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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시체스영화제 최우수작품상)
타셈 싱 감독, 저스틴 와델 출연 / 플래니스 엔터테인먼트 / 2009년 8월
평점 :
원제 - The Fall,
2006
감독 - 타셈 싱
출연 - 리 페이스, 카틴카 언타루, 저스틴 와델, 킴 울렌브로크
애인님 집에서 프로젝터로 본 영화이다. 지난번에 ‘더 셀 The Cell, 2000’의 화면이 너무 멋있어서, 혹시 그 감독의 다른 작품은
어떨까 검색을 해봤다. 사진도 멋지고 이 작품은 영상미의 결정체라는 평까지 읽고는 주저 없이 골랐다. 그리고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쟤 나쁘다’라고 투덜대면서도 눈은 그대로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미국의 한 병원에 ‘알렉산드리아’라는 다섯 살 난 소녀가 입원하고 있었다. 한 팔에 기브스를 했지만, 소녀는 씩씩하게 돌아다닌다. 어느 날,
좋아하는 ‘에블린’ 간호사에게 보내려던 편지가 바람에 날려 엉뚱한 곳에 떨어진다. 편지가 도착한 곳은 ‘로이’라는 젊은 남자가 누워있는
병실이었다. 다리를 다친 그는 어린 알렉산드리아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해줄 테니 부탁을 들어달라고 한다. 그리고 로이는 독재자인 ‘오디어스’에게
저항하는 다섯 명의 영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116/pimg_7186921381311383.jpg)
작품은 두 가지 이야기로 진행된다. 알렉산드리아와 로이의 병원 생활과 로이가 들려주는 다섯 영웅들의 모험 이야기다. 물론 로이와 알렉산드리아가
원하는 방향대로 이야기가 바뀌기도 하고, 두 이야기가 섞이기도 한다. 그래도 교묘하게 현실과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처음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모르핀을 몰래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 때문에 이야기에는 어린 여자아이가 좋아할 법한 용감한
다섯 영웅과 악독한 악당, 그리고 아름다운 공주가 등장한다. 위험에 처했지만 재치와 끈기로 역경을 이겨내고 공주와 사랑까지 나누는 내용에
알렉산드리아는 푹 빠져든다. 그녀는 매일 로이의 병실로 출퇴근을 하며,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른다.
하지만 나중에 자신의 그런 거짓말 때문에 알렉산드리아가 다치게 되자, 로이는 절망과 자책감에 휩싸인다. 그 때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무척이나
슬프고 비극적이었다. 이 때 두 사람은 갈등을 빚는다. 로이는 나락으로 빠져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려했고, 알렉산드리아는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애원한다. 로이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마스크 밴디트’가 오디어스에게 굴복하지 않고 부활한 것은, 어떻게 보면 죽음만 생각하던 로이의 마음이
바뀌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저 부분에서 ‘로이, 이 개XX! 어린아이한테 어떻게 저런 잔인하고 비극적인 얘기를!’하면서 욕을
했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116/pimg_7186921381311384.jpg)
영화는 죽음을 꿈꾸던 한 청년이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그건 어린 소녀의 우정덕분이었다. 너무도 순수하고 삶을 사랑했던
소녀는 청년의 마음속에 있던 어둠을 몰아낼 정도로 밝은 빛을 갖고 있었다.
문득 덴젤 워싱턴과 다코타 패닝이 나왔던 영화 ‘맨 온 파이어 Man on Fire, 2004’가 떠올랐다. 거기서도 나락으로 떨어졌던
‘크리시’라는 남자가 한 소녀를 만나면서 변화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무슨 로리타 콤플렉스를 다루는 내용은 아니다. 그들은 소녀를
성적인 대상이 아니라, 빛이자 희망으로 여겼다. 어쩌면 두 남자에게 두 소녀는 새로운 삶을 살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어린 천사와 같은 존재였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생략된 부분이 무척 많았다. 알렉산드리아는 어쩌다가 팔을 다쳤는지, 그녀의 아버지는 누가 죽였는지, 로이는 왜 다리를 다쳤는지, 병실의
할아버지는 왜 갑자기 죽었는지, 로이가 왜 분노하는지, 알렉산드리아가 그 날 밤 본 것은 무엇인지 확실히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스쳐지나가는
대사라든지 주변 상황으로 추측하게 한다. 제목이 ‘더 폴’인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알렉산드리아는 나무에서 떨어졌고 로이는 말에서 떨어져서
그런 걸까하는 상상만 하게 한다. 아니면 모든 것은 위로 올라가려는 습성을 갖고 있고, 결국에는 떨어지게 마련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116/pimg_7186921381311385.jpg)
영화는 이 지구에 존재하는 유적지나 건축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CG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일일이 그곳을 찾아가서 찍었다고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는 장소들을 감독 특유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각도로 보여주고 있었다. 덕분에 눈이 아주 호강을 했다.
그래서 중간에 영화의 내용이 이상해지는 부분에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혹시 내용 연결은 어색하지만 멋진 배경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냥 넣은 건
아닐까?’
로이와 알렉산드리아는 만나서 좋은 인연이었다. 이후 두 사람이 다시 만났는지의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 다시는 만나지 못했을 것
같다. 하지만 병원에서의 그 짧은 만남만으로도 두 사람은, 특히 로이는 새로운 삶을 살아갈 충분한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되었다.
알렉산드리아 역을 맡은 꼬마 아가씨의 연기는 그야말로 천연덕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