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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히어로 - [초특가판]
바즈 루어만 감독, 폴 머큐리오 외 출연 / 프렉스엔터테인먼트 / 2004년 1월
평점 :
원제 - Strictly
Ballroom, 1992
감독 - 바즈 루어만
출연 - 폴 머큐리오, 타라 모리스, 피터 휘트포드, 빌 헌터
6살 때부터 볼륨댄서인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란, 자신도 부모처럼 당연히 범태평양대회에서 출전해야한다는 생각을 해온 스캇.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정해진 규칙이 아닌, 그것을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이면서 자유로운 춤을 추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의 그런 생각은 시작에서부터
봉쇄당한다. 자신이 미는 선수를 우승시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스캇을 방해하는 협회장과 그런 그의 장단에 아무것도 모르고 놀아나는 어머니와 코치
때문이다. 우연히 어머니가 운영하는 학원을 다니는프랜과 알게 된 스캇은 그녀와 함께 대회에 나가기로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우승을 외치는
어머니에 의해 좌절되고 만다. 상심한 프랜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그녀의 집에 찾아간 스캇은 그가 꿈꾸던 댄스를 접하게
되는데…….
마마보이였던 소년의 자아 찾기라고 하면 좋을까? 아니면 부모의 과도한 집착이 천재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보여주는 영화라고 하면 좋을까? 그것도
아니면 헬리콥터 맘의 폐해와 무관심했던 아버지의 조합이 재능 있는 소년의 앞길을 어떻게 방해하는지 보여주는 영화? 또는 창의력을 무시하고 규칙만
준수하는 사회는 안으로 곪아간다는 걸 말하는 영화라고 하면 어울릴까?
아, 물론 천재 소년은 망가지기 일보 직전에 겨우 되살아나긴 한다. 헬리콥터 맘이라 여겼던 엄마나 무관심하기만 했던 아빠가 사실은 소년을 너무
사랑했기에, 자기들처럼 앞날을 망치는 실수를 하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엄마의 귀는 너무 얇아서 팔랑
팔랑거렸고, 아빠는 자신의 과거 실수와 배신감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무엇이 아들을 위한 것인지 막판에
깨닫게 된다. 자기들의 욕심이나 바람이 아들이 원하는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안 것이다.
6살 때부터 걸어온 부모가 만들어놓은 길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걷는 순간의 스캇은 무척이나 멋져보였고 반짝거렸다. 물론 주인공에게 집중된
조명의 영향도 있겠지만, 자신이 꿈꾸던 일을 하는 사람의 열중하는 모습은 보는 내내 엄마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그나저나 영화에서 제일 놀라운 것은 프랜의 변신이었다. 처음 등장했을 때의 소녀가 나중에 그렇게 예쁘게 바뀔 줄은 상상도 못했다. 처음에 나왔을
때는 미안한 말이지만 자식을 여럿 둔, 곱슬파마를 한 아줌마 같았다. 그랬던 그녀가 단지 안경을 벗고, 눈썹을 다듬고 화장을 하고 입술을 붉게
바르고, 머리를 정돈하는 것만으로 완전 다른 사람이 되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하지만, 여기서는 거의 사기 수준이다. 그건 유죄
아닌가?
영화는 스캇과 프랜 이외의 사람들은 다 우스꽝스럽게 그려냈다. 특히 스캇의 파트너를 그만 둔 리즈나 라이벌인 캔이 등장하는 씬은 마치 코믹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또한 어떤 장면들은 음악을 위해 넣은 것 같은, 그러니까 마치 뮤직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그래서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화면이나 음악이 멋져서 괜찮았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작품을 총 3편 보았는데, 다 음악과 영상이 아름다웠다. 그런 쪽으로 최적화된
감독인가보다.
스캇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To Live With Fear Is Like To Half Live.” 자신은 그런 삶을
살았으니, 아들은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있는 대사였다.
음, 마마보이와 사귀면 여자가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 영화였다. 보고 있나, 애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