 

  주인공은 귀환자들을 위한 백신을 연구하는 연구원이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은 귀환자이다. 상황은 그들에게 불리하여 귀환자들에게 테러를 일삼는 조직도 있고, 신약 개발을 위한 자금을 얻는 것도 쉽지 않다. 그리고 남아있는 백신의 양이 얼마 안 된다는 소문과 함께, 약을 구하려는 경쟁마저 치열해진다. 설상가상으로 귀환자들을 강제로라도 격리시키겠다는 정부의 발표까지 그들을 힘들게 한다. 이에 주인공은 얼마 안 남은 약을 챙겨 남편과 함께 피신하고자 하는데…….

 

  좀비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는 다른 좀비물과 많이 다르다.

 

  좀비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는 가정 하에 영화는 진행된다. 대신 거기에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집어넣었다. 엄청나게 높은 약의 개발 비용이라든지 구입비용,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사람들의 대립, 나와 다른 남에 대한 불안감 등등. 이건 좀비 바이러스 대신에 불치병을 대입해도 좋은 설정이다. 좀비라는 소재를 넣은 것은, 상황을 최악으로 치닫게 하기 위함이다. 완벽히 치료가 되지 않기에 평생 약이 필요하고, 약을 먹지 않으면 이성을 잃고 사람들을 마구 죽일 수 있는 질병이 좀비 바이러스 말고 뭐가 있겠는가.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영화는 사람들에게 묻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불치병에 걸렸다. 약을 먹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 그런데 약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만약 누군가 약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약을 빼앗을 것인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걸 손 놓고 볼 것인가?

 

  영화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포기하고 같이 죽는 사람, 약을 빼앗는 사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 남이 가진 약을 빼앗는 사람을 보면서 욕을 했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그 입장이라면 과연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 뭔가 하려고 하지 않을까?

 

  좀비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죽고 죽이고 뜯어먹고 비명 지르는 내용을 기대했던 내가 좀 부끄러웠다. 이 작품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다. 인간의 도리나 선, 그리고 도덕의 기준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주인공 부부의 사랑이 애달프고 절절했다. 그리고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하다는 걸 다시 한 번 알려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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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 - 아웃케이스 없음
리들리 스콧 감독, 샤를리즈 테론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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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rometheus , 2012

  감독 - 리들리 스콧

  출연 - 누미 라파스, 마이클 패스벤더, 샤를리즈 테론, 로건 마샬 그린

 

 

 

 

  어릴 적에 무척이나 두근거리면서 보던 영화 시리즈가 있다. 바로 ‘에이리언 Alien, 1979’이다. 1편에서는 난생처음 보는 호전적인 외계 생명체의 모습에 놀랐고, 2편에서는 여전사의 탄생을 지켜보면서 환호성을 보냈다. 3편은 폐쇄된 공간에서 쫓고 쫓기는 인간과 에이리언의 혈투를 보면서 손에 땀을 쥐었고, 4편은 나도 못하는 수영까지 능숙하게 하는 에이리언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10여년이 훌쩍 흐른 다음, 새로운 시리즈가 나온다는 소식에 ‘오오!’하고 잔뜩 기대를 했다. 하지만 곧이어 시리즈가 아니라는 둥 프리퀄이라는 둥 온갖 얘기가 떠돌았다. 그렇게 영화가 개봉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에이리언 시리즈가 아니라는 얘기에 볼 생각을 접었다.

 

  그러다 어차피 봐야할 작품이라는 생각에 뒤늦게 보았는데, 하아……. 내가 좋아했던 에이리언 시리즈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그걸 생각하고 영화를 봤기에, 난 좀 실망했다. 광고 카피는 믿을 게 아니라는 것 또한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인류의 기원을 찾는 태초로의 탐사 여행. 지구상의 모든 역사를 뒤엎을 가공할 진실’이라고 하는데, 흐음…….

 

  2089년, 세계 여러 유적지에서 비슷한 벽화가 발견된다. 그리고 우주선 ‘프로메테우스’호가 지구를 떠나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바로 벽화에서 공통적으로 그리고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도착한 행성에서 정체불명의 구조물과 사체들을 발견한 탐험가들. 외계 문명의 발견에 흥분하는 것도 잠시, 뭔지 모를 존재가 그들을 공격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 뭔가 말을 하려다가 중간에 끝나버린 것 같다. 다음 편까지 봐야 명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온갖 떡밥만 잔뜩 던져놓고 끝나버렸다. 처음 나오는 외계인은 왜 죽었는지, 그가 먹은 것은 무엇인지, 외계인들은 에이리언을 어디로, 왜 옮기려고 했는지, 그리고 시간적 배경은 2089년이라는데 왜 유물 발굴 작업하는 건 요즘과 별로 다르지 않은지…….

 

  게다가 중간에 진짜 어이없는 장면이 나와서, 중간에 보는 걸 포기할까 생각도 했었다. 아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각본을 쓰고, 촬영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외부로 작업을 나간 사람들이 공격을 받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대개 그런 식으로 스토리텔링이 이어지니까. 그런데! 그런데!

 

  지금 기상이 악화되었고 그 영향으로 통신이 자주 두절되면 외부에 나가있는 동료를 모니터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섹스 하겠다고 자리를 비워? 명색이 선장이라는 놈이? 오라는 여자나 오란다고 가는 남자나 무슨 약을 했기에 그 모양인지 모르겠다. 섹스 못해서 한이 맺혔나? 둘이 그러는 사이에 외부로 작업을 나갔던 두 명은 죽음을 당했고, 그들이 발견한 에이리언에 관한 정보 역시 제때 전달이 되지 못했다. 이건 나중에 일행에게 닥치는 커다란 위험의 계기가 된다. 그 계기가 필요하긴 한데, 이건 너무 억지였다. 아니 샤를리즈 테론을 그딴 식으로 밖에 못 활용하나?

 

  거기다 외부에서 발견한 사체를 안에서 조사하다가 원인모를 바이러스 내지는 벌레 비슷한 것에 감염되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 영화에서 사용된 설정이었다. 풀어가는 방식도 별로 다를 바가 없어서, 그다지 참신하다거나 신선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음, 색다른 부분을 굳이 꼽자면 뱃속에 에이리언을 품은 여자가 자기가 직접 제왕절개수술을 통해서 제거하는 부분 정도? 1인용 수술실인 커다란 유리관이 열리는 시간은 느릿느릿하고, 잠들었던 아가 에이리언은 깨어나고 있어서 여자가 다시 공격당하느냐 마느냐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던 장면은 있었다. 그것 빼고는 뭐……. 

 

  인류의 기원을 밝힌다고 하지만, 종교계를 의식해서인지 대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넌지시 흘릴 뿐이다. 비밀을 푼다기보다는 탐사요원들이 살아남는 과정을 더 중점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래서 나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인류의 기원이 뭐였는지 보다는 에이리언의 공격과 그 와중에 누가 어떻게 살아남는 지뿐이었다. 많이 아쉬웠다. 2편이 혹시라도 나온다면, 아쉬움이 사라질까?

 

 

  그리고 이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지만, 음, 원하지 않는 분들은 여기서 패스하시길.

 

  나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은 그들이 발견한 외계 생명체가 왔던 곳으로 가기로 한다. 왜 인간을 만들고, 동시에 왜 죽이려고 했는지 알고 싶다는 것이다. 그 대사에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그러면 인간은 자기가 기르는 애완동물이나 실험용 동물들을 끝까지 책임지나? 기르다가 싫증나면 버리는 인간들이 수없이 많고, 실험이 끝나서 필요 없으면 폐기처분하는 게 한두 번도 아닌데. 아마 그 외계인들이 우리를 만들었고 또 죽이려고 했다면, 싫증났거나 필요가 없어서가 아닌가? 왜 그런 걸 굳이 알아서 확인사살을 받으려고 하는지……. 2편이 내년 개봉 예정이라는데, 볼 지 말 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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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istory 2015-06-25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일단 2편을 보고 또 평가해욥!

바다별 2015-06-25 22:51   좋아요 0 | URL
네 아마 그럴거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