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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American
Ultra, 2015
감독 - 니마 누리자데
출연 - 제시 아이젠버그, 크리스틴 스튜어트, 코니 브리튼, 토퍼 그레이스
마이크는 마을을 벗어나면 발작을 일으키고 가끔 약을 하는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평범한 청년이다. 그의 목표는 여자 친구인 피비에게 적당한 때를
노려 프러포즈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여자가 찾아와, 그에게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을 따라하라고 시킨다. 뭐가 뭔지 모르고 멍해있는
마이크에게 두 명의 남자가 공격을 해온다. 놀랍게도 마이크는 자기도 몰랐던 무술을 선보이며 그들을 제압하는 것도 모자라, 죽여 버리고 만다.
이후 계속해서 그를 죽이겠노라 사람들이 찾아오고, 여기저기 도망 다니고 반격하면서 점차 그는 기억을 되찾아간다. 누굴 믿어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CIA에서 나온 예이츠는 마을을 폐쇄하고 마이크를 죽이려고 하는데…….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이 딱 저거였다. 사무직에서 현장 요원을 통솔하는 관리자로 승진한 예이츠의 열폭이 아니었다면, 부하에게 자리를 빼앗긴데다가
자신이 주도했던 프로젝트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어떻게든 해보려는 라세터의 반격이 아니었다면, 마이크는 평범한 마트 직원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의 손에 죽어간 많은 요원들도 살아있었겠고.
그냥 가만히 두면 아무 것도 모르고 살았을 텐데, 예이츠가 욕심을 부렸다. 전임자보다 자기가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받기위해 무리수를 두었다. 그
결과는 엄청났다. 자기가 만들어낸 요원들뿐만 아니라, 민간인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말았다. 자기 이외의 사람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자기만
우월하고 남은 하등하다고 믿는 그런 생각이 사건의 원인이었다. 예이츠건 라세터건 그 둘의 직속상관이건 상관없이 다 똑같은 부류였다. 국가라든지
국익 내지는 정의라는 듣기 좋은 말로 포장했지만, 결국은 자신의 권력을 확인받고 싶은 것에 불과했다. 국가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내 권력을 휘두르고 싶으니 네가 희생을 하라는 의미였다. 생각할수록 참 씁쓸한 설정이었다.
두 주연 배우의 이미지가 영화의 배역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시 아이젠버그는 무기력하고 신경질적이며 소심한 역할에 최적화된 배우
같았고,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사랑스러우면서도 강인한 역에 딱이었다. 너무도 잘 어울려서, 두 사람이 마치 진짜 마이크와 피비같았다. 후반부에
여기저기 피가 말라붙고, 피멍에 얼굴이 부은 상태에서 프러포즈하는 마이크의 모습이 웃기면서 짠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가 누구인지 저들이
왜 자신을 죽이려는지가 아니었다. 피비와 함께하는 미래가 중요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마이크가 그리던 만화 주인공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왜 갑자기 만화로 바뀌는 건지 의아했지만, 곧
이해가 갔다. 실사로 했으면 사람이 죽어가는 장면들이 너무 잔인해서, 아마 19금은 고사하고 개봉도 못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속도감 있고 적절한 폭력도 들어있고 그러면서 동시에 개그 코드가 곳곳에 숨어있는, 시간 보내기 좋은
영화였다.
프라이팬, 숟가락, 그리고 컵라면이 그렇게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