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그레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 에단 호크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6년 3월
평점 :
원제 - Regression, 2015
감독 -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출연 - 엠마 왓슨, 에단 호크, 아론 애쉬모어, 데이빗 튤리스
예전에 동생과 집에서 ‘떼시스 Tesis, 1996’이라는 영화를 보았을 때의 놀라움을 기억한다. 별거 아닌 것 같았던 사건이 확장되면서 엄청난 사회적 문제가 되는 그 흐름이 놀라웠다. 그리고 또 혼자서 ‘디 아더스 The Others, 2001’을 볼 때의 충격도 잊지 못한다. 귀신이 나오는 장면은 물론, 마지막 반전은 이야~ 이 작품을 만든 감독이 바로 그 두 영화를 만든 사람이라 믿고 보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작품에서는 그 두 영화만큼의 놀라움이나 충격은 느껴지지 않았다.
평범한 어느 시골 마을이 혼란에 빠진다. 집을 떠나 교회에 머무르는 ‘안젤라’라는 소녀가 아빠를 고발한 사건 때문이다. 그녀는 작년부터 아빠가 자신을 강간했다고 경찰에 신고한다. 아빠는 딸의 신고 소식을 듣더니, 순순히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 그래서 사건은 그렇게 끝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었다. 이상하게 아빠는 자신의 죄는 인정하지만 딸에게 언제 어떻게 그런 짓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자기 딸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런 일이 있었을 거라는 식으로 대답한다. 그런 사실에 의문을 가진 형사가 ‘최면퇴행요법’을 쓰면서 엄청난 음모가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아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최면을 걸었더니 공범이 있었다는 게 밝혀진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피해자인 안젤라는 계속해서 아빠와 함께 자신을 괴롭힌 사람들을 지목해갔고, 점차 그들이 그녀에게 한 짓은 단순한 강간이 아니었다는 게 밝혀진다. 사건은 사탄을 숭배하는 대규모 집단의 존재 유무로까지 연결이 되었다. 거의 마을 사람 대부분이 그 집단의 일원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사건은 커져만 갔다. 물론 사람들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한다. 죄를 인정한 것은, 자신의 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아빠뿐이다.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영화를 보면서 ‘세일럼의 마녀 사건’이 떠올랐다. 17세기에 있었던 한 무리의 소녀들이 일으켰던 대규모 마녀 사냥 사건이다. 지금이야 마녀는 없었다고 하지만, 그 당시에는 거의 광적으로 사람들이 마녀 색출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마녀를 찾는다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다른 것에 더 관심이 있었지만 말이다. 여기서 나온 안젤라의 사건 역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광기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다. 사탄 숭배 의식이라는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와 피해자인 소녀의 아름다운 외모는 뉴스거리가 되고도 충분했다. 그러니 당연히 숟가락을 얹으려는 세력들이 있기 마련이다.
가끔 채널을 돌리다 케이블 텔레비전을 보면,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특종이라는 이름으로 자극적인 용어를 써가면서 뉴스를 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의 불안함을 부추기고 자신들이 미리 정해놓은 방향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여기서도 그랬다. 최면을 하면서 어떤 답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런 상태에서 사건을 수사하니 당연히 혼란스럽고 사건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음, 어쩌면 이건 감독이 의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보는 사람들이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일부러 넣은 걸지도. 악마 따위는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그건 종교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영화는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태도를 취했다. 어쩌면 악마를 따르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위에서 말했지만, 종교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그게 아니라 암시와 세뇌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고도 말한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수많은 정보들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어떤 상황에서는 그 정보들이 의도적으로 오인될 수 있다고 보여준다. 예를 들어 수학문제가 어려워서 끙끙대다가 잠이 들면, 수학에 시달리는 꿈을 꾸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아쉽기만 하다.