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아 더 나이트
데니스 간젤 감독, 카롤리네 헤어퍼스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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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We Are the Night, Wir Sind Die Nacht,2010

  감독 - 데니스 간젤

  출연 - 카롤리네 헤어퍼스, 니나 호스, 제니퍼 울리히, 안나 피셔

 

 

 

 

 

  뱀파이어물이다! 게다가 포스터에는 매력적인 세 명의 여자가 야시시한 옷을 입고 당당한 자세로 정면을 보고 있다. 그들 밑에는 한 남자가 목을 드러내고 누워있었다. 원래 뱀파이어가 나오는 영화는 약간 에로틱한 분위기가 있으니까, 어쩐지 기대가 되었다.

 

  영화의 오프닝은 오래된 명화와 사진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그 모든 그림과 사진 속에 똑같은 얼굴을 한 여인이 들어있는 것이다. 화면이 바뀌어 현재. 도둑질로 살아가던 레나는 어느 클럽에서 우연히 루이즈를 만나고, 그녀에게 물린다. 집으로 돌아와서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게 된 레나는 루이즈를 찾아가고,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된다. 루이즈, 샤롯, 그리고 노라는 바로 뱀파이어였다. 그들과 함께 지내게 되면서,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듯이 숨겨왔던 미를 뽐내는 노라. 지금까지 꿈도 꿀 수 없었던 향락에 빠져 살아간다. 하지만 계속되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의 포위망이 그들을 향해오고, 안전했던 삶에 균열이 생기는데…….

 

  영화는 내 기대와 많이 달랐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뱀파이어 영화와는 달리, 사람들에게 공포를 자아내면서 습격하는 장면이나, 에로틱하게 사람을 유혹해 목을 무는 장면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레나의 혼란과 루이즈의 집착, 노라의 어린아이 같은 무분별함 그리고 샤롯의 우울한 시니컬만이 보였다. 다들 과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느낌이었다.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더 자유분방하게 행동하고,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계속 머물러 있었다.

 

  왜 루이즈가 그렇게 레나에게 집착하는지 이유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그냥 그녀가 오랫동안 누군가를 찾고 있었고, 그 기준에 레나가 맞아떨어졌다는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흐음, 오랫동안 찾아 헤맨 사람이었기에 무조건적으로 베풀고 배려하고 모든 것을 다 받아주었던 걸까? 그 때문에 자신과 친구들이 죽을 위기에 처해도?

 

  아무리 약을 하거나 먹고 마시고 섹스를 해도, 그들은 살이 찌지도 않고 중독되지도 취하지도 임신하지 않는다. 살이 안 찐다니! 갑자기 부러워졌다. 아, 어쩌면 이 영화에서의 뱀파이어는 여자들이 부러워하는 것을 갖고 있는 존재로 표현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세계에서 남자 뱀파이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나 멍청하고 시끄러워서 멸종하거나 살해당했다고 했다. 그래서 여자들에게만 뱀파이어가 되는 기회가 주어진다. 오직 여자들만이 그 자유와 특권을 누리는 것이다. 다만 낮에 돌아다닐 수 없다는 것만 빼고 말이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축복이자 기적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저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샤롯에게는 저주였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의 딸을 그리워한 나머지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니까. 루이즈는 뱀파이어로 변하는 과정을 기적이라고 말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미운 오리가 백조가 되듯이, 레나의 변신은 놀라웠다. 기적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물론 분장의 힘이겠지만. 천덕꾸러기로 재를 뒤집어쓰고 있던 어린 소녀가 무도회에서 제일 아름다운 공주로 재탄생하는 것 같았다. 영화에서도 그런 비슷한 암시를 한다. 처음으로 드레스를 차려입은 레나가 말한다. '신발이 없어요.'

 

  루이즈가 레나에게 보여준 세계를 왕자의 무도회라고 한다면, 영화는 12시를 향해 달려간다. 파티의 끝이자 다시 재투성이로 돌아와야 할 시간. 그러면 왕자는 누구일까?

 

  신데렐라 영화치고는 꽤나 우울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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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The Lazarus Effect (라자루스)(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20th Century Fox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원제 - The Lazarus Effect, 2015

  감독 - 데이빗 겔브

  출연 - 올리비아 와일드, 에반 피터스, 마크 듀플래스, 브루노 건

 

 

 

 

 

  죽은 생명체를 되살리는 실험을 하는 연구원들이 있다. 죽은 개를 되살리는 실험에 성공해 기뻐하는 것도 잠시, 자금줄이었던 제약 회사가 계약서 조항을 들먹이며 모든 자료를 가져가버린다. 이에 자기들의 공적을 손 놓고 빼앗길 수 없다는 생각으로 팀원들은 몰래 실험실에 잠입한다. 다시 실험하는 장면을 촬영해서 자기들이 연구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실험 도중 감전 사고가 일어나고, 일원 중 한 명인 조이가 사망한다. 조이의 애인이자 팀의 대장격인 프랭크는 조이를 되살려내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녀가 되살아나는데…….

 

  ‘Lazarus’는 성경에 나오는 ‘나자로’를 말한다. 죽어서 매장까지 되었지만, 예수의 말로 되살아난 바로 그 사람이다. 그러니까 죽은 자를 되살리는 일을 하겠다는 말은, 자기가 예수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재림 예수라니, 사이비 종교의 창시자라도 되고 싶은 건가. 아, 그들에게는 이미 ‘과학’이라는 종교가 있으니, 교황이라도 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이 영화는 제목과 설정에서부터 종교와 과학을 다루고 있다. 과학을 신봉하고 과학의 힘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사후 세계, 예를 들면 천국과 지옥의 개념까지 믿고 있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래서 모든 사항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들은 죽었다 되살아난 조이의 뇌파를 측정하고는 그녀가 뇌의 모든 부분을 다 사용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 때문에 그녀는 남들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으며, 독심술까지 터득하고, 급기야 초능력까지 발휘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멀리하고 실험체 정도로만 본다는 사실에, 조이는 자신이 당하기 전에 먼저 공격하기로 한다. 그런데 자신에게 해를 끼칠까봐 급습하는 것치고는 그 수법이 너무 잔인했다. 어떻게 보면 믿고 사랑했던 이마저 자신을 죽이려고 하자, 그녀 안의 잔인함이 눈을 뜬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팀원들은 조이의 영혼이 되살아나는 과정에서 뭔가 잘못되어 과거 기억의 어느 부분에 갇혀있는 게 아닐까하는 추측을 한다. 거기다 그녀가 초능력을 발휘하는 것 역시 주입한 혈청의 영향으로 뇌를 다 쓰고 있어서라고 결론 내린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모든 것을 과학으로 설명하기 위해 그런 얘기를 넣은 것 같다. 일반적인 호러 영화였다면, 그녀가 되살아날 때 사악한 뭔가가 따라붙어서 사건이 일어난다고 했을 것이다. 그게 별다른 설명 없이 관객들을 납득시키기 제일 쉬우니까 말이다. 아마 감독은 기존의 그런 영화들과 차별을 주기 위해서 과학에 더 비중을 줬나보다. 다만 그 설명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에 문제다.

 

  그래서 어중간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어쩐지 영화 ‘유혹의 선 Flatliners, 1990’과 영화 ‘루시 Lucy, 2014’에서 조금씩 떼어다가 만든 느낌이다. 그래도 잘 섞었으면 좋았을 텐데, 제대로 융합시키지 못했다.

 

  초반에 과학적 배경을 너무 길게 설명해서, 후반의 공포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다. 도대체 조이가 되살아난 것이 영화 시작하고 40분 후, 본격적으로 조이가 활동을 시작한 것은 한 시간이 다 되어갈 때였다. 영화의 총 상영 시간은 83분, 한 시간 23분이다. 이건 시간 배분을 감독이나 편집담당자가 제대로 못한 것이다. 설명을 다 하고 싶었으면 초반에 되살아난 개의 이상 행동을 좀 더 넣었으면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이 아니라 영화니까, 말로 전달하는 것보다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인상적일 것이다. 이쯤에서 살펴보는 감독의 전작. 다큐멘터리 ‘스시 장인 지로의 꿈 Jiro Dreams of Sushi, 2011’이다.

 

  생각해보면 성경의 나자로 에피소드를 다룬 것 중에 지금까지 제일 재미있던 작품은 ‘엑스 파일 The X Files’중에서 7시즌 18번째 'Hollywood A.D. 헐리우드에 간 엑스파일'이었다. 아! ‘유혹의 선’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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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 링컨 VS 좀비
리처드 쉔크만 감독, 리처드 쉔크만 외 출연 / 조이앤컨텐츠그룹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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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braham Lincoln vs. Zombies, 2012

  감독 - 리처드 쉔크만

  출연 - 빌 오버스트 주니어, 켄트 이글하트, 리애너 반 헬튼

 

 

 

 

  어린 소년이 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소년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자살을 한다. 소년은 잠시 생각하다가, 괴물로 변한 어머니의 목을 잘라낸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된 그는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있다. 어른이 된 소년의 이름은 아브라함 링컨. 최종 준비를 하는 와중에 그에게 소식이 하나 전해진다. 비밀 임무를 보낸 요원들이 다 죽고 한 명만 돌아왔는데, 그가 정상이 아닌 상태로 변했다는 것이다. 요원의 모습을 본 링컨은 직감했다. 어린 시절 변해버린 어머니와 똑같은 증상이라는 것을. 이제 링컨은 소수 정예 요원들을 데리고 좀비 소굴을 소탕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데…….

 

  왜 링컨이 존경할만한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선 같은 인간인 남군하고 싸우고, 그것도 모자라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와 좀비와도 맞섰기 때문이다. 그것도 같은 시간대에! 하나씩 각개격파를 한 게 아니라 동시에! 이건 뭐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단지 미국의 영웅이 아니라, 전 세계의 영웅이다. 그가 뱀파이어나 좀비를 막아내지 못했다면, 지금쯤 우리는……. 생각만 해도 덜덜덜하다. 아! 링컨이 뱀파이어와 싸웠던 내용은 ‘링컨 : 뱀파이어 헌터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2012’을 보면 된다.

 

  이 영화는 그리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았다는 티가 팍팍 난다. 엑스트라의 숫자도 그렇고, 좀비 분장한 것도 그렇고, 흐르는 피도 그렇고, 어딘지 모르게 끊기는 듯 한 이야기 흐름도 그렇고. 그러니까 저예산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끌어 모아서 만든 것 같다. 어쩌면 링컨이 뱀파이어와 싸우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후광을 노린 걸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는 그런 의도로 제작되는 영화가 있다고 하니까 말이다. 특수 효과 좀 빵빵하게 넣고, 필름을 아끼지 말고 찍어서 편집을 좀 속도감 있게 해서 액션 장면을 화려하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러면 더 이상 저예산 영화가 아니겠지?

 

  링컨의 암살에 관한 설정만 좀 신선해서 볼만했다. 그게 없었으면, 그냥 ‘왜 봤을까’라고 후회했을 영화였다. 뭔가 길게 쓰고 싶지만, 솔직히 리뷰를 적기 위해 영화를 다시 봐야한다고 생각하니 내 시간이 아까웠다. 그래서 감상문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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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Ouija (위자)(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Universal Studios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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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Ouija, 2014

  감독 - 스타일스 화이트

  출연 - 올리비아 쿡, 아나 코토, 린 샤예, 대런 카가소프

 

 

 

 

 

  혼자 위자 보드를 하던 한 소녀가 뭐에 놀랐는지, 보드를 불에 태운다. 하지만 그것은 다시 돌아왔고, 뭐에 홀린 듯이 소녀는 자살을 한다. 그녀의 이름은 데비. 어릴 때부터 친자매처럼 자라온 레인은 데비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우연히 데비가 없애려던 위자 보드를 발견한 레인.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게임을 해보기로 한다. 그런데 이후 레인을 비롯해 게임에 참여한 다른 친구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데…….

 

  처음에는 위자 보드를 이용해 죽은 친구를 한번이라도 보고 싶어 하는 친구들의 부름에 다른 귀신이 나타나 ‘모두 다 죽여 버리겠다!’라고 으르렁대는 내용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영매였던 엄마에게 이용당하다가 죽은 딸이 죽어서도 자기를 따라다니는 엄마를 물리치게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으로 흘러갔다. 게다가 그 집안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엄마를 죽인 죄로 정신병원에 갇혀있는, 지금은 할머니가 된 딸의 얘기도 그러했고 말이다. 그런데 영화에는 반전이 있었다. 분명히 할머니가 된 딸의 조언으로, 죽은 소녀 시체에서 엄마가 붙여놓은 저주의 흔적을 지웠건만, 그래서 엄마 유령이 사라지는 것까지 목격했지만, 친구들이 하나둘씩 죽어가는 것이다. 설마 위자 게임의 규칙 중에 뭔가 어긴 것이 있을까? 아니면 뭐가 잘못된 걸까?

 

  영화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반전까지 갖고 있었다. 그래서 긴장감도 흐르고, 저주받아 죽은 혼령들의 위협적인 비주얼이 마구마구 등장할 것 같은 예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줄거리만 보면 꽤 괜찮은 시나리오인데, 뭐가 문제인지 영화는 긴장감이 그리 흐르지 않았다. 소녀나 엄마의 유령은 흉측하기만 할 뿐 무섭지 않았고, 아이들이 죽어나가는 과정도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데스티네이션 Final Destination, 2000' 시리즈나 '쏘우 Saw, 2004' 시리즈처럼 막 잔혹하게 썰리고 터지는 것까지 바라는 건 아니다. 그건 잔인한 것이지 무서운 게 아니니까.

 

  아쉽게도 이 영화에서는 아이들이 죽기 직전까지 보는 이로 하여금 두근거리고 집중하게 만드는 그런 장치가 없었다. 특히 제일 아쉬웠던 부분은 그림자가 공격하는 장면이었다. 벽에 비친 친구의 그림자 옆에 그림자 하나가 더 생겼는데, 그것이 친구를 공격한다. 그런데 그림자의 등장과 퇴장이 너무 순식간이어서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그림자가 친구 뒤를 따라가는 장면을 조금이라도 미리 보여주면서 살짝살짝 다가가는 과정까지 그렸으면 더 집중하고 긴장하지 않았을까? 사소하다면 사소한 그런 부분에 신경 썼으면 보는 내내 긴장하고 소스라치게 놀랄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상한 것이 있으면 제발 만지지 말자. 저주에 관련된 물품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왜 굳이 만지고 눈에 갖다 대는 걸까? 학습능력이라는 게 없나?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아! 그래도 저번에 본 위자 보드라는 비슷한 소재를 다룬 '악령의 게임'보다는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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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
존 에릭 도들 감독, 로건 마셜 그린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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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evil, 2010

  감독 - 존 에릭 도들

  출연 - 크리스 메시나, 조프리 아렌드, 보자나 노바코빅, 로건 마샬 그린

 

 

 

 

  어느 고층 건물의 한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고장이 나면서, 다섯 명이 갇힌다. 어찌된 영문인지 관리실에서는 그들의 모습이 모니터에 잡히긴 하지만,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게다가 아무리 고장 원인을 찾아봐도 별다른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 안에 갇힌 다섯 사람들은 처음에는 금방 풀려날 것이라 믿었지만, 시간이 계속 흘러가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게다가 전등이 꺼졌다가 켜지면서 그들 사이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 서로 경계하고 의심한다. 급기야 하나둘씩 사람이 처참하게 죽어나가자, 그들의 공포는 극에 달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상대방이 살인범이라 확신하게 된다.

 

  한편 경비원 중의 한 사람은 엘리베이터 모니터에서 이상한 형체를 보게 되고 이 모든 것이 악마의 소행이라 믿는다. 건물에서 일어난 추락사건을 조사하러 온 경찰은 처음에는 엘리베이터 안의 누군가 원한을 품고 사람들을 죽인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지자 경비의 말에 관심을 보인다.

 

  그러면 살인마, 혹은 악마는 도대체 누구일까? 왜 그곳에 나타난 걸까?

 

  주요 무대는 엘리베이터 안과 경비실이다.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작품들은 자칫 잘못 만들면 지루하게 되기 쉬운데, 이 영화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누가 죽을까? 악마는 누구일까? 경찰은 제대로 악마를 찾아낼 수 있을까? 악마가 과연 경찰에 잡힐까? 이런 의문들이 계속해서 들었고, 특히 엘리베이터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예를 들면 건물 수리공이나 경비, 119 구조대원들이 잘못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그들이 엘리베이터에 다가갈수록 악마의 공격은 거세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악마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전선이 떨어진다거나 쇠를 자르던 칼날이 부러지면서 튕기는 식으로 표현되었다. 거기에 악마의 존재를 믿는 경비의 내레이션은 그런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더 했다.

 

  영화는 교묘하게 갇힌 사람들과 보는 사람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조금씩 풀어낸다. 모두가 다 거짓말을 하고 있었고, 숨기고 있는 범죄 하나둘씩은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몇 명은 직접적으로 만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 관련이 있었고 말이다. 이런 식으로 밝혀지는 사실들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몰입감을 더했다. 특히 불이 꺼지면 우당탕 소리가 들리고, 다시 불이 들어오면 사람이 죽은 채로 발견되는 부분은 으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 죽는다는 긴장감도 절로 생겨났다.

 

  하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좀 실망했다. 뜬금없는 종교 영화가 되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감독은 죄를 고백하고 진정한 반성을 하면 용서를 받는다는 걸 말하고 있었다. 아마 그 반성에 진정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악마를 등장시킨 모양이다. 악마가 사람을 죽이는 기준이 바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반성을 하고 있는 지였으니 말이다. 용서를 받기 위해 악마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니, 좀 이상했다. 천사와 악마가 동업이라도 하는 건가? 하여간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악마가 있으면 하나님도 존재하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니까 악마가 사람들을 괴롭히는 내용의 작품들은 다 일종의 선교 영화라고 볼 수 있을까?

 

  웃긴 장면도 하나 나온다. 악령이 있으면 일이 다 잘 풀리지 않는다면서 경비원이 잼 바른 토스트를 공중에서 던지는 부분이 있다. 원래 토스트는 잼을 바르지 않은 쪽이 바닥으로 떨어지는데, 악마 때문에 잼 바른 쪽이 떨어진다니……. 그게 증거가 되나? 집에서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빵 사러 나가기가 귀찮아서 패스했다. 나중에 식빵 사오면 해봐야겠다. 먹는 걸로 장난친다고 어머니가 뭐라고 하시려나? 안 계실 때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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