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의 누 일반판 (2disc) - 초특가판
박용우 외, 김대승 / 시네마서비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영제 - Blood Rain , 2005

  감독 - 김대승

  출연 - 차승원, 박용우, 지성, 윤세아

 

 

 

 

 

 

  19세기 후반, 종이를 만들어서 조정에 납품도 하고 외국과의 교역으로 부를 누리는 섬 동화도. 조정에 바칠 종이가 실린 수송선에 불이 나는 사고가 일어나고, 나라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관리를 보낸다. 바로 차승원이었다. 그런데 섬에 도착한 일행을 기다리는 것은 참혹하게 죽음을 당한 시체였다. 이후 매일 한 명씩 각기 다른 방법으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들이 죽은 방식은 순서대로 효시(참수 후 시신을 공개하는 것), 육장(끓는 물이 집어넣는 것), 도모지(몸을 묶고 얼굴에 물 묻힌 종이를 여러 겹 바르는 것), 석형(돌로 쳐 죽이는 것) 그리고 거열(팔다리를 말이나 소에 묶어 절단하는 것)로, 다섯 가지의 극형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사건을 수사하던 차승원은 이 모든 범행 수법이 7년 전 천주교도로 몰려 몰살당한 강 객주 일가가 당했던 형벌과 동일하다는 것을 밝혀낸다. 그리고 살해당한 사람들도 그 일가와 관련된 자들이었다는 것도 알아낸다. 하지만 섬 주민들은 입을 딱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뭔가를 무서워하는 것 같고, 한편으로는 숨기는 것이 있는 눈치다. 도대체 7년 전 강 객주의 죽음과 지금 벌어지는 사건들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설마 누군가 강 객주 일가의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일까? 사건을 파헤칠수록 차승원의 목숨도 위협을 받는데…….

 

  영화를 보면서 ‘우와아!’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비록 이야기의 흐름이 중간에 끊기는 느낌이 드는 것이 불만이었지만,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복잡하기만 했던 모든 떡밥들이 적절히 회수가 되었고, 인물들의 성격이 대체적으로 잘 드러나 있었다. 또한 스릴러 장르답게 긴장감도 적당하게 유지시켰고, 밀고 당기는 것도 괜찮았다. 잔혹한 장면이 중간 중간 들어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다섯 가지 형벌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은 으……. 내가 당하는 입장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보면 진짜 오싹하고 소름끼쳤다.

 

  영화는 거의 모든 것이 적절했다. 왜 그런 잔인한 수법으로 사람을 죽여야 했는지도 개연성이 있었고, 그것을 위해 떡밥을 깔아놓고 회수하는 것도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다 패를 내놓는 듯했지만, 가장 중요한 정보는 중후반까지 꽁꽁 숨겨놓으면서 풀어내는 것이 꽤 멋졌다. 물론 그 정보가 나오기 전에 혹시 이 사람이 범인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버렸지만, 그래도 흐름은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다만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중간에 이야기가 끊기는 것 같은 느낌만 없었다면, 무척이나 좋았을 것이다. 아, 이런 괜찮은 영화를 왜 이제야 보았는지…….

 

  작품은 19세기 초반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중앙의 권력 다툼이 지방에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천주교의 전래가 만들어낸 가치관의 혼란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 재산을 갖게 된 사람들의 욕심과 군중 심리에 대해 잘 말하고 있다. 강 객주 일가의 죽음은 권력욕과 탐욕에 눈이 먼 인간들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더 나은 생활을 주기 위해 애썼건만,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사람들은 모른 척했다. 더 나아가 벼랑 끝으로 내몰기까지 했다. 아, 그래서 조상님들이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한 걸까?

 

  탐욕에 눈이 멀고, 공포에 귀가 막힌 사람들은 이성마저 마비된다. 그래서 군중 심리로 우왕좌왕하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설상가상으로 혈우마저 내리자, 사람들은 이성을 잃어버린다.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조금은 느릿했지만, 효과는 대단했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가던 공포심이 어떻게 돌변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보면서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인간이란 얼마나 이기적이면서 잔인하고, 또 그만큼 바보 같을 정도로 어수룩한 걸까?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그 사람도 인간이었다. 자신의 목숨과 권력을 떠날 수 없는 그런 인간. 정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헌신하는 영웅은 그곳에 없었다. 단지 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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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 Good Marriage , 2014

  감독 - 피터 아스킨

  출연 - 조앤 알렌, 안소니 라파글리아, 크리스틴 코넬리, 스티븐 랭

 

 

 

 

 

  포스터가 상당히 강렬하다. 욕실에 나란히 걸린 수건에는 각각 'Mrs.'와 'Mr.' 라고 적혀있는데, 그 중 'Mr.' 수건은 누가 사용했는지 구겨져있고, 피가 잔뜩 묻어있다. 거기에 다음 영화 소개에 '남편의 커다란 비밀'이라고 나와 있었다. 포스터와 연관시켜 상상하면, 대충 어떤 내용일지 예상이 되었다. 만약 '스티븐 킹 원작 영화'라고 적힌 포스터 문구를 보지 않았다면, 아마 볼까말까 고민할 영화 30000위쯤 매겨질 작품이었다. 하지만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 덕분에 단번에 봐야할 영화 1순위로 뛰어올랐다.

 

  달시와 밥은 결혼 25주년을 맞이한, 딸의 결혼식을 앞둔 사이좋은 부부이다. 주위 사람들이 다 그들을 부러워할 정도였다. 특히 밥은 부인에게 애정이 듬뿍 담긴 쪽지를 집안 곳곳에 숨겨놓기를 좋아하는 자상한 남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밥이 출장간 사이 달시는 차고에서 뭔가를 찾다가, 남편이 꼭꼭 숨겨놓은 철제 상자 하나를 발견한다. 호기심에 열어본 상자 안에는 여러 사람들의 신분증이 들어있었다. 바로 도시를 공포에 몰고 있는, 연쇄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 것이었다. 달시는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달시는 처음에는 남편이 자기를 죽이는 악몽까지 꾸지만, 결혼을 앞둔 딸의 행복을 위해 덮어버리기로 한다. 그런데 딸의 결혼식 날, 의문의 남자가 두 사람을 지켜보는데…….

 

  달시의 표정 변화가 볼만했던 영화이다. 처음 등장할 때 그녀의 눈에는 남편 밥을 향한 사랑이 듬뿍 담겨있었다. 입가에는 언제나 온화한 미소가 지어져있고, 더없이 자상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밥의 비밀을 알게 된 다음부터는 표정이 확 달라진다. 남편을 보는 눈빛은 불안했고,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때로는 남편을 두려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한 밥이 옆집 여자를 흘낏 보기라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해하기도 했다. 그러다 딸과 전화 통화를 끝내고는 뭔가 결심을 한 사람처럼 입가가 단단하게 굳어있었다. 딸의 결혼식에서는 너무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표정만으로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심리인지 조금이나마 추측할 수 있었다.

 

  딸의 결혼식 전, 그녀는 환상을 보고 듣기까지 한다. 그 정도로 심리 상태가 불안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이 그녀의 환상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걸핏하면 나오는 다중인격이라든지 기억상실증 같은 거. 하지만 킹느님이 그런 진부한 설정을 쓸 리가 없다.

 

  결혼은 좋은 사람을 만나서 함께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좋은 사람이란 뭘까? 남에게는 차갑지만 나에게는 따뜻한 남자? 그러니까 남에게는 싸가지 없고 재수 없지만, 나한테만 잘해주면 된다는 말일까? 그걸 과장해서 표현하면, 이 영화에서처럼 될 것이다. 밖에서는 연쇄 살인마지만, 집에서는 가정적인 천사표 남편. 남에게는 차갑지만 나에게만 따뜻한 남자의 표본 맞잖아? 하긴 뭐, 밖에서는 장애인을 고문하고 장기매매까지 모의한 여고생이지만 집에서는 너무도 착한 딸이라고 하는 세상이니.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딱 알맞은 영화였다. 25년을 함께 살았어도 그 정체를 몰랐으니 말이다.

 

  영화는 뜻밖에 잔잔했다. 밥이 아닌 달시의 시선에서 영화를 진행했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랑하고 평생을 믿은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인의 시점이기에, 고문당하고 죽는 피해자는 나오지 않는다. 단지 그녀의 시선과 표정의 변화를 통해, 정신적인 충격이 얼마나 컸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려하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참고로 이 영화의 원작인 단편은 이번에 밀리언셀러 클럽에서 내놓은 중편집에 수록되어있다고 한다. 소설이 영화보다 달시의 심리를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사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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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데블 [dts] (2disc) - 할인판
벤 애플렉 감독, 마크 스티븐 존슨 외 출연 / 베어엔터테인먼트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Daredevil: The Man Without Fear, 2003

  감독 - 마크 스티븐 존슨

  출연 - 벤 애플렉, 제니퍼 가너, 콜린 파렐, 마이클 클라크 던컨

 

 

 

 

 

 

  요 몇 년 간 아주 히트를 치고 있는 영화 시리즈가 있다. 이른바 디시와 마블로 나뉘는 초능력을 갖거나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다. 예를 들면 ‘어벤져스 The Avengers, 2012’ 시리즈라거나 ‘엑스맨 X-Men, 2000’ 시리즈 그리고 ‘배트맨 Batman, 1989' 시리즈와 ‘슈퍼맨 Superman, 1978’ 시리즈를 들 수 있다. 음, 배트맨과 슈퍼맨은 최근이 아니라 몇 십 년 전에 만들어진 거니까 빼야할까? 이 영화도 그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디시인지 마블인지 모르지만, 보통 인간의 능력을 웃도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사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애인님은 이런 유의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드라마 시리즈도 보고, 영화도 보고 그런다. 하긴 내 취향의 공포 영화만 보자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받아주고 그래야 공평하다. 이 영화도 그래서 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사고로 시력을 잃은 머독은 다른 감각이 초인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범죄조직의 요구를 거절하여 살해당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그는 한 스승에게서 무술 훈련을 받는다. 언젠가 아버지의 복수를 하게 될 날을 꿈꾸면서 말이다. 낮에는 변호사로, 밤에는 가면을 뒤집어쓴 데어데블로 활약한다. 그는 필연적으로 도시를 장악하고 있는 범죄왕 ‘킹 핀’과 맞서게 된다. 그 역시 겉으로는 건실하고 성실한 사업가의 모습이지만, 뒤로는 온갖 부정행위를 일삼으며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킹 핀의 해결사 ‘불스아이’와 싸우고, 사랑하는 연인 ‘일렉트라’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오해도 받으면서 머독은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가는데…….

 

  아무리 시력을 잃었다지만 어떻게 저런 능력을 가질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드는 주인공이었다. 높은 건물 사이를 훌쩍 뛰어넘고, 주변의 소리를 다 듣고 분석할 수 있고, 눈이 보이는 사람보다 더 잘 싸우고……. 그러다 문득 만화 ‘쿵후보이 친미 鉄拳 てっけんチンミ, 1983’에서 봉술의 대가인 스승 역시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그런 거였어.

 

  머독은 낮에는 얌전히 법정에서 내린 결과를 수긍하지만, 밤에는 재판 관계자들을 찾아가 줘 팬다. 특히 뒷공작을 해서 무죄로 풀려난 범죄자는 죽여 버리기도 한다. 음, 역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모양이다. 하긴 변호사니 더러운 꼴을 많이 봤겠지. 아무리 법을 들이대도 법 위에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직접 당해봤겠지. 그러니 법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하긴 일반 서민들은 한번이라도 마약을 하면 즉각 구속에 파혼당하고 취직도 잘 못하지만, 있는 사람들은 수십 번 마약을 해도 풀려나서 결혼하고 잘 먹고 잘 사니까. 머독이 데어데블이라는 존재를 만들어서 활동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아쉬웠다. 겨우 막판에 몸싸움 한 번 진 걸로 끝이라니…….게다가 명색이 암흑가의 왕이라면서 그렇게 어이없이 지다니……. 기밀을 경찰에 내어준 내부 고발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잖아? 막말로 기자의 기사 하나로 망가질 정도의 기업체였다면 그게 무슨 암흑가의 왕이야! 동네 골목대장도 안 되는 거지! 한국을 봐! 기사 하나로 기업체가 무너지는지! 그동안 매수했던 판사와 검사, 경찰이 하나둘이 아니면서! 한국 기업 좀 벤치마킹 해보라고!

 

  도대체가 두 시간이 넘게 킹 핀의 기업이 얼마나 크고 그의 해결사 불스 아이가 얼마나 능력 있는 또라이 암살자인지 보여주더니, 갑자기 우르르 무너뜨린다. 건물을 해체할 때 폭탄을 꼼꼼하게 설치해놓으면 한순간에 우르르 무너지긴 한다. 그렇지 않고 건물이 무너진다면, 그건 부실 공사가 원인이다.

 

   영화는 폭탄을 꼼꼼히 설치하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게 너무 아쉬웠다. 두 시간 넘게 내가 뭘 기대하고 본 것인가 허무하기까지 했다. 개봉 당시 혹평을 받았다는데, 그럴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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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최후의 날
안톤 후쿠아 감독, 모건 프리먼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원제 - Olympus Has Fallen, 2013

  감독 - 안톤 후쿠아

  출연 - 제라드 버틀러, 모건 프리먼, 아론 에크하트, 릭 윤

 

 

 

 

 

 

 

  전에 ‘화이트 하우스 다운 White House Down, 2013’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중동 지역과 화해하려는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테러를 하는 영화였다. 거기서 백악관이 공격 대상이 되어 아주 꼼꼼하게 부서진다.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주인공이 대통령과 테러리스트에 맞선다는 내용이었다.

 

  이 영화도 비슷한 설정이다. 한국, 그러니까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상 회담이 벌어지는 백악관이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는다. 그들은 백악관을 부수는 대신, 대통령과 장관들을 인질로 삼는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한국에서 미군이 물러나는 것과 미국의 모든 핵미사일을 통제할 수 있는 암호였다. 전직 대통령 경호원이었다가 영부인의 사고사에 책임을 지고 다른 곳으로 좌천된 주인공은 자발적으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두 영화가 기본 설정은 비슷하다. 백악관이 공격당하고, 대통령은 인질이 된다. 우연히 그곳에 있던 주인공이 혼자 그들과 맞서 싸운다. 그런데 영화의 분위기나 느낌은 전혀 달랐다. 하긴 감독이 다르니 그렇겠지.

 

  결론만 말하면, 이 영화보다는 ‘화이트 하우스 다운’이 나았다. 그 영화도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이번 작품보다는 나았다. 그런데 헐, 이 영화는 속편까지 만들어진단다. 내년에 개봉 예정으로 런던이 무대라고 하는데, 백악관으로 모자랐던 걸까? 안 그래도 런던은 드라마 ‘닥터 후 Doctor Who’에서 매년 한 번씩 공격받는 비운의 도시인데, 굳이……. 속편이 만들어질 정도로 재미있었던 것 같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 생각은 다른가보다.

 

  이 영화에서 백악관을 공격하고 대통령을 인질로 잡은 집단은 놀랍게도 북한쪽의 사람들이었다. 한국의 경호책임자로 숨어들어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정리한다. 으음, 도대체 한국의 정보쪽이나 공무원 담당 부서들은 얼마나 일을 개판으로 하기에 북한쪽 요원을 대통령 경호 책임자로 임명하도록 내버려둔 걸까? 아, 맞다. 남한 국정원 요원들이 잘 하는 것은 댓ㄱ…….

 

  영화는 특별히 개그 성향의 인물도 없는데 웃음을 많이 유발했다. 북한측 요원들의 한국어가 진짜 웃겼기 때문이다. 아, 설마 북한 사투리라서 그런 걸까? 하지만 그들은 한국측 요원들로 위장을 했기에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할 것이다. 아니면 미국에서 암약하고 있던 북한 사람들이기에 그렇게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한 걸까? 하여간 웃겼다. 미국 사람들은 다 백악관이 접수되었다며 진지열매를 먹고 연기를 하고 있는데, 북한 요원들만 나오면 그냥 코미디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한국의 회담 책임자를 ‘Prime Minister’라고 부르는데,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할 정도면 적어도 대통령 급일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을 ‘president’라고 부르지 않나보다. 아니면 경제부총리가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하러 갔는지도 모르겠다. 와, 우리나라 대단해. 부총리가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다 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대본 맡은 사람이 최소한의 확인도 안 하고 날림으로 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뭔가 조사해본 티도 난다. 특히 북한 요원들은 한국의 여러 금융기관을 해킹했던 뛰어난 실력으로 미 백악관의 보안망이라든지 군사용 프로그램까지 손에 넣는다. 이런 부분은 조사해봤나 보다. 게다가 예전에 도끼로 미군을 쳐 죽인 나라답게, 미사일 암호를 갖기 위해 미국 정부 요인들을 생중계로 죽이는 만행까지 저지른다. 심지어 대통령의 어린 아들까지 인질로 잡으려는 사악함마저 보여준다. 그 뿐인가? 밖에 지나가거나 백악관 관람을 하려던 선량한 시민들, 어린애기까지 포함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아, 이런 나쁜 놈들이 세상에 있을 수가!

 

  이런 사악한 놈들을 처단하는 것은 미국 영웅의 의무다. 혈혈단신으로 놈들과 맞서 인질들, 특히 제일 중요한 대통령을 구하는 것이 바로 미국을 위험에서 구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미국의 정의니까. 굴복하지 않고 협상하지 않고 테러리스트를 처단하는 것. 영화는 그런 점을 세심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아마 그 때문에 그 외의 요소들을 거의 다 날림으로 처리했나보다. 그래, 그건 우리에게나 심각한 문제이고, 그들에게는 사소한 일들이지. 자기네 대통령만 안 죽으면 되지, 남의 나라 총리인지 대통령인지가 죽는 게 무슨 상관이람? 그들에게 중요한 건 얼마나 주인공이 얼마나 멋지게 사악한 북한 놈들과 싸우고, 어떤 각도에서 펑펑 터트리며, 미국은 절대로 테러리스트 따위에게 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것일 테니까.

 

  그나저나 2013년 미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백악관이 공격받는 영화가 만들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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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 우먼
닉 카사베츠 감독, 카메론 디아즈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원제 - The Other Woman , 2014

  감독 - 닉 카사베츠

  출연 - 카메론 디아즈, 레슬리 만, 케이트 업튼, 니콜라이 코스터-왈다우

 

 

 

 

 

  예쁘고 똑똑하기까지 한 변호사 칼리는 요즘 푹 빠진 남자가 하나 있다. 자상하고 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콕 집어내는 능력을 가진 외모까지 멋진 마크가 바로 그 남자이다. 그런데 이런! 깜짝 파티를 해주려고 몰래 아담의 집에 찾아간 칼리는 그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는 유부남이었다! 한편 남편에게 모든 재산 관리를 맡기고 오직 남편만 바라보고 사는 케이트. 그녀는 아마 남편이 해가 북쪽에서 뜬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순종적이고 어떻게 보면 다소 멍청하기까지 하다. 그런 그녀에게 시련이 닥친다. 남편이 자기를 두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다니! 그것도 자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똑똑하고 변호사라니! 칼리를 찾아온 케이트는 온갖 하소연을 해대다가 마크에게 복수를 하기로 한다. 그런데 헐? 그의 뒷조사를 하던 둘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마크에게 또 다른 여자인 앰버가 있는 것이다. 그들보다 훨씬 어리고 몸매도 좋은 베이글녀 앰버는 사정을 알고 그들과 합류한다. 한 남자에게 농락당한 세 여자의 복수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영화 ‘조강지처 클럽 The First Wives Club , 1996’과 비교하면, 복수가 좀 많이 살벌하다. 케이트는 집에서 그에게 여성 호르몬제를 넣은 음료를 먹이고, 앰버는 그를 유혹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거절하는 수법을 쓴다. 그리고 칼리는 그녀의 전문적인 지식으로 그의 모든 재산과 기타 등등의 분야에서 불법적인 일을 찾아낸다.

 

  사실 전형적이지만, 양다리 걸치는 남자들은 불법적인 일도 많이 저지른다. 특히 이 영화의 마크는 모든 불법적인 서류에 꼭 부인의 사인을 받아간다. 문제가 생기면 부인인 케이트를 희생양으로 하기 위해서이다. 와, 나쁜 놈. 호르몬제 수십 병 더 먹여야겠다. 하여간 세 사람은 사회적 경제적 신체적 모든 부분에서 그를 망가뜨리기로 한다.

 

  그나저나 카메론 디아즈도 몸매가 좋았지만, 케이트 업튼은 진짜, 와……. 바닷가에서 수영복을 입고 달리는 장면에서 같은 여자지만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뭐 저런 사기 캐릭이 있을 수 있지? 어떻게 저런 몸매에 저런 가슴에 저런 얼굴이……. 영화에서 그녀를 처음 본 두 여자가 탄성과 비명을 동시에 지르면서 이건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한탄을 늘어놓는다. 물론 카메론 디아즈가 질 수 없다고 하지만, 일부러 그렇게 연기한 것일지 몰라도 내가 보기엔 졌다.

 

  세 여자는 처음에는 서로에게 질투도 하다가 의기투합하지만, 중간에 다투기도 한다. 그러다 화해하면서 결속력은 더 튼튼해진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는 말이 있으니까. 그래서 마크와 4자 대면을 할 때도 흔들림 없이 의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 칼리의 비서로 가수 니키 미나즈가 출연한다. 그녀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 그녀는 노래 ‘아나콘다 Anaconda’ 뮤직비디오에서처럼 엉덩이를 강조하면서 흔들어대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니까.

 

  이 영화에서 진정한 승자는 칼리의 아버지가 아닐까 싶다. 그 이유는 영화를 끝까지 보면 알 수 있다. 케이트 업튼의 수영복 장면만 기억에 확실히 남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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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9-06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바다별 2015-09-06 22:06   좋아요 0 | URL
배우의 몸매가 참...부럽죠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