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vol.1 : 4번째 층 + 2월 29일 - 할인행사
김정민 외 감독, 김서형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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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February 29, 2006

  감독 - 정종훈

  출연 - 박은혜, 임호, 이대우, 이명진

 

 

 

 

  영화는 정신병원에 있는 '지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근무하는 지연은 어느 날 밤, 피 묻은 표를 받는다. 공교롭게도 그녀가 일하는 톨게이트에는 2월 29일에 얽힌 저주가 전해 내려온다. 교도소 수송차량이 사고가 나 탑승객이 다 죽었지만, 한 여자 사형수의 시신만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4년마다 돌아오는 2월 29일이 되면, 근처에서 이상한 사건이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표를 받은 날 이후부터, 지연의 주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은 여자가 여기저기 나타나기도 하고, 근처 톨게이트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누군가 자신을 따라다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급기야 그녀는 습격을 받고,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살해당하는 일까지 일어난다. 경찰은 일련의 사건과 그녀가 겪는 일이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경호 겸 감시를 시작하는데…….

 

  거의 십 년 전에 텔레비전에서 이 작품을 방영해줬었다. 극장 개봉과 텔레비전 방영을 동시에 한다고 광고를 했었는데, 그 당시 무서워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다시 보았는데, 여전히 무서웠다.

 

  최근 몇 년 동안 개봉한 한국 호러 영화 중에는 실망스러운 것들이 많았다. 공포를 느끼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잔혹한 고어를 부각시킨 것도 아니고, 퇴마라든지 최면 같은 특이성을 부여하려고 했지만 이도저도 아니게 흘러가는 작품이 많았다.

 

  도리어 십 년 전에 만들어진 이 작품이 훨씬 좋았다. 확실히 공포 하나만 꽉 잡고 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톨게이트라는 장소가 낮에는 몰라도, 밤에는 어두컴컴하고 한산하니 무서운 느낌을 준다. 또한 다른 부스가 옆에 있어도 거리가 떨어져있으니, 어떻게 보면 직원 혼자 부스 안에 외떨어져있다는 기분을 준다. 게다가 지연이 혼자 사는 아파트와 지하 주차장마저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렇듯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뭔가 나오겠다는 경고를 풀풀 날리면서 조금씩 사람들을 조여 오는 맛이 있었다. 특히 엘리베이터 창으로 보이는 여자의 변해가는 모습은……. 또한 지연이 있는 부스만 정전이 되고, 그녀 혼자 나오는 장면은 다른 사람과 있을 때와 달리 더 어둡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래서 그녀가 조명을 환하게 켜놓을 수밖에 없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갈수록 초췌해지는 지연의 얼굴이 마치 혼란스럽고 황폐해지는 그녀의 정신 상태를 드러내는 것 같았다.

 

  영화는 지연의 이야기와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 두 가지 버전을 보여준다. 지연의 이야기에서 중간에 '뭐지'?하는 이상한 장면이 있는데, 나중에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에서 설명이 나온다. 그렇게 보니, 어쩐지 의사의 이야기가 더 신빙성이 가는 듯 했다. 물론 공포 영화의 정석답게 미심쩍음과 의문을 남기고 마무리 지어진다. 누구의 이야기를 선택하느냐는 보는 사람의 몫인 것이다.

 

  영화를 다 보고 괜히 불안해서 문단속을 여러 번하고 잤다.

 

  극 중에서 살인마가 나타날 때마다 차에 틀어놓은 노래는 바로크 후기의 작곡가 '알비노니 Albinon'의 '아다지오 G단조 Adagio in G minor'이다. 전에는 좋아했는데, 어쩐지 이제는 무서운 느낌이 먼저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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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2-11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이걸 본 기억있어요!
세편인가 시리즈처럼 ..나온걸로 기억하는데..
저는 산에서 나가지 못하고 죽은 이들 이야기..
그게 가장 인상적 이었어요

바다별 2015-12-11 12:03   좋아요 1 | URL
네 편이 있고요 그 이야기가 아마 마지막 이야기일거예요!

[그장소] 2015-12-11 12:22   좋아요 0 | URL
으..그 이후 전 산에서 죽는것에 일종의 로망같은게
생겼어요..반 쯤..반은 싫고..반은 ..좋고
 
배드 키즈 고우 투 헬
매튜 스프래들린 감독, 알리 포크너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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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Bad Kids Go to Hell, 2012

  감독 - 매튜 스프래들린

  출연 - 벤 브로우더, 저드 넬슨, 카메론 딘 스튜어트, 오기 듀크

 

 

 

 

  '버릇없는 애새끼들은 지옥으로 꺼져버려'라는 제목답게 온갖 악동들이 등장해서 하나둘씩 죽어나가는 영화다. 그 애들이 지옥으로 가는지는 의문이지만.

 

  폭풍우가 몰아치는 토요일 오후, 명문 사립 고등학교 도서관에 여섯 명의 아이들이 모인다. 평소에 워낙 사고를 치고 다녀서 그 벌점을 만회하기 위해 특별 수업을 받기 위해서이다. 부유한 부모를 둔 덕에 무서운 것이 없는 학생들과 우연히 사고 현장마다 끼어있는 탓에 벌점을 받게 된 제일 운 없는 소년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모인다. 상담선생이 다시 올 때까지 잠긴 도서관 안에서, 아이들은 학교의 연혁에 대해 조사하라는 과제를 받는다. 하지만 그보다는 서로 싸우고 각자가 알고 있는 서로의 비밀을 폭로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아무리 기다려도 선생이 오지 않자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려는 온갖 시도를 한다. 그러다 하나둘씩 사고를 당하는데…….

 

  예전에 초반 설정이 비슷한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제목이 뭔지 생각이 안 나지만, 그 작품도 도서관에서 벌을 받는 아이들이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그 영화는 그러다가 시간 여행으로 전개가 흘러갔고, 이 영화는 살인극으로 이어진다. 음, 역시 도서관은 위험한 곳인가 보다. 특히 고등학교 도서관은.

 

  영화는 그냥 그랬다. 꼬꼬마애들이 빽빽거리면서 고함지르고 맘대로 나대다가 죽어나가는 내용은 이미 '데스티네이션 Final Destination, 2000'에서 질리도록 다루었으니까 말이다. 아, 두 작품을 비교하는 건 '데스티네이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의 잔인도를 비교하자면, 데스티네이션이 훨씬 더 잔인하고 보는 사람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또한 거기 애들은 적어도 나름 논리적으로 생각을 하고 능동적으로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이라도 했다. 하지만 여기 애들은 든든한 부모만 믿고 온갖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녔다. 학교에서 스트립쇼를 하고, 파티를 엉망으로 만들 궁리를 하고,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등등의 짓을 해댔다. 부모가 거액의 기부금을 냈으니 학교가 자기들에게 설설 기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영화는 두 개의 반전이 있었다. 첫 번째 반전이건 두 번째 반전이건, 결국 망나니 같은 아이들에게 역겨움을 느낀 나머지 저지른 살인극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반전은 좀 충격이었다. 아무리 애들이 개념 가출에 버릇없고 개만도 못한 짓을 하고 다녔지만 어떻게…….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을 기른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무조건 과보호하고 돈으로 처바른다고 해서 아이들이 자라는 건 아니었다. 신체적인 면은 쑥쑥 자랄지 몰라도, 정신적인 면은 영 아니었다. 우쭈쭈하면서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다가는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할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처음에 버릇을 잘못 들여놓으면, 그걸 고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러다 안 되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손을 놓아버릴 지도 모른다. 영화는 그걸 얘기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곳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다. 아이들이 서로의 치부를 폭로하면서 증거 영상을 들이미는 장면이 있다. 도대체 아이들은 그 영상을 어디서 구한 걸까? 학교 곳곳에 몰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던 걸까? 아니면 누군가 몰래 촬영을 한 걸까?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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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선 - 할인행사
조엘 슈마허 감독, 줄리아 로버츠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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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Flatliners, 1990

  감독 - 조엘 슈마허

  출연 - 키퍼 서덜랜드, 줄리아 로버츠, 케빈 베이컨, 윌리엄 볼드윈, 올리버 플랫

 

 

 

 

  영화 ‘라자루스 The Lazarus Effect, 2015’를 보면서, 저 설정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대놓고 호러를 표방한 건 아니지만, 사후 세계에 대해 얘기하는 영화가 있었다.

 

  한참 생각하다 겨우 떠올렸다. 바로 이 영화 ‘유혹의 선 Flatliners, 1990’이다. 지금 보니, 캐스팅이 엄청 나다. 그 당시 한창 뜨는 젊은 배우들을 다 모아놓은 것 같다. 드라마 ‘24시’의 ‘키퍼 서덜랜드’에 달리 설명할 필요 없는 ‘줄리아 로버츠’, 연기력도 좋지만 이름을 딴 법칙으로 더 유명한 ‘케빈 베이컨’, 이름은 몰라도 얼굴을 보면 아는 ‘올리버 플랫’ 그리고 요즘은 잘 안 보이는 ‘윌리엄 볼드윈’까지 등장한다. 그들의 젊은 모습을 보니, 세월이 참 많이 지나갔다는 걸 깨닫게 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명성을 얻고자하는 공명심으로 가득한 다섯 명의 의대생이 모인다. 그들은 아무도 해보지 않은 실험을 해보기로 한다. 바로 사후 세계 체험이다. 직접 만든 장치와 약물을 통해 죽은 상태가 되었다가, 시간이 되면 자극을 줘서 돌아오는 것이다. 실험에 성공하자 그들은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흥분한다. 하지만 그 실험 이후 이상한 일이 그들 주위에서 일어난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현실화가 되어 자꾸만 보이고, 급기야 그 환상들은 그들을 공격하는데…….

 

  생각하기 싫은 자신의 어두운 비밀이라든지 고통스러운 기억이 계속해서 자신에게 나타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특히 누군가를 따돌리고 괴롭혔던 과거가 역전되어 자신이 피해자가 된다면? 다섯 명의 주인공들은 실험 이후 계속되는 악몽과도 같은 환상에 시달린다. 덕분에 일상생활은 엉망이 되고, 폐인이 될 지경에 놓인 경우도 있었다.

 

  영화는 사람이 죄짓고는 못산다는 말을 하려는 것 같다.

 

  겉으로는 외모가 출중하고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속을 보면 아닌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다섯 명의 학생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다. 어린 시절에 나쁜 짓을 한 사람도 있고, 지금 범죄에 해당하는 짓을 하는 인물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잘 살아왔다. 그 때문에 남보다 더 괴로운 환상을 경험해야했다. 현실과 환각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생생했기에 더 괴로워했다.

 

  어떻게 벗어날까 고민한 그들이 찾아낸 해답은 ‘화해’와 ‘용서를 구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영화는 자신만만하게 잘 나가던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죄를 자각하고 용서를 구하며 그리고 있었다. 그렇게 하고나서야 그들은 마음의 평안과 예전과 같은 평화로운 일상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예전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경험했던 그 일들은 아무나 쉽게 겪을 수 없는 것이었기에,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을 것이다. 과연 그들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궁금해졌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우리 주위에 있는 흉악범들에게 저런 형벌을 내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범률이 줄어들까? 아니면 잡히지 않기 위한 완전 범죄가 늘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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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라기 미키짱 - HD 리마스터링
사토 유이치 감독, 오구리 슌 외 출연 / 디에스미디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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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キサラギ, Kisaragi, 2007

  감독 - 사토 유이치

  출연 - 오구리 슌, 유스케 산타마리아, 코이데 케이스케, 츠카지 무가, 카가와 테루유키

 

 

 

  갑작스럽게 자살한 ‘키사라기 미키’라는 아이돌의 1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다섯 명의 남자가 모인다. ‘오다 유지’, ‘야스오’, ‘스네이크’, ‘딸기소녀’, 그리고 ‘이에모토’. 실명인 자도 있고 닉네임인 사람도 있다. 이들은 미키짱의 열성팬으로 각자 모은 수집품을 자랑하며 그녀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런데 갑자기 한 사람이 불쑥 이런 말을 내뱉는다. “그녀가 진짜 자살한 걸까?” 이때부터 다섯 명의 남자들은 미키의 평소 모습과 마지막 날의 행적을 되짚어보며, 그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기로 하는데…….

 

  장소는 추모회가 열리는 방. 물론 회상 장면에서 간혹 다른 곳이 나오기도 한다. 등장하는 사람은 모두 다섯 명. 맨 나중에 튀어나와서 한 마디 하는 노인과 회상 장면에 나오는 미키짱은 제외하겠다. 한정된 공간에서 남자 다섯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전부인 영화였는데, 재미있었다. 다섯 남자의 성격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대사와 행동, 교묘하게 얽히고설킨 이야기의 흐름은 잠시라도 한눈을 팔게 하지 않았다.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은 것은 1주기 추모회를 주최한 이에모토다. 그는 미키의 거의 모든 앨범과 사진 그리고 친필 편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평범한 말단 경찰이다. 다른 네 명이 개인적으로 미키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자기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펑펑 우는,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다.

 

  오다 유지는 날카로운 추리력을 발휘해 사건을 재구성한다. 미키는 자살하지 않았다는 그의 말 한마디에, 모두들 동의하면서 얘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오다 유지가 누군가가 의심스럽다고 지목하면, 그 사람이 해명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러면 그 사실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고, 다시 그 사람이 비밀을 털어놓는 방식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걸핏하면 화장실로 향하는 야스오는 극에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역을 맡았다. 한바탕 난리가 난 뒤에야 화장실에서 나와, ‘무슨 일이 생겼나요?’라고 물으며 과열된 방의 온도를 낮춘다. 그리고 누군가 어떤 사실이 밝혀졌는지 정리를 해주면, 또 다시 배가 아프다고 화장실을 가버린다. 스네이크는 줏대 없이 아무나 범인이라고 난리치는 성격이다. 껄렁대고 다소 경박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한다. 딸기소녀는 정체가 놀라웠다. 그건 여기서 밝히지 않겠다. 단순히 스토커이자 몰래 방에 숨어들어가는 사생 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결국 다섯 남자는 모든 사실을 종합해 미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낸다. 아니, 그랬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각자 조금씩의 죄책감과 미키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남기고 훈훈하게 마무리 짓는 줄 알았다. 1년 후, 미키의 2주기 추모회에 나타난 노인만 없었다면 말이다. 노인은 2년에 걸친 조사 끝에 범인을 알아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서 끝이 난다. 노인이 어떤 얘기를 풀어놓는지 궁금하게 만들어 놓고 말이다! 그렇다고 2편이 나온 것도 아니고! 다섯 남자의 이야기는 깔끔하게 맺어졌는데, 할아버지의 등장은 그야말로 궁금궁금 그 자체다. 2편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 소식이 없는 걸 보니, 2편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아주 그냥 사람을 궁금하게 만들어서 죽이려고 작정을 했다.

 

  그것만 빼면 작품은 훌륭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섯 명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었고, 누구 하나 튀지 않게 조화를 이루었다. 거기에 아무 연관이 없어보였던 작은 사실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오~’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다섯 명이 미키의 죽음에 얽힌 진상을 밝혀내는 과정은 진짜 대단했다. 분위기가 너무 칙칙하거나 진지하게 흘러가지도 않고, 적당하게 오버해가면서 개그 장면을 넣은 구성도 괜찮았다. 게다가 마지막에 다섯 명이 미키의 직캠 영상을 보면서 노래와 안무를 따라하는 장면은 너무 귀여웠다. 아저씨들이 저렇게 귀엽다니!

 

  아이돌과 팬에 대해 생각해보는 (강요된) 훈훈함도 있었다. 너무 귀찮게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게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그 어느 곳에 있든지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 올바른 팬의 자세가 아닐까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키짱……. 그녀의 공연 영상을 보니 왜 뜨지 못했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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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검심: 전설의 최후편
오오토모 케이시 감독, 아오키 무네타카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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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るろうに剣心 伝説の最期編,

  감독 - 오오토모 케이시

  출연 - 사토 타케루, 타케이 에미, 아오키 무네타카, 아오이 유우

 

 

 

 

  시시오에게 납치당한 카오루를 구하려다 어느 바닷가 마을에 떠내려 온 켄신. 그를 구한 것은 다름 아닌 스승 '세이주로'였다. 시시오를 무찌르고자 켄신은 스승에게서 '비천어검류의 오의'를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스승은 켄신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면서 몽둥이찜질(?)을 해준다. 한편 시시오는 군함을 앞세워 정부를 압박해, 켄신을 지명수배자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그 협약 때문에 수련을 마친 켄신은 돌아오자마자 정부군에 잡혀가 사형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시시오의 군함이 보이는 바닷가에서, 시시오의 부하가 지켜보는 가운데 켄신의 사형식이 거행되는데…….

 

  이 시리즈는 세 편이 다 두 시간을 넘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참 곤혹스러운 시간이었다. 다행인 건 극장이 아닌 집에서 보았다는 점이다. 극장에서 봤다면 아마 시간이 길다고 투덜대는 걸로 리뷰가 가득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달 말에 개봉하는 영화 '크림슨 피크 Crimson Peak, 2015'는 꼭 극장에서 보고 싶은데, 그것도 두 시간 가까이라니 어떻게 할 지 모르겠다.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이 작품은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이다. 속죄의 삶을 위해 애쓰던 켄신이 마음의 빚을 어느 정도 덜어내는 과정이 그러졌고, 시시오와의 악연도 마무리가 지어진다. 오의를 전수받는 과정이 거의 한 시간에 달해서 좀 지루하다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그 덕분에 앞으로 켄신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참을 수 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빚을 갚는 게 아니라, 살아남아야 속죄도 할 수 있다고 세이주로는 일깨워준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짊어질 필요는 없다고도 말해준다.

 

  좀 황당했다. 어린 제자가 홀로 싸우는 게 안쓰러우면 같이 가서 싸워줘야지, 왜 혼자 보내는 거람? 스승도 제자에게 모든 것을 떠맡긴 거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도 정부와 마찬가지였다. 아니, 차라리 정부가 더 솔직하다. 대놓고 너밖에 없다고 밀어붙이니까 말이다.

 

  앞선 이야기에 이어 이번 편에서도 정부는 얍삽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기들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 때문에 말단 경찰들이 눈앞에서 학살당해도 모른 척하고, 너밖에 없다고 매달렸던 켄신을 시시오에게 팔아넘기려고 한다. 이건 켄신과 시시오, 둘 중 누가 이겨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들은 그것을 '정치'라고 칭했다. 내가 보기엔 고위층만 살아남는 방법인 것 같은데 말이다. 평화를 위해서라지만 시시오와 맞서 싸운 건 켄신과 그 일행이고 시시오의 부하들과 싸우다 죽어간 것은 말단 군인들뿐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평화는 국민들의 평화라기보다는 정권의 평화였다. 정의란 무엇이며,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영화는 그런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토 히로부미가 '평화와 안정'을 얘기하는 장면에서는 그냥 웃음이 나왔다. 여기서 그는 카리스마 있고 머리 회전과 판단력이 빠른 대인배로 나온다. 특히 그가 엄청 폼 잡고 멋지게 나오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냥 한숨만 나왔다. 이런 영화가 용케 극장 개봉을 했구나. 우리의 역사 교과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어떻게 변할지 조금이나마 엿본 것 같다.

 

  제일 솔직한 사람은 시시오와 그 일행 밖에 없는 것 같았다. 적어도 그들은 자기들의 욕망을 표현하는 데 포장이 없었다. 당한 만큼 갚아주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들이 일반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지만 않았으면, 인기가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랬다면 주인공이 바뀌었겠지.

 

  결국 영화는 정부에게 무슨 일을 당하건 반항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그 순간을 즐기며 살라는 것 같았다. 죽은 척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순응해서 살아가라는 뜻 같았다. 아, 그래서 개봉을 할 수 있었던 걸가?

 

  사실 영화를 보면서 전반적인 평점이 좋았는데, 이토 히로부미를 보는 순간 마음속에서 점수가 팍팍 깎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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